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뉴질랜드민요 ‘포카레카레 아나’가 원곡
우리나라엔 6·25전쟁 참전 뉴질랜드군인들 번안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로토루아 호수
로토루아 호수

뉴질랜드 민요곡으로 이명원이 작사한 ‘연가戀歌’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다. 뉴질랜드말로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p)가 원곡이다. 뉴질랜드 국민가수(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가 음반으로 취입, 세계적으로 알려진 곡이다. 뉴질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해당하는 너무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뉴질랜드국가國歌 다음으로 유명해진 이 노래의 제목 ‘포카레카레 아나’는 ‘영원한 밤의 우정’이란 뜻이다.

아름다운 노랫말에 경쾌하고 빠른 박자라 사람들 마음을 절로 흥겹게 만든다. 주로 숨겨둔 사랑을 고백할 때, 또는 그런 기분으로 불렀던 노래로 기억된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최초 혼성듀오인 버블껌이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이란 가사로 번안해 처음 취입했다.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노래로 윤형주, 은희, 박인희, 해바라기, 유상록, 강타, DJ Buddy, 루루베베 등 많은 가수들도 리메이크해 불렀다.
 

원수지간의 부족 추장 딸과 청년 사랑
‘연가’의 노랫말은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관광도시 로토루아Rotorua호수와 그 안에 있는 모코이아Mokoia 섬과 관련된 전설에서 비롯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뉴질랜드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 호수는 수백 년 전 마오리족이 여러 족속으로 나뉘어 치열한 전쟁을 했던 곳이다. 이 호수엔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있다. 로토루아호수 안 모코이아Mokoia섬엔 아리와부족이, 로토루아호숫가엔 훠스터부족이 살고 있었다. 아리와부족 추장의 딸인 히네모네Hinemoa와 훠스터부족의 가난한 젊은이 투타니카Tutanekai는 처음 본 순간 서로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원수지간인 두 부족의 오랜 미움으로 두 사람은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투타니카는 밤이 되면 호숫가에서 피리를 불었다. 그 피리소리를 들은 히네모네는 카누를 저어 호수를 건너갔고 새벽이 되면 투타니카의 손을 놓고 다시 섬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사실을 히네모네아버지가 알고 화를 내며 섬에 있는 카누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하지만 그날 밤 피리소리가 또 들리자 히네모네는 표주박 수십 개를 허리에 매고 호수를 헤엄쳐 연인 투타니카에게 갔다. 목숨을 건 딸의 사랑에 아버지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비로소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고 두 부족도 화해했다. 이들의 사랑을 노래한 ‘포 카레 카레 아나’는 지금도 마오리족 민요로 전해져온다.

‘연가’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1914년 응가티 카훙구누(Ngati Kahungunu)부족 출신의 투모운(P.H. Tomoan)에 의해 편곡돼 ‘포카레카레 아나’란 노래로 태어나면서다. 뉴질랜드 군사훈련캠프에서도 구전돼 퍼져나갔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땐 마오리족출신의 뉴질랜드 국민가수(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해 토모아나(Paraire Henare Tomoana, 1868~1946년)가 마오리군인자금을 모으기 위해 가무단을 만들어 노래를 알리면서 더 많이 불렸다. 지금은 뉴질랜드 국가보다도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리랑’이다. 이곡이 우리나라에 번안돼온 경로는 다른 외국 곡들과 다르다. 1950년 6·25전쟁 때 참전한 뉴질랜드 군인(5300명)들에 의해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나가는 가사로 번안돼 알려지게 됐다. 참전군인들 대부분이 원주민 마오리족으로 이뤄져 중공군의 제5차 공세를 막아낸 유명한 경기도 가평전투에서 200여명이 전사했다.

그들은 전장 터로 나가면서 뉴질랜드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주 불렀다. 젊은 나이에 UN군으로 참전했던 그들은 참혹한 전쟁터에서 고향과 두고 온 연인들을 그리워하며 이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 이토록 슬픈 사연이 담긴 ‘연가’를 우리나라에선 빠른 통기타음조로 바뀌어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로 불리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뉴질랜드의 인기 팝페라가수 헤일리 웨스튼라(ayley Westenra)가 부른 이 곡은 2009년 김용화 영화 ‘국가대표’ 화면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노래의 원래가사는 ‘연가’로 알려진 우리식의 제목답게 한 여성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남성의 프로포즈가 주된 내용이다. 노랫말은 투모운의 시 구절이다.
 

와이아푸의 바다엔 폭풍이 불고 있지만 / 그대가 건너갈 때면 그 바다는 잠잠해질 겁니다 / 그대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세요 / 너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대에게 편지를 써서 반지와 함께 보냈어요 /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말예요 / 그대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세요 / 너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요
뜨거운 태양아래에서도 내 사랑은 마르지 않을 겁니다 / 내 사랑은 언제나 눈물로 젖어있을 테니까요 / 그대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세요 / 너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요

‘연가’ 노래 배경지 모코이아섬은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호수 한 가운데 있다. 호수면적은 약 80㎢로 서울 여의도면적의 약 10배로 수평선이 보일 만큼 엄청나게 크다. 이 섬은 뉴질랜드정부가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 하루 250명까지 허가를 받아 들어갈 수 있다. 뜨거운 암석층의 지하수가 증기입력에 의해 주기적으로 솟아오르는 간헐천(間歇泉)과 유황온천으로 유명하다.
이 호수는 14세기 마오리족이 로토루아를 발견, 이름을 ‘로토루아호수’로 붙였다. 로토루아는 마오리족 말로 ‘큰 호수’란 뜻이다. 로토루아호수는 로토루아지역의 12개 호수 중 가장 크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유람을 하며 즐기는 관광명소가 됐지만 로토루아지역의 화산들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큰 웅덩이가 파이고 물이 고여 만들어진 것이다.

로토루아호수는 시가지의 동쪽에 맞닿아있어 주민들의 산책과 휴식처로 인기다. 로맨틱한 전설에 끌려 찾아오는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마오리족이 운영하는 Hreitage Rotorua호텔 등지에 가면 레스토랑 겸 공연장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전통음식(항이식)을 내놓고 민속공연프로그램 마지막에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기타를 치며 ‘연가’를 합창한다.

노래무대인 로토루아주변지역은 유황지대여서 도시전체가 매캐한 유황냄새로 덥혀있다. 이 지역인구 6만5천명 중 80%가 마오리족들이 모여 사는 전통적 원주민도시다. 뉴질랜드 토착민인 마오리족은 영국의 정복군도 정벌을 포기하고 이들과 평화협정(와이탕기조약)을 맺을 만큼 용감하다. 마오리족은 우리 민족과 비슷한 점이 많다. 갓난아이 엉덩이에 몽고반점, 생김새와 낱말이 비슷한 게 많다. 고구마를 그곳에선 ‘쿠마라’라고 한다. 마오리말은 일본어와 많이 비슷하다. ‘아이우에오’의 5가지 모음과 1개의 받침 ‘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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