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운영사 경영난 신항에도 이어질 수 있다”

 부산 북항을 되살릴 목적으로 추진됐던 ‘운영사 통합’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 운영사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도 안돼 초기 자본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고 희망퇴직자도 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통합 자체가 아닌 통합 과정에서의 ‘판단미스’라는 것. 서둘러 통합을 진행한 탓에 운영 및 재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운영사 수 조절을 통한 부산항 경쟁력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제대로 된 분석과 계획 없이는 앞으로 추가 개장될 신항에도 북항의 문제가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동량 급감과 운영사 경영난으로 이중고를 겪었던 부산 북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생존모델’로 추진된 감만부두 통합운영사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한 통합운영사(이하, 통합사)의 초기 자본금은 출범 7개월만에 바닥을 드러냈으며, 추가 자본금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물량급감, 낮은 하역요율은 예상됐던 ‘常數’, “통합사 경영난 원인은 미흡한 준비과정”
부산 북항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통합사가 출범 초기부터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물동량 부족’이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총 917만 5,000teu로 전년 동기대비 4.2% 늘어났다. 그러나 북항에서 처리된 물동량은 319만teu로 전년 동기대비 6.7% 감소했다. 또한 신항과 북항의 물동량 처리비율은 지난해 62:38에서, 올 상반기에는 65:35로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통합사가 운영하고 있는 감만부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 감만부두에서 처리된 물량은 58만 4,000teu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2.1%나 급감한 것. 감만부두는 올해 목표치를 당초 145만teu로 설정했지만 2차례 하향조정한 끝에 100만teu 이하로 낮췄다.


물량 감소와 더불어 수준 이상으로 떨어진 하역요율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가 ‘하역요금 인가제’를 9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최소 teu당 6만원선까지 인상돼야 최소한의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상황에서 현 teu당 4만원선의 하역요율은 운영사의 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북항 관계자는 “하역요율은 절망적이다. 인가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당장 4만원대의 요율을 6만원으로 올릴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합사 출범과정에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경영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영사 3곳이 인력 감축이나 임금 삭감 등 통합 전 비용절감을 위한 작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급하게 통합작업을 서둘렀다는 것. 한 북항 운영사 관계자는 “북항에서의 물량 감소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통합사의 경영난이 북항 물량감소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라며, “물량감소와 낮은 하역요율로 인한 경영난 타개의 방책으로 통합사가 출범했는데, 그러한 통합사가 물량감소와 하역요율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미미한 통합 효과”라고 지적했다.

 

감만 통합사 자본금 258억 바닥 금융권 대출 추진, 희망퇴직 접수 중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통합한 감만 통합사는 현재 자본금 258억원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금융권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인력규모도 최초 약 530명이었으나, 올 6월부터 50명의 인원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통합 1년도 안된 시점에 인원을 감축하고 금융권에 손을 벌릴 정도로 경영난이 악화됐다는 점은 통합 이전에 면밀히 검토됐어야 할 운영·재정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북항 관계자는 “통합사는 다른 운영사에 비해 임대료 감면과 부두운영비용 지원 등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지원받은 인센티브로 희망퇴직금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했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자체는 문제 아니다. 운영사 수 조절은 공감”
전문가들은 부산 북항의 상황에서 통합운영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부산 북항 운영사들은 총 4개로 지난해 12월 감만 운영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 등 3개사가 통합했고, 올 1월에는 신선대부두(CJ대한통운)와 우암부두UTC의 통합으로 북항운영사가 총 6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다. 신항 운영사 5곳과 합치면 총 9개에 달하는 운영사가 좀처럼 늘지 않는 물동량을 나눠 처리하다 보니 결국은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말 내놓은 ‘컨테이너 하역시장 경쟁구도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항만들이 대부분 10개 이내의 운영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운영사당 부두운영 규모도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부두를 관리·운영하는 운영사 수를 가급적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다. 반면 부산항의 경우, 2001년 총 운영사 수는 8개에서 2012년 11개사까지 증가했으나,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 우암부두가 통합되면서 총 9개 운영사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운영사당 처리 규모이다. 세계 1위의 상하이항은 6개 운영사가 45개 선석, 총 1만 2,746m의 선석길이를 운영하고 있어 운영사당 선석길이는 2,168m에 달한다. 2위 싱가포르 항은 2개 운영사가 59개 선석을 운영해 운영사당 8,650m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부산항의 운영사당 선석길이는 북항운영사 통합으로 1,391m로 나타났지만 경쟁 항만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의 경제’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산항 운영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운영사수 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KMI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항 운영사들은 부산항의 적정 운영사 개수를 5~6개로 응답했다. 현재 북항과 신항을 합쳐 9개인 부두운영사 수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KMI 최상희 항만물류기술연구 실장은 “북항의 기능 재정립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북항 감만, 신감만, 신선대부두의 통합과 함께 자성대, 우암부두 등은 신해양산업 중심으로 육성하는 등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통합 법인 관계자는 “운영사 통합은 부산 북항 운영사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통합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항 뿐 아니라 부산항 전체적으로 운영사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운영사 관계자도 “통합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정부 주도로 이뤄진 통합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항의 물량 감소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은 이미 북항운영사들도 다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항에는 이제 최소한의 운영사만 남겨둬야 하고, 물량이 늘어나는 신항의 장기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항 쏠림현상 가속화, 향후 북항 기능은?
“컨물류 기능 최소화, 해양 연관산업 유치로 기능 전환 필요”
이에 대해 정부는 부산항의 북항과 신항의 기능을 구분에 특성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신항은 글로벌 선사의 초대형 컨선을 위주로 하는 허브 항만으로, 북항은 아시아 권역 내 연근해 선사의 피더항만으로 구분해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산항대교를 기준으로 바깥쪽에 입지한 신선대, 감만, 신감만 부두의 경우 컨테이너 부두로의 사용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신선대부두와 감만 통합부두, 신감만부두는 향후 20년간 컨 부두로서 사용가치가 있다”면서, “북항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자성대부두와 우암부두가 기능전환되기 때문에 연간 5~700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부두능력이 필요하다. 신선대·감만·신감만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전문가들은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기능을 신항으로 완전히 넘기는게 향후 부산항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맞지만, 신항 추가 개발시기에 맞춰 북항을 일반부두나 친수 공간 등 해양클러스터의 요충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한 연구자는 “단기적으로는 물류기능을 유지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반부두로 전환하거나 북항재개발의 친수공간과 어울리는 다른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계획한 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자성대부두는 북항재개발 2단계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2020년으로 예정된 자성대부두 재개발사업은 아직까지 어떤 기능으로 개발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안으로는 해양경제특구 지정과 함께 상업·업무시설이나 친수공간으로 재개발되거나 다목적부두, 크루즈부두, 수리단지 조성 등이 검토되고 있다.


부산시는 해양경제특구 추진에 적극적이다. 이미 시범구역으로 지정된 우암부두는 물론 자성대까지 해양경제특구로 묶어 해양플랜트 모듈 제조업체 등을 유치해 연관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자성대부두 바로 옆이 시민친수공간으로 재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에 조화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두 통합으로 유휴화된 감만부두와 우암부두 활용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BPA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우암부두 활용방안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도출됐다. 해양플랜트 및 선박 수리공간으로의 활용여부와 벌크 및 잡화부두로의 기능전환 등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예상된다.

BPA는 일반화물과 벌크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체부두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대체 크루즈 선석 등으로의 활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산항 관계자는 “자성대는 대통령이 직접 재개발을 서두를 것을 언급한 만큼 2020년 이전에 개발하고, 물류기능이 남아있는 신선대, 감만·신감만 등은 운영사 통합을 통해 안정적인 컨테이너 물류 시설로 유지돼야 하는게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항 물류기능 유지 전제조건은 운영사 최소화”
결국 컨테이너 물류 기능은 신항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북항은 최소한의 물류기능만을 유지한 채 재개발 등을 통한 연관산업 유치로 가야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전제조건은 북항 운영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통합 이후 4개 운영사 체제인 현 시점에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 감소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북항에는 단일 운영사 체제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북항 관계자는 “통폐합 과정을 거쳐 1~2개 운영사만 존속시킨다면 통합 대상 운영사나 사업을 접는 운영사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북항에선 장사가 안된다는 것은 운영사들 모두 아는 사실이며, 운영사들은 새로 개장될 신항 운영권에 대한 우선 순위 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항 운영사, 신항 운영권에 기존 운영사 배려 필요 주장, “GTO 유치와 함께 북항 운영사
컨소시엄이 현실적”
그간 북항 컨부두 운영사들은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선석 과잉공급과 운영사 난립이 현재의 운영사 경영난을 조장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하역능력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해 컨 부두를 건설하는 바람에 선석이 과잉공급됐고, 기존 운영사를 배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신항 운영사들이 선정돼 북항 운영사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칭하역능력과 실제 하역능력의 괴리는 상당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만당국이 비현실적인 수치를 적용해 선석을 과잉공급했고, 신항 운영사 선정에 있어서도 북항 운영사들을 배제한 채 새 운영사들에게 운영권을 줘 과당경쟁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신항 남컨테이너 터미널 2-4단계 3개 선석과, 서컨 2-5단계 2개 선석, 2-6선석 3개 선석이 추가로 개장될 예정이다. 신항의 물량쏠림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들 운영권 확보를 위한 운영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BPA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항만연구자는 “북항 운영사들이 신항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면서도, “선석마다 다른 운영사를 선정한다면 지금 북항 운영사 경영난의 폐혜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자도 “운영사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운영사를 선정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운영사GTO 유치와 함께 국내 운영사 및 북항 운영사간 컨소시엄 등을 독려해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내 항만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항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통합사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큰 그림의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는 정부와 관련업계간 이견이 없다. 줄어드는 물량 탓만으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북항 통합사 및 북항 운영사의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단기 방안과 함께 향후 북항재개발과 부산신항 시대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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