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cean Victory 항소심 판결1)을 중심으로)

2014년 2월 본지에 소개된 Gard Marine & Energy Ltd v China National Chartering Co., Ltd(The “OCEAN VICTORY”) 판결과 관련하여, 항소심에서 동 판결의 결과가 바뀌어 소개하고자 한다.
항소심은 일본 카지마항에서 강풍과 높은 파고의 영향으로 선박이 침몰한 손해에 관해 용선자는 과실이 없음을 인정하였다. 동 판결을 통하여 용선자의 안전항 지정의무 판단 기준과, 위반시 그 책임 범위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의 개요>
오션 빅토리(MV OCEAN VICTORY)호는 케이프사이즈이며, 나용선자인 오션라인홀딩스(Ocean Line Holdings Ltd)는 시노차트Sinochart와, 시노차트는 다시 다이치Daiichi와 각각 정기용선을 체결하였다. 동 선박은 2006년 10월 24일, 일본 카지마항에서 출항 도중, force 9의 강풍과 심한 풍랑을 동시에 조우하여 방파제 끝에서 좌초되었고, 결국 전손되었다.
이 사고로 선체보험자가 등록 선주와 나용선자의 권리를 양도받아 용선자에게 총 137.6백만불의 클레임을 제기하였다.

선체보험자인 원고는, 당시 카지마 항은 안전항이 아니었으므로, 안전항 지정의무가 있는 정기용선자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기용선자인 피고는, 카지마 항의 구조, 운영이 사고에 기여 여부와 상관없이 합리적 수준의 안전을 준수했다면 안전항이며 특히 당시의 태풍은 예외적이며 특별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설사 안전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원인은 도선사가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출항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명령한 선장의 운항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선체보험자인 원고의 손해가 있다면 지급한 선체보험금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의 판단>
피고는 안전을 위한 항만설비가 구비되어 있었고, 항만당국의 합리적인 상황판단이나 지시가 있었던 정도라면(합리적 수준의 안전 “Reasonable safety”) 안전항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 항구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이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도 회피할 수 없었다면 안전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비정상적인 상황(abnormal occurrence)에 대한 판단으로서, (a)항구의 특성에 기인한 위험이 있었는지 여부 (b)그 위험을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 회피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법원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카지마항에 강풍과 높은 파고가 동시에 발생하였는데, 카지마항은 긴 너울에 대비하기에는 선석이 취약했고, 현지 지형 때문에 항로가 강한 북풍에 취약하다는 위험요소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으며, 동 위험 속에서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는 동 항구를 안전하게 출항할 수 없다고 판단,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판단하였다.
 

1. 비정상적인 상황(abnormal occurrence)의 판단 기준
항소법원은 1심법원이 비정상적인 상황(abnormal occurrence)의 판단 기준을 다소 추상적인 판단에 근거하였음을 지적하였다. 1심법원은 항구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면 비정상적인 상황(abnormal occurrence)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항소심은 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서, 충분한 현실성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과거의 자료 등을 통하여 얼마나 그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함으로써 동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 강풍과 높은 파고의 동시발생이 비정상적인 상황인지에 대한 여부
위 기준을 토대로 항소법원은 당시 카지마항에서 나타난 강풍과 높은 파고의 동시발생이 비정상적인 상황(abnormal occurrence)인지를 판단하였다. 1심법원에서는 동 판단에 대하여, 비록 강풍과 높은 파고라는 각각의 상황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해당될 수 있고, 동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일은 드문 일이긴 하나, 그것이 항만의 구조상 발생이 가능한 현상이므로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몇가지 사실관계를 검토하였다. 해당 파고는 1년에 약 2,3회 정도 선박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며, 이 정도로는 위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사고일자로부터 약 5년동안 약 4,5척의 선박이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항만을 이용하였으나, 높은 파고와 바람의 영향을 받은 증거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항소심에서는 우선, 1심법원은 ‘가능성’에 대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보았다. 두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가능성은, 단순히 이론적인 가능성을 넘어서 발현에 대한 현실성과 정도에 대한 실증적 판단을 요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과거 카지마항에서 실제 그러한 현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하여 가능성의 정도를 파악하는 과정이 없었음을 지적하였다.
1심법원은 The Merry Lou2)판결을 인용하여,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내렸으나,3) 실제 The Merry Lou 판결의 판사는 ‘가능성’에 대하여, 단순한 이론적 판단인지, 실증적 판단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으므로, 1심법원은 동 판결의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항소법원은, 1심법원이 동 현상의 발현이 드문 일임을 인정하면서도 항구의 구조에 기인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비약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과거 자료 등을 통하여 동 현상의 발현의 가능성을 조사해야 했으며, 동 상황의 원인이 과거에 보기 힘든 태풍으로부터 발생된 사실을 간과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항소심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다시 판단함에 있어, 과거자료를 검토, 과거에 이와 유사한 선박이 유사한 상황에서 사고가 없었음을 근거로, 또한 당해 태풍은 동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정도의 태풍이 아님을 근거로, 동 상황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따라서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3. 나용선자의 안전항 의무 위반의 효과
항소법원은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인정함으로서 부수적인 문제였던 항해기술능력으로서의 위험회피 가능성이나 나용선자의 책임 등에 관하여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다만, 나용선자의 책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논의를 이어나갔으며, 주목되는 점이 있어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동 판결의 원고는 등록선주와 나용선자의 선체보험자이다. 따라서 보험료를 지급한 나용선자가 등록선주에 대하여 따로 안전항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지가 논의되었다.

법원은 동 선박의 선체보험은 등록선주와 나용선자가 공동으로 피보험자가 되어 있으며, BARECON 89 form으로 작성된 나용선 계약에서, 피보험자는 등록선주와 나용선자가 같이 기재되어야 한다는 점, 나용선자가 보험료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나용선자가 보험가입시 등록선주를 공동의 피보험자로 기재한 사실은 보험사고 발생시 등록선주도 보험금을 수취할 수 있다는 합의이다. 따라서 이 경우, 보험자는 해당 계약에서의 각 당사자의 권리를 대위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보험사고 발생시, 나용선 계약의 책임관계를 논하지 않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양 당사자는 해당 사고의 책임에서 면책된다라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최소한 선체보험금에 관하여는 나용선계약 하에서 나용선자는 등록선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의의>
동 판결은 1심법원에서 다루어졌던 항구의 특성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에 대해 더 자세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단순히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닌, 실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용선자의 안전항 지정 의무의 예외인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였다.
실제 카지마 항은 35년의 역사동안 유사사고가 없었다는 점과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항만임을 감안한다면, 동 판결은 해운업계에서 바라보는 안전항에 대한 업계의 상식적인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유사사고에 대한 해당 항만의 과거 기록을 중시한 것에 비추어 차후 용선자는 해당 항만의 기록을 수집하는 것으로 안전항 지정의무를 다했다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어서 입증책임의 무게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체보험계약과 맞물려 나용선계약의 보험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차후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의 해석을 빌자면, 선체 보험금을 등록선주에게 지급한 경우, 선체보험자는 영국법상 등록선주의 이름으로 대위권을 행사하여야 하는 바, 이 경우 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나용선계약에 따른 것이지,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권리행사가 어려워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나용선계약의 보험조항에 따라, 선체보험자가 나용선자에 대한 대위권 행사가 막히는 경우, 정기용선계약 등, 하위계약자로의 대위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위의 사항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tort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위 해석은 동 판결에서 이미 용선자는 안전항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으므로, 차후 유사 사건이 있는 경우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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