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사고예방을 위해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관계를 고려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배양해야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혼자는 어디든지 빨리 갈 수 있지만 머나먼 곳을 가기 위해서는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말은 없을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멀리 갈 수 없다. 언젠가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담과 의미를 같이하는 표현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들 수 있다. ‘제5의 원리(The Fifth Discipline)’의 저자 피터 생게는 ‘시스템적 사고’를 ‘전체를 보는 원리(a discipline for seeing wholes)’로 정의하고 있다. ‘시스템적 사고’는 개별 시스템의 움직임이 아닌 시스템간의 관계를 변화의 패턴으로 포착해 대응하는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머나먼 곳을 가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하면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해양사고의 80% 이상은 인재人災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해양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적 과실을 지금까지는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개선방향 또한 개인에게 주의하도록 강조해 왔다.


이는 안전인프라 1만불 시대의 원인으로 사태에 접근하려는 발상이다. 우리 사회는 국민 요구수준이 이미 3만불 시대에 근접해 있다. 이에 맞추어 인적 오류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집합체에,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원인 조사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인간 정보 처리 모형의 시스템 환경 인식으로, 개인 처벌을 지양하고 시스템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인간 정보처리 모형(Model Human Processor)은 사람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여 근육을 움직이는데 까지 일련의 과정을 분할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지 측정하여 둔 뒤, 어떤 태스크(task)를 할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인지적 모형이다. 이 모형MHP에서 제시된 시스템 환경에서 살펴보면, 초기 입력요소를 통해 감각기 처리 과정을 거쳐 지각 상태로 전이된다. 지각을 통해 단기 또는 장기 기억을 거쳐 반응 선택과 실행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별로 각각의 처리 특성을 파악하고 인적 오류의 원인을 찾아 대처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감각기 처리 단계의 특성을 보면 원시자극(raw stimulus)의 일시 저장소로서 눈, 코, 귀, 입 등에서의 자극의 질이 뇌에 전달되는 정보의 질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작업자의 적성검사와 신체검사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각Perception 단계는 자동적이며 급격한 처리과정으로 과거의 경험 등 장기기억(top-down driven)이 작동하고 앞선 감각기 입력(bottom-up driven)이 작동하여 단기기억으로 전달되는데 일반적으로 위의 두 가지 방식이 조화롭게 작용하여 지각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는 위험 및 비상상황에서 지각 향상시스템 도입으로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면 효과적이다.

인지와 기억 단계에서는 단기기억(vulnerable)과 장기기억(less vulnerable) 등의 인지 작용의 결과로 시스템의 상황 파악 및 목표 상태를 설정하게 된다. 이는 몸으로 체화된 반복  교육을 실시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응 선택 및 실행 단계(response selection and execution)에서는 인적오류가 부적합한 육체적인 능력과 질병 및 노화로 인한 신체조건 변화로 발생하는 경향이 짙으므로 직무의 성격에 따른 육체능력 검사를 거치거나 인체 계측학적 HSI 설계 및 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주의attention 단계에서는 한정적 자원으로 선택적인 반응 즉 동시다발적 여러 개의 주의에 대한 반응과 지속적인 주의가 불가하여 발생하는 경우로서 부자연스러운 정보처리 흐름 및 예측 불가 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동시 다발적인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처방안으로는 〔그림 1〕 인간 정보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의도하지 않는 실수(slip, lapse, mistake)나 부적합한 절차서, 교육훈련, 환경에 의한 경우에는 개인 처벌을 지양하고 시스템 개선 활동에 착수하고, 악의적인 위반(willful violation)이나 게으름(reckless, negligence) 등에 의한 경우에는 개인 처벌은 물론 경제적 활동제재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로서 안전을 요구하는 사회이다.
국민소득 수준 3만불 이상의 안전인프라 수준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적 심리적 요구수준은 소득수준 이미 3만불 이상의 안전인프라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는 위험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서 사회 즉 국가나 공공단체가 책임져야하는 사회문제로까지 비약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로서 안전을 요구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이제는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때이다. 지금처럼 수많은 기업과 개인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위기의 시대에는 특히나 함께 상생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파트너십과 협동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변화에 직면한 사회는 일정한 분열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재통합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변화는 그것이 사회적, 조직적 차원의 것이든 또는 개인적 차원의 것이든 항상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다.
 

요즘 우리사회는 지난해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와중에서도 세월호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배의 복원성 상실과 선원의 조타 미숙에 기인한 것인지, 청해진 해운의 부도덕한 실소유자의 과욕과 무능한 선장 등 관리자의 과실인지, 사고 발생 이전까지 고질적인 악습을 묵인하고 운항을 허가한 운항관리자나 선박검사원의 과실인지, 해운업계의 전반적·구조적인 비리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해상관제의 소홀과 승객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인지 등에 대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적대시하며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고속열차마냥 위태롭다. 또한 세월호가 일종의 교통사고였나? 등을 놓고도 역시 사분오열되어 정부의 발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문제점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변화 프로세스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고 예방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활동은 그저 책상에 앉아 있으면 성과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정부를 포함하는 모든 국민들의 노력이 결집되어 현장 실무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집약될 때 선진 국가들이 추구하는 시스템적 사고의 안전보건 활동은 우리나라의 토양과 풍토에도 적절히 융화되어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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