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내 조선 수주목표액 533억불·수출액 425억불.. 전년실적比 31.5%, 7.1% ↑
현대重 수주목표 229억 5,000만불 전년 목표치 22.5% ↓
대우조선, 삼성重 ‘미발표’.. ‘전년보다 줄어들 것’ 예상

 
 

우리 조선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바라본 주요 화두는 ‘생존’과 ‘경쟁력 강화’로 요약된다. 수주 감소와 저가 수주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로 위기감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한 현대重과 삼성重은 ‘원가경쟁력 강화’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생존’이란 표현으로 절박한 상황임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두 회사에 비해 비교적 선방한 대우조선은 ‘기술력 강화’를 최우선 경영목표로 내세웠다. 한편 연초부터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사 모두 ‘노사 화합’을 강조하며 ‘노조 달래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해’였다. 2008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에도 꾸준히 수주실적을 달성했던 조선 3사 중 2곳이 수주목표에 미달했으며 경영실적에서도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국의 성장세는 더욱 위협적이었다. 국가 주도의 구조조정과 자국물량 발주로 몸집을 불린 중국 조선업계는 수주 점유율을 높여 우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으며, 그간 침체에 허덕였던 일본 조선업계는 자국정부의 엔저정책 효과를 톡톡히 보며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만이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흑자 경영을 시현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액을 크게 하회함과 동시에 적자를 기록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주 급감, 과거 해양설비 저가 수주분의 손해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을 맞은 3사를 비롯한 우리 조선업계는 ‘경쟁력 회복’을 우선 순위로 꼽고 내실있는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 3사를 포함해 우리 조선업계가 세운 수주목표는 지난해 실적대비 31.5% 증가한 553억달러, 수출액은 7.1% 증가한 425억달러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업계 대표들은 사업구조 개편, 구조조정 등 내부혁신을 추진하고, 미래 유망시장인 친환경 선박,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등에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229억 5,000만달러, 예상 매출액은 24조 3,259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인 매출액 수주액 296억달러, 매출액 26조 5,700억달러에 비해 각각 22.5%, 8.4% 줄어든 수치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가하락 및 세계 경제 부진 등으로 조선업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주·매출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지난해 3사 중 유일하게 목표 수주액을 달성하고 흑자를 시현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를 주도했던 LNG선을 중심으로 목표량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49억달러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특히 전체 금액의 30% 이상을 12월에만 성사시켜 그 기세가 2015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동사의 수주를 이끈 선종은 LNG선으로, 총 37척의 LNG선 수주는 한해 동안 개별업체가 수주한 LNG선 수주량의 최고 기록이다. 유가하락에 이은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로 경쟁사들이 수주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영업선종을 LNG선으로 변경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동사는 LNG선 37척을 포함 LPG선도 12척을 수주해 총 49척의 가스운반선을 지난해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2015년 목표 수주액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72억달러 수주에 그치며 2013년 133억달러 대비 절반이나 급감한 충격이 크다. 상선에 비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해온 동사가 지난해의 부진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문이다.

 

현대重, 삼성重은 ‘원가경쟁력’, 대우조선은 ‘기술경쟁력’

작년 성과에 따른 ‘온도차’
수주·매출 목표와 더불어 조선 3사의 ‘2015년 신년사’에 드러난 경영 목표를 분석해보면 우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거둔 성과에 따라 회사마다의 ‘온도차’가 드러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생존’과 ‘원가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기술경쟁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 큰 차이이다.


현대중공업은 가장 첫번째 경영 목표로 ‘원가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동사는 지난해 말부터 경쟁력 강화 특위를 구성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본부장을 대표 체제로 변경하는 등 책임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며 구석구석 낭비요소를 찾아내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반드시 이익을 창출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재도약 원년으로 삼자”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원가 경쟁력 강화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안전 강화’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조선소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생산현장이 가장 중요하며, 생산현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경쟁력의 척도”라고 밝히면서, “체계적으로 현장을 운영하는 일은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전의식은 늘 머릿속에 있어야 하며, 안일함을 버리고 더이상 작업장에서의 중대재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현대重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급격한 수주감소를 경험한 삼성중공업은 ‘생존’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만큼 올해 수주반등과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사는 지난해 기록적인 수주감소 이외에도 임금협상 결렬, 하반기 추진했던 삼성ENG와의 합병 무산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경영여건이 나쁘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면서, “전 임직원이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과 모든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모든 공정에서 리드타임 10% 단축, 생산성 20% 향상, 비효율 30% 제거를 목표로하고 업무 전반에 걸친 경쟁력 향상과 더불어 대형 해양공사의 손실최소화 및 공정만회에도 힘쓸 것을 주문했다.
 

잦은 품질사고와 공정지연에 따른 신뢰에 대한 회복도 강조했다. 박대영 사장 신년사에 따르면, 삼성重은 2013년 14건에 그쳤던 품질사고가 2014년에는 36건 발생했고, 드릴십마저 9척 모두 인도지연됐다. 박 사장은 “우리를 높게 평가하던 선주들도 우리 실력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두번다시 고객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삼성重은 지난해 극도로 부진했던 수주실적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함께 ‘일감확보’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언급했다. 박대영 사장은 “최소 150억불은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며, “올 한해는 제가 밖으로 선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신년사를 통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원가경쟁력 강화’와 ‘생존’을 제 1의 목표로 잡은 두 회사와 달리 지난해 목표수주액을 초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은 ‘기술력 확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스선과 에코십 경쟁우위를 지켜나가고 해양프로젝트에 관한 EPC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해 30척이 넘는 LNG선을 수주한 배경을 놓고 일부에서는 운이 좋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년전부터 선제적으로 기술인력을 확보·육성하고 R&D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 기회를 독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상선에서는 R&D를 통한 가치창조, 해양에서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역량에 기초한 프로젝트 장악력에 회사의 명운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력 강화’와 ‘책임경영’도 주요 경영목표이다. 프로젝트 일정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적기 인도를 주문했으며, 윤리경영의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사화합’ ‘소통’ 강조.. 교섭 난항 중인 임단협 해결 의지?
한편 조선 3사 모두 ‘노사화합’과 ‘소통’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重과 삼성重이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마저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권오갑 사장은 ‘조직문화 변화’를 주요 경영목표로 밝히면서, “관료적 조직문화는 조직을 지루하게 만들며, 지루한 회사에 좋은 인재가 올 수 없다”며, “리더들이 변해야 한다. 임원이 변해야 하고 부장들이 변해야 한다. 변해야 살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직접적인 노사문제에 대한 언급 대신 임원직들의 변화를 강조하며 근로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은 ‘행복공동체 실현’을 언급하며 “노사간 신뢰와 소통,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은 지속가능한 일터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쪽으로 가용자원과 노력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공헌활동으로 지역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기업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3사 중 가장 구체적인 표현으로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박대영 사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하나가 되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기에 노사간에 불신의 벽이 생겼다”면서, “회사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우 여러분을 만족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고 신년사에 언급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끝이 안보이는 터널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사우 여러분의 노고에 충분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우리 회사가 살아 남아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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