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약관의 개념1)
최고약관 (“Paramount Clause”) 이란 선하증권 또는 용선계약에서 헤이그 및 헤이그비스비 규칙 또는 미국해상운송법 등과 같이 해상 운송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국제협약 및 특정국가의 법이 우선 적용됨을 나타내는 조항이다. 그 제목을 최고약관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용어의 실제 효력 여부를 떠나서 운송계약 당사자 스스로 해당 조항이 다른 계약조항보다 우선적 효력이 있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실제 그 효력은 해당 조항의 법적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용선계약과 같이 계약자치의 원칙이 인정되는 경우 최고약관의 내용이 상당부분 인정될 수 있는 반면 각국의 강행규정에 제한을 받는 선하증권의 경우 최고약관은 그 효력에 제한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최고약관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선하증권 상의 최고약관
(1) 최고약관의 활용 배경

최고약관의 활용은 헤이그 및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발전과 연관이 있다. 1924년 헤이그 규칙은 그 적용에 있어서 체약국에서 발행되는 선하증권의 운송계약에 적용될 것을 규정하였다. 하지만, 개별 체약국들이 해당 규칙을 자국법으로 입법하는 과정에서 그 적용방식을 변경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1924년 해상화물운송법에서 헤이그 규칙 본래의 적용방식 대신 영국에서 화물이 선적되는 경우 또는 영국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되면서 명시적으로 헤이그 규칙이 적용됨이 표시되는 경우에 한해서 헤이그 규칙의 적용됨을 입법하였다.2) 따라서, 해상운송인이 영국법 상 헤이그 규칙의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화물을 선적하여 출항하거나 또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선하증권에 헤이그 규칙이 적용됨을 명시하여야 했다. 이러한 영국의 입법 방식은 다수의 영미법 국가에 영향을 미쳤으며 전세계 다수의 국가를 상대로 하는 해상운송사업의 특성 상 운송인은 최고약관을 통해 헤이그 규칙의 보호를 받으려고 했다.

또한, 1968년 제정된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그 적용범위를 확장하며 (1) 체약국에서 화물이 선적되는 경우 (2) 체약국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 그리고 (3) 선하증권에 해당 규칙이 적용됨을 명시적을 표시하는 경우 해당 규칙이 적용됨을 규정하였다. 따라서, 체약국에서 화물이 선적되거나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최고약관을 삽입하게 되었다.

(2) 최고약관의 효력 

 개별 선하증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다수의 선하증권 최고약관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선적지 또는 양하지에서 헤이그 규칙이 강제로 적용되는 경우 그 강제로 적용되는 국가의 법이 적용되고, 양 국가 모두 헤이그 규칙이 강제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헤이그 규칙이 계약내용으로 편입됨. 만일, 선적지 또는 양하지에서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강제로 적용되는 경우 그 국가의 법이 적용됨”.
국제사법 상 국제계약의 준거법은 당사자 합의로 선택한 법을 인정하며3) 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최고약관을 통해 합의한 준거법은 유효하다. 또한, 선하증권에 별도의 준거법이 존재한다는 문제는 준거법의 부분지정이라는 원칙으로 당사자의 의도를 최대한 유효하게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준거법 합의에도 개별 국제사법에 따른 해당국의 강행규정 적용이 배제될 수 없다. 따라서,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가입한 국가에서는 해당 규칙이 적용되는 화물운송에 대해서 해당 규칙의 강행규정이 적용되므로 (예, 책임제한 한도) 운송인에게 보다 유리한 헤이그 규칙 적용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하더라도 그 효력에 제한이 있다.

상기 대한 대표적인 예가 영국법원의 The Morviken 1983 판례이다. 영국은 1971년 해상화물운송법을 통해 헤이그비스비 규칙에 효력을 부여하였고 해당 규칙 3조8항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을 해당 규칙보다 경감하는 경우 무효가 된다. 해당 사건은 네덜란드 선사는 영국에서 송화주의 기계장비를 선적하여 네덜란드에 운송하였으나 운송 중 화물이 손상되자 송화주가 영국에서 선박을 가압류하며 운송인 상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해당 선하증권에는 네덜란드 법/관할권이 지정되었으며 네덜란드는 헤이그 규칙 체약국으로 네덜란드 법 적용 시 운송인의 책임제한 금액은 250 파운드이었다. 운송인은 준거법에 따라 헤이그 규칙에 따른 책임제한 (250파운드)이 인정되어야 함을 주장했으나 영국법원은 해당 화물이 헤이그비스비 체약국인 영국에서 선적되었으므로 헤이그비스비 규칙 3조 8항이 강행규정으로 적용되므로 해당 규칙 상의 책임제한 금액 (11,000 파운드) 보다 낮은 헤이그 규칙에 따른 책임제한 조항은 무효임을 판결하였다.

이와 같이 최고약관을 통해 운송인에게 유리한 규칙을 지정 경우에도 선적지와 양하지의 강행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그 효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헤이그비스비 규칙보다 책임제한의 금액이 높고 전세계 약 30여개 국가가 가입한 함브르크 규칙의 경우 (1) 선적지 (2) 양하지 (3) 선하증권 발행지가 함브르크 규칙 체약국인 경우 그 효력을 발휘하므로 함브르크 규칙의 체약국으로 항해하는 경우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기준으로 작성된 최고약관의 효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상법에서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내용 상당부분을 채택하였으나 공식적인 체약국이 아니며 그 적용범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최고약관의 효력과 관련하여 선하증권의 준거법 조항 및 국제사법을 근거로 그 적용을 판단해야 한다. 선하증권의 최고약관에 대한 입장은 대법원의 1998년 판례4)에서 확인되었다. 해당 사건은 국내 무역회사가 멕시코로 인조견사를 수출하면서 외국 해운회사인 APL에게 해상운송을 의뢰한 건으로 미국 양하 후 멕시코 내륙운송 중 화물이 강탈되었다. 이에 적하보험자는 보험금지급 후 운송인 상대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최고약관을 통한 멕시코 책임조항은 준거법 선택으로 유효하며 멕시코법 상 책임제한 금액이 상법상 금액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음을 판결하였다.5)

상기 판례를 참고로 한국법원의 선하증권 최고약관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6) (1) 한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상법에 따른 책임제한 적용된다 (2)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외국법에 따른 책임제한 가능하지만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 국제사법 원칙에 따라 그 효과가 제한된다7) (3) 한국법 준거법과 별도로 최고약관에 따라 선적지 국가의 헤이그 규칙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는 경우 준거법의 분할지정이 인정되어 계약의 성립 등 일반사항은 한국법이 적용되고 운송인 책임제한의 경우 선적지 국가의 헤이그 규칙이 인정된다. 하지만, 헤이그 규칙에 따른 낮은 책임제한 금액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국제사법에 따른 제한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헤이그 규칙 상 포장당 책임제한 금액이 100파운드가 영국 통화가 아닌 금본위제도 상의 금화가치 (약 2,000만원) 를 지칭한다는 판결이 있었다.8) 해당 사건은 국내선사가 국내수출자의 운송 의뢰로 열교환기 제품을 인도네시아로 운송했으나 운송 중 화물의 손상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인도네시아 적하보험자가 국내 운송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선하증권의 준거법/관할권은 한국이었으며, 최고약관 상 선적지와 양하지에서 헤이그 규칙이 강제 적용되는 경우 해당 국가법이 적용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은 한 헤이그 규칙이 적용될 것을 지정하였다. 대법원은 헤이그 규칙 상 포장당 금화 100파운드 (2,000만원) 는 한국 상법상 한국상법의 책임제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최고약관에서 지정한 헤이그 규칙 상의 책임제한을 인정하였다.9)

 
용선계약 상의 최고약관
헤이그 규칙 또는 후속된 해상화물운송 관련 국제적 협약들은 선하증권을 대상으로 하며 당사자간 충분한 계약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고려되는 용선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많은 경우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용선계약에 헤이그 규칙과 같은 규정을 편입시킴으로써 비록 해당 규정에 직접 구속되지는 않더라도 계약을 통해 그 효력을 향유할 수 있다. 최고약관을 통해 해상화물운송 관련 특정 규정이 계약으로 편입되는 경우 당사자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수준으로 권리/의무 관계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1) 용선계약 상 최고약관을 통한 편입여부

용선계약에 헤이그 규칙 등 관련 규정이 편입되기 위해서는 최고약관을 통해 편입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여야 한다. 영국법원은 당사자가 특정 규정을 편입하기로 의도했다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 불완전한 내용이 있더라도 관련 증거 등을 통해 최대한 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입장을 취한다.10) 따라서, NYPE 1946 표준양식 24조 관련 (용선계약 하 발행되는 선하증권은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을 전제로 한다는 문구) 영국법원은 미국해상운송법이 용선계약 하 발행되는 선하증권뿐만 아니라 용선계약 자체에도 미국해상운송법이 적용됨을 판결하였다.11) 
 
(2) 어떠한 국제협약이 편입되었는지 여부

최고약관을 통해 용선계약에 국제협약이 편입된 것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어떤 구체적 협약이 편입된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헤이그 규칙과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실무상 명확한 구분 없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혼란을 초래한다. 이와 같이 헤이그 규칙 또는 헤이그 비스비 규칙 중 어떤 협약이 편입되었는지 모호한 경우 영국법원은 “해운업계 실무자들이 최고약관을 언급할 때 어떤 협약을 지칭하는 것인지” 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제시하였다.12)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한 분규 방지를 위해서는 계약 시 명확한 협약의 지정이 필요하다.
 
(3) 편입의 효과

헤이그 규칙 등 해상운송관련 국제협약이 최고약관을 통해 용선계약에 편입되는 경우 해당 협약은 단순히 용선계약의 계약조항으로 그 효력을 발휘한다. 만일 다른 계약조항과 상충되는 경우 종합적으로 당사자의 의도를 해석하되 최고약관 취지를 고려 시 편입된 협약이 우선적 효력이 있다. 하지만, 최고약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간 특정 계약조항이 보다 우선적 효력이 있다고 합의하는 경우 당연히 그러한 당사자 의도가 인정될 것이다.

선주의 감항성 의무와 관련해서 헤이그 규칙이 편입되는 경우 선주는 발항 전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는 수준의 의무가 요구된다 (the exercise of due diligence). 항해를 기준으로 제정된 헤이그 규칙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정기용선계약 내용과 부자연스운 것이 사실이나 감항성 의무와 관련한 선주의 발항 전 감항성 의지 유무는 공선 항차를 포함한 정기용선 기간의 전 항차에 적용된다.
헤이그 규칙이 편입되는 경우 선주는 항해과실 면책과 같이 해당 규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면책주장이 가능하다. 그 예로 The Aquacharm13)판례에서 선장이 화물을 과적하여 파나마운하 통항 시 화물과 벙커를 양하 후 재선적하는 손실이 발생했으나 선주는 헤이그 규칙 상 “선장의 선박관리 과실”을 근거로 성공적으로 면책을 주장하였다.

헤이그 규칙에서 운송인 상대 화주의 소송 시효는 1년이이며,14) 헤이그 규칙이 용선계약에 편입되는 경우 관련 시효 역시 1년으로 단축된다. 다만, 헤이그 규칙이 편입되었다고 모든 사항의 소송 시효가 1년이 되는 것은 아니며 과연 어떤 분규가 1년 시효에 적용되는지 구분에 어려움이 있다. 헤이그 규칙이 제시하는 운송인의 의무 및 화물손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항은 1년 소송시효가 인정되는 반면 스피드클레임 및 용선료/운임 청구 등과 같은 용선계약 고유의 사항은 통상의 계약 시효를 따른다.15) 따라서, 헤이그 규칙이 편입된 용선계약의 용선자는 이러한 시효의 위험 고려가 필요하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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