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객선 중 가장 ‘젊은’ 배... 취항후 무사고 운항 기록

 
 

세월호 사고 이후로 국제 여객선사들의 타격도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타는 여행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안여객과 국제 여객선은 연안여객선에 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며 안전점검도 각국에서 이중으로 받고 있다. 연안여객선과 국제여객선이 분명히 다른 점이다. 부산-하카다를 운항하는 대형 국제여객카페리 ‘뉴카멜리아’호를 통해 국제 여객선의 안전의식과 점검상황을 살펴봤다.

2003년 9월 건조된 전장 170m, 선폭 24m, 총 톤수 1만 9,961톤의 ‘뉴카멜리아’호는 2004년 처녀취항 이후 지금까지 약 8년 동안 부산-하카다를 연결하는 대형 국제여객선이다. 여객 522명, 화물 220teu가 적재가능한 동 선박은 한일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중 2번째로 큰 선박이며 건조일 기준 가장 ‘젊은’ 선박으로 처녀 취항 후 현재까지 무사고 운항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뉴카멜리아’호는 정확하게는 한국 고려훼리의 선박이 아닌 일본의 ‘카멜리아 라인(Camellia Line)의 선박이다. 한국의 고려해운과 일본 NYK Line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한 카멜리아 라인은 1990년 창립해 부산-후쿠오카 간 카페리항로를 개설하고 2004년부터 ’뉴 카멜리아‘호를 투입해 매일 정기운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려훼리는 카멜리아 라인의 한국 대리점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매일 밤 10시 30분 부산 출항, 익일 아침 7시 30분 하카다항 도착
구조정 1기, 팽창식 구명벌 5기, 구명조끼 861개 구비, 구명설비 완벽
매일 정기운항되는 동 선박은 매일 밤 10시 30분에 부산을 출항해 익일 아침 7시 30분에 하카다항에 도착한다. 실제 운항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는 하카다항을 낮 12시 30분에 출항해 부산에 저녁 6시에 도착한다.


김유진 고려훼리 상무이사
김유진 고려훼리 상무이사
‘뉴카멜리아’호는 국내에서 운항되는 모든 국제여객선 중 가장 안전한 선박으로 꼽힌다. 첫 취항이후 지금까지 무사고 운항을 기록하고 있으며, 선박연령도 한-중, 한-일, 한-러항로를 포함해 가장 낮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국제 여객선은 모두 30척(카페리 21척, 쾌속선 9척)인데, 이중 2000년 이후 건조된 선박은 ‘뉴카멜리아’호(03년 9월), 부산-시모노세키 ‘성희’호(01년 12월), 부산-대마도 ‘오션플라워’호(00년 11월) 등 3척이 전부이다.


구명설비도 잘 갖춰져 있다. 선박 내에 고속 구조정 1기, 팽창식 구명벌 5기가 구비돼 있으며, 구명조끼는 861개를 확보해 놓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들 구명장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와 화물의 고박 및 선실설비의 안전성 여부가 문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유진 고려훼리 상무이사는 “기본적으로 일본선주의 선박이며, 한일 양국을 오가는 국제 여객선이기 때문에 연안여객선과는 달리 이중의 안전점검을 받는다”면서, “특히 일본의 안전점검은 한국의 안전점검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이같이 까다로운 안전점검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일년에 두번씩 한국-일본간의 항만국통제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주사 日 카멜리아 라인, 한-일 매년 2차례 점검 및 선주사 수시점검 실시 
선박 내 위험물품 고정, 출항 후 갑판 출입 금지 ‘안전 최우선’
이뿐만이 아니다. 선내 화재발생 대응 훈련을 비롯한 일본해상 보안청에서 실시하는 대테러 및 폭발물 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조련선상 훈련실시빈도표를 확인하면 ‘뉴 카멜리아’호는 퇴선방화방수여객소집 훈련은 매주 진행하고 있고, 구조정, 주기관 기측조정 훈련은 매월 실시한다. 비상조타 훈련은 2개월에 한번씩 진행하는 등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자랑하고 있다.


선박 내에서도 꼼꼼한 안전관리를 엿볼 수 있다. 선박에 들어서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3층 로비로 연결된다. 3층은 레스토랑과 휴계실, 공용화장실, 사우나 및 여객 다인실로 구성됐으며, 4층은 2등실 및 1등 화실, 5층은 특등실 및 1등 양실로 구성돼 있다. 객실에 비치된 테이블과 TV 등은 만일을 대비해 모두 고정돼 있으며, 로비에 있는 테이블과 좌석, 자판기 등도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다. ‘뉴카멜리아’호 운항을 책임지는 하야토 다카시마(Hayato Takashima) 선장은 “작은 흔들림에도 승객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운항과 함께 승객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장비나 시설은 철저히 고정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출항이 시작되면 승객들은 선박 갑판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도 ‘뉴카멜리아’호만의 특징이다. 다른 국제여객선의 경우, 야외에서 즐기는 선상 여행을 위해 갑판으로 나가는 출구를 개방하는데 반해 동 선박은 선박이 움직이는 동시에 모든 문을 폐쇄한다. 하야토 선장은 “안전을 최우선시로 하기 때문에 배가 출항하면 비상시를 제외하고 갑판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승객들이 선박 내에서 음주를 하기 때문에 갑판은 아무래도 위험이 크고, 바닷물로 인해 바닥이 미끄러워 작은 사고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카멜리아’호의 경우와 같이 국제 여객선은 연안 여객선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 안전강화를 위한 많은 조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갑지만, 국제 여객선의 경우 그 이전부터 더욱 철저한 검사와 훈련을 시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국제 여객선사들의 목소리이다. 김유진 고려훼리 상무는 “국제 여객선은 철저한 안전검사와 훈련을 통해 어떠한 교통수단보다도 안전하다고 자부한다”면서, “뉴카멜리아호는 5월 운항 이후 6월 1일~11일까지 일본에 정박해 정기점검과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한다. 지금도 안전하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1%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항 2시간 30분 전 인터뷰하기에 여유가 있는 시간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출항 점검과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다는 하야토 선장의 메시지가 ‘뉴카멜리아’호 사무장에 의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겨우 양해를 구하고 ‘어렵게’ 하야토 타카시마 선장을 브릿지에서 만났다. 올해로 선장 경력 1년차인 하야토 선장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선장으로 승진돼 스카우트가 된 이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하야토 선장은 출항 준비를 무엇보다도 철저히 하는 선장이다. 실제로 기자가 인터뷰했던 몇몇 여객선 선장은 출항 직전은 물론이고 선박 운항 중에도 인터뷰에 응하는 선장이 대다수였다. 그에 반해 하야토 선장은 출항 2시간 전부터 완벽한 출항점검을 위해 인터뷰를 최대한 빨리 마쳐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이다. 하야토 선장은 “점검할 것이 많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출항 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재차 점검하는 것이 기본이며 선장의 당연한 임무”라고 말했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항만이며 항만 관계자들과의 협조도 잘 이뤄지고 있다.”
국제 여객선을 운항하는 책임자인 만큼 항만 관계자들과의 협조도 중요하다. 특히 해양사고의 원인으로 인적과실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 도선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하야토 선장은 “부산항 입항에 있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도선사들과의 협조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한일 양국에서 안전점검을 받기 때문에 양국 안전점검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하야토 선장은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일본 선주의 선박이니 일본정부와 항만국의 안전점검이 더 철저하게 이뤄지는 면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선주사 자체의 안전 프로세스였다. 선장과 선원의 안전의식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선장과 선원들은 선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고한다. 회사 측은 작은 실수 하나라도 쉽게 넘기지 않으며, 실수한 선원을 문책하기 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는 것이다. 하야타 선장은 “예를 들어 피곤한 선원이 있어 운항 중 깜빡 졸 수도 있다. 별일 아니지만 이러한 실수가 사고로 연결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모든 선원이 작은 일 하나라도 보고하고 모니터링하며 회사는 이에 대해 선원이 덜 피곤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실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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