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다6442 판결
[판결요지]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판결전문]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4다6442  선수금환급보증금
원고, 상고인 A, B (파나마공화국 회사)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C은행
피고보조참가인 회생회사 주식회사 D의 관리인 E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1. 29. 선고 2012나90216 판결
판결선고 2015. 7. 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하여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였다면, 이는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이다. 이러한 독립적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불문하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단절되는 추상성 및 무인성이 있다.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53700 판결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1) 피고가 수익자를 S로 하여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서(이하 ‘이 사건 보증서’라고 한다)는 독립적 은행보증에 해당하고,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이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데, (2) 주식회사 T조선이 1006호 선박에 관한 용골거치, 1009호 선박에 관한 강재절단을 시행하였음에도, S로부터 1006호 선박의 매수인 지위를 인수한 원고 A가 위 선박에 관한 3차 선수금을, 1009호 선박의 매수인 지위를 인수한 원고 B가 위 선박에 관한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따라, T조선이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기왕에 지급받은 1006호 선박에 관한 1, 2차 선수금 및 1009호 선박에 관한 1차 선수금을 손해의 전보에 충당한 이상 원고들로서는 T조선에 대하여 선수금의 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고, (3) T조선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요건, 원고들의 채무불이행 요건, 원고들이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선수금지급을 지체할 수 없음은 T조선과 사이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T조선의 용골거치 및 강재절단 시행 통지, 선수금지급청구, 원고들에 대한 채무불이행 선언 및 계약 해제의사표시는 모두 서면으로 통지되었고 그 기재에 있어서 오해의 여지도 없는 점, 원고들은 T조선이 먼저 해제통지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상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 해제통지의 효력을 부인하고 선박건조대금의 감액만을 요구해 온 점, 원고들의 모회사이자 최초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당사자였던 S는 외항화물운송, 선박용선 및 매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선박건조계약 및 공정단계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손쉽게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조건을 T조선에 요구하고 분쟁해결을 위해 중재를 신청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T조선에 대하여 선수금환급을 청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원고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사건 보증서의 추상성 및 무인성을 악용하여 이 사건 청구를 한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 원고들의 후속 선수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T조선에 의해 이미 적법하게 해제되어 원고들이 선수금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하여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T조선의 선수금지급청구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또 불안의 항변권을 이유로 선수금지급청구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오리엔트조선의 위 계약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다투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독립적 은행보증인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 제기를 통하여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T조선에 대하여 아무런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독립적 은행보증의 수익자라는 법적 지위를 남용하여 청구하는 것임이 독립적 은행보증인인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 및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 내용과 아울러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보증금 청구 당시의 사정, 즉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들과 T조선 사이의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도 T조선의 위 계약 해제가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1년여에 걸쳐 심문절차가 이루어졌음에도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채 회생절차폐지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원고들이 T조선에 대하여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이 사건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임이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T조선의 위 계약 해제가 적법하여 원고들의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심리 결과에 기초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독립적 은행보증에서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 조희대, 박상옥(주심)
 

2. 서울고등법원 2015. 7. 3. 선고 2013나10668 판결
[판결요지]

운송계약이 성립하면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積付)에 있어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선박의 동요나 침수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설령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 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판결전문]
서울고등법원
제15부
판결
사건 2013나10668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A
피고, 피항소인 B, C
제1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 1. 11. 선고 2012가합6385 판결
변론종결 2015. 4. 29.
판결선고 2015. 7. 3.

주문
1. 제1심 판결의 피고 C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C는 원고에게 9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5. 9.부터 2015. 7. 3.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피고 B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C가 각 부담하고,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1. 17.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서울07가○○○○호 기중기(이하 ‘이 사건 기중기’라 한다)의 소유자이다.
2) 피고 B는 기선 ○○ 30호(이하 ‘이 사건 예인선’이라 한다)와 부선 ○○ 1호(이하 ‘이 사건 바지선’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피고 C는 피고 B의 아버지이다.
 

나. 이 사건 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2. 1. 6.경 피고 C와 사이에 이 사건 기중기를 운송비 1,900만 원에 인천항에서 군산항까지 운송하여 주되, 이 사건 기중기를 선박에 선적하고 양륙하는 작업은 원고 측에서 수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구두로 체결하였다.
다. 사고의 발생 등
1) 이 사건 예인선은 2012. 1. 12. 인천항에서 이 사건 기중기가 선적된 이 사건 바지선을 예인하여 군산항을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2012. 1. 13. 파도의 영향으로 인하여 이 사건 기중기의 상부 회전 잠금장치가 파손되고, 그로 인하여 기중기 붐(Boom)이 좌우로 흔들리다가 휘어져 해상에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2) 이 사건 기중기는 2012. 1. 15. 인양작업을 거쳐 같은 달 16. 군산항에 도착하였고, 같은 달 18. 양륙되었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1, 2, 갑 제4, 5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기중기를 운송해주기로 하는 개품운송계약, 아니면 적어도 선원이 승선한 선박을 이 사건 기중기의 운송에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항해용선계약이다. 그런데 운송인인 피고 C는 이 사건 기중기의 운송에 적합하지 않은 규모의 바지선으로 항해를 시도하고 운송물의 적부·운송·보관 등에 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1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운송인인 피고 C와 선박 소유자인 피고 B는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계약은 개품운송계약이나 항해용선계약이 아니라, 원고가 자신의 책임으로 이 사건 기중기의 선적·적부·하역작업을 담당하고, 피고들은 단순히 원고에게 이 사건 바지선과 예인선을 임대·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설령 이 사건 계약이 개품운송계약이나 항해용선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바지선의 감항능력 부족이나 피고 측의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기중기 자체의 하자 내지 원고의 선적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계약의 성격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제1심 증인 P, 당심 증인 Q, R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계약의 주된 목적은 이 사건 기중기를 인천항에서 군산항까지 운반하는 것인 점, ② 피고 C는 이 사건 예인선 및 바지선과 함께 위 선박을 운항할 선장과 선원들을 공급하였는바, 이 사건 계약은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체용선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점, ③ 현행 상법 제847조 제2항은 선박소유자가 선장과 그 밖의 해원을 공급할 의무를 지는 경우에도 용선자의 관리·지배 하에서 해원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 이를 선체용선계약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계약의 경우 선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나 선박에 대한 관리권이 원고에게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④ 원고는 당초 P에게 이 사건 기중기의 운반을 의뢰하였는데 P가 관리하는 선박들이 모두 다른 작업에 투입되어 있다고 하자 P의 소개로 피고 C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던바, 이 사건 계약에 있어 선박의 개성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기중기의 운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기중기의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개품운송계약 내지 그와 유사한 무명계약에 해당한다.  
 

나.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운송계약이 성립하면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積付)에 있어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선박의 동요나 침수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설령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 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참조).

또한 운송계약에 선적·양륙비용 화주 부담(F.I.O.) 조건을 두었다고 하여 그 조항으로써 화주가 당연히 선적·양륙작업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과 책임까지 부담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고, 화주에게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과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선적·양륙비용 및 적부비용 화주 부담(F.I.O.S.)’이라는 문언이 필요하다. 그러나 운송계약에서 단순히 선적·양륙비용 화주 부담(F.I.O.) 조건만을 둔 경우라 하더라도 운송물 또는 선박의 종류, 선박의 운항 형태에 따라서는 선적작업과 적부작업이 일련의 행위로서 연속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경우에 화주가 하역인부를 수배·고용하고 그 보수를 지불하며, 나아가 선적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이르기까지 그 전 과정을 통제하였다면, 운송계약 당사자의 의사해석상 선적·양륙작업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 위험 및 책임까지 화주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다50649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제1심 증인 P, 당심 증인 R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항해 도중 파도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우로 흔들림에 따라 이 사건 기중기의 상부를 고정하였던 잠금장치가 파손되는 바람에 기중기 붐이 계속해서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게 된 데에 있다.
② 한편, 기중기를 바지선으로 운송하는 경우 위와 같은 흔들림으로 인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장비를 사용하여 줄을 강하게 당겨 기중기 차체와 바지선을 튼튼히 묶거나 용접을 하는 등의 고박(lashing)작업을 하여야 한다.
③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기중기의 선적·양륙작업을 수행하기로 한 원고 측 기중기 운전기사는 이 사건 기중기를 이 사건 바지선에 선적한 후 기중기 자체의 상부 회전 잠금장치를 이용하여 기중기 상부를 고정하기는 하였으나 그 외에 기중기 차체와 바지선을 묶는 고박작업은 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R을 비롯하여 피고 C가 보낸 선원들은 2012. 1. 12. 인천항에서 원고 측 기중기 운전기사가 이 사건 기중기를 선적할 당시 선적이나 고박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이 사건 바지선의 선원 Q는 ‘인천항을 출발하기 전에 기관장과 함께 이 사건 기중기 붐을 바지선 선체와 줄로 묶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R은 항해를 시작한 뒤 덕적도 부근에서 기중기 붐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게 되어 밧줄로 묶은 사실은 있으나 인천항에서는 기중기 붐을 묶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점, Q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Q는 이 사건 이전에 기중기를 바지선에 싣고 운반한 경험이 한 번도 없었고, 통상 기중기를 싣고 항해할 때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지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Q의 위 증언은 믿기 어렵다).
⑤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R은 기중기의 구조나 장치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고, 이 사건 이전에는 파도가 거의 없는 항내에서 바지선으로 기중기를 운반한 경험이 3번 있었을 뿐이어서 기중기를 고박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본 적이 없었다.
 

다)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운송물의 선적 및 고박이 운송에 적합하도록 할 궁극적인 책임은 운송인에게 있으며 운송인은 화물운송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자이므로 약정에 의하여 이 사건 기중기의 선적작업을 수행하기로 한 원고에 의하여 선정된 기중기 운전기사가 기중기의 선적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인 피고 C로서는 그러한 선적이 해상 운송에 적합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기중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② 이 사건 계약의 경우 원고가 이 사건 기중기의 선적·양륙작업을 수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당연히 원고가 선적·양륙작업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과 책임까지 부담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③ 그럼에도 운송인인 피고 C는 원고 측에 의한 선적작업 개시 전 선적할 화물의 중량, 크기 등을 고려하여 적부와 관련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거나 출항 전 적부 및 고박작업의 수행 상태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등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운송인인 피고 C가 이 사건 기중기의 적부와 관련하여 적절한 적부방법을 강구할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기중기가 훼손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할 것이며, 달리 이 사건 기중기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원고의 선적상 과실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C는 운송인의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운송물이 훼손된 경우의 손해액은 화물을 인도한 날의 도착지 가격을 기준으로 운송물이 완전한 상태로 인도되었다면 평가되었을 운송물 가액과 훼손된 상태로 인도된 운송물 가액의 차액이 된다(상법 제815조, 제137조 제2항).
당심 감정인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완전한 상태의 이 사건 기중기의 도착예정일인 2012. 1. 12.경 가격은 약 200,000,000원, 이 사건 사고로 훼손된 이 사건 기중기의 도착예정일인 2012. 1. 12.경 가격은 약 110,000,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중간 등급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로 한다), 이 사건 기중기의 인도일인 2012. 1. 18.을 기준으로 한 가격도 위 각 가격과 같을 것으로 추인되므로, 피고 C가 배상하여야 할 원고의 손해는 도착시점의 정상품 가격 200,000,000원에서 훼손된 물품 가격인 110,000,000원을 공제한 90,000,000원이라 할 것이다1).
 

3) 소결
따라서 피고 C는 원고에게 9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 C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2. 5. 9.부터 피고 C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5. 7. 3.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사건 기중기가 목적지인 군산항에 도착한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나, 원고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날로부터 비로소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위 인정부분을 초과하는 지연손해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피고 B는 피고 C의 아들로서 이 사건 예인선과 바지선이 피고 B 명의로 되어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 B가 이 사건 운송계약의 체결이나 운송의 수행에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B가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이 사건 기중기의 적부와 관련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B의 주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 C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의 피고 C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C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피고 B에 대한 항소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우진(재판장), 이수영(주심), 홍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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