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사실상의 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가 해상수송되는 세계 5위의 해운국, 대한민국에서 40여년 살고 있으면서 은행에서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선박금융을 담당하기 전까지, 아니 이번 연수를 수강하기 전까지는 해운의 중요성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연수를 통해 해운업과 선박금융을 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그리고 나머지 1면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는- 사실상의 섬나라이며, 수출입 화물의 99.7%가 해상으로 수송되고 있는 세계 5위의 해운국, 대한민국.
이 대한민국에서 40년이 넘게 살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은행에서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선박금융을 담당하기 전까지, 아니 이번 연수를 수강하기 전까지는 해운의 중요성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이전까지 내게 선박금융은, 은행에서 취급하는 여러 분야의 금융 중 하나에 불과했었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해운업과 선박금융을 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100여 시간의 강의와 견학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자세하게 배울 수는 없었지만, 내게는 조선-해운-금융의 세가지 관점에서 선박금융에 대한 중요한 개념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4년 5월 20일, 2014-1기 해양수산부 선박금융과정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성균관대학교 박명섭 교수님의 특강시간에는 ‘해운(海運)’에서 책받침(運) 부수를 제하고 나면 해군(海軍)이 된다‘라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선박금융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제4의 군(軍)이며 제2의 해군(Merchant Navy)’인 해운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같은 날 오후에 있었던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학장님의 선박금융개관 강의에서는 세계 1위의 조선국이며, 세계 5위 해운국의 위상에 비해 너무도 미약한 우리나라 선박금융의 현실을 짚어볼 수 있었다. 우리의 선박금융 자산규모가 중국의 1/3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게 되면서, 선박금융 담당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5월 23일의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견학은, 조선소 관계자분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속에서만 보아왔던 선박건조 공정을 하나하나 직접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건조 중인 대부분의 선박들이 해외 선주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후 7월 3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강사진의 강의를 들으며, 실무를 진행하면서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궁금증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분들께서 훌륭한 강의를 해주셨지만, 특히 ‘선박의 취득과 처분’ 강의를 해주신 한국해운항만물류연구원 오학균 원장님, ‘선박용선론’ 강의를 해주신 한진해운의 김철희 부장님, ‘파생상품이해’와 ‘환위험관리’ 강의를 해주신 이성돈 본부장님, ‘선박금융계약’과 ‘선박금융 관련 법’ 강의를 해주신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 변호사님, 그리고 조별과제 작성과 발표까지 시키시며 ‘국제대출과 현금흐름 분석의 이해’와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대출’ 강의를 통해 실무에 즉시 적용 가능한 대출기법을 전수해주신 산업은행 현용석 팀장님의 강의는 정말 기억에 남는 명품 강의였던 것 같다.

 
 
7월 8일, 2개월간의 연수과정을 마무리하며 출발했던 3박 4일 간의 해외견학에서도 많은 추억이 있었다. 총톤수 3만톤의 여객선 브리지(선교)에서 바라본 인천항의 갑문이 열리는 광경은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고, 일반인 자격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선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견학을 했기에 더욱 특별했었다. 저녁식사후 자유시간 동안 인천 앞바다의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았던 서해 일몰의 아름다움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상해에서는 계속하여 성장하는 중국해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해운물류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한 건물에서 제공하는 ‘상해항운교역유한공사’를 견학하며, 중국이 얼마나 자국 해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직원들이 앉아 있는 자리마다 설치된 민원인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별이 표시된 전광판이,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동해대교를 건너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산항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처한 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상해에서 방문했던 상해항운교역유한공사의 해운관계자에게서 느껴졌던 중국해운에 대한 자신감과 우월감이 부러웠던 만큼, 우리도 어서 우리의 해운산업과 선박금융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비행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속에 간절해지고 있었다.

연수를 마치고, ‘이번 연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라는 자문을 해본다. 짧은 두달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음을 느끼며, 연수를 위하여 애써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선박금융 발전을 위해 작은 노력을 함께할 것을 다짐해 본다. 우리 모두의 작은 힘들이 모일 때, 한국의 해운산업과 선박금융은 분명 세계가 부러워하는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수를 위해 애써주시고 조선소와 해외견학을 인솔해주신 한국해양대학교의 이기환 학장님, 한국해사문제연구소의 김해두, 원경주 이사님과 한국금융연수원의 손태훈 과장님 등 관계자 여러분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부족한 글솜씨로 수강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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