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2013. 4. 18. 선고 2012가단75105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1) A·B는 선박소유자 X와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고, A는 2011. 10. 16.부터 선장으로, B는 2011. 7. 26.부터 1항사로 X 소유의 선박(기선 동흥8호, 314t)에 승선하여 근무하였다. A·B는 2011. 12.초경 중국 상하이에서 위 선박으로 부선 2척을 예인하여 미얀마Myanmar국 시트웨Sittwe 항구로 이동하던 중, 위 선박이 2011. 12. 10. 암초에 좌초되어 선체에 손상을 입는 사고가 생겨 한 달가량 싱가포르Singapore에서 임시 수리를 받은 다음, 2012. 1.경 부산항으로 귀항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2012. 1.경부터 부산 영도구 대평호 안에 정박되어 계속 그 상태로 수리가 이루어졌는데, 선박수리는 수리업자에 의해 이루어졌고, A·B는 단지 필요한 경우 수리과정을 확인하거나 수리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하였다. 또한 A·B는 부산에 있는 자택에서 필요한 경우만 불규칙적으로 이 사건 선박에 임하였고, 토요일 오후·일요일에는 아예 근무하지 않았다. A는 전체 근로기간 9개월 중 6개월가량, B는 전체 근로기간 12개월 중 9개월가량을 각 육상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2. 선박소유자 X의 주장
선원법 제3조 제1항은 일정한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게 선원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일시적인 승선이라도 계속적인 승선이 예정되어 있다면 승무의 요건이 충족되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장기간 계선되어 선박을 항행에 제공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선박의 근로자는 선박에 승무한 자는 아니하므로, A·B는 선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선원법이 ‘호수, 강 또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선원 등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1)
선원법이 규정하는 ‘승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인 사정 외에 선박소유자의 주관적인 의사도 함께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함이 상당하다. X가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한 2012. 1.경 이후부터 2012. 4.경까지 A·B에게 항행하며 근무할 당시와 동일한 금액의 급여를 계속 지급하여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X가 이 사건 선박을 더 이상 항행에 제공하지 아니할 의사로 위 대평호에 정박시킨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X가 들고 있는 객관적인 사정, 즉 A·B의 전체 근무기간 중 이 사건 선박의 정박기간이 항행기간에 비하여 비교적 장기간이란 점만으로 A·B가 선원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한편 이 사건 선박은 예인선으로 항내만 항행하는 선박에 준하여 보더라도, 선원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X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Ⅱ. 관련규정
선원법 제3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법에 따른 대한민국 선박(어선법에 따른 어선을 포함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용선傭船한 외국선박 및 국내 항과 국내 항 사이만을 항해하는 외국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게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4호 생략)
 

Ⅲ. 승무의 개념
1. 의의

선원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선원법은 국적선 또는 준국적선에 ‘승무’하는 선원에 적용되는데, 승무의 개념은 선원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2) 이에 관한 이해의 편의를 위해 먼저 미국의 Jones법상 선원의 범위에 관한 미국 판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미국 Jones법상 선원의 범위
가. 의의

Jones법상 선원은 상병보상 및 선박소유자의 감항능력주의의무위반책임을 청구할 수 있는데, Jones법은 선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선원의 개념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McDermott International, Inc. v. Wilander 판결3)의 판시내용을 구체화한 1959년 연방제5항소법원의 Offshore Co. v. Robinson 판결4)은, “Jones법상 선원이 되기 위해서는 (i) 상해를 입은 해양근로자가 영속적으로 선박에 소속하거나 그 근로의 상당부분을 선박에서 수행하여야 하고, (ii) 해양근로자가 수행한 업무가 선박 운항 중 또는 정박 중에 선박의 운항이나 선박의 기능수행에 기여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선원의 판정기준을 확립하였다.
 

나. 요건
(1) 항행조직에 편입

선원은 자신이 영속적으로 선박에 소속한다는 사실(Permanent Assignment) 또는 자신이 근로의 상당부분을 선상에서 수행한다는 사실 중 하나를 증명하여야 하며,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증명할 필요는 없다.5) 선원이 영속적으로 선박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선원과 선박 간의 관계가 임시적인 것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선원이 특정선박에 단기간 승선하였다 하더라도 그가 항해에 종사하였다면 선원으로 볼 수 있다.6)

선원이 선박에 영속적으로 소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근로의 상당부분을 규칙적·계속적으로 선박에서 수행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7) 육해양근로자(amphibious worker 또는 brownwater seaman, 예를 들면, 선박이나 육상 또는 석유시추용 고정플랫폼에도 근무하는 근로자)와 같이 일반근로자와 선원의 경계선상에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가 선원인지 여부에 관하여 그 근로자가 현재의 사용자에 고용되어 있는 전체 근로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육해양근로자가 근로의 상당부분을 선박에서 수행하였다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박에서 근로한 시간이 50%를 상회하여야 한다.8)

상해를 입기 전에 업무의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는 새로운 업무가 임시적인지 아니면 영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변경된 업무가 임시적인 경우에는 전체 근로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변경된 업무가 영속적인 경우에는 변경된 업무의 성격에 따라 선원인지 여부를 판단한다.9)
 

(2) 선박의 운항이나 선박기능수행에 기여
선원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은, 해양근로자가 수행한 근로가 선박의 운항이나 선박기능수행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제3항소법원, 제7항소법원은 해양근로자가 선박의 운송기능에 중요한 기여를 하여야만 선원으로 볼 수 있다는 좁은 의미의 선원개념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제5항소법원은 반드시 선박의 운송기능에 국한할 것은 아니며 해양근로자가 선박의 본래 기능에 기여하면 선원으로 볼 수 있다는 넓은 의미의 선원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3) 항행 중인 선박
셋째로 선박이 항행 중이어야 한다. 항행 중인 선박은 광범위하게 해석되며 사람이나 화물을 수송하는 전통적인 선박뿐만 아니라, 선박이 정박 중이거나 수리 중이더라도 항행 중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10) 또한 영구히 고정된 시설을 제외하고 일시적으로 고정되어 있더라도 항행 중인 선박에 해당한다.11) 그러나 시운전 중인 선박12)이나 퇴역한 선박13)은 항행 중인 선박으로 볼 수 없다.
 

3. 승무의 두 가지 개념
가. 의의

선원법은 여러 곳에서 ‘승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개념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먼저 제3조 제1항, 제69조 제1항의 ‘승무’는 ‘선원이 계속성을 가지고 관념적으로 선내항행조직에 가입하고 있는 상태’(이는 근로기준법상 ‘계속 근로’의 의미와 동일하다)를 의미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이와 달리 제2조 제7호(예비원의 정의에 사용하고 있는 승무), 제94조 제2항의 ‘승무’는 ‘선원이 구체적으로 선내항행조직을 형성하면서 선내항행조직의 기능수행에 기여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협의의 개념이다. 협의의 승무는 구체적인 선내항행조직에 편입하는 행위인 승선[이는 사실적으로 배에 오르는 행위인 ‘선박에 타는 것’(선원법 제10조)과 구별된다]으로 개시되고, 구체적인 선내항행조직으로부터 이탈하는 행위인 하선[이는 선내항행조직을 구성하면서 배에서 일시적으로 멀어지는 ‘선박을 떠나는 것’(선원법 제10조, 제22조 제1항 제2호, 제45조 제2항)과는 구별된다]으로 종료된다.
 

나. 광의의 승무
선원법 제3조 제1항의 ‘승무’라 함은 계속성을 가지고 관념적으로 선내항행조직(엄밀한 의미에서는 항행조직과 작업조직을 의미한다)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광의의 개념). 계속성이란 선박의 시운전 중 단기간 선내작업에 종사하는 경우와 같이 임시적인 승선을 제외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비록 일시적인 승선이라도 계속적인 승선이 예정되어 있다면 승무의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선내에서 상주하는 것(생활의 본거가 선내일 것)은 요건이 되지 아니한다.14) 관념적이란, 구체적으로 선내항행조직을 형성하면서 선내항행조직의 기능수행에 기여하고 있는 상태(협의의 승무)가 아닌 선원인 예비원을 포함하기 위한 것이다.
 

4. 선내항행조직의 형성 여부
선내항행조직이 형성되었는지에 관하여 수리 중인 선박에 승선한 선원이 선원법상 선원인지 문제된다. 선원법 제69조 제1항은 수리 중 또는 계선 중인 선박에서의 근무를 승무에 포함하고 있고,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37조 제5항, 위 법 시행령 제21조 제4항 제1호는 “해양수산부장관은 수리 중인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선박의 소유자나 임차인에게 안전시설 및 인원의 보강 등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선박이 수리·계선 중이더라도 선내항행조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15) 그러나 정박 중인 선박의 보수·정비를 목적으로 항구에서 승선하는 정비지원인력은 선원으로 볼 수 없다.16) 선원법 시행령 제2조 제2호도 선박의 수리를 위하여 선박에 승선하는 기술자·작업원을 선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5. 선내항행조직의 내용
가. 조선소의 기사

시운전에 종사하는 조선소의 기사나 의장완성 전에 다른 조선소에 회항하는 근무에 종사하는 조선소의 기사의 경우, 위 선박에는 선내항행조직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박에 단기간 근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17)
나. 해양기상관측선에 승선한 관측원
해양기상관측선에 승선한 관측원의 경우, 관측선은 관측의 임무에 종사하는 선박인 이상 관측사무는 선내항행조직의 일부를 점하고 있으므로, 선원에 해당한다.
 

다. 시멘트 탱커에 승선하여 시멘트를 부리는 업무종사자
시멘트 탱커에 승선하여 시멘트를 부리는 업무에 종사하는 작업원은 시멘트 탱커의 목적상 시멘트를 부리는 작업이 선내항행조직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선원에 해당한다.18)
 

6. 계속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
가. 관광안내원

임시로 임차한 관광선 또는 야간납량선에 승선한 관광안내원은 통상 육상근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승선근무일에도 하루 종일 승선하지는 않고 오전에는 육상근무, 오후에는 승선근무, 또는 오후에는 육상근무, 야간에는 승선근무를 하는 근무상태에 있으므로 선원법상 승무하는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19)
 

나. 잠수부
해난구조선에 승선한 잠수부의 경우, 잠수부의 근로상태에 비추어 보아 임시적인 승선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선박과 결합관계가 희박하므로 편승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선원법이 적용되지는 않으나, 잠수부가 상시적으로 선박과 결합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선원으로 인정된다.20)
 

다. 하역근로자
선박소유자와 고용관계에 있는 하역근로자의 경우, 그 승선이 계속적인 경우에는 승무하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승선이 단기간이고 끊임없이 교대하여 승하선하는 경우에는 선내항행조직의 일원으로 볼 수 없다.21) 선원법 시행령 제2조 제4호는 항만운송사업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항만운송사업 또는 같은 조 제4항에 따른 항만운송관련사업을 위하여 고용하는 근로자를 선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Ⅳ.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사안에서 A·B는 이 사건 선박에 영속적으로 소속되어 선박공동체를 구성한 상태에서, 수리 중인 위 선박에 계속 출근하였다. 선박소유자 X가 이 사건 선박을 더 이상 항행에 제공하지 아니할 의사로 위 대평호에 정박시킨 것, 즉 선박공동체를 해체할 목적으로 정박시킨 것이 아니므로, 선박공동체는 위 선박의 수리기간 중에도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A·B가 위 선박의 수리과정을 확인하거나 수리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위 선박에 지속적으로 출근한 것은 선원법 제69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수리 중인 선박에서의 근무’에 해당하므로, 선박수리기간 중 A·B의 육상근로시간이 선상근로시간보다 많다는 것만으로는 승무 중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A·B는 선박수리 중에도 ‘선원이 계속성을 가지고 관념적으로 선내항행조직에 가입하고 있는 상태’에 있으므로(광의의 승무), A·B는 선원법 제3조 제1항의 선원으로 선원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