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전문 강사진으로부터 최고의 강의를 들은 것도 좋았지만, 해운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금융권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함께 친목을 다지고 가까워 질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전문가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고, 그분들의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동기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충고와 조언도 많이 받았다.

 
 
"행준이 니 매주 토요일 시간되나?"
이제는 나에게 매우 친숙한 경상도 사투리로 우양상선 이동희 부장님께서 처음 선박금융연수 프로그램이 있다며 하신 말씀이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안돼 선박금융에 관심이 생겼고 조금 더 알고 싶다고 한번 스쳐 지나가는 말로 강선원 전무님께 말씀 드렸던 적이 있다. 선박금융연수를 들을 연수생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시고 나에게 알려주셨고 들어보라고 권유를 해주셨다. 난 흔쾌히 응했고 2014년 10월 31일부터 약 한달 반 가량 나의 불금과 불토를 반납하였다.

매주 금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광명역에서 5시 24분 첫차를 타고 부산을 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과목을 배우러 내려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항상 부산으로 내려갈 때마다 걱정을 많이 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약 11년의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게 한국어로 된 전문적인 강의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다 보니, 어려운 금융권 용어들과 한자들이 난무했다.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부근 숙소를 이용했는데, 그 숙소엔 모든 방에 컴퓨터가 있어, 항상 수업이 끝난 후 그 컴퓨터로 수업 때 이해하지 못했던 금융권 용어들을 찾아 공부했다.

이 연수는 전문성을 갖추신 강사진 분들의 약 88시간의 강의로 이루어졌다. 강사진 한 분 한 분 모두 다 각 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신 분들이셨다. 이 분들로부터 이 강의들을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이번 연수는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연수였다. 위에 언급했듯이, 최고의 강사진 분들은 물론 연수를 진행한 장소도 최고였다. 연수는 Busan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라는 부산 문현동에 위치한 고층 빌딩, 52층에서 진행되었다. 한눈에 부산이 다 보일 정도로 높았다. 이러한 장소에서, 각 분야 전문 강사진 분들로부터 최고의 강의를 들은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해운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금융권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함께 친목을 다지고 가까워 질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함께 점심을 먹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던 찰나에 한국에서의 연수는 끝이 났고, 이 과정의 하이라이트, 해외 실무워크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에서 ‘Panstar Dream’호를 타고 일본 오사카를 향해 가는 내내, Pan Ocean의 김보연 전무이사님의 강의 중 말씀이 생각났다. "여러분들이 일본을 가실 때, 악천후를 직면해 우리 선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이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가 한 20도 가량 Rolling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연수생 분들은 그저 웃기만 하였다. 허나, 2014년 12월 15일 오후, 회사 선배님께서 계속 걱정을 하시며 물으셨다. 내일 일본 정말 배타고 갈수 있겠냐며, 해사문제연구소에서 연락온 것이 없으냐고 계속 물으셨다. 그 이유인 즉슨, 당일 선배님께서 받으신 일본 기상 리포트에, 칸몬대교 부근이, 특히 우리 배가 칸몬대교를 지날 시간대의 기상이 많이 안 좋아진다고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했지만 정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당시 파고는 약 4미터 혹은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바람도 상당히 많이 불어, 저녁엔 갑판에 나가있을 수도 없었다. 배도 꽤나 많이 흔들렸었다. 20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흔들렸었다.

약 19시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오사카에 도착하였다.  당시 오사카의 날씨는 얄미우리만큼 추웠다. 가이드 분께서 오사카에서 이런 날씨는 굉장히 드물 정도라고 설명하셨으니 말이다. 우리는 입국신고 절차를 다 마친 후, 현지 실무자로부터 오사카 항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듣고 물류 운송 현장을 보러 국제물류창고로 갔다. 바람도 많이 불고, 너무 추웠지만 현지 실무자 분들께서 너무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평소에 입고, 먹고 또는 평소 생활에 쓰는 거의 모든 물품들이 어떻게 물류창고까지 운송되어, 어떻게 포장되며, 어떠한 종류의 컨테이너 박스에 실리며, 또 어떻게 선박까지 다시 운송되는지의 과정을 정확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장투어를 마친 후, Mizuho Securities 선박금융담당부서장의 세미나에 참가했다. 세미나는 일본어로 진행되었지만 통역으로 오신 최나영환 박사님께서 일본 고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라 동시통역 형태로 전달해주셨다. 본 세미나 덕분에 일본의 선박금융 시스템 제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숙소는 오사카 시내에 있었지만 교토도 반나절 다녀왔다. 교토의 금각사, 청수사, 그리고 니조성을 다녀왔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침 이날 교토엔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 금각사와 청수사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사실 기상예보엔 이날 비가 올 거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날은 마치 우리 연수생들을 위한 날씨 같았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STX의 박상섭 대리님과 한국해양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형진 학생과 함께 먹자골목 거리로 나섰다. 생맥주 한잔에 180엔인 한 술집을 찾았다. 가이드분 조차도 이런값싼 집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는데, 우리들은 아주 깊숙한 골목에 숨어있던, 흙 속에 파묻힌 진주 같은 술집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이 곳에서 회포를 나눈 후, 2차로 맥주와 과자들을 사 들고 방으로 향했다. 모두들 함께 모여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며 친목을 다졌다.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서로 간에 많은 충고와 조언을 주고 받았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다 마치고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부산행 비행기를 타셨지만, 나는 원경주 이사, 박재원 본부장, 최우정 검사 그리고 김형진 수강생과 함께 김포행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간사이공항에서 동기생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박남철 반장님께서 자주 모임을 주최하실 거라는 말씀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이로부터 선박금융전문인력양성교육 제 9기의 연수는 공식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이 연수과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전문가 동기 분들과 친해질 수 있어 좋았고, 그분들의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동기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충고와 조언도 많이 받았다. 연수를 받으며 새삼 느낀 것이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기에 자만하지 말고 항상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연수과정이 더 늘어나고, 더 많은 실무자 분들께서 참여하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이미 해운강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게도 해운에 있어서는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선박금융이 대한민국에서는 많이 생소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많은 실무자 분들께서 선박금융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이런 교육과정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지원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해양강국들처럼 해운업계와 금융기관들이 화합하여, 호황기 때만 서로 돕고 불황기 때는 남몰라라 하는 나라가 아닌, 오히려 불황기 때 서로를 도우며, 호황을 만들어 나가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육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무한지원을 해주신 우양상선 모든 임직원분들께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이 별 탈 없이 잘 진행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신 한국해양대학교의 이기환 교수님, 한국해사문제연구소의 원경주 이사님, 부산은행의 박남철 반장님 그리고 최고의 강의를 해주신 강사진 분들과 제9기 동기생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연수 후기를 마무리 하며 마지막으로 선박금융연수 회식 때 해운업계와 금융기관이 하나로 뭉쳐 외쳤던 건배구호가 생각난다. 나가자! 바다로! 돈 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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