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의 발전이 눈부시다. 2010년 7천 7백만톤이던 물동량이 2013년에는 1억톤, 2014년도에는 1억 1천만톤으로 증가, 국내에서는 부산, 광양, 인천, 울산항과 더불어 5대무역항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으며, 수도권과 충청권의 중앙에 위치한 중부권 관문항으로서 환황해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지리적 우위성을 가진  평택당진항의 미래는 매우 밝다.

하지만 평택당진항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울한 소식이 있다. 바로 도계를 둘러싼 충청남도와 경기도의 분쟁이다. 그동안 평택시와 당진시는 서로 이웃에 있으면서도 서해대교 상 도계표시문제, 서부두 내 신규매립지에 대한 관할권문제, 평택당진항의 항만 명칭을 둘러싸고 그동안 서로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2004년 9월 도계문제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소송에서 당진시가 승소하면서 양 지자체 간 분쟁은 일단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평택항 서부두 매립지 67만 9589㎡를 해상경계선을 근거로 행정구역을 충남 당진시에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당진시는 서부두를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 976번지로 명명했다. 2007년에는 당진시와 평택시가 공동발전 협약까지 체결하고 항만명칭을 평택당진항으로 명명하면서 상생과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2009년 4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에 대한 규정이 바뀌자, 평택시는 2010년 2월 9일 평택당진항 내항 외곽도로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하는 귀속단체결정 신청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당진시측은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평택당진항의 경계분쟁은 사실상 종식됐었는데 경기도와 평택시의 도계변경 요청은 200만 충남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평택시가 서부두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지속하면서 두 자치단체 간 관할권 분쟁이 불거졌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행자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 신규매립지 총 96만 2236㎡ 가운데 제방의 안쪽 28만 2746㎡는 당진시 관할로, 나머지 67만 9589㎡는 평택시 관할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진시가 “행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자기 땅을 잃고 싶지 않은 당진시 주장에도 불구하고 평택시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당진시 소속으로 되어 있는 서부두나 내항매립지는 모두 평택시에서 매립 확장되어 나간 토지로 당진에서 접근하려면 서해대교를 건너야만 한다. 평택시 입장에서는 자기 앞마당을 이어서 새 땅을 만들었더니 강 건너 사람이 내 땅을 밟고 자기 땅에 들어가면서 이건 내 땅이요 하면서 우기면서, 그 땅에 필요한 전기, 수도, 가스, 행정사무 등은 모두 나보고 달라한다. 뿐만 아니다. 그 땅도 강 건너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라고 불리는 큰집에서 만들어 준 것인데 강 건너 사람의 주장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헌재가 현실을 무시하고 해상경계란 불분명한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잉태된 분쟁이다. 해상경계를 둘러싼 분쟁은 경기도와 충남도 뿐 만이라, 서천군 어민의 어장을 둘러 싼 충남과 전북, 남해군 어민들의 경남과 전남, 새만금방조제 간척으로 어장과 바다를 잃어버린 김제군과 새롭게 넓은 매립지를 확보한 군산시간의 분쟁 등 끝이 없다. 이렇게 해상경계를 둘러싼 지자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부는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해상경계의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부처간 소관업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다툴 것인가? 경쟁항만들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여 화주와 이용선사를 유치하고, 배후부지를 개발하여 항만이 제조, 물류, 유통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산업공간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구나 평택당진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수도권 기업의 이전이나 인천항의 적체해소는 인천송도신항 개장으로 이제 일단락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시급하게 평택시와 당진시, 충청남도와 경기도, 모두 평택당진항을 중심으로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어정쩡한 평택당진항이란 명칭을 과감하게 해소하고 평택항, 당진항으로 각기 분리하면서 도계확정을 위한 상호양보를 제안한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하나의 항만이 복수의 광역지자체에 걸친 곳은 실질적으로 평택당진항이 유일하다. 하나의 항만을 충청남도와 경기도가 공동소유, 공동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두 광역지자체가 하나의 시설을 협력운영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끈 사례가 국내에는 없다. 이번에 그것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드러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상도계를 확정하고 매립지의 관할권을 어느 지자체가 가질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추후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평택당진항의 발전과 양 지자체가 상생하기 위하여 지금 해야 할 우선과제는 해상도계의 확정이 아니라는 점은 드러났다.

더구나 항만을 실질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지방해양항만청의 경우, 평택지방해양항만청만이 존재하지 평택당진지방해양항만청은 없다. 당진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복잡해 당진시의 항만구역 중 일부는 평택해양청이 일부는 대산해양청이 관할한다. 하나의 기초지자체에 두 개의 항만청이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어떤 항만이 그렇게 관리되고 있는가? 광양항과 인접해 있고 광양항의 실질적인 보조항만이던 하동항도 광양항에서 분리되어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소관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27킬로미터나 떨어진 두 항만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평택과 당진 모두가 항만을 지역발전의 중심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배후부지의 귀속을 둘러싸고 양측의 분쟁이 계속될 경우, 광역지자체가 협력하여 항만을 통한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대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구나 평택항과 당진항은 컨테이너와 카페리가 주축인 상업항과 제철원료와 그 제품이 주축인 산업항으로 그 성격과 배후지역도 상이하다. 또 경기도가 설립한 평택항만공사도 당진지역 항만을 위한 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

이제 충남도와 경기도는 중앙정부에 과감하게 요구해야 한다. 당진항을 분리하고 당진지방해양항만청을 신설해 달라고. 그래서 어정쩡한 동거를 끝내자고. 물론 매립지를 평택시로 완전 귀속시키고자 한다면 경기도와 평택시는 당진시에 이에 걸맞은 어떤 보상을 해 줄 것인지 충남도 및 당진시 관계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