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10월의 아침, 콤파스가 열렸다. 창문 밖 서울광장의 잔디와 덕수궁 지나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하늘이 오늘 따라 더욱 푸르러 상쾌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강사는 팬오션의 정갑선 부사장, 발표제목은 ‘드라이 벌크 시황전망과 한국해운의 현안’이다. 정 부사장은 우리나라 대표적 부정기선사인 팬오션을 세 번 다녔다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그는 중앙대 정외과를 나와 학사장교OCS로서 해군에 복무하다가 대위로 예편하였는데, 배라곤 군대에서 항해장교로서 1년간 승선한 경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에 범양상선에 입사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첫번째 입사였다.

그후 용선영업, 영업기획, 인사교육 업무를 하다가 런던주재원 생활도 하였고, 부정기선/전용선 영업부서장과 본부장 및 대형선영업부문장 전무를 거쳐 미국법인장으로 활동하였다. 그후 퇴사하여 창명해운 사장을 잠시 맡기도 하였고, STX 팬오션의 대형선 및 전략영업부문장 전무를 맡으며 두 번째 STX에 근무하다가 STX 포스텍 해운사업부문 부사장을 끝으로 퇴사하였는데, 지난 9월 하림이 인수한 팬오션의 부사장에 선임됨으로써 3차 근무가 시작되었다. 이렇듯 그는 팬오션과의 인연이 30년간 지속되어 온 전형적인 범양맨 중의 한 사람이다. 그동안 용선실무를 통해 익힌 실무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해사문제연구소의 해운물류교육원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1. 향후 해운시황 전망
향후 해운시황 판단의 관건(key words)은 신조공급과 폐선의 추이이다. 시황이 호전되려면 선복공급증가가 획기적으로 떨어져야 한다. 클락슨 자료에 의하면, 장기불황의 단초였던 2007년의 신조발주량이 1억6,930만DWT, 신조인도 2,520만DWT인데 비해 폐선은 50만DWT에 불과하여 순증이 2,470만DWT에 달해 총선대가 3억9,270만DWT로 전년대비 6.7%가 증가하였다. 이의 영향으로 2010년에는 신조발주 1억460만DWT, 신조인도 8,100만DWT, 폐선 650만DWT로 순증이 7,450만DWT이고 총선대는 5억3,990만DWT로 전년대비 17%나 급증하였다. 이렇듯 2010년을 전후로 4년 연속 선복량이 전년대비 10% 이상씩 대폭 증가하였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 들어서 신조발주 6,650만DWT, 신조인도 4,810만DWT, 폐선 1,630만톤으로 순증이 3,180만톤으로 전년대비 3.1% 증가한 7억8,030만톤에 달해 진정국면으로 돌아섰고, 2015년엔 팬오션 추정치에 의하면 신조발주 530만톤, 신조인도 5,030만톤, 폐선 2,720만톤, 순증 2,310만톤으로 총선대는 전년대비 3.1% 증가한 7억8,030만톤에 이른다. 그리고 2016년엔 신조발주를 제외한 신조인도가 5,240만톤, 폐선 1,920만톤, 순증 3,320만톤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한 8억1,300만톤에 달할 것으로 팬오션은 전망했다.

반면에 수요증가는 극히 미미하여 시황회복의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에 전년대비 7.7% 증가했고 2010년에는 두 자리 수자인 12.1%나 증가했으나 2014년 5.0%로 낮아졌다가 올해엔 0.6%까지 낮아졌는데, 최종적으로는 0.4%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요인은 2010년에 철광석이 9억9,100만톤으로 전년대비 10.4% 증가하였고 석탄도 17억3,700만톤으로 15.2%나 증가하였으며 곡물도 3억4,300만톤으로 17.3%나 증가하였으나, 2015년에는 철광석이 13억7,100만톤으로 2.5% 증가하였고 석탄은 11억7,600만톤으로 3% 감소하였고 곡물도 4억3,800만톤으로 1.4%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것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클락슨의 분석이다.
 

2. 투기성 대형선주의 자성과 투기자본의 퇴출
드라이 벌크 시황이 침체된 원인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이며, 그 요인은 2000년대의 중국특수를 기화로 투기자본이 해운시장에 들어와 대량으로 선박을 발주하여 대형선대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프형과 파나막스형 선박이 짧은 시간에 대거 유입되어 불황이 깊어지고 길어져 해운산업에 대한 메리트가 감소하자 투기성 대형 유럽선주들이 자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투기자본도 서서히 퇴출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신조 캐퍼시티capacity가 축소되고 있는데, 2011년의 1억2,500만CGT에서 현재 5,000만CGT 정도로 줄었으며, 폐선량(scrapping capacity)도 연간 4,500만DWT에 이르러 케이프 시장이 일시 상승하기도 하였다. 또한 수역별로 철광석과 곡물시장에서 선복량 불균형(tonnage unbalance)이 야기되었다. 대서양항로에서 포지셔닝(positioning) 화물이 부족하고 남미와 유에스걸프에서 케이프와 파나막스형 선박들이 밸러스트 상태로 운항하며 감속운항(slow steaming) 등으로 15~20%의 선복감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향후 유가와 환율 및 세계경제의 추이가 선복수급의 변수가 될 것이며, 해운시황도 이에 따라 출렁일 것이다. 유가하락이 드라이 벌크 시장에 일시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장기적으로는 별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컨테이너 정기선은 다소 유리한 편이다. 아무튼 해운시장으로선 유가가 300달러 이상이 바람직하다. 최근 연간 500만DWT 신조발주로 인해 평균선령이 15년에서 9년으로 낮추어져 향후 해체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 불황으로 인해 조선소를 감축하고 있는 반면, 일본조선들을 살아나고 있어 해운시장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현재 25 내지 30%의 과잉선복량(over tonnage)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조선소들도 특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3. 드라이 벌크 시황 전망
현재 드라이 벌크 시장은 수요는 1%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은 3 내지 4% 증가하고 있어 불황타개와 호황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해운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선주들의 마켓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운임합리화나 벌크 풀(bulk pool) 같은 방법으로 저항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이런 현상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6년의 드라이벌크 시황은 BDI가 평균 900 내지 1,100 수준으로 추정된다. 케이프형이 다소 긍정적이나 파나막스 이하의 선형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과거의 패턴과는 달리 상반기는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다만, 신조선대의 증가와 중국의 수요증가도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폐선 및 해체scrapping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변수이다. 2017년의 시황은 2016년에 비해 다소 긍정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BDI가 다소 증가한 1,000 내지 1,200 수준으로 예상되며, 하반기 이후엔 2018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신조유입이 억제된다는 사실과 전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도 반영될 것이다.
 

4. 한국해운의 현안 및 제안
현재 한국해운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 중이며, 많은 선사들이 금융기관의 이해에 따라 연명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법정관리 등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는가 하면, 현재의 불황을 활용하는 일부 선사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기관들과 함께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대한 미래 100년 기본계획을 설정하여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과감한 교통정리와 국내 조선산업과의 공존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국내 대량 물동량에 대한 국내선사 우선권을 보장하는 지원책을 강구하여 현 상황을 조정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향후 미래에는 우리 선사들을 대형선사, 분야별 중형선사, 소형선주(tonnage provider)로 역할 부담하여 공존해 나가야 한다. 이런 패러다임 아래 선대경쟁력과 영업력 및 시스템 경쟁력을 고루 갖춘 내실있는 해운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해운업계도 전문화로 운항관리비용OPEX을 절감하는 등 자체 노력이 필히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발표 후에 나온 질문과 답변이다. 팬오션으로선 BDI가 최저 어느 정도는 돼야 하는가? 팬오션은 50% 정도가 장기운송계약(COA)이 되어 있어 수익이 보장되어 있다. BDI가 1,100 내지 1,200은 돼야 한다. 보통선사로선 이 정도의 수치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선사들이 시황에 구애받지 않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선화주 협력과 선주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선사의 경쟁력은 코스트 경쟁력과 시장확보 능력이며, 아울러 인재확보도 중요하다. 당국과 기업들은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투자에 힘써야 할 것이다.
 

관함식과 코마린
해군창설 70주년을 맞아 우리 해군력의 발전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함식이 10월 19일 부산 앞바다에서 거행되었다. 해상사열과 훈련시범을 통해 해군의 전투준비태세와 장병의 군기를 점검하고 군의 사기를 앙양하는 이번 관함식엔 함정 항공기 사열과 고속정 돌격기동 등의 해상사열에 이어 함대함 사격과 합동상륙작전 및 합동구조 등의 훈련시범도 진행되었는데, 특히 적함에게 쏟아붙는 함포사격과 링스헬기의 대잠 로켓포 발사, 해군 특수전요원 19명의 헬기 강하 훈련과 실제상황 같은 해상대테러작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관람객들은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서 시승함 독도함에 올라 좌승함 최영함의 호위를 받으며 오륙도 앞바다로 나가 우리 군함들의 위용을 지켜보며 해군장병들의 늠름한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호국 해군 우리해군은 1945년 11월 손원일 제독이 중심이 되어 창설된 해방병단을 모체로 하여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정식 발족되었는데, 6.25전쟁 초기 특공대를 태우고 부산으로 침투하는 북한 함정을 우리 해군 백두산함이 격침시켜 후방교란을 막았고, 각종 상륙작전과 흥남철수 작전 및 최근의 NLL 침범 북한 경비정 격퇴 등 제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연평해전에서 고속정 참수리호와 초계함 천안함이 피격되기도 하였으나 임전무퇴의 투혼으로 서해 NLL과 영해 수호의 첨병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국제평화 유지와 국격향상을 위해 청해부대를 창설하여 국제평화군이라는 국민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2011년 1월 21일 해적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우리 선박 삼호쥬얼리호를 억류하고 선원 21명을 인질로 하자, 번개 같은 작전으로 선원 전원과 선박을 완벽하게 구출 구조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수행하였다. 이날도 NLL을 침범하는 적함 격퇴작전과 대테러 진압작전을 멋지게 시현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언제 도발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북한. 쾌속정과 어뢰정을 앞세워 해안으로 진입하려는 그들의 상륙부대를 저지하고 재무장하는 일본과 슈퍼파워 중국의 해상세력에 대처할 해군력의 보강이 시급함에도, 우리의 현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마저도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해군창설 70주년을 맞아 국토방위의 간성이며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우리 해군의 무운과 발전을 빈다.

10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5년 코마린(KORMARINE 2015)에 다녀왔다. 국내외 유수의 조선소와 기자재업체들이 각종 제품과 신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인 코마린엔 국내외 바이어 및 클라이언트들과 일반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이젠 세계 3대 국제해양조선전시회로서의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이번 코마린이 세계 조선해양 기자재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와 관련된 해프닝을 하나 소개한다. 해양한국의 외국광고대행사 JLA의 사장(managing director) 데비 보너(Debbi Bonner)와 홍보수석(head of communication) 니콜라 아일즈(Nicola Eyles)를 JLA의 거래처인 심라드SIMRAD와 임말새트INMARSAT 부스에서 만났는데, 데비의 첫 인사는 “반갑습니다. 여자라서 무척 놀랐지요?”였다. 지금까지 문서로만 업무를 처리하여 남자로 알았으나 데비는 뜻밖에 여자이름이었다. 선인장 같이 잎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는 다육식물 데비debbi는 꽃이 크고 두텁고 잎꽃이 가능하며, 개간하다(땅을)라는 뜻도 있다는 사실을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그들과의 인터뷰와 업무협의를 끝내고 돌아오며 자신의 실수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메일에서 미스터(Mr.)라는 표현을 몇 번 썼을 때에도 그녀는 아무 말을 안했는데....... 다음엔 사전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나중에 이메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더니 데비Debbi를 남자이름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는 애칭이고 본명은 데보라Deborah라고 알려준다. 데비는 시차와 오랜 여행으로 피곤하고 업무도 밀려 본사인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니콜라도 다음 방문지인 상하이의 국제조선기자재박람회(MARINTEC China) 준비로 분주하였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세계 1위이고 해운은 5위이다. 그러므로 세계 조선기자재 메이커들로서는 우리나라는 큰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조선 해양 장비 및 기자재업체들이 코마린을 많이 찾는 이유이다. 북유럽 즉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같은 나라들의 부품 및 기자재산업은 높은 수준으로, 수십 수백년간 한 우물을 팠기에 노하우와 특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넘보기 힘든 기술과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데, 가업처럼 대대로 전승 발전시켜왔기에 가능했다. 제품 하나하나에 그들의 땀과 혼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해양강국 조선강국이 되려면 부품과 기자재 분야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와 ‘위대한 탈출’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래의 연대기-‘체르노빌의 목소리’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선정되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벨라루스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현재 신문기자와 잡지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널리스트 작가이다. 이 책은 ‘1장 망자의 땅-기억의 이유, 2장 조물주-오래된 풍경, 3장 슬픔의 탄식-죽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 줄 몰랐다’로 이루어져 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체르노빌은 원전사고로 인해 사람은 물론 동식물도 살수 없는, 지명은 있으나 실상은 없어진 유령의 도시로 바뀌었다. 죽음의 도시 체르노빌, 그리고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힌  원전, 콘크리트의 깨진 틈으로 방사능이 아직도 유출되고 있다니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많은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으나 처음엔 모두들 인터뷰를 꺼려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발간된 초판은 당국의 검열로 인해 일부가 삭제된 채로 출간되었으나 이번에 모두 삽입하여 발표됐다. 책을 덮은 지금도 여진처럼 전율을 계속 느낀다. 치유될 수 없는 고통과 멍에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1986년 인류가 경험한 최고의 공포, 어쩌면 지구의 최후, 인류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혈액암과 저능아로 고통당하는 자녀들을 보며 오열하는 부모들의 절규-숫제 총에 맞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면 이보다는 행복했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체념어린 고백에 마음이 아프다. 지구와 인류의 종말은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올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목숨을 걸고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현장으로 달려간 수많은 사람들이다. 인류는 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오염된 방사능 땅에서 새로 돋아난 들풀처럼 우리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다. “체르노빌은 우리의 미래다!” 체르노빌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피맺힌 증언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또 하나의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 부문의 프리스턴대 앵거스 디턴의 저서 ‘위대한 탈출(Great Escape)’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모두들 빈부의 차이가 자꾸 벌어져 세상이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외치는 시대에, “불평등은 성장의 또 다른 기회”이기에 불평등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촉발시킨다며 위대한 탈출의 대열에 동참하라고 디턴 교수가 촉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우리의 고정관념과 시각을 교정시킨 경제학자였다. 디턴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불평등과 계층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겠냐는 질문에, 인류가 경제발전으로 인해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왜 외면하느냐고 되묻는다. 현존하는 선진국들도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지금의 저개발국들처럼 절대 빈곤과 질병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왔지만, 경제성장으로 이것이 조금씩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3가지 화두를 던진다. 첫째는 삶 그리고 죽음으로부터의 대탈출, 둘째 가난으로부터의 대탈출, 셋째 어떻게 도울 것인가이다. 닥터 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국경제의 3대 위기 요인으로 1) 중국경제의 침체, 2) 노령화, 3) 발목잡고 더딘 정치권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온 국민이 “잘 살아보세”하며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정치권도 경제개발에 우선순위를 둔 국정 아젠다를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하여 국론을 결집시킨 결과이다. 월남특수, 중동러시, 중국시장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그때 경제성장이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야기한다며 논쟁으로 시간만 소진했더라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은 요원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원조가 위대한 탈출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경계하였다. 국민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나라에겐 종자돈이 있어야 할 텐데...... 오히려 원조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우리나라엔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올까? 아직도 우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닌 팔로워(follower)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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