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 수호성인’ 루치아신부 기리는 이태리민요

1850년 작곡가 코트라우 발표…이미자 등 국내가수들도 취입
가요제 1등 입상, 나폴리만에 배 띄우고 흥겹게 부르는 ‘뱃노래’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아름다운 동산 행복의 나폴리 
산천과 초목들 기다리누나
아름다운 동산 행복의 나폴리 
산천과 초목들 기다리누나
저 깊은 나라에 행복아 길어라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저 깊은 나라에 행복아 길어라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이탈리아민요(칸초네 나폴레타나) ‘산타 루치아(Santa Lucia)’는 내림나장조, 3/8박자의 A(a+b)+B(c+d)로 이뤄진 두 도막형식의 곡이다. 다양한 셈여림과 악센트의 변화에 따른 가락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산타 루치아는 성스러운(영어의 saint) 빛, 광명이란 뜻이다. 
이 노래는 이탈리아음악가 코트라우(Teodoro Cottrau, 1827~1879년)가 작곡한 것으로 피에디그로타가요제에서 1등상을 받았다. 나폴리의 수호신을 기리며 나폴리만灣에 배를 띄우고 흥겹게 부르는 뱃노래이기도 하다. 곡명은 나폴리수호신의 이름이며 나폴리부둣가마을, 해안거리의 지명이기도 하다. ‘산타 루치아’는 이 해안에서 황혼의 바다로 배를 저어 떠나는 광경을 노래했다. 1850년 발표된 뒤 나폴리어부들 사이에서 애창돼 오늘에 이른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듣고 암시 받아 작곡
‘산타 루치아’는 코트라우가 도니체티의 오페라 ‘루크레치아 보르지아(Lucrezia Borgia)’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아리아 ‘그 얼마나 아름다운 마술사인가’를 듣고 음악적 암시를 받아 작곡했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애창되고 있다. 1968년 4월 이미자가 정서봉 편곡으로 취입, ‘아 목동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금발의 제니’ 등 10곡이 담긴 지구레코드 음반(‘세계민요를 노래하는 이미자’)을 냈다. 배호 등 여러 국내가수들도 취입했다. 패티김은 중앙여고를 다닐 때 ‘대니 보이’와 함께 ‘산타 루치아’를 애창했다.

‘산타 루치아’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엔 가슴 저미는 슬픈 사연이 서려있다. 먼 옛날 로마시대 때 산타 루치아엔 폭정을 일삼는 총독이 있었다. 산타 루치아 마을을 돌아보던 그는 어여쁜 처녀를 발견하고 부하들에게 “자신의 궁궐로 납치해오라”고 명령했다.
이를 알아차린 처녀의 어머니는 서둘러 딸을 수도원으로 피신시키고 자신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처녀어머니는 “딸의 행방을 대라”는 모진 고문을 이기내지 못하고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딸을 보호하고 있던 수도원의 루치아신부는 이 어머니의 장례식을 집전했다. 이를 눈치 챈 병사들이 수도원까지 미행, 처녀를 끌고 가려했지만 루치아신부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보호하고 결국 처형당한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루치아신부를 ‘처녀들의 수호성인’, 곧 ‘성聖루치아’란 뜻의 ‘산타 루치아’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마을이름도 ‘산타 루치아’가 됐다.

1849년 작곡가 코트라우는 ‘산타 루치아’곡을 만들어 이듬해 발표했다. 나폴리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과 신혼부부들에 의해 이 노래와 ‘산타 루치아’ 마을이야기는 삽시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 바람에 ‘산타 루치아’는 세계적 명곡으로 떴다.
 

이탈리아는 민요가 많은 나라
이탈리아는 민요가 많은 나라다. ‘노래의 나라’라고 할 만큼 이탈리아사람들은 예로부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즐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스탕달은 이탈리아민요를 가리켜 “장화 모양의 나라에선 남쪽으로 갈수록 독창적 민요가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18세기쯤부터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아름답게 표현하는 ‘벨칸토창법’이 발달했다. 민요에도 이 창법이 응용됐다. 지중해의 밝은 태양과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으로 밝고 늠름하며 표현이 솔직하고 개방적이다. 지역적으로 남부민요는 낙천적·개방적이고 북부민요는 깊이가 있고 어둡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탈리아로 음악유학을 많이 가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특히 나폴리를 중심으로 많은 민요들이 전해져오고 있다. 맑은 날씨, 아름다운 바닷가를 가진 나폴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명승지로 유명하다. 해마다 9월 나폴리의 피에디그로타교회 앞 광장에선 ‘피에디그로타가요제’가 열린다. ‘산타 루치아’, ‘오! 나의 태양’, ‘마리아 마리’ 등이 이 가요제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곡들이다.

‘산타 루치아’와 같은 칸초네는 나폴리지방의 어부들이 노래하는 전통민요에서 탄생했다. 대표적 칸초네인 ‘오 솔레미오’, ‘산타 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석양을 가진 산타 루치아는 나폴리의 백미다.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See Naple and die!)란 말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알프스의 시원한 바람, 눈부신 태양, 짙푸른 지중해로 둘러싸인 나폴리항구는 축복받은 자연과 기후로 세계 3대 미항에 들어간다. 150km나 되는 나폴리만의 해안선이 항아리처럼 도시를 감싸 안고 있어 늘 잔잔하다. 연중 해일이나 태풍이 없다. 나폴리는 지중해성 해양기후로 온화하고 쾌청한 날씨가 연 300일 이상 이어진다. 이런 풍토성으로 이곳 사람들은 생기발랄하고 낙천적이며 정열적이다. 틈만 나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산타 루치아는 노래가 본격적으로 알기지기 전까지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지금은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관광명소로 바뀌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줄지어 떠있는 배, 요트들과 아름답게 일렁이는 지중해를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이곳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황혼 무렵 항구를 바라보며 석양빛을 받아 붉게 물든 카스텔 델로보의 모습은 환상 그 자체다. 서쪽으로 가면 해안선을 따라 시민광장(Villa Comunale)이 나온다. 이곳도 관광명소여서 묶어서 관광하는 게 좋다. 나폴리만의 언덕에서 베수비오화산을 바라본 풍경은 특히 인상적이다. 베수비오 산을 맞보면서 카라치오로 해안도로를 거닐면 돌로 된 안벽에 다다른다. 그 방파제에 둘러싸여진 작은 만灣이 산타루치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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