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인 수업만 받아오다가 본 교육을 통해 업계의 전문가 분들로부터 실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게 되었을 때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기뻤다. 국제금융의 성격을 띠는 선박금융의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복잡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교육 동기생들의 끈끈하고 소중한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대한민국의 금융업과 해운업이 공조하고 상생하여 일본을 뛰어넘어 줄기차게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소 선박금융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나는 우연히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본 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재 대학생인 나는 줄곧 학교에서 선박금융에 대한 원론적인 수업만 받아오다가 본 교육을 통해 업계의 전문가 분들로부터 실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게 되었을 때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기뻤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선박금융이 실제로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이론이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고 응용되는 지가 나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뿐만 아니라 해운업계와 금융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한 자리에서 교육을 받게 되어 두 업계가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고민들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고 선박금융에 있어서 대주와 차주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우뚝 솟은 휘황찬란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오가며 총 88시간의 선박금융 교육 과정을 이수하였다. 매번 오고갈 때마다 느끼지만 현재 금융단지 내에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비롯해 많은 금융기관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니 정부와 부산시가 부산을 해양금융과 파생상품 특화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것 같다. 아직 시작 단계라 여전히 미흡한 점은 많아 보이지만 해운업계와 금융업계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국내의 선박금융을 성공적으로 육성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본 교육과정도 선박금융의 육성을 통한 국가 발전 기여에 상당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박금융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이루어진 수업의 질은 단연 최고였다고 자랑하고 싶다. 나는 국제금융의 성격을 띠는 선박금융의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복잡한지를 본 교육을 통해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모두 뛰어난 강사진들의 최고의 강의였지만 그 중에서도 해운업계와 금융업계간 상호 협력과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대한민국이 해양으로 뻗어나가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셨던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님, 가장 긴 시간의 열정적인 강의와 선박금융 프로젝트 조별과제를 내어주시고 발표에 피드백을 제공해주신 산업은행 현용석 팀장님, 선박금융의 체계와 원리 그리고 맥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정우영 변호사님, 해운업의 위험관리와 운임지수를 이용한 FFA, 옵션 등 파생상품의 활용과 필요성에 대해 강의해주신 카스비즈니스스쿨의 노미코스 교수님, 국내 조선소와 해운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에 하나인 환위험관리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시고 KIKO사태의 본질을 짚고 바람직한 파생상품 사용 방법을 제시해주신 이성돈 교수님, 마지막으로 선박펀드의 운용 사례를 선박금융의 유형에 따라 세세하게 소개해주신 KSF선박금융 신주선 대표이사님의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렇게 국내 집체교육을 모두 마치고 이어진 두 차례의 현장 실무 워크샵은 국내 조선소 Big3 중의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견학 및 승선체험으로 ‘팬스타드림’호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후 오사카 항만 시찰 및 일본의 선박금융 세미나로 구성되었다. 평소에 훌륭한 선박금융인이 되려면 승선경험과 선박이 건조되는 과정, 선박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인 자질이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번 실무워크샵이 교육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고 여겨졌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선박금융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통해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선박이 건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니 건조공정(건조계약-강재절단-용골거치-진수-인도)이 한눈에 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조선소를 실제로 둘러보니 상상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크고 병원, 기숙사, 선주들이 지낼 숙소, 선급 건물 등 사람이 살 수 있는 각종 부대시설들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드라이도크에서 건조 중인 머스크라인 선박과 건조가 완료되고 명명식을 기다리고 있는 18,000TEU급의 머스크라인 선박도 눈에 들어왔다. 대우조선소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 RV를 건조한 경험도 있고 각종 해양구조물(Offshore)을 건조하고 있는데다 메가 컨테이너선인 18,000TEU급도 20여척을 수주받아 현재까지 14척 정도가 인도되었다고 들었다. 이왕이면 건조가 완료된 18,000TEU급 선박에 올라타서 선내를 직접 구경하고 싶었지만 버스 안에서 육안으로 보기만 해서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조선소 견학을 마치고 팬스타드림호를 타고 길고 긴 19시간의 항해 끝에 일본 오사카항에 도착했다. 오사카항에 내리자마자 팀원들은 오사카 남항 터미널에서 야드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일본 통운창고를 견학했다. 창고의 모습은 부산 신항의 물류창고와 구조와 기능이 유사하였으나 일본이 선진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자면, 잠깐 동안 견학을 하는 데에도 시찰 참가자 총원이 안전모를 착용해야 했다는 점을 미루어 봐서 무엇보다 안전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특히 창고에 쌓아둔 포장된 물건들을 운반할 때 빠레트(pallet)는 그대로 놓아둔 채, 위의 상품들만 지게차로 옮기고,(지게차 바닥면을 빠레트처럼 개조한 지게차를 사용함.) 그 상태 그대로 컨테이너에 실어 나르는 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물류의 효율성을 증대시킨 점에 박수갈채를 보낼 만큼 대단했다. 이러한 선진 기술이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실제로 행해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다.

다음으로 오사카 ACT 건물 세미나실에서 일본 3대 금융그룹에 속하는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미즈호 증권 선박금융실무 부서장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선박금융을 소개받을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교육생 모두가 긴 여정에 피곤한 상태였지만 장시간의 설명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잘 들었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국내에서 선박금융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로 금융이 이뤄지고 있어서 호기심에 설명 중간 중간에 많은 질문이 오고갔고 특히 조세리스 형태의 선박금융이 가장 돋보였다. 리먼사태의 여파로 국내 선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금융을 일으키기가 어려운 반면 일본선사들은 자담비율을 높이지 않고서도 까다로운 금융 조건을 달지 않고서도 금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장 산업시찰 외에도 단장이신 이기환 교수, 인솔자인 해사문제연구소 원경주 이사와 팀원들이 함께 한 교토의 문화탐방은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탐방을 통해 업계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고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친목도모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이바지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교육을 통해 맺어진 동기생들의 끈끈하고 소중한 인연을 앞으로도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대한민국의 금융업과 해운업이 공조하고 상생하여 일본을 뛰어넘어 줄기차게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양한 업계에서 오신 훌륭하신 분들과 짧지 않은 시간 함께 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덕분에 나는 한없이 부족한 학생으로서 많은 배움을 얻어간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예외 없이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끝으로 훌륭한 선박금융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신 해양수산부,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양대학교, 한국금융연수원,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관계자분들과 본 교육을 추천해준 이준혁 선배,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신 동기생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