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통신기술이 연계 발전하면서 개인의 생활은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ies)은 최근 전 세계 다양한 산업현장의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고, 기업의 미래를 엇갈리게 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산업계별 글로벌 리딩업체들은 ICT를 통해 업무효율과 비용절감을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BMW로 일컬어지는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웨어러블Wearable과 사물인터넷IoT은 ICT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전세계인들의 일상 변화와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화두로 부각돼 있다. 특히 빅데이터는 발전을 거듭하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모아 분석해 새로운 사업기회와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물 인터넷도 인간&인간, 인간&사물, 사물&사물을 연결함으로써 발생하는 정보를 통해 상황과 환경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를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운, 항만, 물류, 조선 등 제조업의 연계서비스업인 해사산업계도 ICT와 융합기술의 진화에 따른 영향을 크고 밀접하게 받고 있다. 그동안 구축해온 다양한 IT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수많은 정보의 교류와 통신산업의 발전이 연계된 ICT활용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해 해사산업계 현장에서 차차로 시도되고 있다.

해운의 ICT는 선박의 안전과 친환경 확보는 물론 비용절감과 업무효율 제고를 통해 선사의 수익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돼가고 있다. 특히 통신기술의 고도화로 선박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방대해지자 빅데이터 관리와 통신교류 확대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업무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위성과 GPS를 매개로 선박과 육상이 실시간으로 연계되면서 화물의 위치및 상태 추적은 물론 선박의 안전과 보안, 항로 및 장비의 효율화, 선상 원격의료 등 선원의 복지향상 등이 실현되고 있다. 이미 머스크라인을 비롯한 글로벌 리딩선사들은 ICT를 통해 선박의 항해관련 다양한 업무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사들은 비용을 줄이고 지구적 과제인 환경규제에도 적극 부합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해운시장의 변화는 선박과 ICT가 결합된 융합기술의 결과물에 의해 더욱 촉진되고 있다. 선박위성통신과 e-Navigation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e-Navigation은 2006년에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사고 감축을 목적으로 관련기술 개발과 도입을 결정한 ‘해사서비스 고도화’ 사업의 일환이다. 정부도 ‘한국형 e-Navigation구축’을 내걸고 육성사업로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관련포럼 설립과 워크숍 개최 등 활발한 준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e-Navigation은 그간 이용돼온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항법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해상의 정보를 육상에서 종합 분석, 선박에 운항정보와 안전운항 조치를 원격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IMO가 계획하고 있는 MSP(해상서비스포트폴리오)인 VTS정보, 항해보조, 통항기구, 지역항구, 해상안전정보, 예·도선, 선박육상보고, 원격의료보조, 해도, 해상보조, 항해출판물, 방해항해, 기상정보, 수로및 환경정보, 수색및구조서비스 등 선박과 항해 관련정보가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위성통신의 발전은 선원의 육상과의 소통환경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주어 해상직원의 근무여건 개선은 물론 연료절감 솔루션까지 출시되어 선원복지와 선박운항의 경제성 향상을 실현시키고 있다.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한 충돌회피지원시스템과 해적방어시스템 등도 개발되어 해운환경의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항만분야에서도 안전과 보안, 효율성, 친환경 확보에 ICT 기술이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날이 외형이 커지고 장비와 시스템도 고도화되고 있는 선박이 드나들고 수많은 화물을 적양하되어 다른 운송수단으로 전환되는 국제물류의 교통거점인 항만터미널은 그 어느 분야보다 ICT의 진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항만터미널에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활용, 로봇 등 신기술을 활용해 항만의 생산성과, 안전성, 친환경성의 극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사물인터넷 기술을 항만터미널에 접목시킬 경우 해상운송구간에서 부두, 육상운송, 화주공장이나 물류창고까지 컨테이너와 차량, 작업자, 시설, 장비 등의 가시성이 확보돼 화물의 실시간 추적과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이미 보편화된 RFID가 진일보한 단계로 터미널의 자동화와 무인화의 연장선상에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와 조선분야도 ICT와의 융합을 통해 획기적인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미 글로벌 물류사들은 빅데이터와 웨어러블 글래스, 무인기 도입 등 ICT 융합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물류네트워크의 최적화와 비용및 인력의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미 이들의 배송물품 정보와 주변상황은 GPS센서를 통해 전세계 어디서든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조선분야는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가 ICT 융합기술에서도 선도적이다. 국내 리딩 조선소들은 2010년부터 스마트십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착수해 ICT와 결합한 최첨단 선박을 이미 내놓고 있다. 조선소의 생산라인에서도 안전과 생산성의 획기적인 개선을 안겨다줄 로봇까지 만들어놓은 수준이다. 조선은 앞으로 ICT와 융합된 선박의 최첨단 항행관련 기술을 신조선박에 또는 기존선박에 접목시킴으로써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딩기업들은 이처럼 해사산업계에 도도히 밀려오고 있는 ICT 물결을 타고넘을 채비를 갖추고 초기 시동으로 이미 차별화된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정보와 통신의 연계발전을 통해 집적되는 방대한 정보의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한 사업기회와 업무효율의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혁명적일 것이라며 ICT 활용을 통한 더 큰 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국내 해사산업계는 조선분야와 항만분야의 일부터미널을 제외하고는 해운과 물류분야 등 해사산업계 전반이 정보와 통신 기술의 개별적인 발전에는 힘쓰고 있지만 이를 연계한 기술을 통해 얻은 정보의 교류와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 면에서는 걸음마 단계이거나 태동전 상태이다. 과거 선구적인 IT기술로 집적한 정보가 활용하지 못해 폐기됐다는 한 중소선사의 사례는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ICT 진화를 국내 해사산업계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정부의 ICT가 야기하고 있는 세계 해사산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 세계적인 IT강국인 만큼 산업의 곳곳에서 ICT의 기본 인프라는 왠만큼 구축돼 있다. 관건은 이를 통해 모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업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지와 투자이다. 국내 관련업계는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연구하고 해사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는 ICT를 적극 활용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긴요하다.  <이인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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