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에 건화물운임지수BDI가 500선 아래로 추락하였다. 1985년 1000으로 시작된 이 지수가 500선 아래서 맴도는 일은 처음이다. 해운회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해운시황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되는 CEO들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절망적인 시황이라고 진단한다. 이미 수많은 국내외 해운회사들이 쓰러졌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국영해운회사인 NOL사가 세계 3위의 컨테이너정기선사인 CMA CGM(프랑스)에 매각되었다. 중국정부도 세계 4위의 컨테이너선사를 설립하기 위해 COSCO그룹과 China Shipping그룹의 컨테이너부문 합병을 승인하였다.

현재 있는 그대로만으로는 위기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해운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사가 NOL사를 인수하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해운업계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5대 해운회사 중 대한해운과 팬오션이 이미 법정관리를 거쳐 재무부실을 털어낸 후 새 주인을 맞이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처분하였다.
시대를 막론하고, 산업을 막론하고 위기 속의 기업들은 몸집을 줄인다. 재무적 거품을 걷어내고 유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시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티려는 것이다. CMA CGM처럼 몸집을 키우는 회사도 시황회복에 희망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절망적인 시황 속에서 희망을 찾아 키우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존이 연명수준에 그쳐서는 희망이 커질 수 없다. 단지 살아 있기 위한 몸집 줄이기로는 희망을 키우기 어렵다. 화주가 자신의 미래인 화물을 겨우 연명하는 해운회사에 계속 맡기겠는가? 희망 키우기 좋은 방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CMA CGM이 NOL을 인수하는 것도 태평양항로를 보강하려는 의도라 한다. 2016년 이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미국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태평양항로와 대서양항로에서 나타날 지각변동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태평양항로와 대서양항로의 시황이 계속 침체된다면 CMA CGM의 몸집 키우기 전략은 위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미국정부가 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해 예전과 달리 강경한 규제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을 늘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선박의 대기오염물질(NOx, SOx, PM 등)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해양생태계 파괴원인으로 지목되는 선박평형수 배출도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5년 12월 1일 열렸던 ‘2015 파리 기후변화회의(COP21)’를 계기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도 온건입장에서 강경입장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해 외롭게 강경한 규제를 하던 EU에 미국이 가세했다. 그리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하는 195개국이 온실가스배출 규제에 합의했다. 이제까지 선진국만의 의무사항이었던 온실가스 감축이 이제는 모든 국가의 의무사항이 되었다. 중국과 인도 역시 소극적 입장에서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기오염, 해양생태계파괴, 기후변화 등에 관련된 모든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선박들이 해운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들의 활동공간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을 키우기 위한 해운회사들의 성장동력 확보전략이 겨냥할 곳은 자명하다.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선박들만 참여할 수 있는 환경해운시장(Eco-shipping markets)에서 희망키우기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화주들이 환경해운시장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준미달시장에는 미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이 ‘지속가능한 생존-성장-발전’을 하려면 환경해운시장에서 성장동력확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더구나 이 희망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조선업계로서도 절실한 상황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지속에 따른 해양플랜트호황 때문에 걱정이 없던 조선업계가 지금은 매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폭락하자 해양플랜트시장이 거의 실종되었고, 이미 발주되었던 플랜트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를 조선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조선업계도 구조조정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희망 찾기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선업계도 환경선박 개발에 희망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세기말적 위기에 처한 해운업계와 조선업계, 희망을 찾아야할 방향도 똑같아진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역사적인 기회인 환경해운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일이다. 망설이면 다른 나라에 기회를 넘기게 된다. 환경기준을 모두 충족할 환경선박(Pollution-free ships)을 개발하고 또 건조해야 한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해양금융체제도 이미 구축했다. 필요한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철광석, 석탄, LNG 등 국가전략물자와 컨테이너화물을 수송할 환경선박을 개발하고 건조하는 ‘해운-조선 연대 희망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2015년이 절망스럽게 끝나더라도 2016년은 희망으로 시작해야 한다.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인 ‘환경선박’에 주저없이 함께 승선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의 신년프로젝트로 설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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