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란 핵협상 타결, 업계 “물동량 증가 긍정적”
CMA CGM, 한진, 현대 등 10곳 이란항 기항 재개

최근 각국의 컨테이너 선사들이 이란의 항만으로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사업 재개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7월 14일 이란과 서방 6개국의 핵협상 타결시점을 전후로 하여 글로벌 선사들은 그간 중단된 이란의 해운사업을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앞으로 이란의 금수조치 해제에 따른 교역확대로 물동량이 늘어나면 해운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이란 시장선점과 사업확대를 위한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굳게 닫혔던 이란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보여 해운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7월 14일 비엔나에서 이란과 서방 6개국의 핵협상 타결소식과 함께 이란의 경제제재도 내년 초부터 점진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란 서비스를 전면중단했던 선사들은 잇달아 이란의 해운사업 재개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이란항만 재기항에 들어간 선사들은 CMA CGM, 에버그린,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10개사로 알려졌다. 이란의 경제제재 완화 상황을 주시하며 사업확대를 면밀히 검토 중인 회사도 있다. 머스크라인은 이란의 무역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면서 기항 서비스 뿐 아니라 이란 내 물류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MSC와 DP월드의 임원진도 최근 이란을 각각 방문해 사업추진방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이란제재가 본격적으로 완화될 경우 대이란 수출입 교역량이 늘어나 물동량이 증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3년 美 금수조치 강화, 해운도 타격
그동안 미국과 EU의 이란경제 금수조치로 해운업계 역시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어왔다. 미국과 EU는 이란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엄격한 경제금수조치를 이란에 부과해왔다. 이란은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기침체에 시달려왔으며 서방과의 교역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국제경제 무대에서 퇴출됐다. 2013년에는 미국의 금수조치가 더욱 강화되어 이란의 에너지, 해운, 조선분야가 제재대상 범위에 포함됐고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대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여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정, 시행해왔다. 이란의 조선, 해운, 항만분야 거래가 중지됨에 따라 △오일가스탱커, 제품운반선, 컨테이너 등 선박 관련 자재 △선박 건조 관련 금융서비스 △항만 토목공사 관련설비, 항만시설 운용 IT인프라 등의 수출이 금지됐다.
서방국가의 이란 금수조치로 지난 2012-2013년 사이 대다수 선사들은 이란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이란을 기항했던 우리나라 국적선사 한진해운, 현대상선 역시 2013년 6월부터 이란을 기항하는 중동서비스를 개편하거나 전면중단했다. 당시 이란과의 물동량이 크지 않아 서비스 축소로 인한 우리 선사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화주들은 이란 반다르아바스 등 주요 항만과 터미널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됨에 따라 선적 전에는 해당 선사 및 은행에 관련 사항을 반드시 확인을 거쳐야 했다.

이란 제재조치 현황
이란 제재조치 현황
7월 핵협상 타결, 분위기 급전환
그러나 지난 4월 2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6개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잠정타결되면서 분위기가 급전환되기 시작했다. 각국은 잠정 합의안의 내용을 기반으로 7월 14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채택하는 등 최종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란이 핵개발능력 축소와 관련된 조항을 이행할 경우 2016년 상반기부터 금수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31일까지 자동차 분야거래와 석유화학제품 수입, 귀금속 및 인도적 거래, 이란산 원유 수입, 이란의 원유 판매대금 회수 등의 분야에서는 일부 제재가 완화됐다. 또한 반다르아바스항 제2컨테이너터미널이 이용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조선, 해운, 항만분야는 아직 기존 제재가 유지되며 이란 항만운영자(Tide water사 포함) 지원도 여전히 제재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란은 UAE와 함께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역국이었다. 이란제재에도 불구하고 2010년, 2011년에는 교역량이 3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제재가 강화된 2013년 이후 교역량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원유수입량도 줄었다. 우리나라는 이란으로부터 전체 원유수입량의 약 10%(2011년), 6%(2012년), 5%(2013년, 2014년) 가량을 충당했다.

서방의 대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은 원유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 상반기 250만 배럴에서 2013년 1월 90-109만 배럴로 수출량이 감소했다. 원유수출 감소에 따라 이란은 달러수입 감소, 정부재정 악화, 환율상승, 국내 경기부양 곤란 심화 등을 겪게 됐다. 또 메이저 석유가스 개발회사들이 철수하고 유럽기업들이 이란시장을 축소하면서 원자재 및 부품 수입이 어려워졌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환차 발생으로 인해 신용장 개설과 대금 수령에 애로를 겪었다. 해운 뿐 아니라 조선, 철강, 자동차 업종의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앞으로 금수조치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면 한국발 이란물량은 자동차를 비롯해 제지, 화학, 철강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란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석유화학제품과 CIS(독립국가연합)발 이란 경유 수입 등의 동반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핵협상 타결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기존 제재는 그대로 적용된다. 대이란 거래기업은 현행과 같이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전략물자관리원으로부터 이란 교역 및 투자 비금지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한국은행의 신고 또는 허가를 받고 원화를 이용해서만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이란 반다르아바스항 제2터미널 서비스 재개
글로벌 선사들은 이란 해운분야의 빗장이 풀림에 따라 이란항 사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선사들은 금수조지 해제를 기대하면서 광범위하게 서비스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8월 전후로 10곳 이상의 대형 선사들이 이란의 항만에 기항을 재개했거나 재개를 준비 중이다. 이미 주요 선사들은 이란항만 당국과 직기항 서비스와 관련한 협상을 몇 달 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수조치가 강력하게 시행됐을 때 이란의 수출입화물은 인근 중동국가에서 환적을 해야만 했다. 반다르아바스항으로 수출이 막히면서 이란으로의 수출화물은 두바이항에서 하역한 후 이를 피더선에 다시 실어 이란의 부쉐르Busher항으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해운선사들은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위해 이란에서 직접 화물을 움직이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현지 항만관계자에 의하면, 반다르아바스 샤히드 레자이 터미널 인근에 선사들은 사무소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히드 레자이 터미널은 이란 최대 무역항으로 최근 선사들의 기항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이란 반다르아바스에서 2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18개의 갠트리크레인을 보유한 이란 최대 현대화 터미널이다.

현재 샤히드 레자이항에 기항하는 선사들은 이탈리아의 MESSINA, 프랑스 CMA CGM, 대만의 PIL, 완화이, 에버그린, 양밍, 한국의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머스크라인과 코스코COSCO도 이란항에 기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은 8월 첫주부터 이란에 재기항을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의 CMA CGM은 아시아-유럽 서비스에 투입되는 1만 1,500teu급 컨테이너선 ‘Andromeda’호가 샤히드 레자이 터미널에 기항하고 있다. 2013년 이란 서비스를 중단한 대만선사 에버그린도 서비스를 재개했다. 에버그린은 샤히드 레자이 터미널을 극동-중동 걸프지역간 APG 서비스에 추가시켰다. 변경된 APG서비스는 상해-닝보-타이페이-홍콩-선전세코우-탄중펠레파스-콜롬보-제벨알리-반다르아바스-다맘-포트클랑-람차방-홍콩-상해 순이다. 동 서비스는 7주차로 7,000-8,500teu급이 투입되며 8월 5일 8,452teu급 ‘Ever Legion’호가 첫 기항했다. 에버그린은 이란 서비스 재개는 고객수요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6월 이후 전면 중단된 국적선사의 이란 직기항 서비스도 재개됐다. 한진해운, 현대상선도 샤히드 레자이 터미널에 직항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현대상선은 한국-동아시아-중동서비스에서 총 7척의 6,200-6,800teu급 선박을 투입했고, 한진해운과 양밍도 극동-중동간 서비스에 이란항 기항을 재개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금결제를 위해서는 대이란 운송 선사 이용이 필요하며, 반다르아바스 1 터미널은 여전히 제재 대상자가 운영 중이므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은행 대금결제를 위해서는 대이란 운송 선사인 현대상선, 한진해운, 에미리트 쉬핑, 에버그린, 고려해운 등의 컨테이너 선사와 마리소, 킹스오션 쉬핑, SC 글로벌 등 벌크 선사를 이용해야 은행 대금결제가 가능하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의 자회사인 BMI리서치에 따르면, 반다르아바스항의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올해 전년대비 6.7% 증가한 170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MI리서치는 “반다르아바스항은 2011년에 기록한 280만teu를 다시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면서 “점차적으로 물동량 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해운사업확대, 물밑작업 뜨거운 경쟁
일부 선사들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금수조치가 완화될 시점에 대비해 투자 및 진출시기를 저울질하며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란에서 사업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란의 큰 잠재력을 평가하며 앞으로 에너지 운송사업 등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라인의 컨테이너 운송, APM터미널의 항만운영, 머스크 오일의 오일시추 및 운송, 머스크 드릴링의 석유리그 운영 등 4가지 핵심사업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수조치 해제가 공식발표되기 전까지는 추이를 살피며 내부적으로 사업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머스크 측은 “금수조치가 완전히 폐지됐을 때 에너지와 운송사업에서 참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 스위스 MSC의 Diego Aponte회장은 지난 7월 테헤란을 방문하여 경제제재 이후 사업기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MSC는 이란 국적선사인 IRISL(Islamic Republic of Iran Shipping Lines)과 사업협력을 검토했으며 이란 정부의 초청으로 국가 무역 인프라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또 MSC 회장은 이란 정부 및 물류관계자들과 비공식적인 모임을 갖고, 이란 내 해운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미국과 EU의 경제제재조치가 확대되기 전까지 MSC는 이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외국적 선사였으나 금수조치가 강화되면서 서비스가 점점 줄어들게 됐고 결국 이란 내 모든 사업에서 철수했다. MSC는 조만간 이란항 재기항을 준비 중이다.

두바이의 항만운영사 DP월드도 이란의 인근항에서 터미널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DP월드의 임원들은 8월 이란을 방문해서 사업투자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 정부, 해운선사 및 기업 유치 준비
이란 정부도 향후 금수조치 완화 및 해제를 계기로 자국의 해운 및 물류업의 새로운 도약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란은 그간 수입화물 운송에서 외국적 선박들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2012년 금수조치가 강화되면서 외국적 선사들이 철수함에 따라 공급망 물류 지연문제를 겪으며 부분적으로 자국 선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정부는 대형 글로벌 선사들의 자국항만 기항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하고 있다. 일부 항만 관계자들은 외국선사 유치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항만세 감면 등 특별한 혜택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요즘 외국 사절단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대표인사들이 금수조치 해제 이후 상호협력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놓기 위해 양자 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많은 국가들이 이란의 기존 교역국이자 파트너였으나 서방의 금수조치 이후 테헤란과의 협력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8월에 300명 규모의 경제개발부, 외교부 장관 사절단을 이란에 파견했으며 이란 정부와 20억달러 규모의 건설 및 인프라 프로젝트의 펀드를 지원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독일은 경제장관이 이끄는 대규모 통상, 경제 사절단을 이란에 파견했고, Iran Khodro사는 폭스바겐사와 제재 해제후 자동차 생산 협력을 논의했다. 내년 초에 테헤란에서 독일-이란 경제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푸조사는 Iran Khodro사와 제재 이후 자동차 공동생산 방안을 논의했으며 2016년에 약 2만 5,000헥타르의 오일시드(oil seed)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란과 파키스탄을 잇는 천연가스관 공사 수주계약을 체결했고 이란 남부 마크란 지역 100MW용량의 원전 2기 건설을 수주했다. 일본 스즈키모터사는 Iran Jhordo와 신규 자동차 생산라인 건설을 논의했다.

최근 독일의 유로게이트와 Contship Italia은 이란 최대 항만 회사인 Sina Port와 MOU를 체결하고 이란의 물류 및 항만노하우 등을 교환하기로 했다. Contship은 이탈리아의 최대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이고 유로게이트는 독일의 선도 항만운영사이다. 유로게이트는 Contship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Sina Port는 이란 최대 항만인 반다르아바스와 부쉐르항을 운영하고 있다.

이란 국적선사, 신조발주 등 해운업 강화
이란 국적선사들도 해운업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란 해운선사 HDS라인은 금수조치 해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지역 네트워크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IRISL의 경우 이란의 원자재 수출 확대에 대비해 3억달러 규모의 벌크선 10척을 싱가포르에 상장된 양쯔강조선소에 발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8만 2,000톤급 신조선은 이란의 수입 철광석과 수출 구리의 수송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금은 사모펀드의 선박금융으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의 인도기일은 2017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8월에 금수조치가 일부 완화되어 은행들의 파이낸싱 참여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RISL은 과거 외국 조선소에 30척의 신조선 발주를 추진했으나 금수조치에 따른 금융문제로 계약이 중단된 바 있다.

한편 IRISL과 관계사들은 2010년 미국 금수조치 이후 단 한 척의 신조선 인도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선도 항만운영사인 TMEMC(Tidewater Middle East Maritime Company)도 미국의 자산동결 기업 리스트에서 삭제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 내 항만인프라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대산업개발은 이란 북북항만도시 안잘리항(Anzali Port)의 인프라 개발 및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고 이란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잘리항은 카스피해에서 유럽으로 화물운송을 위한 중요한 북부지역 항만으로 현재 10개의 부두를 통해 철강, 목재, 자동차 화물과 일반화물 400만톤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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