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및 네트워크 부족 한계…국내 물류기업 진출 가능성은?
유럽계 포워더 독식시장, 우주해운항공·CJ대한통운 등 출사표

UN 조달물류시장이 생소하지만 유망한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은 2012년 기준 153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럽과 미국계 포워더들이 물류 수주를 독식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중소 포워더인 우주해운항공이 국내 기업 최초로 시장진입에 성공했으며, 정부의 글로벌 조달 선도 육성기업에 CJ대한통운 등 4곳의 물류기업이 선정되면서 국내 물류업체들이 하나둘씩 UN 조달물류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

UN 조달물류시장은 UN본부와 약 40여개 산하기구에서 발주하는 조달물품의 운송 서비스 시장이다. UN은 인도적 지원, 평화유지 및 기술협력 등 각 기구별 다양한 업무수행을 위해 매년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물품 및 서비스를 조달받고 있다. UN의 주요 조달기관으로는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조달본부UNPD,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급UNICEF 등이 있다.

KOTRA에 따르면, UN 조달시장 규모는 2011년 143억달러에서 2012년 153억달러로 전년대비 7.6% 증가했으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UNPD는 2012년 28억 7,200만달러 규모이며 UNPD의 조달물류시장은 약 6.5%를 차지하는 1억 8,700만달러이다.

UN 조달시장이 매년 확대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진출 실적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UN 조달시장 실적은 5,270만달러로 전체 0.34%의 점유율에 그쳤다. UN 조달시장의 최대 공급자는 미국으로 2012년 기준 15억 달러(9.7%)의 실적을 올렸고, 인도 8억 7,500만달러(5.7%), 아프가니스탄 6억 9,200만달러(4.5%), 스위스 6억 1,100만달러(4.0%) 순으로 공급실적이 많았다.

 
 
UN 조달물류, 벤더등록 필수·삼국 간 운송 주축
UN 조달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려는 물류기업들의 개척시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UN 조달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 강화, 평화유지군 파병과 관련한 긴급구호품 수송, 개발도상국에 대한 협력지원 움직임 등으로 국내 기업이 UN 조달물류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다.

UN은 국제입찰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공급물품과 시설장비 운송을 위한 물류가 발생되는 블루오션 시장이자 자유경쟁 입찰시장이다. 진입은 어렵지만 한 번 들어가면 장기간 안정적인 서비스와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UN 조달물류는 전 세계 다양한 루트에서 UN의 화물을 선적하고 운송, 보관, 통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국 간 운송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주로 전쟁·분쟁지역, 자연재해지역, 특정 정치적 임무지역, 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오지지역 등이 해당된다. 지역 특성상 운송루트가 잘 개발되어 있지 않거나 험로인 경우 많아 물품 도난이나 파손 등 안전문제가 뒤따른다.

UN 입찰참여를 위해서는 벤더 등록이 필수적이다. UN 조달기관에서 운송 루트, 서비스 형태, 특이사항 등의 입찰정보를 제공하면, 벤더로 등록된 업체들은 제시된 조건에 맞는 의향서와 견적서를 기한에 맞춰 제출해야 한다.

입찰 방식은 주로 ITB(Invitation to Bid, 입찰초대),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서 요청), RFQ(Request for Quotation, 견적서 요청) 3가지로 나뉜다. 3만달러 이하 입찰(RFG)은 제출된 견적서 중 일반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출한 3개 기업을 조달관이 직접 선별하고 3만달러 이상~10만달러 이하 입찰(RFP, ITB)은 사전 선정된 공급업체 중(개도국) 제한경쟁입찰을 실시해 선별한다. 10만달러 이상은 국제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UN 조달물류시장은 시장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미국과 유럽계 대형 포워더가 UN 조달물류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 물류기업이 경쟁해서 입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입찰이 빈번히 일어나는 아프리카 지역은 유럽의 식민통치 영향으로 유럽계 포워더가 현지에 진출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UN 벤더 등록업체 수는 총 107개 업체이며 이중 물류업체는 아시아나항공, 범한판토스, 우주해운항공, 삼영익스프레스, 유니버설해운항공, US컴로지스틱스 등 6개사 등이 있다.

국내 물류기업, 정보 및 네트워크 부족 한계
UN 조달물류 벤더로 등록된 각국의 포워더들은 UN 물류운송 입찰에 경쟁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포워더들의 경우 관련 정보와 물류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인해 입찰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벤더등록 절차와 입찰방법 등을 포함한 UN 조달물류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인식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MI-KMU 국제물류학연공동연구센터에 따르면, UN조달공급업체 벤더로 등록하려면 수주 규모별로 12~14단계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등록부터 낙찰까지 18개월이 걸리는 더딘 절차 진행 등으로 인해 기업의 UN 조달물류시장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편이다. 또한 벤더 등록이 필수적이나, 생소한 등록절차와 외국어 능력부재 등으로 기업들이 UN 벤더 등록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또한 UN 조달물류시장은 틈새시장으로서 대기업이 참여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은 편이며, 중소기업의 경우 계약 체결 가능성, 주문규모 변동, 투자금액 환수시기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있고 입찰 공고부터 계약기간까지 약 1년이 소요되는 비교적 느린 절차 진행 때문에 UN 조달물류시장에 인적·물적 자원의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도 △시장개척 자금 부족 △해외사업 수행 부족 △현지 파트너 및 전문인력 부족 등도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변화와 역할의 증대에 따라 UN 조달물류시장은 향후 국내 물류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유망시장이라고 내다보았다. 대형 자연재해 증가와 국지적 분쟁 등으로 UN의 지원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긴급구호물품의 공급이나 재건 프로젝트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UN 조달물류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주해운항공이 운송한 UN 물자
우주해운항공이 운송한 UN 물자
우주해운항공, 국내 최초 UNPD 물류입찰 성공
그동안 국내 기업의 UN 조달물류시장 진출 기회가 적었으나 최근 국내 한 포워더가 UN 운송프로젝트를 최초로 진행하면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우주해운항공은 지난해 UNPD 발주 운송입찰에 성공하여 미국과 유럽 기업의 독무대였던 UN 조달물류시장에 우리 중소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UN 조달물류시장 서비스부분의 벤더로 등록된 국내 물류회사가 최종 입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해운항공은 2013년 7월 부산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수단 남부 보르지역까지 UN이 발주한 장비를 운송하는 60만달러 상당의 입찰을 따냈다. 입찰 참가국은 5개국 11개 업체였다. 우주해운항공은 8월 6일 부산항 8부두에서 글로비스 로로선에 UN 발주 장비를 선적하여 아프리카 케냐 뭄바사항으로 출발했으며 우간다를 거쳐 10월 20일 수단 남부의 보르지역까지 운송했다. 컨테이너 4대 분량의 화물은 수단 재건사업에 필요한 트럭, 불도저 등 건설장비 27대와 부속장비 등이었다.

회사 측은 프로젝트 진행 시 어려움으로 △해외 파트너 부재 △열악한 오지 기반시설 △리스크 부담 △남수단 세관의 비협조 등을 꼽았으며 현지 정보가 부재하므로 사전 로드서베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주해운항공은 UN 조달물류 벤더로 등록된 중소 포워더로서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입찰에 참가해 왔다.
회사 측은 국내 물류기업이 UN 입찰에 성공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외국 포워더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UN 조달 입찰에 성공한 국내 제조업체와 UN에 등록된 국내 포워더 간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국에서 발주할 경우 포워더가 해당 업체와 물류파트너로 협력하여 제품생산, 목적지 물류루트 정보를 조기에 파악하고, 사전시장 조사 및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입찰 가격을 제시한다면, UN 조달물류시장에서 성공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등록에서 입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포기하지 않는 장기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등 4개社, ‘P300 프로젝트’ 선정
CJ대한통운을 포함한 국내 4곳의 물류기업들도 UN 조달물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KOTRA가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함께 추진하는 글로벌 조달 선도기업 육성사업 ‘P300 프로젝트’ 대상기업으로 최근 선정됐다.

P300 프로젝트는 수출지원기관 4곳이 UN 등이 진행하는 국제기구 조달사업 시장에 우리 기업 진출을 위해 입찰정보 제공에서부터 등록대행, 입찰참여, 수주, 상담회, 금융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묶어서 지원하는 범정부 해외조달지원 플랫폼 사업이다. P300 프로젝트의 P는 조달Procurement을, 300은 300개 선도기업 육성을 뜻한다.

P300 프로젝트에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한 4개의 물류기업이 선정됐다. KOTRA 공공조달팀은 "CJ대한통운 외에 3개의 물류기업이 더 참여하고 있으나 대외적으로 업체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 UN, MDB(국제금융기구)에서 진행하는 식량, 의약품과 같은 공공 지원 물자나 개발도상국 개발원조(ODA) 물자 등의 글로벌 물류 수주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육상운송, 항만하역, 택배, 국제물류 등 물류 전반에 걸친 노하우와 전문 인력, 선진 물류IT에 기반해 세계 조달물류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지역 철저한 분석이 핵심
UN 조달물류시장의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물류업체가 단독으로 진출하기에는 낮은 인식과 네트워크 부재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물류기업의 UN 조달물류시장 진출에 대비한 장기적인 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UN 조달물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입찰지역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연구와 분석이 핵심이다. 관련 통계자료, 중점지역 운송루트, 화물형태, 최종입찰 국가현황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들은 UN 조달납품 제조업체로 선정된 국내 기업을 파악해 사전 조달정보를 수집하고, 경쟁력 있는 물류비를 산출해야 한다. 또한 높은 시장 진입장벽에 따른 계약수주의 불확실성이 많으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 진출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직접 진출 보다는 해외 파트너와 연계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실정에 정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해외 현지 파트너 발굴을 위해 국내 신용조회기관을 통한 신용조사와 리스크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유사시 클레임 및 분쟁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동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경쟁력 있는 입찰을 위해서는 국내 물류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참가하거나 관련 선사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밖에도 정부는 UN 조달물류시장의 지원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물류업계의 전략이나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관련 상담회와 설명회 개최를 통해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UN 조달물류시장은 틈새시장이자 블루오션 시장으로 우리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UN 조달물류지역의 네트워크 확보 뿐 아니라 철저한 조사로 전문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우리 물류업체들도 향후 충분한 진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물류업체들의 장기적인 전략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UN 조달물류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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