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은행의 선박 압류 및 경매에 따른 화물운송 관련 문제

서론
해운불황의 장기화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파산을 신청하는 해운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저당권은행의 선박 압류 및 경매 조치도 전세계적으로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저당권은행의 선박 압류 및 경매 조치로 발생할 수 있는 화물운송 관련 이슈들을 검토하여 용선계약 시 참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저당권은행의 선박 압류/경매 조치
선박의 저당권mortgage은 은행이 선박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며 대금상환을 담보하기 위해 선박에 물권적 권리를 설정하며 발생한다. 통상 선박의 금융계약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며 해당 금융계약을 근거로 한 저당권은 선박의 선적국법에 따라 선적국에 등록하여 보호를 받는다. 은행은 금융 계약 상 계약위반(Event of Default)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지정하여 선주의 자금사정 및 회사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손쉽게 저당권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다. 다만, 일시적인 위반인 경우 해당 위반사항을 개선하고 기존 금융계약에 따른 대출금을 상환하게 하는 것이 은행에게도 이로우므로 선박의 압류 및 경매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된다.

한편,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선박의 특성 상 비록 특정국가에서 유효하게 설정된 저당권일지라도 법체계가 상이한 다른 국가에서 선박이 압류 및 경매되는 경우 저당권 설정 시 예상한 것과는 다른 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저당권과 관련된 국제 협약1)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선박우선특권법(maritime lien)이라는 해상법 고유의 채권자 보호제도가 존재하여, 저당권 실행 시, 저당권은행은 해당 선박의 비즈니스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없고 오직 저당권의 효과적인 실행만을 고려하게 된다.

선박의 압류 및 경매에 따른 화물운송 관련 문제
저당권의 실행 시 선박이 화물을 운송 중이라면 화주 및 용선자는 운송일정 및 안전한 화물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저당권은행에 의한 압류인 경우, 운항 상의 클레임으로 인한 가압류의 경우와는 달리, 원선주가 담보제공 등 문제해결 능력 및 의지를 상실한 경우로 선박의 항해 재개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압류된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거나 다른 선박으로의 환적이 현지법 및 각종 사정으로 쉽지 않을 수 있어 화물의 운송재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압류 법원이 청구자의 정당한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선하증권의 원본 제시를 요구할 경우 짧은 시간에 은행 유통중인 다수의 선하증권 원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현지에 해당화물을 임시로 보관할 창고가 없거나 빠른 시간 내에 대체선박을 수배할 수 없는 경우 조속한 운항재개 및 안전한 화물의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상황에 따라 환적작업이 현지 항구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경우 법원의 추가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으며, 다수의 화주가 연관되어 화주간 입장이 상충되는 경우 화물운송 재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1) 화물양하 비용

화물의 양하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하여, 해당 비용이 선박의 경매대금에서 우선 변제되는지 또는 화주 및 용선자가 부담하는지는 절차법의 문제로 선박이 압류되어 경매가 이루어지는 현지법에 따른다. 통상적으로 선박의 경매 목적으로 법원명령에 의해 화물이 양하되는 경우 해당비용은 법원의 집행비용(expense of justice) 으로 선박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 될 것이다.2) 

 
(2) 화물의 운송지연 클레임
선박이 압류된 후 화물양하 및 대체선박을 통한 화물운송이 지연되는 경우 화주는 선하증권 및 용선계약에 따른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다. 원선주의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원선주가 해당 선하증권 상의 운송인으로 관련 클레임에 대한 책임을 우선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대출금상환 어려움으로 선박이 압류 및 경매되는 원선주의 사정 고려 시 실제 클레임은 원선주 대신 직접적인 운송계약의 상대방에게 제기될 것이다. 

화물운송의 지연클레임은 통상의 계약위반 클레임과 동일하게 해당 선하증권 및 용선계약의 내용에 따라 그 책임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선사의 자체 선하증권(liner B/L)이 발행되는 경우 화물운송 지연에 대한 다양한 양식의 면책약관이 존재하여 클레임 방어에 일정수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Hague Rule 이나 Hague Visby Rule 에는 지연 클레임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어서 선하증권 및 용선계약서의 조항이 유효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Hamburg Rule (Art 5.2) 에서는 명시적으로 화물이 양자간 합의한 기간 또는 합리적 기간 내에 운송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어 운송인은 지연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위험이 보다 클 수 있다. 한편, 영국법 상 해상운송계약에는 명시조항이 없더라도 조속한 항차를 수행해야 하는 묵시적 의무3)가 존재하여 선박의 압류 및 경매로 인한 화물운송의 지연은 운송인의 계약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기와 같은 선박의 압류 및 경매 상황이 용선계약의 법적 불능상태frustration에 해당될 수도 있다.4) 영미법 상 법적 불능frustration은 양자의 귀책 없이 어떠한 상황의 발생으로 더 이상 계약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법적 불능frustration이 인정되는 경우 양자는 더 이상의 계약 수행의무가 사라지고 잔여운송의 부담은 화주에게 전가된다.5) 단순한 압류가 아닌 선박이 경매되는 경우 그리고 해당 운송계약이 특정 용선선박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일 경우 해당 운송계약이 법적 불능상태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연 클레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손해가 구분된다. 하나는 운송의 지연으로 화물 자체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가격의 하락 또는 원료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해 발생한 화주의 결과적 손해이다. 바나나와 같이 운송지연에 따른 화물의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운송인의 계약위반 성립을 전제로, 선주의 클레임 보상은 불가피할 것이다.6) 반면, 화주의 영업이익 손실 등 결과적 손해7)의 경우에는 손해의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에 따라 선주의 보상이 제한될 수 있다. 실제 클레임의 진행에서는 해당 손해가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였는지 그리고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두고 상당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결과적 손해인 경우 화주의 클레임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   

 
(3) 저당권은행의 책임
화물을 운송중인 선박이 저당권은행에 의해서 압류 및 경매되는 경우, 화물의 양하, 보관 및 대체선을 통한 재운송에 상당한 비용과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손실은 금융계약의 당사자인 원선주 책임사항이나 원선주는 이미 무자력 상태로 그 손해가 불가피하게 화주 및 용선자에게 전가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다수의 화주 및 용선자가 저당권은행을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하였으나, 대부분의 경우 저당권은행의 저당권 실행은 정당하며 관련 손해는 화주 및 용선자의 부담으로 판결되었다.8)

저당권은행과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는 화주 및 용선자가 저당권은행을 상대로 클레임 및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어떠한 준거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와 관련한 국제적 통일규칙은 없으나 다수 국가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의 법을 합당한 준거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박이 특정국가에서 압류 및 경매되는 경우 해당국가의 법을 근거로 저당권은행의 과실이 있는지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9)

영미법에서는 영국법원의 “The Myrto” 1977판례가 관련 사건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법리로 인정되고 있다. 해당 판결에서 Myrto 선박은 벨기에 안트워프항에서 잡화물 선적 후 영국 썬더랜드항에 입항했으나 벙커대금 미납으로 벙커업자에게 가압류 되었고, 저당권은행은 별도 금융계약 위반을 근거로 선박 경매를 신청하였다. 용선자는 화물의 운송중단 및 화물이 선적된 선박의 경매가 부당함을 항변하였으나 법원은 저당권은행의 권리행사는 정당함을 판결하였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의 법리는 다음과 같다. 원칙적으로 저당권은행은 평상 시 선주의 선박 운영권에 개입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a)선박의 저당권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impairing the security of the mortgage”) 또는 (b)선주의 금융계약 수행 능력 및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제3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당하게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The Myrto 사건에서 해당 선박은 이미 벙커업자에 의해서 가압류 상태였으며, 채권자들이 다른 관할권에서 채권회수를 노리는 등 원선주 스스로 더 이상의 선박 운영능력을 상실하여 저당권에 손상이 발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저당권은행의 즉각적인 선박 매각은 정당하며 비록 화물의 운송이 중단되었으나 화주 및 용선자에 별도 책임이 없음을 판결하였다.

보다 최근의 영국 판례로, 2005년 “The Tropical Reefer”10) 사건에서 에콰도르산 바나나를 싣고 독일로 향하던 사이프러스 국적 선박이 파나마에서 저당권은행에 의해서 압류 및 경매되었는데 해당 운송중단으로 바나나 화물이 전손되어 화주는 약 250만 유로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화주는 영국법원에서 저당권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불법행위 발생지인 파나마 법을 적용하며, 원선주가 지속적으로 금융계약을 위반한 점, 다수 채권자의 클레임이 존재하는 점 그리고 해당 선박의 P&I보험이 보험료 미납으로 중단된 점을 근거로 저당권에 손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저당권은행의 조치는 정당했으며 별도 화물손상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음을 판결하였다.

한편, Bank of Boston Connecticut v European Grain and Shipping 198911) 사건에서는 인도 곡물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선박이 콜롬보에서 저당권은행에 의해서 압류되었다. 용선자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대체선을 수배하여 화물운송을 완료 후 해당 비용을 운임에서 공제하였으나 법원은 해당 운임은 화물의 선적 시 이미 저당권은행에 양도되었기 때문에 용선자의 운임공제가 부당함을 판결하였다. 본 사건은 화물을 운송중인 선박이 저당권 실행의 대상이 되는 경우 불가피하게 화주 및 용선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4) 보험

화물이 운송 중 상기와 같이 선주의 파산 및 금전적 어려움으로 대체선에 환적되어 운송되는 경우 적하보험의 담보가 중단될 수도 있다.12) 또한, P&I 보험 역시 선하증권 상 기재된 양하지 이외의 장소에서 화물을 양하하며 발생하는 위험을 담보하지 않으므로13) 별도 SOL 보험을 들어야 한다. 따라서, 유사사건 발생 시 조속한 보험자 통지 및 협의도 중요하다.  
 
결론
상기와 같이 화물을 운송중인 선박이 저당권은행에 의해 압류 및 경매되는 경우 운송계약 수행에 큰 차질이 생기고 그와 관련한 손실이 불가피하게 화주 및 용선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선박의 용선 및 화물의 운송계약을 체결할 경우 원선주의 신용도 및 회사경영 상태를 점검하여 상기와 같은 위험을 예방할 필요가 있고, 실제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통지, 변호사 협의 및 대체선 수배 등 대처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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