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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글로벌선박금융교육 연수 후기(2)
[491호] 2014년 07월 28일 (월) 14:09:30 조지윤 한진해운 경영기획팀 차장 komares@chol.com

"선사에서 근무하기에 선박의 건조현장에 대한 동영상들은 제법 보았지만, 직접 커다란 선박들이 블록화되어 조립되는 과정을 보니 선박이라는 자산이 얼마나 거대하고 공이 들어가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현장학습을 병행하는 방식은 정말 바람직한 것이라..."

   
조지윤
한진해운 경영기획팀 차장
하늘과 바다가 만난 경계선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소금기 가득한 습한 바람과 희끄무레한 안개 속. 승선체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천에서 청도로 가는 배에서 보낸 바로 그 순간이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 해운이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을 하는 국민 정서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지, 배를 타고 청도로 가는 기분이 남달랐던 것 같다.

배가 실제로는 안전에 대해 얼마나 철저한 관리를 하는지 회사의 안전교육을 통해 알던 나로써는 세월호 사건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실제로 해운은 국민 경제의 기여나 물자의 교류 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데도, 세월호 사건으로 해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편협해져 버린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날 밤, 배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어두컴컴한 바다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다 보니, 직장 1년차에 선박이 뭔지도 모르고 입사했던 때부터 해운의 장기 불황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최근까지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5월 말 부터 7월 초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100시간으로 이루어진 강의실 수업은 조선/해운 산업의 동향부터 선박금융 전반, 용선에 대한 이해, 선박금융법 및 펀드 사례, 보험과 법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상해 항운교역소 질의 응답
한 자리에 모아 놓으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경험 있고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매 시간마다 알차게 준비한 수업으로 수강생들을 열의 있게 지도해 주셨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씩 경험하신 일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통해 지식도 지식이지만, 나도 나중에 꼭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해운과 선박금융에 대해 이런 전문화된 과정을 어디 가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과정이었다.

   
상해 항운교역소
또 2번의 현장 체험이 과정 중간에 1번, 과정을 마무리 한 뒤 1번으로 구성된다. 과정 중간에 진행되는 조선소 견학은 대우조선해양의 선박건조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나는 선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선박의 건조 현장에 대한 동영상들은 제법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커다란 선박들이 블록화되어 조립되는 과정을 보니 선박이라는 자산이 얼마나 거대하고 공이 들어가는지를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상해로의 견학은 사실 이 과정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다. 컨테이너의 각종 운임지수를 만들어 내는 상해 항운 교역소 방문 및 양산항 터미널 방문은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터미널 안에 직접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외부에서 터미널 전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터미널을 직접 볼 기회가 많았던 나로써는 돌산을 깎아 만들고 선석이 16개나 된다는 양산항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러나 수업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현장 학습을 병행하는 방식은 정말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사람들과의 교류인 것 같다. 금융권에 있는 분들을 업무적으로만 만나 긴장하고 있었던 나였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참으로 자기 인생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인생의 선배들이며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라는 것이었다. 두 달여 동안 함께 수업 들었던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을 통해 배울 점이 참으로 많았다. 다시 한 번 내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과정을 마치고 말하고 싶은 점은 많지만, 크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은 2가지이다.

첫째, 이 과정은 나에게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성과 목적 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타가 되었다. 해운 회사에 입사하여 경력으로는 14년차. 회사 경력이야 상대적인 것이라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겠지만, 영업 및 기획팀에서의 업무들은 나에게 해운을 수치(數値)로 각인시켰다. 회사의 목적이야 당연히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뛰는 분들과 달리 나에게도 해운은 선박별 손익계산서, 투자에 대한 수익율, 비용절감과 늘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2009년 이후 깊어진 해운 불황으로 현실은 숫자를 더 가혹하게 만들었기에 해운의 중장기 비전에 대한 의혹, 수익성 하락, 자금 조달…모든 것이 다 수치였다. 그런데 바로 이 날, 우습게도 상선도 아닌 여객선에서 나는 현장에서 땀 흘리고 일하는 해운의 모습을 느낀 것이다. 입사 일년 차에 별 감흥 없이 느꼈던 승선체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선박의 투자 의사 결정, 전략적 방향성, 수익 창출 방안.. 이 모든 것이 잘못 진행되면 현장에서 흘리는 이런 땀과 노력이 모두 헛것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내가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한 중요성을 잊고 의미 없이 느꼈던 순간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체험이라는 것은 백마디 말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교육 과정에서 직접 선박 건조를 보여주고, 선박에 타 보는 것….개인마다 느끼는 체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위동항운 브릿지 견학
둘째, 이 과정은 해운을 내부 뷰가 아닌 외부의 뷰로 객관화해서 보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교육 과정 자체가 선박금융이다 보니 해운 실무를 오래 하신 선배님들부터 해양대학의 교수님들, 각 금융권에서 오신 훌륭한 강사분들과 현업에 계신 실력 있는 분들이 두 달여 동안 함께 하였다. 그 과정에서 해운업에 종사하는 분이 아닌 금융 전문가들과 외부의 냉정한 시각으로 현재 한국 해운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이 알면서도 당길 수 있는 레버가 없는 상황에서는 안타까움도 크다. 에코선박에 대한 필요성이 불황에서도 투자를 유발하고, 이런 필수 투자가 없으면 다시 수익성에서 경쟁할 수 없게 되어, 시장의 경쟁에서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지금 해운에서의 원가 경쟁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단적으로 컨테이너 시장에서 운임은 십오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유가나 고정비는 계속 상승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내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선박의 대형화를 통한 단위당 단가 하락, 연료를 덜 소모하는 경제 선형에의 투자, 향후 유발될 추가 비용을 미리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선박에의 투자이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알지만 장기 불황으로 약해진 재무적인 체력으로 당장 긴급 수혈 받기에도 급급한데 방탄복을 살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거리는 이미 신규 무기로 장착한 경쟁사들이 선전포고를 하고 치열한 전초전을 펼치고 있다. 알면서도 자체적으로 할 수가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외부의 시장상황에만 돌린다면, 아무런 발전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장기 불황에서 파생된 수익성 하락이 현재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전략적 방향성 및 조직의 운영, 투자 및 수익성 개선 방안 등 내부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검증과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 불황의 늪이라는 동일한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선사는 꼭 존재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결과를 가져온 과거의 잘못된 의사결정 중 개선이 가능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고쳐 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외부 시각에서 해운에 대해 지적해 준 냉정한 비판들은 들었을 때 가슴을 후벼 파는 비수처럼 따끔했지만, 꼭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 여겨졌다. 어떤 거래든 경제 논리를 빼고 말할 수는 없다. 선박 금융의 지원을 요구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수익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부분이지만, 적어도 그러기 위해서 해운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선박은 선사에게 있어 최초이자 최후의 자산이다. 이런 중요 자산을 건조하기 위한 자금의 80%가 금융을 통한 대출이니, 해운사에게 있어 선박 금융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해운과 선박의 연결고리인 이 선박금융 과정을 기획하고 이끌어주신 여러분들-단장님 이기환 교수님부터 해사문제 연구소의 김해두, 원경주 이사님, 금융연수원의 손태훈 과장님-께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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