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파업이 예상됐던 조선업계 파업이 9월 30일 현재, 대부분의 노조가 사측과 합의를 마쳤고 현대중공업 노사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큰 위기는 넘긴 상태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어 향후 상황전개에 조선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조선사 9개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9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파업을 선포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각 사업장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동안 조업을 멈추는 부분파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것.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련)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신아SB,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9개사 노조로 구성됐으나, 이날 기자회견 자리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6개사 대표만 참여했다. 조선노련 측은 회견문을 통해 “사측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들 몫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그저 열심히 배만 만들었을 뿐인데,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여론이 노조파업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서면서 조선노련의 공동파업은 사실상 반쪽파업으로 진행됐다. 조선업계의 적자가 수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파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쇠파이프 노조”, “파업은 핵폭탄” 등의 표현을 쓰면서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등돌린 여론에 공동파업 힘 잃어... 현대重만 평행선
무엇보다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불참하면서 조선노련 공동파업에 힘이 빠졌다. 삼성중공업 노협이 요구한 ‘희망퇴직 중단’을 사측이 받아들이면서 9월 9일 오전 돌연 파업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사측의 임금협상안을 제안받은 삼성중공업 노협은 10일 임금협상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0.3%의 찬성률로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협상안 내용은 기본급 0.5% 인상, 10% 리드타임 감소, 격려금 250만원, 임금 타결금 150만원, 설추석 귀향비 각각 30만원, 노사화합과 위기극복 실천 격려금 50만원 등이다.

대우조선 노조도 사측과의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공동파업엔 소수인원만 참여했고, 9월 24일 노사 타결에 이르렀다. 업계에 따르면, 9일 공동파업에 참여한 대우조선 조합원은 총 7,000여명 중 200~300명 규모로 조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수준이며, 타결이후 더 이상의 추가파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9월 17일까지 8번째 부분파업 및 사업부 순환파업을 진행하며 ‘나홀로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12만 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단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임금동결을 주장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 현대미포, 삼성重 협상안 타결
현대重 스위스 원정파업 계획,
삼성重노협 “희망퇴직 사측 강요면 대응”

조선업계 공동파업이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적은 규모로 진행되면서 업계는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특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앞으로 더욱 강경한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 노사는 추석연휴 직전인 9월 24일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품질향상장려금 3만원 지급(생산직군 대상), 경영위기 조기극복 및 성과달성 격려금으로 기준임금의 200% 지급, 교섭타결 격려금 130만원 지급, 무사고·무재해 작업장 달성위한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이다. 또한 회사의 지속가능 생존을 위한 노사공동TF도 구성하기로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사인 현대미포조선도 9월 24일 임급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사는 여전히 갈등의 길이 높다. 협상에 타결한 다른 회사와는 달리 현대重 노사는 10월 2일 교섭일정이 예정돼 있다. 노조는 임금 12만 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회사측에 요구했으나, 사측은 여전히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후보로 나선 가운데, 직접 스위스로 가서 원정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노사문제가 국제사회까지 퍼질 가능성이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9월 22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원정투쟁을 구성해 정몽준 대주주가 FIFA 회장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음을 폭로할 것”이라며, “10월 18일 출국해 국제노동기구ILO와 대형 선주사 MSC가 위치한 제네바와 국제축구연맹 본부가 위치한 취리히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임금안은 타결됐으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사무직과 생산직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자의 경우, 직급과 연차에 따라 1억~2억원 사이의 특별위로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측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본인 희망에 의한 희망퇴직은 우리가 나설 수 있는 부문이 아니지만, 희망퇴직이 사측 압력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곧바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사측은 “희망퇴직의 경우 원래 상시적으로 해왔던 것”이라며, “일정이나 규모, 대상이 정해진 것이 아닌만큼 희망퇴직을 원하는 임·직원의 자율적인 선택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조선사들에게 올 여름은 최악의 경영위기와 함께 갈등의 골이 깊었던 노사갈등이 한꺼번에 터진 잔혹한 계절이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여론과 함께, “사측의 경영판단 실패로 인한 위기의 댓가를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에게만 덮어씌우고 있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모쪼록 양측 모두 한발짝씩 양보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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