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적 화물운송(On-Deck Carriage) 관련 운송인의 책임 및 위험관리”

1. 서론
해상 운송 시 화물을 선박의 선창이 아닌 갑판 위에 선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긴급한 화물 운송이 필요한 화주가 제한된 선박의 공간을 고려하여 갑판적 운송을 요청하거나, 운송인이 스스로 운항이익 극대화를 위해 갑판적 운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선박의 구조 및 화물의 특성 상 갑판적 운송이 통상적인 운송 방법일 수도 있다. 한편, 화물이 선창이 아닌 갑판 위에 선적되는 경우 해양의 악천후에 직접 노출되어 손상되거나 멸실될 가능성이 선창 내 선적의 경우보다 증가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화물의 갑판적 화물운송에 따른 운송인의 책임관계와 위험관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갑판적 운송 시 운송인의 책임관계

갑판적 화물이 운송 중 손상되거나 멸실되는 경우, 운송인의 책임 여부는 다른 해상운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운송계약의 내용을 근거로 판단한다. 많은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 약관에 “운송인 사정에 따라 화물을 갑판적 운송할 수 있으며 그러할 경우 화물손상 및 멸실은 운송인 책임이 아님” 을 기재하고 있다 (갑판적 자유/면책 조항). 이러한 계약 조항의 유효성은 각 국가별 법률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선하증권 상 갑판적의 표시
헤이그 규칙 (Hague / Hague Visby Rule) 에서는 갑판적 화물운송이 헤이그 규칙에 적용 받지 않음이 명시되어 있다.1) 이는 갑판적 운송의 경우 본래적으로 화물손상 및 멸실의 위험이 높아 헤이그 규칙을 적용하는 대신 당사자간 계약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따라서, 비록 헤이그 규칙보다 과도하게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선하증권 약관이 있더라도 당사자간 갑판적 운송에 합의를 한다면 해당 계약조항은 유효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헤이그 규칙의 적용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헤이그 규칙에서 명시하는 다음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즉, (1)해당 화물이 실제로 갑판적 운송되어야 하며 (2)선하증권에 갑판적 운송이 표시되어야 한다. 특히, 선하증권의 전면에 명확히 갑판적 운송이 표시되어야 한다는 요건은 많은 판례들을 통해서 그 엄격한 적용이 확인되었다.

이는 실무상 선하증권의 약관이 화주와 충분한 협상을 통해 작성되기 보다 운송인의 표준양식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서 갑판적 운송에 대한 당사자간 진정한 합의를 추론하기 어렵고 선하증권의 표시만을 믿고 거래를 진행하는 화주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 예로 영국법원의 Svenska Traktor v Maritime Agencies (Southampton) Ltd2) 판례가 있다.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수출하는 50대의 트랙터 중 일부가 갑판적 운송 중 유실되자 화주는 운송인을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하였다. 운송인은 선하증권 이면의 갑판적 자유/면책 약관3)을 근거로 선하증권에 갑판적 운송 표시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화물을 임의로 갑판적 할 권한이 있다는 이면약관 상의 내용만으로 실제 해당 화물이 갑판적 되었다고 표시한 것이 아님을 판결하였다 (선하증권 전면에 표시하여야 함). 따라서, 해당 사건에는 여전히 헤이그 규칙이 적용되어 갑판적 자유/면책 약관은 과도하게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조항으로 간주되어 무효가 되었고 운송인은 적부 및 고박의 과실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4)

이와 같이 선하증권에 전면에 명확히 표시를 하고 갑판적 운송을 진행하는 경우 해당 운송계약은 헤이그 규칙의 적용에서 제외되며, 운송인은 선하증권 상의 갑판적 면책 조항에 의해 화물의 손상 및 멸실 위험을 회피하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영국의 The Imvros5) 판례에서 법원은 정기용선계약의 선주가 원목화물 선적 시 고박의 과실이 (IMO 규정상 원목선적 시 요구하는 기준위반) 있었더라도 여전히 갑판적 면책조항에 근거 면책됨을 판결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갑판적 면책조항 근거 운송인 과실에 의한 갑판적 화물의 멸실 경우에도 운송인이 면책된다는 판결이 호주 항소법원에서 내려졌다.6)
하지만 갑판적 면책조항 근거 운송인의 면책 여부는 관련 면책조항의 해석과 국가별 법 적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국법인 하터법 (1983)에 의해서 화물의 선적, 적부, 관리 및 인도 관련 과실 (negligence)을 면책시키는 계약의 조항은 무효가 되어 운송인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운송인 스스로 선적, 적부, 관리업무에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국가별로 운송인의 갑판적 면책조항을 최대한 좁게 해석할 수 있으므로 해당 면책조항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한편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당사자간 합의, 관습 또는 법률에 의해 가능한 경우 갑판적 운송을 허락하여 화주와 운송인의 책임관계(갑판적 면책조항 포함)을 해당 규칙에 따라 판단한다.7) 다만, 갑판적 운송 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갑판적을 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운송인은 책임제한 권리를 상실한다.
 

(2)화주의 동의 없는 갑판적 운송 시 운송인의 위험
신용장 통일규칙(UCP 600)8) 에서 갑판적 운송이 표시된 선하증권은 은행의 신용장 수리가 금지되어 신용장을 근거로 거래하는 화주가 선하증권에 갑판적 표시를 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화주의 동의가 없고 선하증권에 갑판적 표시가 없는 운송인의 일방적 갑판적 운송인 경우 운송인은 포장당/중량당 책임제한 등 해상운송인으로 누릴 수 있는 법적 책임제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한 법적 입장은 각 국가별로 상이하다.

영국에서는 한때 일방이 계약의 근간을 침해하는 심각한 계약위반 (fundamental breach)을 범하는 경우 (즉, 해상운송 계약의 경우,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 없이 화물을 갑판적 하는 경우) 해당 계약의 책임제한 조항도 무효가 된다는 법리가 있었으나 해당 법리는 대법원9)에 의해서 거절되었다. 또한, 이후의 영국 항소법원에서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갑판적 운송을 진행한 경우 운송인은 여전히 포장당 책임제한 적용이 가능함을 인정하였다 (The Kapitan Petko Voivoda10)).해당 판례에서 운송인은 한국에서 터키로 수출되는 34대 굴삭기를 최초 선창 내 선적했으나 이후 기항지에서 임의로 갑판적하여 악천후에 굴삭기 8대가 멸실 하였다. 이에 화주는 운송계약의 명시적 요구사항인 선창 내 운송을 위반한 것은 운송인의 심각한 계약위반 (fundamental breach) 으로 포장당 책임제한 적용이 불가함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심각한 계약위반 법리는 유효하지 않으며 헤이그 규칙의 해석 상 포장당 책임제한은 모든 경우(“every event”)에 적용되어 운송인의 책임은 여전히 포장당 책임제한이 적용됨을 판결하였다.11)

반대로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 화주의 동의 없는 갑판적 운송은 준이로 행위(Quasi-Deviation) 및 심각한 계약위반으로 간주하여 운송인의 책임제한 권리를 박탈시키고 있다 (Encycc
lopaedia Britannica v Hong Kong Producer12)).이는 화주 동의 없는 갑판적 운송 시 운송인의 책임제한이 불가하다고 명시하는 함부르크 규칙과도 같은 입장이다.13) 또한, 벨기에서는 Baluin 197914) 판례에서 동일한 법리가 성립되었으며, 호주에서는 1991년과 1998년에 제정한 해상운송법15) 에서 명시적으로 동일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법률 상 특정 상황에서 갑판적 운송이 허락되며 책임도 면책되나 법률 상 허락되지 않은 갑판적 운송의 경우 운송인은 책임제한이 불가하다.16) 한국에서도 갑판적 운송으로 인한 화물 멸실의 경우 운송인은 책임제한이 불가하다는 판결이 내려진바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경우 갑판적 운송을 화물의 멸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진행한 무모한 행위로 판단하여 상법상 제공하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이 불가함을 판결하였다.17)
한편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선박 자체가 갑판 위 상당 높이까지 화물을 선적하도록 특수 제작되어 선하증권 상 별도의 갑판적 표시 없이도 관습 또는 합리성에 근거 유효하게 인정되고 있다.18)
 

3. 갑판적 운송 시 운송인의 위험 관리
(1)선하증권 상 갑판적 운송의 표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운송인이 갑판적 운송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은 선하증권 전면에 갑판적 운송을 표시하고 면책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문구를 선하증권 전면에 표시함으로써 화물의 손상 및 멸실에 따른 운송인의 책임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Shipped on deck at shippers/charterers’ risk and responsibility (to include vessel’s stability & seaworthiness) without liability on the party of the vessel/owners for any expenses, delay, loss or damage however caused”
 

하지만 미국의 경우 하터법의 적용으로 이와 같이 운송인의 과실을 면책시키는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으며, 국가별 다른 법체계로 인해서 해당 조항이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 구체적인 갑판적 면책조항 없이 “on deck at shipper’s risks” 만 기재하기도 하나 그러한 경우 운송인의 과실이나 불감항성 등의 사유로 화물이 손상/멸실 되는 경우의 운송인 책임까지 면책시키지는 못한다. 

 
(2)Letter of Indemnity(LOI)
송화주 또는 용선자가 화물의 갑판적 운송을 요청하며 선주에게 선하증권에 갑판적을 표시하는 대신 LOI 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LOI 는 화물의 상태를 속이는 무고장선하증권 (clean B/L) LOI의 경우와 같이 사기공모 행위로 간주되어 그 효력이 무효가 될 수 있다.19) 비록 갑판적 운송에 대한 LOI 는 무고선하증권 LOI 와 다르게 화물의 상태를 속이는 공모행위는 아니나 여전히 선하증권의 매입자가 사실관계를 오해하여 거래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공공정책 상의 이유로 그 효력이 거절될 수 있다 (무고장선하증권의 경우 묵시적으로 화물이 선창 내 선적됨을 의미함).

 
(3)SOL (Ship Owners’ Liability Insurance) 보험
P&I 보험은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갑판적 운송을 명시하지 않는 상태로 운송하는 경우 담보가 제외된다 (반대로, 갑판적 운송이 표시된 선하증권을 근거로 화물을 운송하는 경우 P&I 보험의 담보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하증권에 갑판적 운송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위험을 담보하는 SOL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SOL 보험은 아래와 같이 P&I 보험에서 제외되는 다수의 책임을 담보한다. (a)선하증권에 갑판적 표시 없이 갑판적 운송에 따른 위험 (b)운송 중 환적 시 위험 (c)화물이 선적된 상태에서 입거수리하는 경우의 위험 (d)헤이그 비스비 규칙 보다 불리한 조건의 운송계약에 따른 위험 (e)이로에 따른 위험 등. 

 
(4)사고 예방을 위한 고박 강화

무엇보다 운송인이 갑판적 운송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악천후에도 갑판적 화물이 항해 중 멸실되지 않도록 충분한 고박 조치를 취해야 하며 검정인을 통해 그러한 조치상태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황천이 예상되는 항로에서는 갑판적 운송을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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