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광물 액상화 및 선박침몰 예방 주의사항

산적광물(bulk mineral cargo) 중 일부 화물은 수분함량이 높을 경우 운송 중에 액상화가 진행되어 선박이 전복 및 침몰되기도 한다. 과거 수년 동안 수십 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어 액상화 화물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또다시 산적광물을 운송하던 선박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운송인 및 화물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산적광물 운송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송하인, 해당 선박의 P&I 클럽과 협의하여 해당 화물이 액상화의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고, 액상화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독립적인 검정인 선임 및 별도의 실험실 분석을 의뢰하여야 한다. 또한 선적 중에도 본선 자체적으로 화물의 상태를 점검하여 수분함량이 높은 화물이 선적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1. 산적광물(bulk mineral cargo) 액상화로 인한 선박침몰 사례
가. iron ore 운송 중 선박침몰

2011년 11월 우리 클럽에 가입된 벌크선이 iron ore fines 운송 중 남중국해에서 침몰하여, 선박 및 화물은 전손되고 일부 선원들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선박은 말레이시아 Penang에서 화물을 선적할 때부터 수분함량이 과다하였고 화물창 가장자리에 물이 고이는 등 액상화의 조짐이 보였다. 출항 후에는 점점 물의 양이 증가하여 휴대용 펌프로 계속해서 고여 있던 물을 배출하였다. 출항 며칠 후부터 일부 화물의 액상화가 진행되면서 화물이 이동하여, 선박이 점점 우현으로 기울어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본선 선장과 일등항해사는 좌현 측 topside tank에 밸러스트를 주입하여 선체경사는 바로 잡았으나, 즉시 밸러스트 작업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곧이어 액상화된 화물이 좌현으로 몰리기 시작하였고, 선박 또한 급격히 좌현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되었다.
 

나. nickel ore 운송 중 선박침몰
2013년 2월, 파나마 선적의 벌크선 HARITA BAUXITE호(총톤수 30,228톤)가 필리핀 Cape Bolinao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여 24명의 선원 중 15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선박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석 47,450톤을 선적한 후 중국을 향해 항해 중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홍콩 선적의 벌크선 TRANS SUMMER호(총톤수 33,044톤)가 홍콩 남서쪽 45마일 해상에서 침몰하고, 선원 21명 모두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된 사고가 있었다. 이 선박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이었으며, 태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때문에 선박이 계속 기울다가 결국 침몰하였다.

2010년에는 벌크선 3척이 화물 액상화 때문에 연이어 침몰하였다. 모두 파나마 선적의 벌크선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10월에 침몰한 JIAN FU STAR호에서는 12명의 선원이 실종되었는데, 항해 중에 선박이 갑자기 좌현 5도로 기울었다가 원상태로 되돌아오지 않아 선장은 좌현 측 밸러스트를 배출하여 선체를 바로잡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선박의 좌현경사가 더욱 심해지다가 결국 전복되었는데, 최초 선체경사부터 선체전복까지는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1월에 침몰한 NASCO DIAMOND호 역시 화물창 내의 액상화된 화물 때문에 선체경사가 진행되었고, 잠수펌프를 이용하여 선체를 바로 세우고자 하였으나 끝내 전복되었다. 12월에는 HONG WEI호가 유사한 상황에서 침몰하여 선원 10명이 사망하였다.

다. bauxite 운송 중 선박침몰
2015년 1월, 바하마 선적의 벌크선 BULK JUPITER호(총톤수 31,256톤)가 베트남 붕타우(Vung Tau) 남동쪽 150마일 해상에서 침몰하여 필리핀 선원 19명 중 단 1명만이 생존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선박은 말레이시아 Kuantan에서 보크사이트 알루미늄 광석 46,400톤을 선적한 후 남중국해를 항해하던 중이었다. 선적 당시 화물은 점토clay와 유사한 형태의 알루미늄 생산용 원료광석이었으며, 화물의 액상화가 사고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라. ball clay 운송 중 화물 액상화
2013년에는 외국 선적의 벌크선이 말레이시아 Lumut에서 bulk ball clay를 선적한 후 방글라데시 Chittagong으로 항해하던 중에 악천후를 만나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화물창 내부를 확인한 결과 화물의 액상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다행히 육지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인근 해안으로 이동하여 묘박한 후 기상이 호전될 때까지 수일간 선체경사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해당 선박은 위험을 모면하였으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선적항에서 동일한 화물을 선적한 다른 선박은 태국 연안에서 심각한 선체경사 때문에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2. 액상화의 원인 및 선박의 전복 등
가. 일부 광물이 액상화되는 원인

일반적으로 덩어리lumps라고 통칭되는 큰 입자의 광물은 상호 간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에 전체적인 산적 구조가 외력(선체진동, 선체경사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며, 상당한 양의 수분과 함께 선적되더라도 화물 사이사이로 물이 흘러내려 화물창 bilge well로 모이게 된다.
그러나 미세분말fines 또는 정광concentrates이라고 불리는 작은 크기의 광물은 덩어리로 구성된 광물만큼 배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배수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광물이 많은 양의 수분과 함께 선적되면, 각각의 광물 입자가 서로 접촉하지 못하여 마찰력이 저하되고, 전체적으로 걸쭉한 액체와 같은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화물의 “액상화liquefaction”라고 표현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액상화 가능 화물은 iron ore fines, iron concentrate, nickel ore, nickel concentrate, bauxite, red mud, cement copper, copper concentrate, lead concentrate, manganese concentrate, zinc concentrate, ball clay 등이 있다.
 

나. 화물 액상화로 인한 선체의 전복
위와 같이 액상화된 화물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선체경사와 같은 외력에 따라 화물창 내에서 움직이게 되는데, 유체의 점도 때문에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짧은 간격으로 동일한 방향에서 외력이 작용하게 되면 액상화된 화물이 화물창 측면에 몰리게 되고, 그 때부터는 파도와 같은 외력뿐만 아니라 화물이동 자체도 선체경사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현상이 심각한 경우, 선체는 복원력을 상실하여 측면으로 전복되며 선박 자체의 무게와 화물중량 때문에 결국 침몰하게 된다. 따라서 액상화가 진행될 수 있는 광물은 반드시 기준치보다 낮은 수분함량을 포함한 상태에서만 선적되고 운송될 수 있다.
 

다. 일부 광물의 성질과 관련하여 혼동이 발생하는 이유
산적광물 운송을 담당하는 일부 관계자들이 액상화 가능 광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확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당수의 광물들은 수분함량이 과도한 상태에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외관상의 형태만을 근거로 특정 광물이 해상운송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둘째, 액상화 가능 광물이 해상운송 중 항상 액상화되어 화물창 내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해상상태가 매우 양호한 경우에는 화물의 수분함량이 과도하여도 선체운동이 화물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셋째, 일부 송하인들은 고체산적화물 운송에 관한 국제규칙(IMSBC Code, International Maritime Solid Bulk Cargoes Code)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정확한 화물명칭 대신 무역거래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물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해당 규칙에 등재되지 않은 화물은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곡물을 제외한 모든 고체산적화물은 IMSBC Code에 따라 선적되고 운송되어야 한다.
 

3. 화물의 선적 및 운송 시 주의사항
가. 산적광물 액상화 관련 주요 용어
1)MSBC Code

International Maritime Solid Bulk Cargoes Code는 2008년 12월 국제해사기구 해사안전위원회에서 채택되었으며, 2011년 1월 1일부터 SOLAS 협약에 따라 강제화되었다. 그 목적은 여러 가지 고체산적화물(곡물 제외)의 특성과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화물 선적과 관련된 지침을 마련하여 고체산적화물의 안전한 운송을 돕기 위한 것이다.
 

2) Group A, B, C
IMSBC Code는 고체산적화물을 A, B, C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수분함량이 기준치 이상일 경우 액상화되는 화물들이 A 그룹에 속하며, B 그룹은 화학적 위험성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화물을 가리킨다. C 그룹은 상기 두 가지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화물, 즉 액상화나 화학적 위험이 없는 화물을 뜻한다. A 그룹 및 B 그룹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광물도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은 특정 화물의 명칭이 IMSBC Code에 표시된 명칭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 C 그룹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일부 화물들은 IMSBC Code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A 그룹(액상화)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3) MC, FMP, TML
그룹 A 화물과 관련된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MC(Moisture Content)는 특정 화물에 포함된 수분함량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서, 반드시 선적 전 7일 이내에 측정하여야 그 수치를 신뢰할 수 있다. FMP(Flow Moisture Point)는 특정 화물이 선체운동과 같은 외력의 영향 때문에 내부 전단력을 잃게 되는 상태, 즉 화물창 내에서 화물이 액체처럼 움직이는 상태가 될 수 있는 수분함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며, 오직 실험실 분석을 통해서만 정확한 값을 측정할 수 있다. TML(Transportable Moisture Limit)은 위와 같은 FMP 수치의 90%에 해당하는 값으로, 특정 화물의 MC가 TML보다 낮아야만 그 화물을 선적 및 운송할 수 있다.
 

4) Can test
액상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보완적인 시험절차로 can test를 시행할 수 있다. 그 방법은 해당 화물의 샘플을 원통형의 용기(0.5~1리터 용량)에 절반 정도 채운 후, 약 20cm 높이에서부터 단단한 바닥으로 급격히 내리친다. 이러한 절차를 1초 내지 2초 간격으로 25회 반복하면 화물 표면에 유체상태가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은 can test는 액상화 가능성을 대략적으로 가늠해보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기 때문에 결코 실험실 분석절차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과, 만약 can test 후 화물 표면에 유체상태가 발견될 경우에는 즉시 선적을 중단하고 본사, P&I 클럽 및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화물 선적 및 운송 관련 주의사항
1) 선적작업 개시 전 화물 선적을 거부하여야 하는 경우
가) 송하인이 화물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IMSBC Code에 의하면, 송하인에게는 선적 전 충분한 시일을 두고 화물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선장 또는 그 대리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한 정보에는 화물명, 화물의 그룹, 화물량, 적하계수, 화학적 위험성, 액상화 가능 화물의 경우 MC 및 TML 등이 포함된다.
 

나) 정확한 화물명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
모든 고체산적화물은 정확한 화물명칭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특정 화물이 IMSBC Code에 등재된 경우에는 반드시 등재된 명칭과 동일한 화물명이 사용되어야 하고, 등재되지 않은 화물의 경우에는 송하인이 선적항 관할당국에 화물의 특성을 신고하여 관할당국이 화물선적에 대한 허용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 그룹 A 화물이지만 TML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
그룹 A에 속하는 화물은 수분함량이 TML 이상이면 액상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에는 즉시 선적을 거부하여야 한다. TML은 IMSBC Code에 명시된 몇 가지 시험절차에 따라 측정할 수 있으며, 송하인은 실험실에서 어떤 방법으로 TML을 측정하였는지도 공개하여야 한다. 선장 또는 그 대리인은 송하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여 TML이 FMP의 90%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송하인이 제공한 정보가 부정확할 수도 있으므로 별도의 검정인을 선임하여 독립적인 실험실 분석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화물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송하인이나 야적장 책임자의 동의 및 협조가 필요하고, 현지에 적절한 자격을 보유한 실험실이나 장비가 부족하여 원하는 결과를 적시에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액상화 가능 화물 선적이 확정되는 즉시 해당 선박의 P&I 클럽에 통보하여 예정된 선적 개시일 이전에 정확한 실험실 분석결과를 확보하여야 한다.
 

라) MC(수분함량) 정보가 누락되었거나, MC가 TML 이상인 경우
수분함량 분석에 사용되는 샘플은 반드시 선적 전 7일 이내에 채취된 것이어야 한다. 만약 7일 이내에 우천 등의 영향으로 수분함량이 변동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송하인은 샘플 채취 및 실험실 분석을 다시 시행하여 MC가 TML 미만임을 증명하여야 한다. MC가 TML 이상인 화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하여야 한다.
 

마) 육안검사 또는 can test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
선박소유자의 대리인 또는 검정인은 선적 전 육상에 산적되어 있는 화물에 대하여 육안검사 및 can test를 실시하여야 한다. 검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송하인의 정보와 다른 점이 확인되면 선적을 거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 선적 중 화물선적을 중지하여야 하는 경우
상기의 사항들이 모두 충족되면 화물선적을 개시할 수 있으나, 선적작업 도중에 육상 또는 화물창 내에서 수분함량이 높은 화물이 발견되거나 본선 자체적으로 실시한 can test에서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즉시 선적을 중지하고 본사 및 P&I 클럽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
 

3) 운송 중 주의사항
사고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물의 액상화 때문에 항해 중 선체경사가 발생한 경우 단순히 밸러스트를 조절하는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항해 중 주기적으로 화물창 내부 및 화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본사에 보고하여 P&I 클럽, 송하인, 정기용선자 등의 관련 당사자와 함께 인근 항구로의 긴급피항이나 구조선 투입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4. 결론
화물의 액상화로 인한 문제는 iron ore fines 또는 nickel ore 운송에서 주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bauxite 또는 ball clay와 같은 화물도 액상화되어 많은 인명피해와 침몰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산적광물 선적이 결정되는 즉시 해당 선박의 P&I 클럽에게 요청하여 별도의 선주 측 검정인을 선임하거나 독립적인 실험실 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송하인이 제공하는 정보가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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