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22일, 일본 7월 3주 월요일, 중국 7월 11일,
유럽 5월 20일, 유엔 6월 8일, 한국 5월 31일


올해로 바다의 날(5월 31일)이 20회를 맞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부분의 바다의 날 기념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일부는 하반기로 연기되어 진행됐다. 따라서 올해 바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해양수산부 산하 15개 기관에서 진행한 50여개 행사가 더욱 주목을 받으며 다양하게 펼쳐졌다.

바다의 날은 바다 관련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제고하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는 한편,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1996년 제정됐다. 그 이후 정부의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바다의 날은 행사의 규모와 진행이 다소 차이를 보였으며 바다관련 산업의 상황과 괘를 같이하며 성대하게 또는 단출하게 치러졌다.

바다의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념일은 아니다. 1994년 11월 UN 해양법협약이 발효된 이후 세계 각국이 해양자원의 개발과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체제로 전환하면서 해운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 도입돼 있는 기념일이다.

미국이 1994년 매년 5월 22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했고 일본도 1995년 매년 7월 20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하고 매년 이날을 기념한 각종 행사를 벌여왔다. 중국도 2005년부터 정화의 첫 항해를 기념하는 7월 11일을 바다의 날(Maritime Day of China)로 기념하고 있다. 유럽은 매년 5월 20일을 유럽 해양의 날(European maritime Day)로 기념하고 있으며, 유엔UN 차원에서도 6월 8일을 ‘세계 바다의 날’로 2009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우리 바다의 날이 5월 31일로 제정된 것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고, 국민축제 시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바다의 날과 관련한 행사는 5월 한달동안 다양하게 개최된다. 전국 지방해양수산청과 해양경비안전서, 해군 및 해병대, 관련 기관 등에서 각각 특성에 맞는 행사를 개최하는데, 항만 및 바다 청소, 대국민 해양사상 계몽,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보호 관련행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다의 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공휴일로 제정되어 국민이 모두 쉬기 때문이다. 일본 바다의 날은 초기에는 7월 20일이었으나 축일법축일관련법률 개정에 의해 2004년부터 7월 셋째 주 월요일로 변경됐다. 일본은 이 날의 취지를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한편 해양국으로서 일본의 번영을 기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바다의 날이 공휴일로 제정되기 이전에도 일본에는 바다 기념일이 있었다. 1876년에 메이지 천황이 도호쿠 지방을 순시할 때 군함이 아닌 등대 순시 기선인 ‘메이지 마루’를 타고 항해를 하고 7월 20일에 요코하마항에 귀항한 것을 계기로 1941년에 체신대신 무라다 쇼조가 제의해 제정됐다.

미국의 바다의 날(Maritime Day)인 5월 22일은 1819년 증기로 대양을 처음 횡단한 미국 증기선 ‘사반나’호가 조지아주의 사반나항에 입항한 날로, 1933년 5월 20일 미 의회에 의해 기념일로 지정됐으며 1994년 공식국가 기념일이 됐다. 이후 2002년 5월 22일에도 미 해상수송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가 국가의 바다의 날(National Maritime Day)을 기념해 준수했으며, 2013년에는 산디아고 항만에서 가족단위의 피크닉과 보트 투어, 시애틀과 볼티모어에서 해사직업박람회 등을 개최한 바 있다.

유엔UN은 지구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2008년 12월 5일 유엔총회에서 2009년부터 6월 8일을 ‘세계 바다의 날(World Ocean Day)’로 지정키로 결의해 시행하고 있다. ‘세계 바다의 날’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서밋(Earth Summit)’ 에서 캐나다 정부가 제안했으며, 2009년 그 첫 기념일을 맞이해 전 세계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2009년에는 ‘바다, 기후, 미래(One Ocean, One Climate, One Future)’라는 주제로 미국, 아르헨티나, 스페인, 중국, 호주 등지에서 각국의 과학자, 정치인, 학생들이 모여 인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바다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매년 세계 바다의 날에는 전 세계인들이 바다를 알고 그 중요성을 기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중 ‘오션 프로젝트(Ocean Project)’는 해마다 수족관, 동물원, 박물관, 절약 단체, 대학, 학교, 기업이 모여 세계해양네트워크(World Ocean Network)를 구축, 바다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양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 및 활동을 펼치는 범세계적인 행사이다.

이렇듯 많은 나라들이 ‘바다의 날’ 또는 ‘해양의 날’이라는 명칭의 기념일을 정해 놓고 제각각 해양사상 고취와 바다관련산업 활성화, 지구 환경보호 등 해양을 통한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시공간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바다의 날 동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는 바다의 날 자체가 아닌 해당국의 바다관련 산업의 경쟁력과 관련된 대목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바다의 날은 해당부처의 해체와 부활, 대규모 해양사고 등 주변여건에 따라 최근 그 취지와 결집력이 약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반도국이며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어떠한 상황의 변화에서도 해양을 통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교류를 하기가 어려워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해양을 이용한 제반 경제 및 문화활동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바다의 날은 매년 5월 해사산업계에서만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 아닌 온 국민이 해양사상을 고취하고 해사산업계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국가 지정 기념일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인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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