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와 해운산업
서울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외로워 보이고, 예년 세모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오히려 한적한 연말 아침 12월 콤파스가 열렸다. 2015년을 보내는 마음이 무거운 것은, 지난 한해 우리 해운업계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연말마다 시황전망을 하며, “내년에는 드디어 내년에는” 하며 기다린 세월이 어언 7년이다. 터널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그 끝이 가까워 왔다는 얘기도 이젠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희망은 버리지 말자.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은 400년 전의 그 때도 암담한 세상 아니 그 이상의 참담한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힘을 내자!

12월 콤파스에 임종관 박사가 나와 ‘환경규제가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해운불황으로 도산의 위기에 몰린 이 때, “한가히 환경규제가 웬말인가”라는 소리도 들리겠지만,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언 땅을 파고 묘목을 심으려고 한다. 언젠가 사과를 따먹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우물을 파놓으면 누군가 갈한 목을 축일 것이다.


강사 임종관 박사는 서강대를 나와 대한선주와 한진해운에서 일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실장과 본부장 및 중국연구센터장과 부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개인연구소 ODDI를 설립하여 원장으로 활동하며, 중앙대와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운산업론 해운시황분석론 해양경제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콤파스가 열리는 백남빌딩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여 감회가 깊다며, 해운산업이 현재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환경규제 문제는 우리가 해운을 그만두지 않는 한,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과제이기에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내용을 자료를 중심으로 게재한다.

세계 해운업계는 선박이 트럭 기차 비행기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가장 친환경적 운송수단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 밖에서는 친환경적 효율보다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고, 특히 인체에 아주 해로운 질소산화물과 미세입자의 배출량이 막대함을 계량적으로 내보이며 해운에 대한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제해운의 환경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또 규제활동은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지 살펴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려고 한다.
 

1. 선박의 오염에 대한 IMO 거버넌스
우선 유엔으로부터 해운환경규제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협약을 보면, 유류오염으로는 1983년 10월 2일 발효된 MARPOL 부속서 I가 있고, 화학물질오염은 SOLAS 7장과 MARPOL 부속서 II 및 III, 그리고 OPRC-HNS의정서 2000이 있다. MARPOL 부속서 I은 연간 29억톤의 유류를 수송하는 탱커의 오염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선체(double hull)를 강제하고 있고, SOLAS 7장은 벌크형태 위험화물을, MARPOL 부속서 II는 액체형태위험화물, MARPOL 부속서 III는 포장된 화학물질, OPRC-HNS 2000은 화학물질오염의 대응과 조정문제를 관장하고 있다. 아울러 MARPOL 부속서 IV는 오물오폐수, MARPOL 부속서 V는 쓰레기, MARPOL 부속서 VI은 SOx(황산화물), NOx(질산화물), ODS(오존층보호), VOC(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을 다룬다. SOx와 NOx 규제는 2012년 1월 1일까지 지구표면의 3.5%로 규제했지만, 2020년 1월부터 0.5%로 강화되는데, 특히 ECA(방출규제지역)에는 2015년 1월 1일부터 이미 0.1%로 대폭 낮추었다. 또한 2018년에 중간점검(review)하게 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연장될 소지도 있다.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킨 선박만을 신조하는 EEDI는 2015년까지 합의된 효율성 목표를 충족시켜야 하고, 2020년엔 효율성을 10% 개선해야 하고, 2025년엔 20%, 2030년 30%까지 개선해야 한다.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 SEEM은 2020년까지 CO₂배출을 20% 감축하고, 2050년엔 50%를 감축하겠다는 것이 산업목표이다. 더욱이 EU는 이러한 시기를 더욱 앞당기려 압력을 넣고 있다. 따라서 환경규제 관련협약의 준수 여부가 향후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선박평형수 오염과 관련된 BBM협약은 2004년 2월 13일 채택되었는데, 발효요건을 충족시키는 내년 11월엔 발효될 예정이다. 또한 선체부착물제거 오염(Anti-Fouling system)협약도 2001년 채택되어 2008년 9월 17일 발효된 바 있다. 끝으로 선박재활용협약인 홍콩협약은 2009년 채택되었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다. 이것도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로 선박건조로부터 해체까지,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적용 관리하겠다는 것이 제정취지이다. 이 조치에 의해 점검을 받기 위해 최근 5년 이내의 목록을 작성 비치하게 되어 있다.
 

2. 주요 국가의 규제강화와 동향
주요 국가들의 일반적인 동향 즉, 국제적인 분위기는 국제해운의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육상에 대한 환경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 반면에 공해상에서 활동하는 해운은 이러한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해운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지역문제인 선박의 환경오염과 연관되어 미국은 연간 6만명, 유럽 5만명 사망한다는 연구결과와 주장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컨테이너 선박 1척이 배출하는 발암 및 천식유발 화학물질이 자동차 5천만대 분량이라는 연구발표가 있었고, 대형 선박 15척이 자동차 7억5천만대 분량을 배출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런 배경 아래 미국이 해운의 환경오염에 대해 독자적으로 강력한 규체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으며, 지중해 연안 국가들도 이에 가세할 것이라는 보도가 발표되었다. 아울러 온실가스GHG 배출억제  분위기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지역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인 GHG 주제에 대해 그동안 국제사회가 행동통일을 못했으나 2014년 11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이 강력한 배출억제 목표에 합의하면서 국제사회의 규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선박의 GHG 배출 억제문제도 다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 해운오염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지역은 EU이다. EU 환경위원회에서는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과 선박해체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감시체제인 MRV를 강화하기 위해 EU지역 항만을 이용하는 모든 선박의 선주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관찰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2018년부터 5천GT 이상의 모든 선박에 적용된다. 지난 12월 7일 열린 파리기구회의에도 주문사항을 전달하였는데, GHG 배출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30%까지 제고하도록 요청하였다. 아울러 시장기반조치MBM로 탄소세 징수(carbon levy) 결의도 예상되는데, IMO가 2016년말까지 GHG 배출규제조치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선박해체와 관련해서는 환경위원회가 선박재활용세를 제정하여, EU가 인정한 전세계 선박해체시설에서 해체할 선박을 매각하는 EU선주에게 재활용세(Recycling Levy)를 징수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미국은 EU에 비해 비교적 소극적이었으나 셰일가스 혁명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였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의 엑손 발데스호 유류오염 사고 이후 1990년 유류오염법(OPA 90)을 제정하여 모든 탱커와 탱커바지를 이중선체화 하도록 하였고, 2015년 1월 1일부터 단일선체 탱커에 대해서는 미국해역에서의 운항금지(phase out) 조치를 단행하였다.

선박의 NOx 배출에 관해서도 2000년 티어TierI을 실시한데 이어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인 티어II 및 티어III 기준을 추가로 제정하였다. IMO MEPC는 티어III 적용시기를 2016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하도록 승인하였으나 미국은 반대의견을 제시하여 미국과 카리브해의 ECA에서는 2016년 시행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2016년 이후 건조되는 길이 24미터 이상의 500총톤 이상의 모든 선박들은 NOx를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는 설비를 장착해야 한다. 이로 인해 특히 요트의 경제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미국해역에서 평형수(ballast water)를 배출하려는 모든 선박은 2016년 1월 1일부터 미국해안경비대USCG의 평형수 처리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IMO로부터 형식승인을 획득한 54건 중에 17건의 제조사가 USCG에 신청하였으나 아직 한 건도 승인받지 못하였다. 청정연료인 LNG 추진선박 건조에 관해서는 2015년 10월 첫 번째 LNG추진 컨테이너선박의 건조가 완료되었으나 항만에서의 안전문제 검증이 필요하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LA항의 NOx와 미세먼지PM 오염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규제강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육상운송에 대한 규제에 비해 해운항만 분야의 규제가 가볍다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다. 상하이시는 선박의 대기오염을 축소시키기 위해 ‘상하이항 반오염규칙’을 제정하였고 2015년 6월부터 발효되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상하이항에 입항하는 선박들은 상하이시정부가 정하는 연료유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선박은 1만 내지 1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상하이해사안전청이 선장과 선주를 징벌할 수 있게 하였다. 연료유 기준은 추후 발표할 예정인데, 선박들은 정박기간에 육상 전기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렇듯 중국도 선박에 대한 환경오염을 관리하는 조직을 미국과 비슷하게 구축해 가고 있다.
 

3.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
환경규제가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적과 중장기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단기적인 영향으로는 2020년 이전까지는 SOx NOx PM 등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료비가 증가되고 선박회전율이 저하되며, 온실가스 관련 EEDI SEEMP EEOI가 해운 조선 항만의 뉴 노멀로 정착될 것이다. 선진국은 항만주변지역에 깨끗한 공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유황함량 비율을 낮출 뿐만 아니라 IMO 조치보다 빠르게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따라서 고가의 저유황 연료수요가 2016년부터 급증하여 유가상승에 따른 선사의 연료비 증가가 예상된다. 선박의 저속운항이 항만지역 대기오염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항만당국은 선박의 저속운항을 강화시킬 것이며, 이에 따라 선박회전율은 저하될 것이다. 그리고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의 세부기준이 확정되면 SEEMP(Ship Energy Efficiency Management Plan)와 EEOI(Energy Efficiency Operation Indicator)도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 EEDI가 조선소 선박건조의 새로운 규범인 뉴 노멀이 되고, SEEMP와 EEOI는 선박운항관리 및 항만입출항관리의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선박의 대기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세부관리규정이 빠르게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BWM도 2017년 이전에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계 5만척 정도가 적용대상으로 향후 5~6년간 드라이도킹 일정상 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관련기관인 USCG와 EPA가 서로 다른 규제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BWM 충족기준은 VLCC 1척당 250만달러가 들며, 세계적으로는 총 1,250억달러나 소요되어 향후 선박검사수리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선박해체를 촉진하는 요인도 될 것이다. 또한 선박재활용협약의 발효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현재 세계 총선대의 1.86%만 협약을 비준하고 있으나 선박의 환경오염 및 인체유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비준속도가 빨라져 2020년 이전에 발효요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발효후 기존 선박의 유해물질목록 작성이 난제로 등장하며, 신조선의 유해물질 축소로 친환경 선박기자재선업이 조성될 것이다. 아울러 선박해체산업은 첨단기술산업으로 탈바꿈하여 선박재활용사업이 활성화 될 것이다. 또한 EU가 추진할 선박재활용세(Recycling  Levy)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이다. EU는 선박의 온실가스배출 억제를 위한 시장기반조치MBM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미국이 EU에 가세하면서 IMO의 MBM을 조치할 것을 촉구하였다. G2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중국도 계속 반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인 영향으로는 환경기준이 해운시장의 중심축으로 정착되어 앞으로는 환경해운시장이 조성될 것이다 따라서 국제규제기준에 맞춘 해운부문 환경오염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해운시장은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선박들을 이용하는 운송시장 즉 환경해운시장과 기준미달선박을 이용하는 현재의 해운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5년 이내에 환경해운시장에 참여해야만 국제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선박 개발이 가속화되어 상당기간 LNG선박 활용 증가가 예상된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화석연료에 대한 잠정적인 대안으로 LNG선박의 가능성이 인정되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친환경선박으로의 초기기반을 이미 구축하였으며, 미국도 ABS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준비 중에 있다. LNG선박의 과제는 선박의 회전율 제고인데, 벙커링과 화물하역 선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선박회전율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친환경선박 개발은 단순히 높은 유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운의 신체계 문제이고 인류생존과 결부된 환경해운시장 조성 문제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4. 향후 추이와 전략
향후 추이와 대처전략은 우선, 해운에 대한 환경규제는 해운시장을 전통시장과 환경해운시장으로 분리시킬 것이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조건을 효율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해운 및 관련분야에서 친환경적 혁신이 다양하고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규제를 비용부담 요소로만 인식하는 해운기업은 환경해운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선도자의 기득권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해운업에 대한 환경규제를 새로운 수평선을 설정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선박으로는 수평선을 넘어갈 수 없으므로 향후 기존선박의 해체가 증가될 것이다. 수평선 너머의 환경해운시장은 새로 건조되는 선박들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해운시장에서 환경해운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매우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제국의 충돌’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 2015년 을미년의 사자성어이다. 얼마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인 도리대로 살면 꺼리길 게 없다는 대도무문大道無門과 대조가 된다. 집권초기 과감한 개혁조치로 우리 정치사의 큰 획을 그며 족적을 남겼지만, 말기에 위기대처를 제대로 못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오점도 남긴 대통령이었다. 새해가 밝았다. 아무쪼록 2016년 병신년은 경제가 회복되고 도리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바른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경제전쟁이 시작되다.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독일의 부상과 중국의 도전 그리고 미국의 대응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장미셀 카르트푸앵의 ‘제국의 충돌(the Clash of Empires)’을 읽었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일인자 미국, 미래의 일인자가 되려는 중국, 돌아온 유럽의 맹주 독일의 치열한 각축! 그리고 아직 죽지 않았다며 머리를 내미는 일본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찌할 것인가? 프랑스 경제전문 저널리스트 카르트푸앵이 유럽의 시각에서 예리하게 파헤친 야심작. 이 책엔 글로벌 경제전쟁의 본질과 전망이 시종 의미심장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운명 또 어찌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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