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과 인천항의 항만재개발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리조트’ 개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올 초 정부가 복합리조트 개발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항만재개발 지역을 포함한 인천과 부산이 복합리조트 유치에 뛰어들었고 최종 후보까지 올라 12월 최종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카지노, 관광호텔, 문화시설 등 대규모 관광단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10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부산, 인천항의 항만재개발 계획이 복합리조트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1월 19일 ‘테마형 복합리조트 설립’ 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문광부는 지난 2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총 34건의 제안서를 접수받아 12월 2곳의 복합리조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 부산, 진해, 여수 등 4개 도시·9개 지역이 최종 후보도시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도시와 함께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국내외 투자자 및 사업자들도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 추진 ‘복합리조트’가 과열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복합리조트의 핵심시설인 ‘외국인 카지노’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형 숙박, 관광, 문화 시설이 들어서며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랜드마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복합리조트와 연계된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도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Meeting·Incentive·Conference·Exhibition) 산업은 신성장동력의 핵심 사업으로 리조트와 결합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6개, 부산, 진해, 여수 최종 9개 후보지 올라
부산-롯데그룹, 인천-中·美 카지노 자본과 손잡아
복합리조트 후보지역은 총 9개 지역이다. 인천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복합지원용지 내 △인천 중구 무의동 일원 △인천 중구 운복동 1270-1 일원 △인천 중구 운복동 1278-1 일원 △인천 중구 운서동 2955 일원 △인천 중구 을왕동 산 70-1 일원 등 총 6개 지역에 후보를 올렸다. 부산은 △부산 북항재개발 1단계 부지(해양문화지구)가, 경상남도는 △경남 창원시 지해구 제덕동 898 일원, 전라남도는 △전남 여수시 경호동 대경도 일원을 각각 후보지로 올렸다. 문광부는 11월 27일까지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RFP, Request For Proposals)를 실시한 뒤 12월 중 2개 내외의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후보지에 올린 지역뿐 아니라 참여 업체들도 유지 경쟁에 한창이다. 동 공모는 최소 1조원 이상의 투자 및 5억불 이상의 외국인 투자 등을 포함 경쟁력 있는 투자수요를 확인하기 위한 청구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취재결과 롯데그룹은 부산 북항지역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말레이시아의 카지노기업인 겐팅그룹과 협력했다. 중국의 GGAM(Global Game Asset Management) 랑눈캐피탈과 신화련 부동산, 홍콩의 임페리얼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즈, 주대복 엔터프라이즈 그룹CTF, 싱가포르 오디아 등 5개 기업은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참여했고,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는 나가코프와 아시아컬쳐컴플렉스, 선시티리조트 등 3곳도 인천지역에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에는 미국 카지노기업인 모혜간 선,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 영국의 웨인그로브 등 3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후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광부는 이번에 개발될 복합리조트에 고급호텔, 국제회의시설, 문화·예술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핵심시설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시설은 전용영업장 면적을 전체 건축 연면적의 5% 이내, 1만 5,000㎡로 제한했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외국인전용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 적합통보를 받게 되며, 4년 이내에 RFP 제안서 상의 투자를 이행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를 신청하게 된다. 문광부 측은 “공모를 통해 조성되는 복합리조트는 국내외 관광수요를 흡수하는 관광매력물로서, 한국관광의 고부가가치화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개소당 1조원 이상의 관광 투자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관광선진국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 북항재개발 조감도
부산 북항재개발 조감도

인천, 부산 ‘유력후보지’ 떠올라... 지역안배, 크루즈 성장이 배경
복합리조트 유치로 항만재개발 활성화도 기대
복합리조트 선정을 두고 항만업계가 주시하는 이유는 국내 대표 항만도시인 부산과 인천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과 인천은 최근 항만재개발 초기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복합리조트 선정이 재개발 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항만업계에서는 부산과 인천을 유력한 선정 후보지로 보고 있다. 인천은 총 9개 중 6개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역 안배를 고려할 경우 진해나 여수보다는 이미 국내 최대 전시장인 벡스코(BEXCO)를 보유하고 있는 부산이 유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해외 자본이 대부분인 반면 부산은 국내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참여했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이유는 날로 성장하고 있는 크루즈 산업에 있다. 올해의 경우, 메르스(MERS) 여파로 크루즈 관광객 증가가 주춤했으나 부산과 인천을 중심으로 크루즈 관광객은 최근 5년간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특히 크루즈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면세점 명품 쇼핑과 의료 시술을 받는 등 ‘돈이 되는’ 손님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카지노는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부산과 인천이 유력 후보지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항만재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과 부산에 복합리조트 유치가 확정되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던 재개발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활성화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가 앞장서 복합리조트 개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부산북항과 인천내항 재개발은 공공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민간 사업자의 관심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복합리조트 유치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 언제쯤에나 실현될지 짐작할 수 없었던 항만재개발 사업도 차차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복합리조트 유치경쟁으로 기존 항만재개발 계획은 지지부진
인천내항, 부산북항 대체부두, 항만근로자 승계방안 대책 없어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장 복합리조트 유치에 이목이 집중돼 항만재개발 사업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부산과 인천의 항만재개발 사업은 최소 10년 전부터 논의되던 사업으로 그동안 수십차례의 논의를 거쳐 왔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과 공공성, 상업성을 고려해 당사자간 이해관계를 줄여왔으며, 이에 따라 수차례 설계 계획도 변경할 정도로 신중하게 추진됐던 사업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항만물류 사업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천 내항부두의 경우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지만, 대체부두 마련과 항만근로자 승계방안 등은 여전히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북항도 신항 개발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나 적어도 몇년 간은 항만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와 입장차이, 공공성과 상징성, 상업성 등을 적절히 배분하겠다는 10년여의 계획이 고작 1년동안 급속도로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한 항만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지역에 복합리조트 시설이 들어오면 항만재개발 계획을 몽땅 뒤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 관계자는 “항만재개발 사업부지에 복합리조트 건설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항만재개발 계획이 전면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와 같은 의견을 부인했으나, “문광부, 사업자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 골든하버 조감도
인천 골든하버 조감도

복합리조트 유치 실패한다면? “민간투자자 모두 철수할 수도”
인천 ‘골든하버’ 美 투자는 MOU 단계, 부산 재개발 관심보였던 샌즈그룹과 결별
더 큰 문제는 복합리조트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이다. 항만업계에서는 인천과 부산을 유력 후보지로 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천과 부산을 유력 후보지로 꼽는 이유는 인천이 9개 중 6개 후보지를 올려 유치가 유력하고 나머지 한 곳은 지역안배 관행에 따라 부산, 진해, 여수 중 하나가 선정된다 가정했을때 그 중에서 부산이 가장 유리하다는 추측에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측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복합리조트 사업 설명회에 다녀왔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의 롤 모델이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의 대표 리조트인 센토사와 마리나베이는 자동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로, 관광업계에서는 관광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분배보다 한 지역에 집중투자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중 한 지역이 선정된다는 가정하에 부산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 무색해지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인천은 유력한 후보지인가. 여기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인천의 6개 후보지 중 항만재개발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후보지는 단 한 곳에 불과한 반면, 인천공항과 인접한 지역은 운복동 2개 후보지, 운서동, 을왕동 등 4개 지역에 달한다. 인천항 재개발 지역보다는 인천공항 인근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인천공항 지역내에 복합리조트가 유치된다면 인천 내항재개발 지역은 그 후방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인천지역 관계자는 “인천공항 인근 후보지는 모두 인천대교와 인접해 있어 최소 30분~1시간 이면 서울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라며, “관광객들이 강남, 홍대, 명동이 있는 서울을 두고 인천항을 선택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부산과 인천의 항만재개발 지역이 복합리조트 유치에 실패하고 투자계획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인천내항 재개발의 핵심 프로젝트인 ‘골든하버(Golden Harbor)’는 미국 부동산개발 전문회사인 비즈포스트그룹의 1조원대 투자협약이 체결된 상황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협약 단계일 뿐 성사 가능성이 100%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천 지역 관계자는 “MOU는 MOU일 뿐이다”라며, “인천 지역에서도 복합리조트 유치에 따른 후방효과는 인천공항 인근 영종신도시를 제외하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항인근에 복합리조트가 유치된다면 골든하버에 대한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라고 지적했다.
 

부산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올 초 북항재개발 투자의사를 보이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샌즈그룹이 정작 복합리조트 사업에는 공모조차 하지 않아 적잖은 의문을 남긴 상황에서 복합리조트가 좌절되면 민간사업자 입찰이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샌즈그룹이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카지노에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소문이 들리는 가운데, 복합리조트 유치에 실패한다면 민간 사업자 유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만재개발, 복합리조트와 별개로 추진돼야, 플랜B 필요하다”
항만 관계자들과 인천, 부산시민들은 복합리조트 유치와 별개로 항만재개발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 초 정부의 복합리조트 개발계획 발표 이후, 인천과 부산 항만재개발 계획은 크게 진전되지 않은 모습이다. 인천지역 관계자는 “인천에서 인천내항 재개발 논의가 시작된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사업자 하나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와 IPA, 그리고 정부가 인천내항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부산지역 관계자는 “복합리조트와 별개로 항만재개발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라면서, “부산이 복합리조트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유치가 안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을 준비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PA와 IPA는 복합리조트 추진과 별개로 항만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PA측은 “복합리조트 도입이 힘들어질 경우 예정대로 오는 2017년 국제 공모를 통해 랜드마크 용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며, IPA도 “복합리조트와 항만재개발은 별개 사업”이라면서 “골든하버 프로젝트는 1, 2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며 2016년부터 단계별로 민간투자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과 인천의 항만재개발은 국비지원에 매달리고 있으며, 민간투자자 유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복합리조트 없이 적기에 항만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지 혹은 복합리조트 유치가 기존 항만재개발 계획에 상업적인 면만을 부각시키지 않을지 우려의 시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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