해운·항만·조선 패러다임 변화 이끈다


 

글로벌 해운조선 산업의 트렌드는 하루가 길다하고 변화한다. ‘그린십’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질 즈음 ‘에코십’이 출현했고, 그린십에서 에코십으로 트렌드가 흘러가는 데에는 고작 2~3년의 시간만이 필요했다. 2008년 이후 시작된 조선해운 산업의 전에 없던 불황과 高유가, 그리고 환경규제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며 등장한 ‘에코십’은 이제 ‘LNG연료선’ 출현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건조 중인 LNG연료선이 53척에 이르고 컨선, 벌크선, 쇄빙선 등 종류도 다양하다. LNG연료선은 더욱 대형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대우조선해양은 상선 뿐 아니라 해양플랜트에 LNG연료 적용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日선사 NYK는 한진중공업에 LNG벙커링 선박을 발주, LNG벙커링 시장까지 넘보고 있으며 세계 주요항만은 LNG벙커링 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는 잘 준비하면 ‘기회’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우리 해사업계의 발빠른 관련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린십과 에코십이 선박 장치를 개조하거나 선체를 조정하면서 유해물질 배출을 감소시키고, 오일연료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면 ‘LNG연료선’은 선박연료 자체를 바꾸는 보다 획기적인 변화이다.
 

2000년대 이후 LNG연료선은 소형 페리선과 PSV등 플랜트 지원선, 예인선 등 소형선박 위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DNV GL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4년 7월 현재 48척의 LNG연료선박이 운항되고 있다. 2000년 노르웨이에서 건조된 Fjord1社의 페리선 ‘Gluta’호가 최초의 LNG연료선이며, 최근에는 일반 페리선은 물론, 고속 RO-PAX선과 일반 화물선(General Cargo)선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주목되는 부문은 앞으로 등장하게 될 LNG연료선이다. 총 53척의 LNG연료선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선종은 보다 다양해졌다. 당장 올해부터 Norlines社가 발주한 LNG연료 RO-RO선과 SABIC社의 Gas운반선이 등장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Evergas社 의 LEG운반선은 물론, Erik Thun社의 벌크선, Brodospilt社, Tote社가 발주한 컨테이너선도 등장한다. 이 외에도 쇄빙선, 케미컬탱커선, 자동차 운반선 등도 2018년까지 시장에 출현할 예정이어서, 그간 소형선박에만 적용됐던 LNG연료 기술은 대형상선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강화된 환경규제 하에서 LNG가 가장 경쟁적
이처럼 LNG연료선 발주가 늘어나고 다양화되는 이유는 LNG연료선의 효율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진국의 성장률은 정체돼 있고 중국의 성장속도도 한풀 꺾인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이윤확보를 위해 운영비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같은 거리를 운송하면서 얼마나 적은 돈을 쓰느냐가 지상 과제이며, 여기에 날로 높아지고 있는 환경규제도 충족해야 한다.
 

선박연료로서의 LNG는 오일연료에 비해 NOx, SOx, CO2 등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으며, 선박 사고에 대한 유출위험도 없다. 가격적인 메리트는 더욱 크다. 현재 선박연료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HFO는 연료비는 낮으나 환경적 부담이 크고, MDO는 배기가스 배출율은 낮지만 가격적 부담이 크다. LNG의 경우, 기존 석유계 연료대비 가장 저렴한 연료비용을 자랑한다. IMF와 EIU, World Bank 등은 전반적으로 LNG 가격전망을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리서치 기관인 PACE Global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선박연료인 HFO와 MDO, 그리고 LNG의 운영비용 중 LNG의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HFO 선박에는 Scrubber과 SCR을 장착해야 하고, MDO는 SCR을 장착해야 한다. LNG 연료추진은 엔진 및 시스템 시설투자 비용이 HFO/MDO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환경규제 하에서 전체적인 운영비용은 MDO>HFO>LNG 순으로 LNG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Greenship.org 분석자료에서도 LNG 선박연료 가격이 HFO보다 낮으면 LNG가 MDO/HFO보다 경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북미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낮아진 북미 천연가스를 수입한다면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보다 낮아지고 LNG 선박연료의 경제성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MAN社 역시 LNG 선박이 ECA(Emission Control Area)에서 65% 이상 운항할 경우, LNG 선박연료 가격이 HFO보다 낮으면 열량당 $3/mmbtu 이상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운항중인 LNG연료선박(오프라인 기사에서 더 많은 도표*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운항중인 LNG연료선박(오프라인 기사에서 더 많은 도표*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LNG벙커링 시설 북유럽에만 7개, 전세계 약 35개항 LNG벙커링 터미널 계획 중
이처럼 LNG연료선이 늘어나면서 해운산업은 물론 항만산업과 조선산업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항만산업에서는 우선 LNG벙커링 터미널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LNG벙커링 시설을 확대하고 있는데, EU는 2025년까지 유럽에 LNG벙커링 기반시설 설치를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국제항만협회(IAPH)가 후원하는 세계항만기후변화협약WPCI도 LNG연료 추진선박 실무협의회LFVWG를 설립해, LNG벙커링 안전 이행절차를 개발 중이다.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 항만에만 현재 7개 벙커링 시설이 구축돼 있으며, 북미지역 1개 항만, 남미 1개 항만에 벙커링 시설이 기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싱가포르항에 1개 LNG벙커링 터미널이 운영을 시작했으며, 중국도 양쯔강 주변에 LNG벙커링 스테이션을 올해안에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단계인 LNG벙커링 터미널은 전세계 35개 이상에 이르고, 이 중 중국은 4~5개, 싱가포르는 1개 이상을 계획 중이다.


민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네덜란드의 Shell社는 LNG벙커링 회사인 Gasnor를 인수했고, 독일 라인강에 LNG추진 바지선 2척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엔진업체인 Wartsila社와 함께 LNG벙커링과 중소규모 LNG 액화플랜트 연계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Gazprom社은 유럽 내 LNG벙커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Gasunie社와 벙커링용 LNG 터미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GDF SUEZ社, 미국 Waller社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LNG연료선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 세계 최초 LNG연료 3,100teu 컨선 건조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도 LNG연료선 시대를 맞아 시장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KOGAS)와 조선4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는 LNG추진선박 및 벙커링 시스템 공동연구 및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으며, LNG벙커링협의체를 구성해 2015년부터 LNG벙커링 사업을 확대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체별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Tote社가 발주한 세계 최초 LNG연료 컨테이너 선박(3,100teu급)을 건조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독자기술을 바탕으로한 이중연료 대형엔진과 가스연료 공급장치 통합 패키지를 개발했다. 삼성중공업도 LNG연료시스템인 ‘FuGas’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의 LNG연료선박인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안내선 ‘에코누리’호에 동 시스템을 적용해 건조했다.

 

대우조선-ABS, LNG연료 드릴십 프로젝트 착수
한진重, 세계 최초 범용 LNG벙커링선 수주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이 놀랄만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이 LNG연료 드릴십 건조 프로젝트에 돌입, ‘LNG연료 해양플랜트·오프쇼어’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한진중공업은 일본선사 NYK가 발주한 세계 최초 ‘범용 LNG벙커링 선박’을 수주했다는 소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선급그룹인 ABS와 LNG연료 드릴십 건조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양사는 LNG연료 드릴십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동 프로젝트는 대우조선의 안전한 LNG 저장·관리 기술, 오프쇼어 구조물 건조 경험 및 능력에 ABS의 LNG 관련 안전기술 및 기준을 더해 드릴십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간 상선에 적용될 LNG연료 기술은 연구개발이 진행돼왔지만,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및 오프쇼어 구조물에 LNG연료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측은 동 프로젝트를 위해 드릴십 컨셉 디자인과 2타입의 LNG 저장탱크, 가스연료공급장치에 대한 비교분석을 진행 중이다. ABS는 드릴십 디자인 및 기조 엔지니어링에 대한 리뷰를 진행했으며 LNG저장탱크 및 연료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리스크 분석을 끝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가 LNG연료 드릴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멕시코 걸프만에서 운영되는 드릴십 등 가스유전 설비의 연료를 LNG로 교체하기 위함이다. ABS 측은 “많은 북미 선주와 선사들은 ECA가 요구하는 강력한 유해가스 배출요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적 측면 외에도, 북미지역 셰일가스 개발로 LNG 가격이 안정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멕시코 걸프만 지역의 많은 해양구조물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사들은 LNG연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연구과정에 대해 “자동차의 컨셉트카(concept car)와 같이 상선 연료로 각광받는 LNG가 드릴십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라면서, “드릴십 등 해양구조물이 워낙 고가이고, 화재·폭발 등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ABS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7월 3일 일본 NYK로부터 5,100㎥급 LNG 벙커링선 2척을 약 1억달러에 수주했다. 이번에 동사가 수주한 선박은 LNG벙커링선으로 그간 특정 선박에 LNG를 공급하기 위해 소형 벙커링선이나 무동력 바지선이 운용된 경우는 있었으나, 범용 목적의 LNG 벙커링 선박이 발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추가 충전 없이 5,000㎥의 액화천연가스를 한번에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선으로, 각 2기의 추진기와 보조프로펠러를 통해 뛰어난 조종성과 접근능력을 갖춰 별도의 접안지원선 없이 해상에서 직접 LNG 공급이 가능하다.


저장 탱크로는 IMO의 독립형 압력식 LNG 탱크 2기를 탑재하며, 이중연료(LNG/MGObi-fuel) 사용으로 운항 효율도 극대화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LNG 연료추진선박과 LNG 벙커링선 시장은 차세대 그린십이자 LNG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며 “해운·조선 업종에 새 기회를 제공하게 될 LNG벙커링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범용 LNG벙커링선 수주에 성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기술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고기술 고부가가치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NG벙커링선 이용한 STS방식 확대 예상
“NYK의 LNG벙커링선 발주, 운영비 절감과 벙커링 사업 진출 의미”

특히 에너지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뉴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LNG연료선 발주가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선사인 NYK가 ‘LNG벙커링선’을 우리 조선사에 발주했다는 점은 단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로만 설명하기엔 모자르다는 의견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LNG연료선과 LNG벙커링 시설은 그간 ‘닭과 달걀’의 관계에 비유될 만큼 필요충분조건이자 선박등장과 벙커링인프라 구축 중 무엇이 먼저인가 논의됐던 문제”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NYK가 LNG벙커링선을 발주했다는 것은 NYK가 LNG연료선 확보는 물론 벙커링선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LNG연료선박과 벙커링 선박을 함께 운영해 운영비를 최소화하고, 벙커링 선박 운영으로 추가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항만에 주로 구축되는 LNG벙커링 시설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육상의 탱크로리나 탱크컨테이너에서 선박으로 LNG를 충전하는 방식인 TTS방식(Truck To Ship)과 LNG전용 터미널에서 전용 LNG설비(파이프)를 통해 연료를 주입하는 PTS방식(Pipeline To Ship)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TTS방식의 경우 1회 50~100㎥, PTS는 1회 100~1만㎥의 LNG공급이 가능하다.


한진중공업이 건조할 LNG벙커링선을 이용한 방식은 STS방식(Ship To Ship) 방식으로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으나 1회 200~1만㎥의 공급이 가능해 대용량 벙커링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LNG연료선의 규모가 커지면, LNG벙커링선을 이용한 STS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준비하면 ‘기회’ 그렇지 않으면 ‘도태’?
LNG연료선의 등장과 대형화는 해운업계는 물론 항만, 조선업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LNG연료선으로 교체 및 개조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LNG벙커링선 운영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항만업계도 LNG벙커링 인프라 확보를 통해 기항선을 늘려 항만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조선업계는 LNG연료선 건조와 함께 LNG연료 해양플랜트 개발, LNG벙커링선, LNG피더선 등 다양한 사업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과 DNV에 따르면, 2025년까지 STS방식과 PTS방식 수요가 50:50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LNG벙커링선은 물론 LNG벙커링용 피더선의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이미 1만~3만㎥ 화물창 규모의 LNG 피더선 발주가 나타나고 있는데, 소형 LNG 피더선은 약 1만㎥의 LNG를 적재해 중간 LNG터미널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이처럼 LNG연료선과 LNG벙커링은 해사산업계의 차세대 ‘신수종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유럽과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됐던 LNG연료선박은 당장 1~2년안에 글로벌 해운항로에 등장할 예정이며 그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사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LNG연료선의 등장은 분명 ‘기회’가 될 수도, 혹은 ‘부담’이 될 수도 있으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우리 해사업계와 정부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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