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불 플랜트 발주 예상…업계 ‘새 기회 왔다’

 
 
중동 제 2경제대국, 중앙아시아 최적 접근로, 차세대 물류허브 ‘눈독’
원유 수출 급증·프로젝트 진출 유망, 대이란 수출입물량 증가 전망

이란 핵협상이 12년 만에 잠정 타결되면서 이란이 중동 최대 소비시장이자 잠재력 있는 물류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란 경제의 개방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과 건설사들의 이란 진출 채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으며, 지난 2013년 7월 대이란 운송 제재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란정부의 1,600억달러 규모 플랜트 발주가 예상되면서 국내 해운물류업계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게 될 지 주목된다.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기침체에 시달려 온 이란 경제가 지난 4월 2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6개국과 이란 간 핵협상 잠정타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각국은 잠정 합의안의 내용을 기반으로 오는 6월 말까지 최종 합의안을 완성할 계획이며, 이란이 핵개발능력 축소와 관련된 조항을 이행할 경우 미국과 EU, UN은 기존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상 타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란경제의 개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란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려 많은 서방 자금이 밀려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구 약 8,000만명의 이란은 중동 내 최대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제 2의 경제대국이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은 약 4,030억달러(약 440조원)로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란 1,600억불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 예상
이란의 핵협상 잠정타결은 지난해 7월 대이란 운송 제재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이란 교역규모는 제재 심화 이전인 2011년 174억 3,000만달러였으나 원유수입 축소와 수출제한으로 2012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은 41.6억 달러로 7.1% 감소했으며, 수입은 45.8억 달러로 17.7% 감소했다. 현재 이란은 우리나라의 26위 수출대상국이자 27위 수입대상국이다. 주요 수출품목은 합성수지, 철강판, 영상기기, 냉장고 등이며, 주요 수입품목은 원유로 전체 수입의 98.3%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수출품목의 비중이 전체의 62.9%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 들어 철강판(35.0%), 자동차부품(92.8%), 무선통신기기(73.2%) 등의 수출이 급증한 반면 종이제품(-55.1%), 세탁기 등 가정용회전기기(-22.8%), 영상기기(-18.7%) 등은 감소했다.

향후 이란에서는 석유화학, 석유, 가스 전력, 신재생에너지, 고속철도, 신도시 등의 프로젝트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스, 정유 플랜트 공사 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등 인프라 공사를 글로벌 기업들에 대거 발주할 것으로 보여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KOTRA 및 시장분석기관에 따르면, 내년부터 이란 정부는 1,600억달러 규모의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를 본격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가스와 원유 생산설비가 워낙 노후화되어 플랜트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과거 이란에서 플랜트 공사를 많이 수행했고 기술력도 인정받은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핵협상 최종 타결이 되면, 우리 정부도 그에 맞춰 이란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국내 기업들은 초기에는 건설 플랜트, 자원개발 분야의 기회가 많아지고, 이란의 경제회복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소비재분야와 자동차 등의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4월 2일 이란 핵협상 잠정타결을 발표하는 각국 대표들
4월 2일 이란 핵협상 잠정타결을 발표하는 각국 대표들
세계 4위 산유국, 원유생산 및 수출 급증 예상
앞으로 수개월 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핵협상 최종 타결이 완료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오는 3-6개월 내 일일 50만배럴, 1년 내 일일 70만배럴로 원유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것으로 보이며 약 2,000만배럴로 추정되는 비축량부터 수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 인도, 한국, 일본, 터키 등으로 집계되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1,370억배럴로 중동지역에서는 사우디에 이어 2번째다. 187곳에 이르는 매장지 가운데 40%가 미개발로 남아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러시아와 1위를 다투며 전 세계의 18%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이란의 경제금수조치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을 일일 360만배럴에서 현재 일일 280만배럴까지 뚝 떨어지게 했다. 원유 수출도 제재 이전의 절반인 하루 110만배럴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어도 이란산 원유 수출이 늘어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해운선사·글로벌 오일 메이저에 ‘긍정적 영향’
향후 이란의 경제개방은 컨테이너 및 탱커 등 해운선사와 글로벌 오일 메이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OTRA에 따르면, 이란의 석유 및 가스 수출물량의 증가는 유조선, LNG선 등 선박 발주로 이어지고, 건설 및 석유화학분야 수요 확대가 장기적인 해운 수송량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의 국적선대가 자국 원유운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제재 해제 시 이란은 LNG선 80척(160억불), 원유수송선 10척(10억불), FLNG(2억불) 등을 발주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013년 6월 이후 전면 중단된 국적선사의 이란 직기항 서비스가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포함한 국적선사들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강화 조치로 지난 2013년 6월부터 이란향 화물운송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오는 6월 이후 경제제재 조치가 완전히 풀려야 직항 서비스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나 선사들은 이란을 관심 대상지역으로 보고 계속해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글로벌 선사들도 이란의 금수조치가 풀릴 경우를 대비해 바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핵협상 최종 타결 이후 이란에서의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머스크라인은 이란의 석유운송 부문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도 이란 시장의 재진출을 채비하고 있다. 2010년 이란에서 발을 뺀 네덜란드 로열더치셸, 스페인 렙솔, 프랑스 토탈 등 서방 국가의 에너지 업체들은 이란 정부와 다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동 핵심 물류 시장으로 도약”
전문가들은 현재의 훈풍 끝에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제재가 완화될 경우, 이란이 역내 주요 소비시장이자 물류허브로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한복판에 있는 이란은 물류 거점으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중앙아시아 최적의 접근로이다. 지정학적으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주변 국가와 연결되는 도로·철도 인프라도 우수한 편이다. 남쪽으로는 페르시아만, 오만해, 호르무즈 해협과 접하고 있으며 북쪽에는 카스피해가 자리잡고 있어 해안지대를 활용한 물류의 출입도 용이하다. 이란 정부는 항만과 도로 등 토목 프로젝트, 호텔 등 건축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재 전면 완화 시 이란의 물류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이란은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항로도 개발 중이다. 국제 물류·유통과 운송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이란의 구상은 정치·경제적 장벽이 제거돼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제재 완화 시 이란은 아시아와 동유럽 및 CIS 국가를 연결하는 기존 항로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단거리 해운과 이란 내륙 철도운송을 결합한 방식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방법보다 약 40%의 시간과 30%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이란 내 항로 개발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 역시 운송비 및 시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다라바스항, 경쟁력 있는 물류노선 ‘주목’
이란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물류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이란 내 법인설립과 사업운영에 난항을 겪어왔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이란 내 물류사업이 쉽지 않았고 보험가입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향후 이란 경제조치가 완화되면 이란 물류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포워더 및 물류기업들의 애로사항도 점차 해소되고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물류 및 화주기업들은 이란 반다르바스항을 통과하는 물류노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 최대항만인 반다르바스항은 금수조치로 많은 선사들의 직기항이 제재를 받고 있으나, 트럭운송기간이 매우 짧아 경쟁력이 있기에 향후 중앙아시아로 진입하는 최적의 접근로이자 경쟁력 있는 루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서 이란 반다라바스항까지 21일이 소요되나 이후 우즈베키스탄, 타시켄트 기점으로 레일 아닌 트럭구간은 반다라바스가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제재가 끝나면 반다라바스항도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 이란을 통과하는 화물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제제재 완전 해제 예의주시해야
반다라바스항은 이란 최대의 항만이다. 그러나 경제제재 이후 대부분의 대형 선박은 두바이에서 환적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 결과 2013년 반다라바스항의 물동량은 경제제재 이전과 비교시 1/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의 경우 반다라바스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대비 5.6% 증가한 157만teu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경제제재 이전인 2011년 처리량 280만teu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치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반다라바스항은 이란의 남부에 위치한 주요 해상수출 기지이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과 도로, 철도, 항공으로 연결된다. 항만에서 처리되는 주요 수입화물은 제조품이고, 수출화물은 농업제품, 석유제품, 케르만 카페드 등이다. 18세기 후반부터 1868년까지 이란은 반다라바스항을 오만에게 임대했으며, 1950년대까지도 반다라바스항은 인구가 2만명 이하의 어촌마을로 머물러 있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항만시설에도 불구하고 반다라바스항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서부항만이 폐쇄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반다라바스항은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항만시설과 조선소, 철도시설 연결이 추가됐다.

중동의 자원 부국이자 인구 대국인 이란 경제의 개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잠재력이 큰 이란 진출을 노리는 해운물류기업과 오일 메이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입 물량이 증가하고 특히 건설분야 진출이 활발해질 경우 이란을 통한 ‘제 2의 중동 붐’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핵협상 잠정타결이 곧바로 경제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6월말 최종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서히 빗장이 열리고 있는 이란에서 국내 해운물류업계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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