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키는 친근한 해군…축제 분위기 ‘물씬’

해군창설 70주년 10월 17-23일 부산해상 8,200명 관람
함정 35척 해상사열·시범훈련…부산명소와 선상음악도 즐겨

 
 
10월 19일 부산 앞바다에 떠있는 ‘독도함’, 승선한 참관객들 사이에서 ‘우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1만 4,500톤급 독도함 바로 앞에서 일렬로 늘어선 해군 함정 4척이 가상적함정(폐고속정)에 격파사격을 시작했다. 함정사이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우레와 같은 총포소리가 바다에 진동했다. ‘완벽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을 물리쳤다’는 아나운서의 상기된 목소리가 선상에 울려 퍼지자 관람객들은 다시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광복·해군창설 70주년 기념 ‘2015 대한민국해군 관함식’이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인근해상에서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2008년 이후 7년만에 열린 이번 해군관함식의 백미인 해상사열에는 이지스구축함DDG, 대형수송함LPH 등 함정 35척, 해상초계기P-3, 대잠헬기Lynx 등 항공기 35대와 육공군, 해병대, 해경, 소방전력이 참가했으며, 해상사열과 일사분란한 훈련시범을 통해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강한 국군’의 위용과 확고한 해양수호 의지를 보여줬다. 23일 정박사열에는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USS Ronald Reagan, CVN)’ 등 함정 4척도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미국 해군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공중조기경보기를 비롯한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이번 관함식에는 파독광부 및 간호사ㆍ탈북주민ㆍ다문화가족 등으로 구성된 국민대표, 인터넷 신청을 통해 선정한 국민참여단 3,200명, 해군 창군원로 및 국ㆍ내외 참전용사 등 총 8,200명이 참석했다.
관함식 기간에는 해상사열과 훈련시범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함께 진행됐다.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함정공개행사, 관함식 축하 군악 연주회 등이 열렸고, 부산 벡스코에서 해양방위산업전과 국제 해양력 심포지엄 등이 개최됐다.
 

 
 
독도함 승선, 부산명소 즐기는 ‘낭만’도
19일 오후 1시 30분 참관객들을 태운 1만 4,500톤급 독도함이 부산 해군사령관 기지를 천천히 빠져나왔다. 독도함은 대형수송함으로 길이는 199미터이며 최대속력은 23kts이다. 승조원 330여명과 상륙병력, 전차, 헬기 등을 수송하며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과 30mm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갖추고 지휘통제함의 임무를 수행한다.

독도함이 서서히 방파제를 통과하자 부산의 유려한 경치들이 한 눈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오륙도를 지나서 신선대터미널과 이기대, 광안대교, 누리마루APEC하우스, 센텀시티, 해운대 등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들을 선상에서 즐길 수 있었다. 맑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쾌청한 바람과 물결에 반짝이는 태양빛과 아름다운 주변경치를 즐기니 마치 관광유람선을 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배에서는 굵직한 목소리의 성악가가 부른 군가가 흐르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멀리 건물들이 희미해져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까지 왔을 때 본격적인 해상사열과 시범훈련이 시작됐다. 참관객들의 기대감 속에서 이지스구축함부터 차기호위함, 차기상륙함, 경비함, 기뢰부설함, 호위함, 초계함, 유도탄고속탐, 잠수함 등 함정 17척이 일렬로 대열을 맞춰 독도함 우측의 약 160미터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맞은편 함정에 승선한 장병들은 줄을 정확히 맞춘 채 경례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동시에 하늘에서는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상륙기동헬기, 해경헬기 등 항공기들이 상공을 가로지르며 지나갔다. 이어 고속정 2척이 독도함 함수 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파도를 일으키며 돌격기동을 시연했다. 고속정은 ‘참수리’호로 톤수 130톤에 최대속력은 38kts이며 40mm함포와 20mm함포를 갖추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침투 도발에 현장대응하는 전초전력이라 할 수 있다.  독도함이 선회할 때마다 살짝 뱃멀미를 느꼈으나 바로 앞 해상에서 일사분란하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다양한 해군함정들에게 계속 눈이 돌아갔다.
 

관함식의 ‘백미’ 해상사열과 훈련시범
해상사열에 이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훈련시범이 펼쳐졌다. 대잠작전, 대공대함사격, 합동상륙 및 구조작전, 해상대테러작전, 전술강하 등 평소 보기 어려운 해상훈련이다 보니 참관객들의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대잠작전에서는 ‘안중근함(1,800톤)’, ‘정운함(1,200톤)’, ‘최무선함(1,200톤)’ 등 3척의 잠수함이 동원됐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활동하는 은밀성을 장점으로 대함전, 대잠전 뿐 아니라 감시정찰 및 적 핵심표적에 대한 타격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전략무기다. 물속에 잠수하고 있던 시커먼 배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장면이었으며, 마치 고래와 같은 거대한 해양생물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대잠전은 대잠초계기의 탐색으로 대잠헬기를 확인하고 대잠항공기가 모의공격을 하는 모습이 시연돼 참관객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함정 4척이 일렬로 서서 가상 적함정에 사격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배에서 터져나오는 총포소리가 바다를 쩌렁쩌렁 울렸다. 이어 해상작전헬기Lynx 역시 가상적함정(폐고속정)에 유도탄 1발을 명중시켰으며, 공군기 2대가 위협표적을 무력화하고 헬기와 상륙함정으로 해상돌격하는 합동상륙작전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해상대테러작전이었다. 해군과 해경헬기를 이용한 급속강하와 더불어 고속단정으로 가상피랍선박(해군 군수지원함)의 현측을 올라간 뒤 테러범 진압작전을 펼쳤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된 시범훈련은 마치 2011년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으로 CH47헬기에서 해군 특수전요원 21명의 전술강하를 끝으로 해상사열과 훈련시범은 종료됐으며 F15 2기가 공군 축하비행을 하며 하늘을 수놓았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의 ‘해군’
난생 첫 경험한 해군관함식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절도 있는 해상사열과 일사분란한 훈련시범에서부터 부산명소와 선상음악회까지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행사를 마치고 기지로 입항할 때는 해군음악대의 수준 높은 연주와 노래가 바다에 흥겹게 울려 퍼졌다. 가족, 연인, 어린이, 어르신 등 곳곳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춤과 노래를 즐겼다. 딱딱하고 차가운 군대가 아니라 바다를 지키는 해군이면서 동시에 국민과 바다에 친화적인 해군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행사였다. 행사 종료 후 입항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 점, 햇빛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미리 챙기지 못한 점, 장시간 머무른 선박에서 유일한 먹거리는 독도함에서 제공한 따뜻한 물이 전부였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어느새 어둑해진 부산바다에서는 노을 진 풍경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멀리 물방울 모양의 동삼동 해약박물관이 눈에 띄었고, 컨테이너선과 크루즈선, 카페리선도 1-2척씩 천천히 지나갔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울려 퍼지는 선상의 낭만도 느끼며 부산해군 사령관기지로 다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가 다 되었다. 

 

관함식이란?
관함식(Fleet Review)은 국가 통치자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일종의 ‘해상사열식’이다. 최초의 관함식은 1341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가 함대의 전투준비를 점검한 것에서 시작됐고, 1897년 영국 빅토리아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식에서 대대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시기(독립기념일, 건국·건군 등)를 기념하여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협력과 우호증진을 위해 관함식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2008년에 2차례 관함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인도는 2001년, 2015년 인도공화국 수립 50주년을 맞아 개최했고 영국은 2005년 트라팔가 승전 200주년을 맞아 개최했다. 프랑스는 2014년 노르망디 상륙 7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했으며, 일본은 2009년, 2012년, 2015년 해상자위대 창설 기념으로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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