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동력돼야”

“확실한 사업계획서 평가로 신규기업 선정, 입주 후엔 실적평가 없애야”

 
 
-정부가 부산항을 2020년 세계 2대 환적거점항으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한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의 기능 및 역할은 무엇인가?
“세계 2대 환적거점항을 육성한다는 말에는 분명히 설정해야 할 세부 목표가 있다. 단순히 화물을 많이 처리해서 물동량을 늘리자는 말인 것인지, 화물의 양보다는 부가가치 화물을 더 많이 처리해서 국부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 이유는 돈이 되든 안 되든 물동량만 많이 처리해서 항만시설만 늘리자라는 말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환적화물의 양을 늘리는 세계 2대 환적거점항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이 가능한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이 된다면 바람직한 비전이 아닐까 한다.

부산항은 세계 6위의 물동량 처리 항만이다. 그러나 비교 대상인 싱가포르나 상대적으로 부산항보다 물동량을 적게 처리하는 유럽의 로테르담이나 엔트워프 항만보다 훨씬 적은 매출액, 순이익 그리고 고용창출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부분이 현재 육성비전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2대 환적거점이라는 비전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화물처리를 통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세계 1위 항만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산신항 배후물류센터의 기능 및 역할은 당연히 부가가치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현 정부에서 가장 중시하는 고용창출의 동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부산신항 배후단지에 입주한 기업들 중에 단순보관만 영위하는 기업은 같은 면적에 고용이 30여명에 불과하는데 반면 부가가치 물류사업을 하는 기업은 2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이 부분이 우리가 가야하는 부산신항 배후물류센터의 기능 및 역할이라고 하겠다”

-고부가가치 환적화물을 창출하기 위해 부산신항 배후단지가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부산신항의 고부가가치 환적화물 창출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결국 입주한 기업들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화물을 많이 유치해 오는 건데, 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라는게 산업과 물류전반을 이해해야지만 가능한 작업이다. 사실 정부나 항만공사에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어려운 작업이고 전문가 및 이해도 부족으로 그 부분이 많이 소외되어 왔다.

부산항의 발전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단연 일본 서안 항만과 부산항의 피더네트워크를 이용하는 MCC모델(Multi Countries Consolidation)이다. 중국, 동남아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부산항에서 재적출입 과정을 거치면서 라벨링, 포장, 분류 등을 통해 일본지역으로 수출되는 모델이다. 개략적으로 일본 본토로 직접 가는 경우보다 20% 전후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있는 모델로 이미 2006년부터 개발되어 이제 일본기업들에게도 널리 홍보가 되어 최근 다수의 일본기업들이 투자를 하게 된 효자 모델이다.

두 번째는 콜드체인 모델이다. 최근 한국의 콜드체인 상품들이 중국과 일본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중 커피나 와인 등은 부산이 주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커피의 경우 생산지, 가공지, 소비지가 분리가 되어 있고 농산물 중 컨테이너를 타고 다니는 몇 개 안되는 고부가가치 상품군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폭증하는 커피 수요와 일본의 방사능, 중국의 가짜 식품 파동 등으로 우리 식품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항의 우수한 지경학적 위치까지 접목된다면 글로벌 커피 메이커의 가공공장 및 물류센터 등을 부산신항 배후단지에 충분히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의 경우도 동북아 및 극동러시아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주요 와인 유통상들을 유치하여 부산신항 배후단지에 동북아 와인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나아가 와인쇼룸 및 경매시장 등을 만들어 물류, 유통, 전시, 금융까지 연계될 수 있는 큰 비즈니스로 키워나가야 한다. ”

-부산신항 배후단지들은 애초 계획대로 고부가가치 물류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단순보관과 운송, 상하차 기능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그 원인과 대책은?
“기본적으로 입주 당시 기업들이 제시한 사업계획을 기업 스스로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사업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만 잘 작성해서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많은 기업들이 최초 사업계획서에 작성한 내용과 달리 부가가치 물류활동을 하지 않고 단순보관업에 치중하는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러한 비즈니스 활동을 해도 될 만큼 싼 임대료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입주기업 선정 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홍보와 마케팅을 수행하고 입주희망 업체들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은 후에 입주기업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임대료는 주변지역과 동등한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그 대신 입주 후 기업 활동이 우수할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이다. 지금과 같은 경직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아니라 유연한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참고로 가까운 중국은 항만배후의 보세구나 자유무역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거나 분양을 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의 애로사항 해소방안과 고부가 물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은?
“입주기업들에게 가장 큰 장애요인은 효과적인 통관 및 검역시스템의 부재이다. 이로 인해서 화물들의 원활한 움직임을 저해하고 많은 행정력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직 부실한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애매모호한 규정과 관세법과의 충돌 등으로 인한 혼란으로 입주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경직적인 관리체계가 화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통제, 기업이 아닌 공간에 대한 통제로 인해 해당 지역에 불필요한 관리인력 소모와 함께 다양한 비즈니스를 적용시키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주기업들의 사업활동에 대해 3년마다 시행하는 실적평가 부분도 기업들의 사업활동에 장애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해당 부분은 결국 입주할 때 약속한 사업활동을 하지 않은 기업들의 탓과 부실하게 평가한 관리주체간의 책임이 공동으로 존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정비를 하거나 해당 법률과 관세법간의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여 상호 마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실적평가 제도는 신규 입주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확실한 사업계획서 평가를 통해 기업을 선정하고 입주 후에는 기업실적 평가를 없애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원활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전략적인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우수한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법제도 및 규제 개선 방안 마련, 지향지와 배후지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축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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