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한국 창간 41주년 기념 초청강연 형식으로 열린 10월 콤파스. 지난 해양한국 10월호로 지령 493호를 기록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결간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의 성원 덕분이다. 해양한국이 창간 50주년, 지령 1,000호 계속 이어져 나가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여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날 초청강사는 일본 도카이(東海)대 해양학부 시노하라 마사토 교수, 제목은 ‘아시아-중심 시대의 해운(Maritime Transport in the Era of Asia - Centrism)'이다. 시노하라 교수는 교토 출신으로 오사카시립대학 경제학부를 나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MOL에 입사하여 정기선부 부정기전용선부 유조선부 재무부 기획부 및 영업조사실에서 일했으며, MOL 네덜란드법인 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에라스무스대학의 해운물류경제학 강사를 거쳐 도카이대학 해양학부 교수로 해운항만경제론과 해양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는 ‘유럽과 일본 로지스틱스 패러다임’과 ‘Port in Proximity', ‘항만창고 매니지먼트’ 등이다. 또한 일본의 해운경제학회, 항만경제학회, 물류학회의 이사 및 해운물류 컨설턴트로서 업계에 폭넓은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주제발표에 앞서 시미즈 자랑부터 하였다. 후지산이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미즈는 해변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니 한번 구경 오라고 권한다. 일본인들은 태평양을 동해라고 불러 도카이대학이 이곳에 있다며, 캠퍼스가 해송(海松)에 둘러 싸여 있어 경치가 좋고, 가까이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어 해운물류와 해양학을 가르치기 좋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변화, 물류의 변화, 해운의 역할 순으로 발표된 이날 테마를 정리하여 게재한다.

1. 세계경제의 변화
세계경제는 아시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가 더욱 중시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항로수가 거미줄처럼 많은 북미항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을 지나 이어진다. 주요 항로는 싱가포르~홍콩~대만~상하이~부산~오사카와 요코하마 도쿄로 해서 중미로 가는 라인과 부산까지 와서 동해와 쓰가루해협을 지나 북미로 가는 라인이 있다. 대권항로는 동중국해 상하이에서 한국 부산을 거쳐 소야해협을 지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항로이다. 유럽항로는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가 주요항만이고 그 이북의 기항지로는 카오슝 칭다오 텐진 다롄 광양 및 부산 등이 있다.
아시아의 지역별 명목 GDP가 2015년에 2000년 대비 약 3배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이 8배, 기타 아시아 국가가 약 3.5배이고 일본은 1.3배 늘어난다. 일본해사검정협회 운수정책연구기구의 조사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까지 GDP 순위가 NAFTA, EU, 아시아 순이었으나 2015년엔 아시아, NAFTA, EU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아시아 신흥국의 소득계층별 인구분포 추이도 3만5천달러 이상이 2010년의 9.4%에서 2020년에는 20.0%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통계학적 분할(demographic dividend)로 볼 때 신흥국 간에도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서로 다르다. 일본은 2000년까지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가 그 상위 인구의 2배 이상이었으나 이것이 2020년엔 러시아, 2030년 중국, 2035년 인도네시아, 2040년 브라질, 2050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장년과 노년층은 격감하고 생산가능인구인 젊은 층이 대폭 늘어나 경제발전에 기여하였으나 지금은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인구분포를 보면, 상대적으로 경제발전 가능성은 큰 편이다.     

2. 물류의 변화
일본 자동차 해외생산의 지역별 분포와 추이를 보면, 지난 10년간 유럽과 남미가 거의 정체 상태이나 아시아와 북미 특히 아시아는 300만대에서 850만대로 3배 정도 급증하였다. 이는 348만대에서 425만대로 22% 신장한 북미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아진 수치이다. 2012년의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 화물 교역량을 보면, 한일간이 수출 388억달러 수입 512.8억달러이고 일중 간에는 1,345.7억달러 1,481.5억달러, 홍콩과 중국간 2,821.6억달러 3,177.8억달러, 일본과 태국 384.3억달러, 일본과 대만 447.4억달러, 대만과 중국간 782.9억달러 389.5억달러, 싱가포르와 중국 간은 376.7억달러 375.2억달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315억달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433.2억달러, 중국과 베트남 306.7억달러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 역내(Intra-Asia) 시장의 교역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 역내의 자동차 부품(HS8708)의 무역규모는 413.4억달러인데, 일중 간이 74.3억달러 23.5억달러이고, 한국과 중국간 41.1억달러 10.3억달러, 일본 태국간 40.5억달러 7.1억달러, 일본과 인도네시아간 20.6억달러, 일본과 대만간 9.1억달러, 한국과 인도간 5억달러, 중국과 태국간 6억달러, 태국과 싱가포르간 6.9억달러, 싱가포르와 한국간 7.9억달러 등이다. 또한 엔진 무역량도 총 47.7억달러로, 일본과 중국간이 3.5억달러와 1.2억달러, 일본과 태국간 9.8억달러, 일본과 인도네시아 3.5억달러, 태국과 인도 3.1억달러, 한국과 중국은 3억달러와 1억달러이고, 태국과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간에는 각각 인도가 3.1억달러이고 나머지 두곳은 2.4억달러로 같다. 일본과 대만 및 말레이시아간에도 3.3억달러와 1.3억달러이다.
다음으로는 아시아 역내의 의류품(HS61-62) 무역량의 규모는 579.1억달러인데, 중국과 일본간이 214.1억달러, 중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간 27.2억달러와 11.5억달러, 중국과 홍콩간 80달러 10.2억달러, 중국과 한국간 31.2억달러 3.4억달러, 홍콩과 한국간 9.8억달러, 태국과 일본간 3.7억달러 중국과 인도네시아 12.8억달러, 방글라데시와 일본 및 한국이 12억달러와 4.2억달러이고 방글라데시와 인도 및 중국도 6.2억달러와 6.3억달러로 교역이 활발하다.    
 

3. 활발한 아시아 역내 교역
아세안의 교역추이를 보면 최근 수출입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과 수입량의 밸런스도 거의 일치할 정도로 차이가 없다. 2000년까지 4,000억달러 주위에 머물던 무역규모가 점차 커져 1조2,500억달러를 넘어 1조3,0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금액면에서도 최근 10년만에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수출입 밸런스도 수출과 수입액의 차이가 500억달러 미만으로 비슷하여 운송수요 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의 2012년 컨테이너화물 물동량은 총 1억2,400만TEU인데, 그중 동아시아가 2,630만TEU 유럽 430만TEU 북미 120만TEU 남미 130만TEU 오세아니아 30만TEU 중동 400만TEU 남아시아 10만TEU 아프리카 10만TEU이고, 동아시아와 유럽간이 수출 1,360만TEU 수입 660만TEU이며, 북미간은 1,440만TEU와 760만TEU, 남미 110만TEU와 290만TEU, 중동 290만TEU와 160만TEU, 남아시아 230만TEU와 90만TEU이고 오세아니아 180만TEU와 120만TEU, 아프리카는 300만과 60만TEU이다. 이로 보아 아시아 역내 비중이 월등히 큼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역내 교역은 다자간 무역 형태를 띠고 있어 아시아 각국 간의 무역량이 급속히 증가되고 있으며, 각국은 국가 정책적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의 주요 거점 항구를 살펴보면, 일본의 도쿄 요코하마, 한국의 부산, 중국의 상하이와 홍콩, 대만의 카오슝, 싱가포르이며, 오사카와 인천 다롄 호치민 포트켈랑 방콕 마닐라 뭄바이 콜롬보 치타공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4. 아시아 중심시대와 해운업
세계는 아시아-중심 시대(Asia-Centrism)로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는 유럽의 주술(spell)로부터 풀려날 것이다. 아시아적인 해상운송(Asiatic maritime transport)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운업이 지속가능(sustainability) 할지에 대해 살펴본다.

아시아 중심시대의 요체는 다음 4가지이다. 첫째, 기간항로(Trunk Line)에서 연근해항로(Short Sea Shipping)로, 둘째,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s)에서 직항서비스(Direct Service)로, 셋째, 보다 많은 기회를 창출할 로로선(RORO Vessels), 넷째, 항만간(Port-to-Port) 서비스 보다 종합물류서비스(Total Logistics Service)이다. 머스크나 MSC 같은 대형선사들이 선박을 대형화 하여 기간항로에서 허브항만을 거점으로 시장을 독점하려 하고 있으나 아시아 중심 시대에는 이것이 걸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지역 특성상 특화된 근해 해운업이 더 유망하다. 아시아 역내의 교역이 활발해진 까닭은,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미와 유럽에서의 현지생산에 주력하였으나 최근 아시아 현지생산의 비중을 훨씬 많이 늘렸기 때문인데, 앞으로 이것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운송분야에 허브 앤 스포크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었으나 화주들은 이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보다는 직항 서비스를 더욱 선호한다.

도요타자동차 물류본부장은 최근 강연에서 “도요타가 원하는 것은 가장 늦게 출항하여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절감이 아니라 리드타임 즉 운송시간 단축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로 로로(RORO : Roll-on Roll-off)선박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까닭은 이 선박이 LOLO(Lift on Lift off)선보다 하역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절감으로 연결되어 장차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로로선이 활발한 항로는 유럽의 발트해이다. 동서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러시아의 자동차 육송정책으로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대거 몰려들었고, 발트해의 물동량도 급증했다. 자동차 공장들이 아시아 등지에서 부품들을 수입하게 되자, 수입부품들을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50Km 떨어진 뤼벡으로 옮겨 로로선에 실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운송하였다. 지난 날 발트해의 관문이었던 뤼벡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고풍창연한 도시임에도 신항을 건설하였다. 이곳을 방문하면 많은 로로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사들이 비용경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에 재래선의 경쟁력은 화물적재 기항순서 선박속도 등이었지만, 컨테이너 시대가 도래하자, 오직 비용경쟁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결국 비용구조가 낮은 저개발국 선사들에게 밀려 선진국의 경쟁력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요즘 선박 대형화가 화두인데, 대형화가 유일한 경쟁력이라면 결국 머스크 같은 선두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과연 자본의 논리인 선박대형화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얼마 전에 MOL의 무토 사장이 정기선 부문에서 물류연계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런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정기선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화주들은 화물이 선박에 실려 있을 땐 걱정을 안 한다. 항구에 도착한 이후의 물류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 운항전문회사일지라도 종합물류 분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국가들로 확산된 택배만 해도 처음엔 섬세한 서비스이기에 일본 내에서만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아시아 전역에서 성업 중이다.

5. 해운업에 관한 새로운 조망
해운업에 대한 새로운 조망(眺望, New Perspective)을 하면, 다음 4가지이다. 첫째, 화주들은 어디에나 있다(Shippers are everywhere.). 둘째, 화주들은 물류거점화인 허브 앤 스포크를 좋아하지 않는다(Shippers do not like Hubs & Spokes.). 셋째, 해운선진국의 비용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For developed shipping nations : Cost competitiveness does not sustain.). 넷째, 화주들은 지식집약적 서비스를 원한다(Shippers want knowledge intensive services.). 결론적으로 말해, 해운업은 메가 컨테이너선(Mega-Containerships) 서비스에서 맞춤형 서비스(Tailor-Made Services)로 탈바꿈할 것이다. 해운회사들은 지식집약적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네덜란드에는 네들로이드라는 세계적인 정기선사가 있었지만, 이 회사는 비용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해운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 이 나라는 중량물 해상운송에서 세계 1위이고 해저 파이프 개설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북극 해저에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을 인양한 업체도 네덜란드 회사였다. 네덜란드에는 슈미트, 스비츠, 바이즈뮬러 등 굴지의 회사들이 많이 있다. 이렇듯 해운회사들도 지식과 기술, 경험 등을 조화를 이루어 해운업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닮았다. 해운기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고 구축된 기존 시스템도 있어 자기방식만을 고집하기 쉽다. 그러므로 기업인들은 학회나 경영자 모임에 자주 나가 새로운 정보를 듣고 트렌드를 수용하여 이를 경영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학회와 연구소들도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그런 쪽으로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을과 하이쿠
“한 줄도 너무 길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俳句). 숨 한번의 길이인 5·7·5 열일곱 자에 자연과 인생을 담아야 한다. 잠 못 이루는 번뇌와 각혈의 아픔 그리고 깨달음 속에 함축과 생략으로 초혼(招魂)하듯 시심(詩心)을 깨워야 한다. 산하(山河)에 물든 단풍 속에 가을이 깊어간다. 고궁의 벤치에 앉아 낙엽을 보며 감상에 빠지게 하는 계절이다.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중국의 옛 시인은 열두 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단언했다. 말하지 않고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여백의 미가 하이쿠가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머리에서 맴도는 하이쿠 몇 편을 소개한다.
 

 가을 깊어져
 나비도 핥고 있네
 국화의 이슬
    -바쇼(芭蕉)
 

 땅에 묻으면
 내 아이도
 꽃으로 피어날까
    -오니쓰라(貴貫)
 

 옆방의 불도
 꺼졌다
 밤이 차다
    -시키(子規)
 

 몸에 스민다
 죽은 아내의 빗을
 안방에서 밟고
    -부손(蕪村)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