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화물이 우리 항만들에서 ‘귀한 몸’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입 물동량 정체 속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시적인 효과도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입 150만대, 누적 처리량 1,000만대를 기록하며 국내 최대 완성차 수출입항만으로서의 지위를 지킨 평택항은 자동차 전용부두를 추가로 확충할 예정이고, 울산항과 광양항도 기존 부두를 자동차 부두로 활용하기 위해 기능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항인 인천항은 민간차원에서 중고차 수출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만에서 처리된 자동차 화물은 7,971만 8,000톤으로 전년대비 12.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따져보면 목재(32.9% 상승)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며, 5,000만톤 이상 처리된 상위 8개 품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자동차 화물의 성장세는 수입차가 주도하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14년 자동차산업 실적 결과 국내 완성차량 수출액은 439억 5.600만불로 사상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수입액은 79억 7,800만불로 전년대비 45.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자동차 수입액은 2011년 35억 4,700만불, 2012년 44억 9,800만불, 2013년 54억 8,500만불로 급증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승용차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중고차 수입액은 5,700만불로 2012년 3,500만불 대비 6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차·중고차 등 완성차 화물 외에 컨테이너로 주로 운송되는 자동차 부품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4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60억 8,000만불로 전년대비 2.1% 성장했다. 포장 부품이나 반제품 완성차로 수출되는 자동차 부품은 컨테이너 운송이 주된 방식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이다.

 

지난해 자동차 7,971만 8천톤 전년比 12.4% ‘고성장’, 평택항 車전용부두 추가 개발,
글로벌 자동차 항만과 교류, 한중FTA 효과도 기대
이처럼 자동차 및 자동차 관련 화물이 증가하면서 국내 무역항은 ‘자동차 화물’ 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만은 역시 평택항이다. 2001년 자동차 화물 처리를 시작한 평택항은 지난해 누적 처리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가 자체 조사한 ‘평택항 브랜드 조사’에서도 자동차가 1위를 차지할 만큼, ‘평택항=자동차’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자동차 전문 항만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2010년 94만 7,000대를 처리하며 자동차 처리 1위 항만으로 도약한 평택항은 2011년 127만 2,000대, 2012년 137만 9,000대, 2013년 144만 6,000대, 2014년 150만 6,000대를 처리하며 5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코카캐리어스와 스웨덴기업 빌헬름센이 공동 투자한 PIRT가 2선석(동부두 2~3번), 현대글로비스가 2선석(동부두 4~5번) 총 4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평택항 자동차부두는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동부두 1번선석을 자동차선 전용부두로 개발하기로 확정하면서 5개 선석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개발할 1번선석은 축구장 22개에 해당하는 15만 3,000㎡ 부지에 국내 자동차선 부두로는 가장 긴 315m의 접안벽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총 720억원의 투자금이 투입되며 최대 8,000대적(5만톤급) 자동차운반선(PCTC, Pure Care and Truch Carrier)이 접안할 수 있는 자동차선 전용부두로 개발된다. 업계에서는 동 선석 개발로 연간 자동차 수출입 물량이 약 40만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택항이 국내 최대 자동차 항만으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항만배후단지를 활용해 자동차 관련 시설들을 집적화했다는 것이다. 수입차의 경우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최종검사를 하는 PDI 과정이 필수인데, 많은 수입차 브랜드의 PDI(Pre Delivery Inspection) 센터가 평택항 배후단지에 모여있다. 포드Ford, 혼다Honda, 닛산Nissan, BMW, 미쓰비시Mitsubishi, 볼보Volvo, 아우디Audi, 폭스바겐Volks Wagen, 벤츠Benz, 크라이슬러Chrysler, 재규어Jaguar, 랜드로버Land Rover 등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평택항 배후단지에서 PDI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주)피엠엘씨가 볼보트럭의 제조와 물류를 담당하는 종합출고센터를 평택항 항만배후단지에 준공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자동차 항만으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후방 지원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복안이다. 2월 23일 정승봉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은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해 브레만항과 자동차 수출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 MOU를 통해 평택항만공사는 브레만항의 자동차 물류 운영시스템, 자동차 토털 공급망 관리SCM 등 브레멘항의 선진 자동차 항만 물류 노하우를 공유하고, 연례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자동차 메카항만인 톈진항 운영기관인 톈진항그룹을 초청해 자동차 물류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리웨이 톈진항그룹 총공청사는 “한중 FTA 시대 양 항의 긴밀한 협력과 교류를 바탕으로 자동차 처리항만으로서의 상호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항 부두 부족 물량 ‘뚝’, 8월부터 2개 선석
자동차 부두 전환 ‘영광재현 고심’
2010년 이전까지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이었던 울산항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위 평택항과의 격차가 매년 벌어지고 있고 3위 광양항은 울산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로, 울산항은 2012년 111만대, 2013년 105만대, 2015년 96만대 등 매년 자동차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당장 울산항만공사UPA는 기존 잡화부두로 이용하던 울산항 6부두 1, 2번 선석을 로로(RO-RO)화물 처리부두로 활용하기 위해 2월 24일 배면야적장 정비공사에 들어갔다. 올 7월말까지 1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6부두 배면부지 2만 6,524㎡에 대한 포장과 함께 배수로 296t 정비 및 보안울타리 설치 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며, 정비공사가 마무리되면 8월 중부터 로로화물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로로화물은 자동차처럼 크레인 없이 선박 경사판을 이용해 화물을 싣고 내리는 로로선에 실을수 있는 화물을 말한다. 실질적으로 자동차 화물을 노린 방안으로 연간 40만대 가량의 자동차 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울산항은 로로선이나 화물을 수용할 만한 부두와 야적장 부족으로 애로를 겪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울산항의 부두·야적장 부족으로 약 50만대의 자동차가 역외 항만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UPA는 6부두 공사를 통해 연간 최대 20만대의 자동차를 동 부두에서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울산항 자동차 물량의 반전을 꾀하면서 빼앗겼던 역외물량을 재흡수한다면 평택항과 좋은 경쟁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양항 작년 車 처리량 2배 늘어, “울산서 유입된 車 광양 화물로 만들겠다”
올해 100만대 처리 목표를 세운 광양항도 자동차 부두 확충을 고려하고 있다. 2012년 32만 8,000대의 자동차를 처리했던 광양항은 2013년 40만 7,000대, 지난해는 85만대를 처리해 1년새 2배가 넘는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울산항 부두 부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광양항이 그대로 받은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는 우선 3-2단계 다목적 부두를 자동차 부두로 일부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상황에 따라서 3-1단계, 3-2단계 부두를 확장해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울산항의 시설 부족으로 유입된 자동차 화물을 온전히 광양항의 화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YGPA 관계자는 “울산항의 자동차 부두가 올해 확장되면 지난해 광양항으로 몰렸던 자동차 화물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유입된 화물을 광양항만의 화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주·선사가 느낄 수 있는 광양항의 장점이 부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광양항은 평택항과 울산항에 비해 자동차 야드장이 넓고 동남아시아와의 거리가 가깝다.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평택항과는 달리 수출물량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광양항 배후단지 입주업체 등을 통한 중고차와 차량 부품 수출입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YGPA측은 “광양항에서 수출되는 자동차는 미국, 호주, 브라질, 동남아 등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들어오는 중고차를 가공해 러시아, 중국 등에 수출하는 사업모델도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항 최대 중고차 수출항, ‘수출단지’ 이전 논란..
인발협 “내항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항만인 인천항은 ‘중고차 수출단지’ 확보가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인천내항에 수출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천항이 처리하고 있는 중고차 물량은 연간 30만대 이상으로 전국 중고차 수출물량의 약 80% 수준에 달한다. 현재 880여개 업체가 인천지역에 모여 있는 상황으로 이들 업체는 인천 송도관광단지, 경인항의 ‘아라오토밸리’, 인천 가좌동 ‘엠파크’ 중고차 단지 등에 각각 분산돼 있다.


문제는 약 600여개 업체가 모여있는 송도단지가 인근 주민들의 이전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송도신도시 개발도 이미 정점에 다다랐고, 중고차 단지가 송도관광단지내에 입지해 있어 관광단지 원래 목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이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인천항만공사IPA는 지난 2010년 인천 서구 원창동 일대(청라투기장)에 17만㎡ 규모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계획했지만 2년 후인 2012년 동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청라투기장 내 진입도로 개설비용 문제와 제3연륙교 연결도로 건설 여부 미확정으로 인한 사업성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항발전협의회는 지난 1월 29일 인천북항과 송도중고차수출단지, 평택항을 돌며 중고차수출단지 조성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수출단지 및 수출전용 부두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귀복 협의회 회장은 “인천내항이 중고차 수출단지로 최적지”라면서, “경인항 아라오토밸리는 외국 수입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무하고, 인근 숙박시설이 없다. 인천내항에 합법적인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자동차 전용부두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인아라오토밸리 관계자도 “3만평 부지에 최소 200개 무역업체가 입주해야 수출이 활성화되지만 현재 입주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아라오토밸리는 버스 노선이 많이 없고 주변에 음식점, 숙박 시설이 많지 않아 바이어들이 찾기 어렵다. 또 이곳은 자동차 전용선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다 분해해서 컨테이너에 싣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인천항만공사IPA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항재개발은 정부가 올해 전면 개방을 약속했고 시민 친수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라면서, “이곳에 중고차 단지가 들어온다는 것은 확정된 정부정책과 시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IPA 측도 “내항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자는 방안은 인천항발전협의회에서 제안한 것일 뿐 IPA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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