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딩 업체 전화해서 B/L 확인해봐.” “저 S/R(선적요청서) 마저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 오퍼(Offer) 컨테이너로 합시다. 계약한 날짜가 있는데 뒤로 빼면 우린 뭐가 되냐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인천항으로 향했다. 군산으로 가야 할 물량이 인천으로 와버렸고,
설상가상 물품의 일부가 파손됐다."

 
 
무역현장에서나 쓸 법한 전문용어들이 전파를 향해 흘러나온다. 최근 30~40대 직장인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미생未生’<tvN, 20부작 드라마>의 대사들이다.
작년 10월 17일부터 방송되기 시작해 구랍 20일에 막을 내린 드라마 ‘미생’은 웹툰을 원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나 러브라인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 모습이 여과없이 그려지고 있다. 분각을 다투는 상사기업의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가상기업은 실제 상사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촬영도 동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종합상사 무역현장 에피소드 그린 드라마 ‘미생’ 인기몰이
시청자들이 동 드라마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지금 우리’와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거래처와의 갑을관계, 계약직원의 처우, 워킹맘(working mom) 현실, 무역현장에서의 각종 클레임 건들에서 시청자들은 직장생활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 치열하게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보고 이해한다.

드라마에서는 쉴틈없이 돌아가는 각종 수출입 무역 업무가 그려진다. 주요 인물인 장그래와 김 대리, 오 차장은 하루에도 화주업체, 포워딩업체, 물류센터, 인천·평택·부산항을 제집드나들듯 한다.
철광석을 실은 선박이 운송 중 크랙이 발생해 철강팀 전 직원이 대책 마련을 위해 비상이 걸린다. 10년 넘게 계약을 이어오던 포워딩업체는 새로운 거래처를 뚫었다는 이유로 기존 업체의 서비스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계약 해지위기에 빠진다. 중국산 오징어 젓갈에 섞여있는 꼴뚜기를 찾기 위해 인턴사원 전원이 냉동탑차에 투입되기도 한다. 밥먹듯이 하는 야근은 기본이고 하루의 피로는 집이 아닌 ‘사우나’에서 푼다. “수출입 무역 업무가 정말 저렇게 힘드나요?”라는 시청자 게시판의 질문이 매번 올라오는 이유이다.
 

수출입 무역 근간되는 해운물류 산업 중요성 잊지 말아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출입 무역 기반에는 우리 해운물류 산업이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의 포커스는 상사기업에 맞춰져 있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선박, 항만, 포워딩이 등장하듯 항만물류가 없다면 수출입은 곧 ‘마비’된다.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밥 먹을 시간 없이’ 뛰어다니듯 우리 항만물류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하루하루 ‘피땀 흘려’ 일하고 있다.
‘미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항만물류 산업을 되돌아본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조선국가이자, 세계 5대 항만, 5대 외화가득 해운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세월호 사건’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산업의 인식은 바닥까지 내려갔고, 그로 인한 정치권과 언론의 과도한 공세로 해운사와 선원들은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를 이끌고 있는 조선산업이 어려움을 겪어도 정부 정책은 여전히 뒷전이다.

대한민국은 수출입 무역을 ‘먹거리’로 하는 국가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무역과 해운물류 산업은 지금까지 ‘함께’ 성장해왔다. 전 세계를 무대로 수출입할 아이템을 찾아 헤메고 그 거래를 성사시키는 상사기업의 성장도 탄탄한 해운물류 산업이 근간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未生은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거나 그런 상태에 이르는 돌’을 뜻하는 바둑용어이다. 드라마에서는 아직 주역이 되지 못했지만, 언젠가 주역이 되기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직장인들 혹은 그러한 삶들을 지칭하는 의미일 것이다.
세계 해운물류의 허브로 불리는 네덜란드, 싱가폴 등 국가에서 해운물류 산업은 完生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해운물류 산업은 어쩌면 未生이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뒤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해운물류 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 선원들은 전 세계 대양을 누비고 있고, 전국 항만은 365일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항만물류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야 할 때이다. 해운물류 산업이 없다면, 드라마 ‘미생’도.. 完生으로서 역할하고 있는 수출입 무역산업도..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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