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3 출혈경쟁 반성, 해양 엔지니어링 능력 배양할 시점”

 
 
▶2015년 수주 전망은?
-수주반등은 힘들 것 같다. 2014년보다 하향 전망하고 있으며, 2012년보다 조금 나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복과잉이 워낙 심각하다. 2011년 이후 배럴당 100불 이상의 고유가 상황에서 해양분야와 에코십 수요가 있었는데, 유가가 확 내려가다 보니 에코십 발주근거가 미미해지고 있다. 벙커유 기준으로 현재 400불 초반대까지 유가가 내려가고 있는데, 450불 기준으로 계산을 해봤더니 벌크선, 탱크선이 신형선박을 발주하는데 이점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상선, 해양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선종과 선종별 시황은?
-컨테이너선박은 새해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컨선은 유가가 내려가고 있지만 연료소비가 많은 선박이기 때문에 에코십에 대한 매력이 있다. 게다가 2014년 발주도 거의 안됐다. 머스크가 투자계획 예산을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변수이다. 또 하나 기대가 되는 점은 선박금융 경색이 2014년부터 약간 해소되고 있다. 글로벌 은행 유동성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유럽 등 전통적으로 선박에 투자했던 은행의 자금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하기 적당한 선박은 컨선이다. 컨선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유가 상황이 그렇게 오래갈 수 없다는 전제하에 미리 투자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해양쪽에서는 FSRU 물량이 주목된다. 저유가 상황에서 가스가격도 내려갈 것이고, 이 경우 일본 등 동아시아, 동남아 개도국들은 가스도입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물량 수입국의 경우 대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서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보다 FSRU를 통한 가스 공급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VLCC 용선료가 오르고 있는데, 사우디의 원유 과잉생산으로 유조선VLCC 물량이 ‘반짝’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벌크선은 추가 물량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조선사들이 중국의 노후선 업그레이드 정책을 통해 자국 선박을 수주하는 물량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조선사들이 수주할 물량은 아니다. 제품선의 경우 2013년 스콜피오 탱커스를 중심으로 과다 발주된 측면이 있어 작년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어느정도 수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LNG, LPG 가스선이 과도하게 발주됐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겠지만, 너무 많이 발주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신조선 시장이 한해 반짝하다가 그 다음해 확 죽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가스선은 작년만큼 물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신조선가 추이는?
-신조선가는 지난해 시황에 비해 방어가 잘됐다. 작년 1분기까지는 수주상황이 좋아 상승세를 지속했고 이에 탄력을 받아 2분기까지 선가가 유지됐다. 이후 7~8월에 하락했지만 4분기부터 선가가 유지되고 있다. 조선사들이 향후 2년치 일감을 쌓아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량이 소진되고 신규 발주수요가 하락함에 따라 선가가 올 하반기부터 약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크게 감소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약 2~3% 내외의 감소폭이 예상된다.

 

저유가 상황과 이에 따른 우리 조선업계 영향은?
-저유가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가 조선업계의 큰 관심사이다. 미국의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개발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의도적으로 유가를 낮추면서 미국의 민간자본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생산원가가 배럴당 30~40불대 수준인데 이 가격의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50~60불대 가격이 형성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에코십이나 해양설비 발주근거가 약해진다. 결국 타이트오일 생산이 정점을 찍을 2017년 이후에나 해양설비 수요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향후 2~3년 동안은 저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고, 2020년 무렵에야 80~100달러 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우리 조선업계들은 이 시기에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능력을 키우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발주 물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수주경쟁에 뛰어들기 보다는 2020년 이후 해양플랜트 발주가 되살아날 것을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중소조선소 시황은?
-우리 중소조선소는 제품운반선(MR탱커 등)의 발주가 줄어든 상태에서 나오는 물량을 꾸준히 수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일본조선사들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조선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일본조선의 주력선종은 벌크선, 중형 탱커선인데 벌크선의 발주이슈가 사라져서 탱커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중소조선소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엔저이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우리 중소조선소의 과제이다.

 

▶조선사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파업 등 악재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우리 조선업계의 과제는?
-업체간 과당경쟁이 가장 큰 문제이다. 비정상적인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해양플랜트만 하더라도 저가수주의 원인이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경험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업체간의 출혈경쟁이다. 적어도 3사간 물량뺏기는 하면 안된다. 오너의 자존심 싸움과 이에 따른 영업팀의 무자비한 실적경쟁으로 손해를 봤다.


오일 메이저들이 견적을 내는 과정이 보통 중국에서 견적을 받아오고 우리쪽에 가격을 제시한다. 중국에서 이 가격에 건조하겠다는데 우리한테도 해달라는 식이다. 해양설비를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야드를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은 기술력에서 아직 한참 모자라다. 우리 조선사들이 배짱을 좀 부리면 된다. 어차피 선주들은 중국을 못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선사들이 뻔히 손해나는 가격에 계약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간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 조선사들이 ‘팔로워’가 아니라 ‘리더’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선주나 메이저에게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3사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담합’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일본 조선사들도 암묵적으로 다 합의하고 출혈경쟁을 피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한다. 이렇게 출혈경쟁을 계속 하다가는 조선 3사가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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