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리먼 사태이후 장기적 해운불황으로 세계 8위와 세계 15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선복량 608,459TEU)과 현대상선(선복량 377,705TEU)이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같은 시장 불황에도 세계 1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Maersk사는 2012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극심한 부진 속에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2014년 2분기이후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었고, 2015년 1, 2분기에 각각 영업흑자를 기록하여 미흡하나마 개선의 조짐이 보이는 반면, 현대상선의 경우 구조조정과 자산처분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지의 개선 기미가 보이고지 않고 있다.

해운산업은 2014년 346억 달러의 운임수입을 가득하여 서비스수지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철강, 조선, 금융 등 연관산업의 발전에 기여가 큰 산업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침체, 해운 호황기에 발주되어 시장에 투입된 선박의 공급과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장 진입 등으로 운임 회복의 단초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 해운시장의 최대 고객이며 연 9%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던 중국이 2012년 성장률이 7.8%로 하락하였고, 2015년 3분기 이후 7%의 벽이 무너지면서 중속 성장의 시대인 뉴 노멀로 진입하여 불황의 늪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6위와 7위의 중국 컨테이너 선사인 COSCO와 CSCL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고, Maersk와 CMA-CGM의 APL에 대한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대형선사간 인수합병의 광풍이 다시 휘몰아치고 있다. 이 시점에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경영적·재무적 측면의 위험이 커진 한국의 양대 컨테이너 정기선사에 대한 강제합병설과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상선 피인수설이 신문 기사화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업계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선사 간 합병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뿐 만 아니라,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향인지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2. 해운기업 합병의 동인
일반적으로 기업 간 합병 또는 인수를 추진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컨테이너 정기선사간 합병은 선사의 대형화를 통해 합병선사의 글로벌 선대경쟁력 및 항로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을 개선함으로써 비용경쟁력을 제고하여 현재 적자에 허덕이는 선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동기와 목적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양대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합병 또는 현대상선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통해 주 채권은행과 업계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1) 글로벌 선대경쟁력의 제고
(1) 양대 컨테이너선사의 선대구조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선대 구성을 비교해보면 한진해운의 경우 소유선박(국취부나용선, 자기자본취득, 일반나용선 포함)과 정기용선의 비율이 39% 대 61%로 총 100척의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로 아시아 역내에 투입되는 규모인 5,000TEU 미만이 46척으로 전체의 46%를 점하고 있으며, 주요 간선항로에 투입하기에는 역부족인 5~7,000TEU 미만 선박이 20척으로 20%를 점유하고 있다. 주요 간선항로에 투입될 수 있는 7,000TEU 이상의 선박은 총 34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선박대형화 추세에 부응하는 10,000TEU 이상의 선박은 전체의 14%인 14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39척의 소유선박 가운데 7,000TEU 미만이 23척으로 전체 소유선박의 약 60%를 점하고 있으며 7,000TEU 이상이 16척으로 약 40%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7,000TEU 이상 선박의 선박 가운데 10,000TEU 이상의 선박이 11척으로 전체의 28.2%를 차지하고 있어 대형화 추세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기용선 의존도가 높아 시황이 회복되면 높은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적 취약성과, 높은 선가를 지불하고 신조선을 발주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한편 현대상선은 총 56척의 컨테이너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소유선박이 24척으로 43%, 정기용선이 32척으로 57%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역내항로에 투입 가능한 5,000TEU 미만 선박은 18척으로 32.1%의 점유율을 보이며, 포지션닝이 애매한 5~7,000TEU 미만 선박이 21척으로 37.5%의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간선항로에 투입 가능한 7,000TEU 이상은 17척으로 30.4%의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00TEU 이상 선박은 9척으로 전체 선박의 16.1%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24척의 소유선박 가운데 7,000TEU 미만 선박은 단순나용선 된 5,500TEU 2척을 포함하여 16척으로 소유선박의 66.7%를 점유하고 있어 한진해운의 60%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7,000TEU 이상의 선박은 8척이며 이 가운데 10,000TEU 이상 선박은 4척으로 16.7%의 비중을 보여 한진해운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정기용선의 비중이 높은 5~7,000TEU 미만의 선박이 운항선박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양대 컨테이너선사의 주력 선대는 7,000TEU 미만 으로 전체의 66~70%를 차지하는 있어 대형화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간선항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10,000TEU 이상의 선박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24척, 9척을 운항하고 있지만 용선의존도(55%)가 높아 불황기에는 선박운용의 유연성은 가질 수 있으나 시황이 회복될 때 또 다시 높은 용선료를 지급하고 선박을 확보하거나 높은 수주비용을 지급하고 선박을 건조하여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공히 보유하고 있는 최대 선박규모가 13,000TEU이기 때문에 18,000TEU급 초대형 선박이 주종을 되고 있는 간선항로에서 비용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컨테이너 선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2) 3개 선사의 전체 선대구조
100척의 컨테이너선대를 보유·운항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총 51척의 벌크선대를 유지하고 있다. 51척 가운데 29척이 자사 소유 선박이며 22척이 용선선박으로 자사선 비중이 57%이다. 자사 벌크선의 경우 유조선이 1척, 석유제품선 6척, 살물선 10만DWT미만 16척, 10만DWT이상 5척 등 29척이며, 정기용선 선박은 유조선 1척, 살물선 10만DWT 미만 17척, 10만DWT 이상 5척 등 22척 이다. 정기용선의 22척 가운데 대부분이 10만DWT미만 살물선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체 운항 벌크선 가운데 10만DWT미만의 살물선 비중이 64.7%이다.

컨테이너선 56척을 운항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자금확보를 위해 LNG 사업부문을 매각한 후, 18척의 자사 소유 선박과 53척의 정기용선 선박 등 총 71척으로 벌크선대를 유지하고 있다. 벌크선대의 정기용선 비중은 약 75%로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자사 벌크선대는 유조선 2척, 석유제품선 4척, 10만DWT미만 살물선 2척, 10만DWT이상 살물선 10척 등으로 COA계약이 되어 있는 살물선이 자사 소유 주력 벌크 선대로 구성되어 있다. 정기용선 선박은 유조선 5척, 석유제품선 7척, 10만DWT미만 살물선 34척, 10만DWT이상 살물선 7척 등 총 53척이며 정기용선 선박가운데 10만DWT미만 살물선의 비중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컨테이너 선대없이 총 80척의 벌크선대를 운영하고 있다. 80척의 선박 가운데 자사 소유 선박은 36척이며 44척은 정기용선 선박으로 정기용선 선박의 비중이 55%이다. 자사 소유 선박의 구성은 유조선 4척, 석유제품선 1척, 10만DWT미만 살물선 2척, 10만DWT이상 2척, 자동차 운반선 27척 등이다. 정기용선 선박은 10만DWT미만 살물선 20척, 자동차 운반선 24척 등 총 44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글로비스의 선대 구조는 10만DWT미만의 살물선과 자동차 운반선에 특화되어 있는 매우 단순한 구조이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3개 선사 모두 벌크선대는 10만DWT미만 살물선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로, 한진해운은 33척 65%, 현대상선은 36척으로 51%, 현대글로비스는 22척 2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유조선 사업부문이 강한 기업으로 LNG사업부문을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18척의 원유 및 석유제품운반 선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글로비스는 전체 선대의 64%가 자동차 운반선에 특화되어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자사 소유 선박을 대상으로 볼 때 현대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선사간 벌크선대의 통합은 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전용선 부문이 2013년 매각됨에 따라 안정적 수익기반의 상실로 인해 컨테이너 선사의 수익가변성이 확대되어 영업적자 폭이 커진 것과 같이 컨테이너 선사의 벌크선대 유지는 어느 정도 위험분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벌크선의 약 40% 정도는 포스코, 한전 등과 장기운송계약(COA)이 되어있기 때문에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기여도가 크다. 현대상선의 경우에도 LNG전용선 부문을 매각함에 따라 위험분산의 축소로 선사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2) 항로경쟁력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CKYHE(COSCO, K-Line, YangMing, Hanjin, Evergreen)와 G6(Hapag Lloyd, APL, MOL, NYK, OOCL, HMM)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미주(태평양)항로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 양대 선사의 컨테이너 수송실적을 보면, 한진해운은 미주항로 40.6%, 구주항로 30.2%, 아시아역내항로 24%로 나타났고 현대상선은 미주항로 39%, 구주항로 22.8%, 아시아역내항로 38.2%의 실적을 보였다.

양대 선사 모두 미주항로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아시아역내항로에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한진해운은 구주항로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림 3>에서 나타나듯이 미주항로에서는 G6와 CKYHE 얼라이언스가 2M이나 O3에 비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과, CKYHE가 구주항로에서 G6보다 높은 운송점유율을 보이는 것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양 선사가 통합된다면 하나의 얼라이언스로 편입되어야 하고 그렇게 된다하더라도 열세를 보이고 있는 구주항로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나 머스크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남북항로1) 등에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볼 수 없다.
 

2) 경영효율의 극대화
(1) 재무구조의 개선

한국신용평가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4. 4월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각각 1.108.3%와 763.7%로 Maersk의 68.3%에 비하면 비교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선박의 발주나 구매를 위하여 취득가의 80%이상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는 것과 1개의 컨테이너 서비스망을 구축하기 위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양대 선사의 재무구조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총자본 대비 장·단기차입금과 회사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6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공모채와 사모채)가 한진은 8,059억원(달러는 1:1,200기준) 수준이며 현대상선은 8,660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는 양 선사의 합병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 경영실적의 개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액 변화추이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 2012년까지 개선의 기미가 보이다가 2012년 이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3년 이후 개선의 기미가 보이는 반면, 현대상선은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만 회복추세가 매우 완만하여 지속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와 같이 같이 외부 충격에 거의 비슷한 변동 추세를 보이는 기업을 합병하는 것은 위험분산 차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2012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Maersk사의 영업이익률 변화추이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Maersk는 호황기의 이익률은 낮지만 2009년 이후 불황기시의 이익률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로 항로가 다변화되어 있는 점, 다양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황기때 불황기에 대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불황기에 호황기를 준비하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3. 맺는말
불황기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18,000TEU급 Triple-E 초대형선박을 발주하는 등 컨테이너 운임시장을 선도하며 초대형선 경쟁에 단초를 제공한 Maersk사도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와 운송수요가 둔화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적자항로 서비스의 일시중단, 조직 경량화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송서비스는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상당히 표준화·규격화되어 왔기 때문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차별화하기 어려운 서비스일수록 저렴한 운임을 제공할 수 있는 단위당 비용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요인이 되기 때문에 비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컨테이너 선사나 얼라이언스는 시장에서 도태하게 될 것이다.

컨테이너 선사의 경우 얼마나 많은 선박을 확보하고 있는가? 즉 선사의 대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특정 항로에서 비용경쟁력 있는 선박을 적정하게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선사의 대형화는 다양한 항로 및 항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와 일반관리비의 절감 등을 통해 비용경쟁력을 일정부분 제고할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얼라이언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한편 선박의 대형화는 특정 항로에서 비용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저렴한 운임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이 됨은 물론 얼라이언스의 협력과 상호보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대형화의 문제는 합병을 통해 얼마나 비용경쟁력 있는 선박을 적정하게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비용경쟁력이 없는 선박을 가진 선사들을 합병하여 선사를 대형화한다 해도 시장에서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얼라이언스 중심으로 기항지가 결정되는 현 상황에 비추어볼 때 양대 선사의 합병에 따른 1개 얼라이언스의 선택은 글로벌 거점항만으로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부산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연계하여 그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합병의 여부를 떠나 신조선가가 저렴한 이 시기에 컨테이너선사의중장기적 비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초대형 에코컨테이너선을 발주할 수 있도록 해운 보증기금의 투자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조선산업 지원정책과 연계한 선사의 신조선 발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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