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크루즈 관광객 2배 급등, 인프라·정책은 ‘제자리 걸음’


관광객 전년대비 88.8% 급등, 소비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
인프라 부족 여전, 관련 법 제정 재차 연기

 

 
 

올 상반기 크루즈선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여객은 총 44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23만 8,000명에 비해 88.8%,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항만별로 살펴보면 제주항이 24만 5,000명으로 작년보다 101.8% 급등했고, 부산항은 12만 4,000명으로 65%, 인천항은 5만 1,000명으로 73%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크루즈 실적이 없는 광양항은 올 상반기 2만 7,000명이 들어왔다.
 

이처럼 급등하고 있는 크루즈 관광객의 소비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제주·부산·인천·여수항 등에서 크루즈 외국인 관광객 2,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인당 평균지출액은 662달러로 2012년 512달러에 비해 29.3% 증가했다. 언어권별로 살펴보면 중국어권 관광객이 912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어권 367달러, 영어권 163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은 2009년 125달러에서 2010년 350달러, 2011년 427달러로 매년 평균 100달러 이상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한국여행 중 1,000달러 이상 소비한 외국인은 15.6%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화장품·향수(52.6%), 건강식품(23%), 의류(19.6%), 김치(18.3%) 순으로 소비했다.
 

크루즈 여행 관광객 중 34.2%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 여행객의 한국방문 경험이 68.7%로 가장 높았고, 미국 26.3%, 캐나다 25.9%, 호수 24.4%, 중국 24% 순으로 한국을 재방문했다. 크루즈 여행 목적으로는 △편리하고 여유있는 휴양과 휴식 △크루즈 여행 자체의 독특한 경험 △기항지에서의 문화관광 체험 순으로 대답했다.

 

제주·부산·인천·여수, ‘버젓한 크루즈 부두 없다’
제주 내년 40~50회 크루즈 입항 선석부족으로 불가

그러나 이렇게 매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크루즈 관광객에 비해 우리 크루즈 산업의 현실은 초라한 수준이다. 수년전부터 제기됐던 크루즈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며, 크루즈 관광만의 소프트웨어 개발도 ‘제자리걸음’이다.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한 ‘크루즈산업 육성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프라이다. 제주, 부산, 인천, 광양, 여수항 등 국내 대표 기항지 어느곳에서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크루즈 부두가 없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기항하는 제주항의 경우, 제주항에 외항 8부두 크루즈 전용선석과 외항 서방파제에 예비선석이 마련돼 크루즈 선박이 입항되고 있지만 제주 기항 요청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등 항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제주외항의 전용선석과 예비선석의 당초 수용능력은 8만t급에 불과해 최근 10만급t 이상으로 대형화되는 크루즈 선박 수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제주에 입항하는 크루즈 선박 중 11만t급이 2척, 13만t급이 2척으로 전용선석의 수용능력을 사실상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시로 마련된 예비선석은 구조상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고 주차장까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인근에 대형버스 50대 이상을 수용할 주차장이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전용선석 부족으로 하루에 2~3차례 정박되는 날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올해 같은 날 크루즈 선박 2척이 정박한 날이 39일, 3척이 정박하는 날도 3일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가 최근 내년도 크루즈 선박 입항 일정을 조정한 결과, 입항 신청은 300회가 훌쩍 넘었지만 최대 270회까지만 입항이 가능해 40~50회 정도는 선석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로 인한 선사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부산항 크루즈 선사에 “굴뚝 접고 입항해 달라” 요청도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도 제대로 된 크루즈 분야에선 ‘낙제’ 수준이다. 현재 부산의 유일한 크루즈 터미널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국제크루즈터미널로 지난 2007년 건립됐다. 동 터미널은 선석 길이가 360만m에 불과해 최대 14만t 규모 크루즈까지만 접안이 가능한 수준. 이렇다 보니 최대 20만t급에 육박하는 초대형 크루즈선은 정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부산항 감만부두 등 컨테이너 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BPA가 2,243억원을 들여 내년 1월 북항재개발 지역에 건립하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크루즈 부두도 10만t급 규모에 불과한데다가, 부두 앞 부산항대교 때문에 선체 높이가 60m가 넘는 크루즈는 입항할 수 없다. 현재 부산항에 기항하고 있는 크루즈선 가운데 가장 큰 선박은 로얄캐러비안크루즈 소속 ‘보이저’호와 ‘마리너’호로 선체 높이가 63.5m에 달한다. 이들 크루즈 선박은 새로 건립되는 터미널에 입항이 불가능하다.


내년에는 부산항 입항 크루즈선 중 역대 최대규모인 16만t급 ‘퀀텀 오브 더 시즈’호의 입항이 예정돼 있다. 로열캐러비안크루즈의 동 선박은 총 16만 7,000t급으로 길이 348m, 높이 62.5m에 달하며 총 4,18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그러나 선체가 길고 높아 영도 크루즈 부두와 북항 여객터미널 모두 사용이 불가능하다. 궁여지책으로 BPA는 선사 측에 굴뚝을 접을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굴뚝을 접으면 선체 높이가 62.5m에서 58m로 낮아져 부산항대교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사의 수락으로 ‘퀀텀’호의 설계가 변경된 점은 다행이지만, 부산항을 위해 모든 크루즈 선사에 설계 변경을 요청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t급 ‘얼루어’호와 ‘오아시스’호는 굴뚝을 접어도 새 터미널 입항이 불가능하다.


인천 크루즈 전용부두 건설에 최소 ‘3년’
인천항 역시 크루즈 전용부두가 전무한 상태로 인천내항 및 북항 화물부두, 그리고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에 임시로 크루즈 부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크루즈 전용부두 확보를 위해 인천항은 2017년 개장을 목표로 국제여객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국비 1,400억원을 포함해 5,805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조성하는 동 부두는 8만t급 크루즈 2척이 접안 가능한 부두와 15만t급 크루즈 전용부두, 5만t급 카페리 부두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향후 3~4년간 전용부두 없이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며, 개장되더라도 15만t급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는 입항이 불가능하다.


여수항도 2012년 8만t급 크루즈 입항이 가능한 크루즈 전용부두를 개장했으나 대형 크루즈 선박은 광양항 화물부두를 통해 입항하고 있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은 내년 3월까지 현 8만t급 입항이 가능한 크루즈 전용부두를 15만t급까지 늘리는 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크루즈산업 육성법’은 1년째 국회 표류
인프라도 문제이지만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안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크루즈산업 육성법안’이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것. 동 법안은 올 4월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시됐지만, 세월호 사고로 인한 부담으로 연기됐으며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또 한번 연기됐다. 크루즈산업 육성법안은 2만톤 이상 크루즈 선박에 선상카지노를 허용하고 공공기관과 단체가 크루즈 사업자에게 국세 및 지방세 등을 감면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기항지 만족도·재방문 의향 전년대비 하락
관련 프로그램, 모항 육성계획 필요

관련법 제정 외에도 크루즈 관련 소프트웨어 육성도 절실한 시점이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의 경우, 크루즈 산업과 지역 관광산업의 조화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기항지로서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기항지별 전반적 만족도는 여수가 4.31점(5점 만점), 부산 4.21점, 제주 4.15점, 인천 3.95점으로 나타났다. 재방문 의향은 여수가 4.03점, 제주 3.84점, 인천 3.75점, 부산 3.67점이었으며, 한국 추천 의향은 여수 4.30점, 부산 4.18점, 제주 4.09점, 인천 4.02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평균 점수를 비교해보면 전반적인 만족도는 2011년 4.26점, 2012년 4.32점인데 비해 지난해는 4.16점으로 낮아졌으며, 재방문 의향도 2011년 3.76점, 2012년 3.87점에서 지난해는 3.78점으로 하락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전체적으로 만족도, 재방문 의향, 한국 추천 의향 등에 대한 평가가 다소 하락한 수준으로 크루즈 여행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 국내 크루즈 선사 관계자도 “여수의 경우 여수세계박람회장과 크루즈 정박지점이 매우 인접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박람회 개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인천은 서울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지만 인천 자체의 관광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이며, 부산도 해양도시로서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야만 꾸준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항지가 대부분 단순 기항지라는 점도 개선해야 할 방안이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 여행객의 국내 체류시간은 대부분 10시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5시간 이하가 36.8%로 가장 많았으며, 6~7시간은 25%, 8~9시간은 21.9%로 나타났다. 10시간 이상은 16%로 가장 적었다. 관광객 대부분의 한국체류 시간이 하루도 안되는 것으로, 크루즈 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 기항보다는 출발점이나 종착점이 되는 모항으로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 크루즈 의료관광 팸투어’ 성황, 차별화된 크루즈 관광 ‘주목’
최근 부산에서 진행된 ‘크루즈 의료관광 팸투어’는 크루즈 여행과 연관된 전문 관광 프로그램 육성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가 진행한 ‘크루즈 의료관광 팸투어’는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들을 의료관광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6월 11~14일 중국 선사 관계자 등을 초청해 이뤄졌다.


특히 드라마를 포함한 한류열풍과 맞물려 크루즈 의료관광은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부산지역의 많은 의료기관들이 참여할 뜻을 내비치고 있으며, 팸투어에 참가한 몇몇 중국 여행사들은 팸투어 현장에서 구체적 여행상품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시와 동 협의회는 올해 내로 ‘크루즈 의료관광 시범사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약 100여명의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산의 의료관광을 소개하는 선상 설명회와 함께, 부산지역 병원에서 간단한 시술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크루즈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 차별화된 관광상품 보유와 함께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부산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사업’ 추진
한편 해양수산부는 크루즈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주관 기관을 모집하고 있다. 총 3년간 1~2개 기관을 선정해 국내외 크루즈 업계 취업인력을 확대하고 크루즈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인천항만공사IPA를 중심으로 한 인천지역 기관이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PA와 인천재능대학교, 롯데관광개발이 7월 21일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사업 주관기관 신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 IPA 관계자는 “IPA와 롯데관광은 강사 확보와 크루즈 현장실습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의 업무를 주도하고 재능대는 전문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강의 진행 등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크루즈 산업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민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건설과 관련법 및 로드맵 제정·수립 등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현재의 크루즈 관광객 증가는 분명 우리 크루즈 산업의 ‘큰 기회’이다. 기회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민간 사업자들과 같이 정부·국회도 함께 속도를 내야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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