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2014. 6. 12. 선고 2012가합21822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마셜군도공화국(Republic of Marshall Islands) 법인 A는 2008. 3. 28. 싱가포르국 법인 B와 사이에 삼호드림호(161,136t급 오일·케미컬 운반선)에 관하여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2008. 4. 1. 마셜군도공화국에 소유자로서 삼호드림호의 선적을 등록하였다. 대한민국 법인 C는 삼호드림호의 선박운항자로서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삼호드림호를 선주책임상호보험조합(P&I Club)에 가입시키면서, A를 소유자로, B를 선체용선자로, 당시 C의 선박관리업자였던 D를 관리자로 하여 위 조합원으로 등재시켰다.

(2)A는 2009. 9. 10. 선박 및 선원 관리업을 영위하는 대한민국 법인 E와 사이에 삼호드림호에 승선할 선원의 선발, 근로계약체결, 관리 및 임금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선박관리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2009. 9. 16.부터 2010. 3. 16.에 걸쳐 A 또는 B의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E와 사이에, 삼호드림호에 선원(선장, 조리장, 1항사, 기관장)으로 승선하여 근무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위 계약체결일 무렵 삼호드림호의 선주 및 사용자라고 칭하는 E와 사이에, 원고들이 삼호드림호에 승선하여 근로하기로 하면서 근로조건 등은 선원근로계약과 동일하고 영문으로 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

(3)원고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선원들과 필리핀 선원들은 삼호드림호에 승선하여 2010. 4. 4.경 이라크에서 미국 루이지애나로 항해하던 도중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에게 피랍되었다가 2010. 11. 6.경 풀려났고, 2010. 11. 13.경 하선하였다. 피랍으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원고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4)C의 소유인 삼호스피넬호에 관한 선박임의경매사건(부산지방법원 2012타경12022호)에서 원고들은 2012. 4. 27. C가 자신들의 사용자라고 주장하면서 C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배당요구를 하였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인 2012. 11. 29. 실제 배당할 금액을 배당순위에 따라 배당한 후 5순위로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배당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배당하지 아니하였다.
(5)원고들은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금액 중 원고들의 채권액 합계액 범위 내에서 이의하고, 2012. 12. 3. 부산지방법원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재판의 경과
 1. 당사자들의 주장요지

원고들은,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 관한 준거법은 당사자들의 합의 내지 국제사법에 따라 선원법,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대한민국법이라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삼호드림호의 등록선주는 A이므로,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채권에 관한 사항은 선적국법인 마셜군도공화국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부산지방법원은 2014. 6. 12. 선고한 2012가합21822 판결1)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2)
(1)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C와 원고들은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 관하여 선원법을 비롯한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하기로 명시적 내지 묵시적으로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선원근로관계에는 선원법을 비롯한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

(2)설령 준거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선원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어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그러나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선적국법인 마셜군도공화국법은 이 사건 선원근로관계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고 대한민국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선원근로관계에는 대한민국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3)C가 삼호드림호에 승선한 원고를 비롯한 선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인 점, C는 필리핀 해외 노동청에 자신을 삼호드림호의 선주로 등록한 점, C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삼호드림호를 C의 선박목록에 포함시켜 소개했던 점, A와 B는 별도의 직원이나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고 A의 대표이사는 C의 서울지사장이자 영업이사이며, A의 싱가포르 내 주소는 C의 싱가포르 현지 대리점 주소로서 가공의 주소로 보이고 A의 등기이사들이 C의 소유주일가 또는 경영진으로서 A와 B의 실체가 불분명한 점,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서 삼호드림호의 선주로 표시된 자는 A, B, E로 일관되지 아니한데 원고들과 위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는 E로 C가 선박관리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설립한 실체 없는 회사인 점, C가 삼호드림호의 선원 및 선박 관리를 수행해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C가 삼호드림호의 실질적인 선주이므로, 삼호드림호는 선박법 제2조에 따른 대한민국 선박에 해당하고, C는 선원법 제2조의 선박소유자이다.

Ⅲ. 선원법 제3조와 국제사법
1. 문제의 소재

선원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법에 따른 대한민국 선박(어선법에 따른 어선을 포함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용선한 외국선박 및 국내 항과 국내 항 사이만을 항해하는 외국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적용한다(선원법 제3조 제1항 본문). 그런데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은 “모든 요소가 오로지 한 국가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그 외의 다른 국가의 법을 선택한 경우에 관련된 국가의 강행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1986. 9. 1. 개정된 독일민법시행법(Einfuhrungsgesetz des Bugerlichen Gesetzbuches, EGBGB) 제27조 제3항3)의 입법례를 그대로 따라 규정한 것이다.4) 순수한 국내 법률관계에서 당사자들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종래의 전통적 국제사법이론에 의하면, 당사자가 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이미 그 법률관계에 일정한 외국적 요소가 있을 때에 한하여 준거법의 저촉법적 지정에 관하여 약정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었다.5)
 

2. 견해의 대립
독일에서는 EGBGB 제27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위 조항에서 말하는 ‘법 선택’이 실질법적 지정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저촉법적 지정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6)
가. 실질법적 지정설
위 조항에서 말하는 법 선택은 실질법적 지정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고, 따라서 법 선택 이외의 사항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경우에는 저촉법적 지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종래의 전통적 이론은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적용된다.
 

나. 저촉법적 지정설
위 조항에서 말하는 법 선택은 저촉법적 지정을 의미하므로 종래의 전통적 이론은 위 조항에 의하여 더 이상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저촉법적 법 선택 이외에는 오로지 하나의 국가에만 관련되는 경우에도 이는 법률관계의 구성 요소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포함되어 국제사법의 적용대상이 되고, 결국 국내적 법률관계에 있어서도 저촉법적 지정이 가능하다.
 

다. 검토
국제사법이 궁극적으로 법률관계의 저촉법적 준칙을 정하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이상, 그 법률관계를 구성하는 객관적인 사실 요소가 외국과 관련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그 주관적 의사에 의하여 외국법을 저촉법으로 지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저촉법적 준칙을 정할 필요성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외국적 요소의 개념을 반드시 법률관계의 객관적 사실 요소에 한정할 이유는 없다. 종래 전통적 이론이 순수한 국내적 법률관계에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입장을 취한 것은, 국내사건의 당사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그에 의하여 국내 강행법규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경우에 대하여 국내 강행법규의 적용을 명백히 정하고 있는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을 두고 있는 이상 저촉법적 지정을 허용하지 아니할 근거도 없어졌다.7) 다만 ‘당사자에 의한 법 선택이 실질법적 지정인가 저촉법적 지정인가’의 문제는 의사표시의 해석문제로서 법 선택 후 개정된 외국법의 적용 여부와 관련하여 별개의 문제로 검토되어야 한다.8)
 

3. 저촉규정의 종류
가. 쌍방적 저촉규정

국제사법은 이러한 국제적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여 국내외법을 불문하고 어느 나라의 법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인지를 일정한 연결점에 기하여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별 실질법과는 독립하여 일반적인 저촉법적 준칙을 정하는 입법형식을 가리켜 ‘쌍방적 저촉규정(allseitige Kollisionsregel)’이라고 하고, 국제사법, 독일의 EGBGB 등과 같이 대륙법계에서 통상 취하고 있다.
 

나. 일방적 저촉규정
자국의 개별 실질법에 당해 법규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때를 포함하여 일정한 경우에 적용된다거나 일정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정하고, 그러한 한도 안에서는 외국법과의 저촉이 있더라도 자국법이 적용된다거나 반대로 외국법과의 저촉이 있을 때 자국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규정을 둘 수도 있다. 이처럼 개별 실질법에 저촉법적 준칙으로 작용할 개별 조항을 두는 입법형식을 가리켜 ‘일방적 저촉규정(einseitige Kollisionsregel)’이라고 한다. 이러한 입법형식은 대륙법계에서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만, 영미법계에서는 오히려 일반화되어 있다.9)

일방적 저촉규정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자국의 개별 실질법규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속지주의·속인주의 또는 그 밖의 원칙 등을 정함에 따라 그 법이 그 법률관계와 관련되는 외국의 법규와 적용상 상호 충돌·저촉이 있더라도 오로지 자국법이 적용된다고 해석될 때(적극적 저촉규정)에는 그 범위 안에서 국제사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위 실질법규에 따라 준거법이 결정되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 중 일정한 경우에는 자국의 개별 실질법규의 적용이 배제·부정된다고 해석될 때(소극적 저촉규정)에는 그 개별 실질법규는 그 경우에 해당하는 법률관계에는 적용될 수 없다.
 

4. 선원법 제3조의 성격
선원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선원법에 정한 대한민국 선박의 소유자와 그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 사이의 선원근로관계는, 그 선박의 소유자가 외국인이라거나 그 선원이 외국인이라거나 그 선박의 항해지가 외국 영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선원법의 적용범위 안에 드는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이에 더 나아가 위와 같은 범위 안에서 선원근로관계를 둘러싸고 우리 법원에 제기된 쟁송에 대하여는 항상 우리의 선원법이 적용되고 외국의 관련법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인지 여부이다.
 

가. 독일의 논의
독일 구 선원법(Seemannsgesetz) 제1조(현행 독일 해양노동법 제1조와 유사하다)는 독일국적의 선박에 대하여는 독일 선원법이 적용된다는 규정이 있다. 위 규정은 독일 EGBGB가 1986년에 개정되기 전까지는 저촉규정(die kollisionsrechtliche Bedeutung)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10) 그 후 EC 가맹국간의 국제사법 규정의 통일을 위하여 체결된 로마협약을 독일 국내법에 반영할 목적으로 1986. 9. 1. 독일 EGBGB를 개정하면서, 제30조 제2항에 일반 근로계약관계에서 법 선택이 없는 때에 노무제공지 등에 의하여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게 된 이후에는, 독일 선원법 제1조와 EGBGB 제30조 제2항의 관계에 관하여, 독일 선원법 제1조는 EGBGB 제30조 제2항에 의하여 저촉규정으로서는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견해와, 독일 선원법 제1조는 EGBGB 제30조 제2항의 특별법으로서 우선 적용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11) 독일연방노동법원은 독일 선원법 제1조가 저촉규정의 의미를 상실하였고 국내에서 실질법적 의미(die materiell-rechtliche innerstaatliche Bedeutung)만을 갖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12)
 

나. 검토
선원근로관계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 선박의 국적이 준거법 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연결점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종래 지배적인 견해이고,13) 우리 선원법의 위 규정은 그러한 취지를 실질법규 속에 반영하여 저촉법적 준칙을 정한 것이므로, 이를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14)
한편, 선원법에 정하지 아니한 외국선박의 소유자와 그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 사이의 선원근로관계에 대하여는, 그 선박의 항행지가 국내항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소유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나 법인이거나 그 선원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선원법이 적용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원법의 위 규정은 적극적 저촉규정으로서만 기능하므로, 이와 같이 선원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외국적 요소가 있는 선원의 근로계약관계에 대하여는 여전히 국제사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이에 따라 우리 선원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다.15)
 

Ⅳ. 선박법 제2조의 국적선
1. 선박법 제2조

(i) 국유 또는 공유의 선박, (ii) 대한민국 국민이 소유하는 선박, (iii) 대한민국의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상사법인이 소유하는 선박, (iv)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둔 3호 외의 법인으로서 그 대표자(공동대표인 경우에는 그 전원)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에 그 법인이 소유하는 선박은 대한민국 선박으로 한다(선박법 제2조).
 

2. 국적선 여부의 판단
특정선박이 대한민국 국민의 소유에 속하는가 여부를 판단할 때, 선박원부, 선박국적증서 등 공부公簿의 기재에 의하면 족하고 실질적인 소유자가 한국국민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형식설)와,16) 외국국적 선박의 형식적 소유자는 페이퍼 컴퍼니이고 실질적 소유자가 대한민국 법인인 경우에는 그 편의치적선은 선박법 제2조 소정의 대한민국 선박이라고 보는 견해(실질설)17)가 대립하고 있다.
 

Ⅴ. 대상판결의 검토
1. 국적선 여부의 판단

대상판결은 삼호드림호가 편의치적선임을 전제로, 실질적 소유자인 C가 대한민국 법인이므로, 선박법 제2조 소정의 대한민국 선박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선박법상 국적선 여부를 선박국적증서 등 공부의 기재가 아닌, 실질적 소유자가 대한민국 국민·법인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실질설을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선원법 제3조 제1항의 성격
선원법 제3조 제1항은 적극적 저촉규정이므로, 선원법에 정한 대한민국 선박의 소유자와 그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 사이의 선원근로관계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된 쟁송에 대하여는 항상 우리의 선원법이 적용되고 외국의 관련법규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취지를 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삼호드림호가 대한민국 선박으로 인정된 이상, 국제사법상 준거법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삼호드림호가 대한민국 선박이라고 판시하면서도 국제사법상 주관적 준거법과 객관적 준거법에 관하여 판단하였는바, 이는 선원법 제3조의 성격을 간과한 것이어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향후 편의치적선의 준거법에 관한 소가 다시 법원에 제기된다면, 선원법 제3조의 성격을 올바로 이해한 판결이 선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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