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벌크풀 ‘케이프사이즈 차터링’ 출범-골든오션 등 유럽 5대 벌크선사 참여

드라이벌크 해운시장이 30년만의 저시황 국면에 빠져있는 가운데 세계 유수의 벌크선사들이 ‘풀pool 운항’ 체제를 잇따라 출범시키고 있다. 선박의 풀 체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황변동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제적인 현상이어서 국적 부정기선사들도 풀제 운영에 대해 진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노르웨이의 해운왕 존 프레드릭슨이 경영하는 골든오션그룹을 비롯한 5개 선사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의 대규모 풀을 결성한다고 2월 10일 발표했다. 골든오션 그룹(Golden Ocean Group Limited)과 벨기에의 보시마르(Bocimar International NV), 그리스의 스타벌크(Star Bulk Carriers Corp.)와 골든유니온(Golden Union Shipping Co S.A.), CTM(C Transport Maritime) 등 5사가 함께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풀을 결성하고, 합작사 ‘케이프사이즈 차터링(Capesize Chartering Ltd.)’을 설립했다.

운항선대 150척 예상, 전세계 선대의 10%,
수프라막스 벌커 16척 풀도
2월 하순경에 운영을 개시할 예정인 동 풀의 운항선대 규모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관련업계는 150척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현존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여서 세계 최대 벌크 풀이 탄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풀에 참가한 선사들은 이번 풀체제를 통해 효율적 배선과 공선空船의 감소, 그리고 연료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여러 선주가 각자 선박을 소유하면서 협조 배선하는 공동운항 체제인 ‘풀pool’은 ‘규모의 경제scale merit’를 살려 화주와 용선자의 니즈를 수용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풀 운영의 수익은 원칙대로 각 회사에 배분되고 운임은 스팟과 연동돼 있는 경우가 많으며, 풀 체제는 자사선박의 효율적인 배선과 가동율을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공동운항이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던 케이프사이즈 벌커시장에서 탄생한 세계 최대 규모의 벌크 풀이 과연 어느 정도 시황극복의 실효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들어 벌크 시황이 BDI 500P대로 주저앉는 등 극도로 악화되자 유럽의 유수 벌크선사들이 협력을 통해 풀 체제를 가동시킨 것이다.

 

드라이벌크해운의 일반 부정기선 부문에서도 이미 풀 체제를 결성한 사례가 있다. 덴마크의 클리퍼(Cliipper)와 미국의 젠고 시핑&트레이드(Gengo Shipping & Trade) 2사가 수프라막스급 벌크선박 16척 규모의 풀을 결성했다. 이 두 선사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며 풀의 장점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조선해운 부문에서는 2014년 11월 4개선사가 탱커풀 ‘클린 프로덕트·탱커즈 얼라이언스(Clean Product·Tankers Alliance)’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 MR(미디엄 레인지)형 프로덕트선 풀에는 일본선사 MOL 30척, 아사히 유조선 4척과 칠레선사 울트라나부(Ultranav) 5-6척, 미국선사 OSG가 10척 등 총 60척 규모의 운항선대로 꾸려졌다. 이 풀은 셰일가스 혁명 등에 힘입은 남북 아메리카 거래 증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일본선사와 남미와 북미지역의 유력선사들이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로, 참여선사들은 “공동운항을 통한 배선 효율성과 고객 니즈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MOL은 국내외 유수 파트너들과 풀 운항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선사로 주목받고 있다. 동사는 2012년 출범한 VLCC 부문의 풀인 ‘노바 탱커즈(Nova Tankers)’에도 참여했다. 노바 탱커즈는 머스크 탱커즈(Maer
sk Tankers)와 MOL/Phoenix Tankers, Samco Shipholding PTE, Ocean Tankers 등 4개 선사가 50척의 선박으로 운영에 들어간 유조선 부문의 최대 풀이다. 그밖에 가스선과 탱커부문에서 크고 작은 풀이 결성되거나 결성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적선사들도 선박 풀 결성 진지하게 논의·협상할 때...”
풀 운항은 효율적인 배선과 비용절감, 스팟 성약의 평준화 등 운항에 있어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악화된 시황이나 신규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진입 국면에서 주로 결성된다. 그러나 참가 선사의 이탈로 해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지속적인 풀 운항에는 참가선사의 협력과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탱커부문에서는 지난해 노바 탱커즈와 대형 프로덕트선 풀이 해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유수의 벌크선사들이 풀체제에 참여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국내 벌크해운업계도 공동운항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주간‘해운시황 포커스’를 통해 “국적선사들도 ‘선박풀’ 결성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KMI는 “현재 세계 건화물선 시장은 소수의 대형 화주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개별선사가 독자적으로 수요 부족에 의한 운임하락과 세계 각지의 화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유럽 5대 벌크선사들이 케이프사이즈 풀을 결성한 것은 “역사상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건화물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운송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건화물선 시황침체와 유가하락에 따른 운임하락 대응책으로, 6만dwt급 울트라막스 선대의 비용경쟁력 제고를 위해 울트라막스 선주들과 선박 풀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스콜피오社의 사례와 탱커시장의 다양한 풀 부상 상황을 통해 부정기선해운 부문에서 공동운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향후 드라이 벌크선과 유조선 시장에서 선박 풀 운영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MI도 “건화물선 시장은 철저하게 수급상황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점에서 최근 건화물선 시황의 급락은 개별선사의 노력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세계 해운시장의 저성장 구조와 공급과잉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선사간 제휴를 강화하고 선박 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해운시황의 급격한 변동을 예방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 건화물선 시장에서 해외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박 풀과 국내 개별선사들이 경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적선사들 간의 선박 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협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국적선사들은 상호간에 영업비밀 노출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박 풀의 운영을 생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의 법정관리 사태와 세계적인 벌크선사들의 풀체제 가동소식은 해운시장의 ‘생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해운난국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신호이다. 풀 운항은 해외선사에서만 볼 수 있는 운항체제는 아니다. 국적선사들도 근해 컨테이너항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동운항 체제이다. 그러나 부정기선 해운부문에서는 영업기밀 노출 등 어려움 때문에 국적선사들이 시행해보지 않은 운항체제이기도 하다.

사상 기록적인 건화물 침체시황 국면을 맞아 국적 부정기선사들도 ‘생존의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풀체제 운영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진행해볼 시기라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