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2011. 5. 4. 선고 2010나3265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1) 원고 X는 2007. 7. 18.부터 피고 Y소유의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의 기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7. 9. 12. Y의 아들이자 이 사건 선박의 실질적 선장이던 Z로부터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이 사건 선박에서 하선하였다.
(2) X가 Y를 상대로 2007. 10. 10. 인천지방해양항만청(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하선 당시 지급받지 못한 2007년 9월분 임금(X의 일당은 80,000원이었다)의 지급과 선원수첩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3) Y는 2007. 10. 18. X의 선원수첩에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의 하선공인을 받아 X에게 반환하였고, X는 그때까지 다른 선박에 선원으로 승선할 수 없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Y가 X의 하선 즉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X의 하선공인을 받아주지 않은 행위는 X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Y는 그로 인한 X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X의 선원수첩은 인천예인선선주협회에 보관되어 있었고, X는 그 선원수첩을 반환받아 언제라도 다른 선박에 승선할 수 있었으므로, X의 주장은 부당하다.
 

3. 판결요지
(1) 선박소유자가 하선한 선원에 대한 하선공인을 해양항만청으로부터 받지 않을 경우 그 선원은 해양항만청 선원민원시스템에 승선 중으로 표기되어 다른 선박에 대한 승선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Y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선원의 승선·하선 공인의무는 선박소유자에게 있고, Y가 X의 하선 즉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X의 하선공인을 받아주지 않은 행위는 X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Y는 그로 인한 X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다만 X가 술에 취하여 소란을 피운 것으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에서 하선하게 된 점, X가 하선한 이후 한 달 정도 경과된 시점인 2007. 10. 10.에 이르러서야 지방해양항만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X의 과실도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일부 기여하였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4) 따라서 Y는 X에게 1,400,000원(=일당 80,000원×하선공인을 받지 못해 X가 다른 선박에 승선하지 못한 기간 35일×50%)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Ⅱ. 선원명부의 공인
1. 공인제도의 의의

공인(公認, Musterung) 제도는 국가가 선원의 승선·하선이나 직무의 변경, 계약의 갱신 등에 간섭하는 것이나, 그 현대적 의의는 선원근로계약의 내용을 선원에게 알려서 선원을 부당한 신분적 구속이나 가혹한 근로에서 면하게 하고 선원의 근로조건이 적법한지 여부, 안전항해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 선원의 승선·하선, 직무 변경, 계약 갱신 등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선원근로보호의 실효를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2) 선원법상 공인은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선원의 근로조건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선박항행의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인정된 선박직원법상 감독과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3)
 

2. 공인의 법적 성질
공인의무는 공법상 의무이다.4) 공인신청이 사인의 공법행위로서 쌍방적 행위에 해당함은 명백하나, 공인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견해대립이 있다.5)
 

가. 선박권력부여설
이는 공인에 의하여 선장에게 선박권력을 부여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견해이나, 해원 이외의 여객에 대하여도 선박권력이 발생하는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
 

나. 인가설
이는 공인이 선원근로계약의 발생·소멸의 효력발생요건이라는 견해이나,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확인설
확인설(공증설 또는 증명설)은 공인이 선원근로관계의 성립·변경·종료, 승하선 등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로서 강학상 공증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6) 이에 의하면 공인을 받지 않더라도 승선에 관한 선원근로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에 반하여 공인이 존재하더라도 반증에 의하여 선원근로계약의 존재를 배척할 수 있다.7)
 

라. 검토
생각건대, (i) 공인은 선원의 승선·하선·직무변경·계약갱신 등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고 선원의 근로조건이 적법한지 여부, 안전항해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를 감독하여 선원근로보호의 실효를 기대하기 위한 것인 점, (ii) 선원법은 선박소유자가 선원명부의 공인을 받지 아니한 경우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할 뿐(179조 2항 6호) 선원근로계약의 효력을 무효로 하는 규정이 없는 점, (iii) 선원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신고제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 공인은 선원근로계약의 성립이나 효력에 하등의 영향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확인설이 타당하다.8)

일본 판례9)는, 선박직원법상 ‘선박직원 승무’의 의미는 해기사자격을 가진 직원이 직무의 종류에 따라 선박의 항행조직의 일원으로서 실제로 집무할 태세에 있는 것을 말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물리적으로 승선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석되는데, 직원이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공인을 받았을 뿐 아직 집무할 태세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승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공인의 주체
가. 공인신청자

공인신청자는 선박소유자, 선장(선원법 44조 2, 3항), 선박관리사업자(선원법 112조 3항, 시행령 38조 1항 2, 3호) 등이다. 그러므로 선원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외항화물운송업자가 선체용선한 외국 선박에 대한민국 선원을 고용하여 대한민국 선원이 위 선박에 승선하더라도 선체용선자는 승선·하선공인을 신청할 의무가 없다.10)
 

나. 공인의 관할청
선원법은 해양수산관청을 공인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고(선원법 44조 3항), 해양수산관청은 해양수산부장관, 지방해양수산청장 및 해양수산사무소장을 말하는데(선원법 2조 18호), 공인의 관할청은 그 중 지방해양수산청장이다. 승선·하선 또는 승선취소의 공인은 그 사실이 발생한 곳을 관할하는 지방해양수산청장이 관할하고, 그 사실이 발생한 곳이 지방해양수산관청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선박이 항행 중인 때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후의 도착항을 관할하는 지방해양수산청장이 관할한다(시행규칙 21조 1항).
 

4. 승선공인
가. 선원명부에 대한 승선공인
(1) 의의

선박소유자는 승선 교대가 있을 때에는 선원명부에 대하여 해양수산관청의 공인(인터넷을 통한 공인 포함)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선박소유자는 선장에게 자신을 갈음하여 공인을 신청하게 할 수 있다(선원법 44조 3항). 어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선원이 종전의 선박에 재승선하기를 원하여 재어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하선 및 승선공인을 하지 아니하고 승선계약 변경 공인을 받으면 족하다.11)
 

(2) 신청의 방식
승선·하선 또는 승선취소의 공인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공인신청서를, 직무변경 및 계약갱신의 공인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승선변경공인신청서를 그 사실이 발생한 곳을 관할하는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팩스, 인터넷 등에 의한 제출 포함)하여야 한다. 다만 그 사실이 발생한 곳이 지방해양수산관청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선박이 항행 중인 때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후의 도착항을 관할하는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할 수 있다(시행규칙 21조 1항).
 

(3) 승선공인신청의 심사
승선공인신청의 심사는 선원명부의 공인과 하선공인이 형식심사에 그치는 것과는 달리 실질심사를 포함한다. 지방해양수산관청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장으로부터 승선공인신청을 받은 때에는, (i) 선원근로계약이 항해의 안전 또는 선원의 근로관계에 관한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 (ii) 선박소유자가 선원법령에서 정한 재해보상 및 송환을 위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였는지 여부, (iii) 선원근로계약 당사자의 합의 여부, (iii-ii) 선원법 56조에 따른 임금채권보장 보험·공제·기금에 가입하였는지 여부, (iv) 선원법 87조 1항에 따른 건강진단서(외국인 선원의 경우에는 자국에서 받은 건강진단서로 갈음할 수 있음), (v) 선원법 109조에 따른 구직등록·구인등록의 여부(외국인 제외), (vi) 선원법 57조의 규정에 의한 선원의 교육·훈련에 관한 사항, (vii) 선원수첩 또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입국사증 발급 여부(국내에서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의 경우에 한함)를 확인(전자정부법 36조 1항에 따른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을 통한 확인을 포함)한 후 공인하여야 한다(시행규칙 26조 1항 본문). 다만 선원근로계약이 없는 선장의 승선공인신청을 받은 때에는 4호 및 6호의 사항을 확인한 후 공인하여야 한다(시행규칙 26조 1항 단서).

지방해양수산관청이 여객선선장의 승선공인신청을 받은 때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한 여객선선장 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심사한 후에 공인한다(시행규칙 26조 3항). 승선공인신청을 팩스 또는 인터넷 등으로 받은 지방해양수산관청은 시행규칙 26조 1항 각 호의 사항을 확인한 후 공인한 선원명부·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 사본을 팩스 또는 인터넷 등으로 송부하고, 사본을 받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장은 사후에 지방해양수산관청으로부터 선원명부·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 원본에 공인을 받을 수 있다(시행규칙 26조 2항).
 

(4) 심사 후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지방해양수산관청이 승선공인신청을 심사한 결과 선원근로계약 등 실질심사대상에서 법령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이의 시정을 명하거나 선원근로감독관 등 관계기관에 연락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고, 공인을 거부할 수 있다.
 

5. 하선공인
선원의 하선교대가 있을 때마다 선원명부에 기재하거나 선원명부의 공인을 신청하는 것은 승선공인과 동일하다(선원법 44조 2, 3항). 선원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라 하선공인을 신청하는 자가 선원명부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선원명부 멸실·훼손에 따른 공인(공인확인)신청서에 그 사유서와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를 첨부하여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시행규칙 22조). 선원근로관계의 종료시점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하선공인이 이루어진 날이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12)
 

6. 선원명부의 공인면제
항해구역이 선박안전법 8조 3항에 따라 정하여진 근해구역 안인 선박의 선원으로서, (i) 수산업법 41조 1항에 따른 근해어업에 사용하는 어선에 승무하는 부원, (ii) 수산업법 41조 2항에 따른 연안어업에 사용하는 어선에 승무하는 부원, (iii) 선박안전법 시행령 2조 1항 3호 ㈎목에 따른 평수구역13) 안을 운항하는 부선에 승무하는 선원, (iv)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서 관공선에 승무하는 선원 등에 대하여는 선원명부의 공인이 면제된다(선원법 44조 3항 전단, 시행령 6조).
 

Ⅲ.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의 공인
1. 의의

선박소유자나 선장은 선원명부의 공인을 받을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승선하거나 하선하는 선원의 선원수첩이나 신원보증서를 선원명부와 함께 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하여 선원수첩이나 신원보증서에 승선·하선 공인을 받아야 한다(선원법 45조 3항 본문).14)
다만 (i) 선박소유자 또는 선장이 고의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원명부의 공인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ii) 선박소유자 또는 선장이 1개월 이상 행방불명된 경우, (iii) 선박소유자 또는 선장이 사망한 경우(선박소유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파산한 경우를 말한다) 선원명부의 공인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하선하려는 선원이 직접 선원수첩이나 신원보증서에 하선공인을 받을 수 있다(선원법 45조 3항 단서, 시행규칙 24조 1항). 이 경우 선원은 공인신청서에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와 위와 같은 사유가 있음을 증빙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시행규칙 24조 2항).
 

2. 선원수첩 등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의 공인신청
공인을 신청할 때 부득이한 사유로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선원수첩(신원보증서) 제출 불능사유서를 공인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시행규칙 23조 1항). 공인을 받은 선원은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를 제출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소멸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공인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및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를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하여 확인을 받아야 한다(시행규칙 23조 2항). 하선공인을 받으려는 선원이 선원수첩 또는 신원보증서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 그 공인신청과 공인의 사후 확인을 위한 절차 및 방법에 관하여도 위와 같은 절차가 준용된다(시행규칙 24조 3항).
 

3. 선원수첩멸실시 공인사항등 증명
선원수첩을 소지한 사람이 이를 잃어버리거나 선원수첩이 헐어 못쓰게 된 때에는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승하선공인의 증명을 신청할 수 있다(시행규칙 31조 1항). 이 경우 (i) 증명을 신청하는 자의 성명·생년월일 및 주소, (ii) 선원수첩을 발급한 지방해양수산관청과 수첩번호, (iii) 증명을 받고자 하는 사항, (iv) 증명을 받고자 하는 사유를 기재한 신청서를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시행규칙 31조 2항).
 

 4. 귀국 후 선원수첩의 공인
선원이 외국에서 하선공인을 받지 아니하고 귀국한 때에는 선박소유자 또는 선원관리사업자는 20일 이내에 지방해양수산관청에 신고하고 선원수첩의 공인을 받아야 한다(시행규칙 30조).
 

5. 공인의 면제
인터넷을 통하여 승선·하선 공인을 받은 경우 해양수산관청은 선원수첩이나 신원보증서에 대한 공인을 면제할 수 있다(선원법 45조 4항).
 

Ⅳ. 공인의 효력
공인은 공적인 증명력만이 있을 뿐이므로, 공인을 받지 아니하더라도 사법상 선원근로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한 선원명부에 기재되지 아니한 선원이라도 선원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15) 무효인 선원근로계약에 대하여 해양수산관청이 유효한 것으로 오인하여 승선공인을 한 경우, 선원근로계약이 유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취소할 수 있는 선원근로계약은 취소권자에 의한 취소가 있을 때까지 유효하므로 이에 대한 승선공인은 유효하나, 선원근로계약이 취소된 경우에는 해양수산관청은 공인을 철회할 수 있다.
 

Ⅴ. 대상사안의 검토
1. 하선공인의무위반

선원의 승선·하선을 공인받을 의무는 선박소유자에게 있고, 선박소유자가 하선한 선원에 대한 하선공인을 해양수산청장으로부터 받지 않을 경우 그 선원은 해양수산청 선원민원시스템에 승선 중으로 표기되어 다른 선박에 대한 승선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Y가 X의 하선 즉시 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부터 X의 하선공인을 받아주지 않은 행위는 X가 다른 선박에 근로를 제공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X의 근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2. 과실상계
(1)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하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16)

(2) 또한 불법행위제도에서 과실상계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고자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피해자의 부주의가 가담된 경우 그가 입은 손해액에 합리적인 제한을 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하고 배상액을 감경하는 제도이다. 민법 763조는 민법 396조를 준용하여 불법행위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할 때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행위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상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이다.17)

(3) 과실상계는 법원의 소송상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그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고,18) 피해자의 과실 유무·정도 등은 당사자의 주장과 달리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결정한다.19)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할 때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20)
(4) 대상사안에서 법원이 X의 귀책사유로 하선하게 된 것과 X의 진정서 제출 지연을 고려하여, X의 과실도 손해의 발생·확대에 일부 기여하였다고 보아 Y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액에 합리적인 제한을 하려는 과실상계의 법리에 부합하는 타당한 결론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박소유자가 선원의 하선공인을 받을 의무를 위반한 것은 선원법에 규정된 공법상 의무 이외에 별도로 사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선원의 귀책사유는 과실상계의 대상이 됨을 최초로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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