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SB는 파산 가능성 ‘명암’ 엇갈려

기나긴 불황을 겪었던 우리 중소조선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2008년말부터 시작된 장기간의 불황 여파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조선사가 있는 반면, 자구책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조선사도 있다. 파산 위기 등 고초를 겪었던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한진중공업 등은 지난해 중순 이후로 수주에 성공하며 정상화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대한조선은 법정관리 진행 중으로 경영정상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파산위기에 내몰린 신아SB(구, SLS조선)는 ‘벼랑 끝’ 신세이다.

 

 
 

중소조선사들이 그간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방책은 ‘시리즈선 수주’와 ‘포트폴리오 다변화’이다. 세계 해양을 누비는 선박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이들 선박을 모두 건조하는 것은 중소조선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종이 다양하면 그만큼 기자재 구입과 건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선박 연속건조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기자재 대량 구매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몇몇 조선소들은 한마디로 시장에서 ‘핫(hot)’한 선박을 위주로 수주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미포, SPP조선 - MR탱커 등 제품선 시리즈 수주로 ‘활기’
현대미포조선은 시리즈선 수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조선사이다. 올 상반기 14억 4,000만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한 동사는 MR탱커로 대표되는 석유제품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만 18척의 석유제품선을 수주한 동사는 이외에도 12척의 가스선을 수주해 이미 올해 수주목표의 41%인 35억불을 달성했다. 또한 신규 수주분 외에도 256척의 수주잔량의 70%가 동형선인 석유제품선으로, 시리즈선 연속 건조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SPP조선도 시리즈선 수주로 인한 효과를 보고 있다. SPP조선은 현재까지 옵션분을 포함해 총 16척의 석유제품선 및 MR탱커를 수주했다. SPP조선 관계자는 “SPP조선이 강점을 갖고 있는 중형 탱커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면서, “자금난을 겪는 조선사의 경우 시리즈선 수주는 건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올해도 MR탱커와 LR1탱커 수주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동조선, 대선조선 - 주력선종 시리즈 수주와 선종 다변화로 체력 키워
반면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은 시리즈선 수주와 더불어 선종다변화로 수주의 폭을 넓히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특히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기존 주력선종의 꾸준한 수주와 함께 제품선과 탱커선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올해 수주실적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성동조선은 현재까지 33척, 1조 8,000억원의 수주계약을 성공시켰다. 동사의 주력선종은 중대형급 벌크선과 중형급 컨선으로 올해 동사는 벌크선만 18척을 수주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중형 탱커선의 수주량도 급등하고 있다. 올 5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15만 8,000톤급 원유운반선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했으며, 8월 14일에는 아시아 선사로부터 7만 4,500톤급 LR1탱커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성동조선 측은 “올해 수주분 중 전략 영업선종의 비율이 72%에 달하며, 지난해부터 같은 선형의 선박을 반복적으로 건조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조선도 친환경 화학제품선 시리즈 수주와 함께 선종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올해 친환경 화학제품선을 8척, 참치선망선 2척 등 총 10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기존 주력선종인 화학제품선과 소형 컨선과 더불어 참치선망선 등 새로운 선종을 수주한 동사는 주력선종의 폭을 넓히며 안정적인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동사는 가스선 시장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대선조선에 따르면, 중소형 가스선 시장 진출을 위해 소형선 위주로 영업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며 수주선종의 규모도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진重 - 영도/수빅야드 이원화 전략, LNG벙커링선 등 고부가가치선 개발 총력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영도조선소의 수주 재개로 영도와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업무 양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주를 재개하며 부활을 알렸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올 7월 상선 건조를 재개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동사는 영도조선소는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특수목적선 생산에 주력하고, 수빅조선소는 넓은 야드를 바탕으로 해양조선 부문의 핵심 사업장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2013년 벌크선 11척을 포함해 총 15척의 선박을 수주한 영도조선소는 올해도 총 2억 2,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NYK로부터 수주한 LNG벙커링선은 세계에서 최초로 발주된 선종으로 주목받았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LNG벙커링선 시장은 차세대 블루오션”이라면서, “해운·조선 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평가되는 LNG벙커링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LNG벙커링선 수주에 성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고기술·고부가가치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조선 - 법정관리 중에도 채권단 4,300억원 지원 “회생 확신”
한편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한조선은 올 7월 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의 회생절차 개시로 부도의 위험을 넘겼다. 법원에 따르면, 이번 회생절차는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으로 진행되며, 1차 관계인 집회는 9월 5일 열릴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조선은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4,3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았다. 채권단이 법정관리 기업에 대규모 여신을 지원한 것과 이를 법원이 허가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7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조선에 4,300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안건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운용자금 640억원, 수입신용장(LC) 대금 460억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3,200억원 등을 지원하게 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도록 허가한 첫 사례”라며 “채권단이 기업이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조선은 이 지원을 통해 주요 협력업체와 거래했던 상거래채권을 모두 변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기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조선은 현재 30여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인도 선주로부터 21만dwt급 벌크선 2척을 수주하는 등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아SB - 자본잠식규모 1조원 넘어.. “파산 가능성 높다”
반면 자본잠식 규모가 큰 신아SB의 상황은 ‘풍전등화’이다. 7월 14일 관계인 집회에서 창원지방법원이 8월 29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을 통보했지만 결국 파산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아SB는 1946년 설립돼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국내 대표 중소조선사 중 하나였다. 2005년 SLS그룹에 인수된 후, 2009년 모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2011년 신아SB로 사명을 변경해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고,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거부하는 등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신아SB의 파산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동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파산후 공장부지 등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이유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호황기였던 2008년에는 순이익이 1,0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지만, SLS그룹 해체와 함께 악재가 겹치며 현 사태까지 오게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부가 조선·해양플랜트 업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13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조선해양플랜트산업 현안점검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산업 지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 과장 등이 정부대표로 참석했으며, 업계에서는 김외현 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이병모 대한조선 사장, 최성문 한진중공업 사장 등이 참여했다. 또한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남기섭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관련업계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동 간담회에서 우선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사업에 투입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조만간 발주하고 국산 핵심 기자재가 탑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석유공사는 동해 가스전 8광구에 있는 폐시추공을 국내 시추선 제조사들이 시험평가시설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선박금융의 원활한 공급을 약속했고, 해양수산부는 여객선과 어선 등 노후 연안 선박의 현대화 사업을 확대해 중소 조선사들에 일감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설계엔지니어링, 고급용접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에 공동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업계에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는 늘 있어왔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미미했다”면서, “기존에 나왔던 대책만 반복하기 보단 업계가 피부로 느낄만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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