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벙커링 시설 고려 필요하다”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고, 정부와 부산항만공사는 선박급유기지 건립 등 계획을 수정해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세대 선박연료로 손꼽히는 LNG를 선박에 공급하는 LNG벙커링 시설이 부산에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싱가포르등 주변 항만이 LNG벙커링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하루빨리 LNG벙커링 시설을 구축하지 않으면 부산항이 2류항만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항이 추진하던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 사업이 끝내 무산됐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유류중계기지 건설 사업을 추진해 온 특수목적법인 부산마린앤오일과의 실시협약을 지난 6월 18일 해지했다. 사업 진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 실패가 사업 백지화의 원인이며, BPA는 향후 수정된 방향으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BPA는 지난 2011년 8월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 건설을 위해 부산마린앤오일측과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2012년 8월까지 2,900여원의 예산으로 부산항 신항 남측 준설토 투기장 6만 3,775㎡에 유류 23만㎘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 14기와 2개 선석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부산항을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리조선단지와 유류중계기지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2년전에 완공돼야 할 유류중계기지는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백지화됐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유류중계기지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류확보가 필수적인데, 유류를 구입할만한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업자측은 초기 운영자금이 대부분 유류 구입비용인 것을 고려해 유류를 공급하고 주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정유업체, 그리고 이를 운영할만한 글로벌 운영사들과 수차례 접촉했지만 결국 단 하나의 파트너도 찾지 못했다.

 

정부·BPA, 유류중계 기능 뺀 선박급유기지로 방향 선회
4년을 끌어온 부산항 유류중계기지 건립사업이 전면 취소될 위기에 놓였지만, 정부와 BPA는 조만간 사업계획을 수정해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류중계기지가 아닌 선박급유기지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울산항과 여수항이 동북아 오일허브로 육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항에 대규모 유류중계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다”면서, “저장과 중계기능은 인접한 울산과 여수가 수행하고, 부산항에는 급유(벙커링) 기능을 집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항만업계에서도 유류중계기지보다는 선박급유기지가 더 현실성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산항 활성화를 위해 유류중계나 선박급유는 항만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요 인프라이지만, 유류중계기지는 선박급유기지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사업성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항만 기항선박에 연료유를 공급하는 선박급유 시설은 유류중계기지에 비해 사업비가 저렴하며 고부가가치 항만구축을 위해 더욱 필수적인 요소로 분류된다. 부산항만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의 선박 연료유 가격이 싱가포르보다 5% 비싼 수준”이라면서, “영세한 급유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는 선박급유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부산항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등 동아시아 항만 LNG벙커링 시대 대비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항에 LNG벙커링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박급유기지와 함께 차세대 선박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LNG벙커링 시설을 갖춰 항만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LNG벙커링이란 LNG엔진을 탑재한 선박에 LNG연료를 충전하는 기술과 설비를 뜻한다. 2000년 세계 최초의 LNG연료 연안여객선이 노르웨이에서 건조된 이후, 환경친화적이고 저렴한 LNG연료는 차세대 선박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는 물론 해외 조선업계에서 LNG연료 상선을 건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LNG연료 컨테이너 선박이 최초로 등장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들도 LNG벙커링과 관련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유럽에는 7개 항만이 LNG벙커링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20개 항만이 순차적으로 LNG벙커링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싱가포르 주롱섬에 LNG터미널을 완공해 벙커링을 시작했으며, 홍콩도 2015년까지 해양배기가스 배출규제지역(ECA, Emission Control Area)을 선포해 홍콩항을 LNG벙커링 기지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양쯔강에 LNG벙커링 스테이션을 올 8월에 가동하고, 향후 우한, 난징, 상해 지역에 4~5개의 벙커링 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 항만당국과 항만업계는 아직까지 LNG벙커링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LNG 관련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항만들이 LNG벙커링에 큰 관심을 갖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항만은 국제항만협회IAPH LNG분과에 가입도 안돼있는 상태”라며, “내년에 LNG연료 컨테이너선박이 등장하는 등 LNG추진선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있다간 부산항 등 우리 항만이 2류항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LNG벙커링협 부산중심 동남권, 평택중심 서남권 LNG벙커링 기본계획 수립
“부산항 LNG벙커링 수요 5년내 10만톤 이상 달할 것”

항만업계와는 달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업계와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11년 ‘LNG벙커링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내 항만에 LNG벙커링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 협의체는 특히 △인천, 평택항을 근간으로 하는 서해권 LNG벙커링 기본계획과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동남권 LNG벙커링 기본계획을 세우고,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 2015년부터 LNG벙커링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DNV GL이 수행한 ‘LNG벙커링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따르면, 부산신항은 상선과 컨테이너선, 부산북항은 페리선, 인천항은 한중페리선, 평택항은 상선 위주로 LNG벙커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5년 기준으로 세계 LNG벙커링 수요는 5,000만~1억톤이며 LNG벙커링 관련 설비시장규모는 6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부산항 전체의 LNG벙커링 수요는 세계적인 LNG연료선 발주추세를 고려해 2020년 22만~87만톤, 2025년 164~373만톤, 2035년은 1,085만~1,488만톤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LNG벙커링협의체 관계자는 “연구분석 결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LNG벙커링 수요가 향후 5년내 최소 10만톤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부산항에 LNG벙커링 시설 구축은 제주를 포함한 동남권 지역의 에너지 수송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동 협의체는 올 4월부터 ‘LNG지원방안 개발방안’ 연구용역을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 동 용역의 주요 과제는 △LNG벙커링 시설 개발여건 △해외 LNG벙커링 지원항만 개발사례 △LNG벙커링 시설 구축 여건 분석 △LNG벙커링 수요 및 시설 소요 전망 △LNG벙커링 관련시설 및 개발 입지검토 △LNG벙커링 지원항만개발 경제성 검토 등이다. 나아가 2015년 LNG벙커링 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민간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LNG연료선과 LNG벙커링 시설은 서로 뗄레야 뗄수 없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LNG연료선의 개념이 출현하기 시작한 후부터 ‘선박 출현이 먼저냐, 벙커링 시설이 먼저냐’의 논의는 계속 진행돼왔고, 글로벌 해운조선업계와 항만업계는 이미 LNG연료선·벙커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LNG연료선박은 총 48척, 건조예정 선박은 53척에 이른다. 유럽과 북미 항만, 싱가포르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항만도 LNG벙커링 시설을 기구축했거나 건설 중이다.
 

부산항을 동북아 중심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최고수준의 물류기능과 함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유류중계기지 설립은 이제 백지화됐고, 정부와 BPA는 계획을 수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박 연료가 벙커유에서 LNG로 대체되고 있고 친환경항만(Green Port)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선박급유기지와 함께 LNG벙커링 시설 구축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에 정부와 관련 업계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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