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항 개발’ 재원조달방안 논란 속에도 ‘기대’ 
 

경제협력의 개발이 남북물류에 호재로 작용 예상
“남북해운 활성화엔 항만인프라 조기개발 필요”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핵관련 6자회담이 순항하는 가운데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 남북관계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위한 미래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낸 합의사항은 당장에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실현해 나가자고 양 정상이 합의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이를 위해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에는 ‘서해평화협력 벨트’ 설치와 해주 직항로 개설, 해주항 개발 등 해양수산 분야도 포함돼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았다. 정상회담의 내용중 해운항만분야를 짚어보고 업계의 반응을 살폈다.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경제협력의 활성화가 해운항만물류에 호재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경제협력이 한반도의 핵과 평화문제를 푸는 지렛대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기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상회담’ 해운항만 합의내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16시간 단축
해운항만 분야의 ‘2007 남북정상회담’ 합의내용은 크게 해주직항로 개설과 해주항의 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2005년 8월 1일부로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의거해 현재 남북 선박은 상대해역 항행시 ‘남북해상항로대’를 따라 운항하고 있다. 단 인천-남포 등 정기운항 선박과 해주항을 입출항하는 남의 선박은 해주항 직항로를 이용하는데 반해, 북의 선박은 해주항 입출항시 ‘남북해상항로대’를 따라 우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5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07년 5월 8-11일)에서 북한이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운항문제를 제기해 왔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해주항 직항로가 개설되면 “해주항 입출항 선박이 ‘남북해상항로대’의 제약을 받지 않고 직항로로 운항할 경우 항행시간은 약 16시간 가량 단축되고 그에따른 물류비용도 절감돼 남북해상 교류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거리상으로 해주와 인천간 직항로가 개설되면 현재 해상항로대를 이용할 경우 279마일이던 거리를 189마일 단축한 90마일의 운항거리를 갖게 된다. 여기에 해주항이 개발되면 해주지역 경제특구에서 발생되는 화물이 직항로를 통해 운송될 경우 해주항과 남측항만 간의 해상물류비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합의사항과 관련, 이용선박의 범위와 항로대의 설정 등에 대해 양측 군사당국과 추가협의가 있어야 하고 통신망과 항로표지, 안전시설 등의 확보방안 등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11월경으로 예정된 총리급, 장관급 회담에서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개설방안에 대해 북한 측과 논의할 예정이며, 향후 구성될 분야별 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세부사항을 협의하게 된다.

 

해주항, 해주특구 규모 따라 단계 개발
남북정상이 개발하기로 합의한 해주항은 현재 하역능력이 240만톤이며 부두길이는 1,305m, 4개 선석을 갖춘 북한 서해의 주요항만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해주항 개발은 개성공단과 향후 조성될 해주공단에서 생산되는 화물의 원활한 물류를 위해서 지원될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2,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초기단계에서 수심확보를 위한 준설과 함께 다목적 부두(1선석)를 개발한 뒤, 컨테이너부두(2선석)와 잡화부두(1선석)를 개발하고 필요시 북한모래의 원활한 반입을 위해 모래부두를 개발할 방침이다. 단 이러한 계획은 “해주특구를 660제곱미터(200만평) 규모로 개발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서, 해주특구의 개발규모와 개성공단의 화물분담율 등을 감안해 항만시설 규모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해주항의 개발은 해주항을 중심으로 해상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신규 개발될 해주경제특구와 개성공단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해주를 기점으로 남북간 교류협력 증진으로 해당지역에 대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 상호간 신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주만 등 북한 서해지역에서 채취되는 모래를 해주항을 중심으로 대량운송함으로써 국내 골재의 안정적인 수급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해주항의 개발도 추가로 협의사항이 쌓여있어 갈 길이 멀다. 우선, 북한 측과 협의를 통해 해주항의 위치와 개발규모, 주요산업군, 개성공단 물동량 예상분담율 등을 감안해 개발규모를 확정하게 된다. 또한 개발규모 확정시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과 단계별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통일부 및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등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와관련 정부는 초기단계 항만개발엔 남북협력기금을 적기에 개발, 지원하고 단계별로 민간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북한 측과의 협의를 통해 항만에 대한 국내 민간투자사업과 같은 안정적인 운영권 확보 등 투자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주항의 개발건 역시 11월의 총리급및 장관급 회담에서 해주항의 개발위치와 단계별 개발규모 등에 대해 북한 측과 협의해 확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당국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후 단계별 지원규모와 추진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조사단을 구성, 운영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남북협력기금 확보 등 재정부문과 민간투자 확보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해주항 개발과 관련 해수부는 장관 브리핑을 통해 우선 시행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방파제 건설과 준설작업을 언급하며, 이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항만개발 사업에는 국제물류펀드 등 민간투자 확보방안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강무현 해수부 장관은 “도로나 철도보다 항만의 협력은 투자회수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요구 정상회담 합의내용보다 다양
정상회담에서 남북해운항만 분야의 합의사항과 관련, 업계의 요구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넓다. 남북간 경제협력이 활성화의 전기를 맞아 물류수요가 증대하면 해운항만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신의주간 철도및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가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에 함께 들어있어 단기적으로 남북간 해운(정기선 경우)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지금도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화물이 육로를 통해 남한 전역에 배송되고 있고 앞으로 개성공단 2단계사업이 본격 가동되더라도 육상운송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개성-평양간 고속도로가 개보수되면 현재 인천-남포간 해상물량까지 육로로 전환될 가능성 마저 점치는 이들도 있다.

 

북의 도로·철도 개보수시 남북해운 활성화 의문
이에따라 해운업계는 타 운송수단의 인프라보다 항만의 인프라개발을 먼저 실현해 장차 해주특구가 활성화될 경우 해상운송이 물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준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항만인프라의 개발비용을 조달할 방법이다. 아직 민간기업들이 북한의 SOC사업투자에 선뜻 나설만한 남북간 신뢰관계가 미비돼 있기 때문에 적합한 재정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해주항 개발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일차 재원을 마련해 준설등 기본적인 개보수를 하고 본격적인 항만개발에는 최근 조성하고 있는 국제물류펀드의 활용을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물류펀드를 이용한다는 정부의 재정조달방안에 대해 반대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왔다. 10월 17일 개최된 국정감사장에서 한 의원은 “해주항의 개발은 비용조달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히고 “당초 국제물류펀드의 조성목적은 동북아시아와 중국, 러시아 등 해외인프라 투자였고 북한은 대상이 아니었다”고 지적, 이를 ‘퍼주기’ 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상회담이후 열린 관련세미나(10월 8일)에서도 해주항만의 개발은 단연 업계의 핵심 관심사였다. 해주항만의 개발에 대해서 상호 항만시찰과 정확한 조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기존시설에 대한 개보수와 현대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신규항만의 개발은 해주특구의 추진경과를 보아가며 장기적으로 해야할 사업이라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해주항만 개발의 경제적 타당성 논란도
재원조달안 국제물류펀드 이용 반대소리
이렇듯 해주항만의 개발에 대해서는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과 실정을 파악해 남북경협의 경과를 보아가며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중 SOC 차원에서 조기실현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투자비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의 현 체제하에서는 민간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측에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앞으로 남북간 상호 신뢰구축이 진전된다면 민간의 투자도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개발하자’고 남북이 막 합의한 사항이니 만큼 추후 충분한 협의와 상황에 맞춰 추진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남북한의 문제는 ‘성급함’과 ‘큰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냉정한 시각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남북해운지원센터 활기 얻나
한편 해운조합에 설치돼 있는 남북해상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정상회담이 센터의 역할에도 활기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기 컨테이너항로의 경우 인천-남포(국양해운)과 부산-나진(동룡해운)이 꾸준히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어서 논외로 한다. 센터는 해주에서 채취돼 남한으로 반입되는 모래운반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26개사가 총 43척의 모래운반선을 해주모래 운송에 투입하고 있다. 해주 직항로 개설로 업계는 실제 시간과 비용의 절감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센터는 모래수송업체들간 간담회를 갖고 직항로 개설이후 반영돼야 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남북해상지원센터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업이 북한 모래운송사업이다. 북측의 모래채취 화주가 남한의 선주를 의뢰할 때 적합한 선박을 추천해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센터가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앞으로 민간차원에서 남북한 교류단을 구성해 상호 방문하는 등의 역할을 희망하며, 북한측 민간 파트너의 연계에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루어진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은 이행 자체가 미지수라고 보는 냉소적인 견해도 있지만, 남북의 경협 활성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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