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량 3,000만cgt 이하로 떨어져 ‘장기일감’ 확보 비상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 설립... 수주 악영향 우려도


우리 조선사들이 올 1월 한달간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 조선사 월간 수주량이 ‘제로’로 집계됐고 그 결과 국내 조선사 수주잔량도 3년만에 3,000만cgt 아래로 추락했다.
 

올 1월 국내 조선사의 수주실적은 전무했다. 글로벌 조선시장이 크게 얼어붙었으나 같은 기간 중국은 10척, 일본은 1척을 수주했다. 그에 비해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저유가와 경기 둔화로 LNG선 발주가 뜸해진 데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가 구조 조정에 착수하면서 다른 선사들도 이에 동참해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박 수주잔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1월말 기준 세계 선박 수주잔량은 1억 608만cgt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365만cgt 감소했다. 국가별로 따져보면, 중국이 3,874만cgt의 일감을 남겨놓아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2,913만cgt로 2위, 일본이 2,251만cgt를 남겼다.
 

연도별 수주잔량을 살펴보면, 중국의 경우 내년(2017년)까지 수주잔량을 3,380만cgt, 2018~20
19년 수주잔량을 590만cgt 남겨놓았으며, 한국은 내년까지 2,420만cgt, 2018~2019년 590만cgt를 남겼다. 반면 일본은 내년까지 1,520만cgt, 2018~2019년 730만cgt를 남겨놓아 우리나라와 중국에 비해 장기 일감을 더 많이 남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조선사의 장기일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장기화되고 있는 저유가 상황과 글로벌 불황이 계속되면서 조선시장 전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월 한달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은 단 16척에 불과했다.
 

우리 조선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도 올해 큰 규모의 신조발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양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발주가 끊겼으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나타난 수조원대의 적자로 인해 추가 수주가 쉽지 않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은 지난해 집중 발주됨에 따라 올해는 신규 투자가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2월에야 첫 수주를 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2월 4일 터키선사인 디타스시핑으로부터 15만 8,000톤급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동 선박의 수주 금액은 약 1,600억원대로 알려지고 있으며 2018년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정부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 설립 추진... 플랜트 수주시 수익성 평가
수주 지연·취소시 국내 조선업계 신뢰도 하락 등 악영향 우려

이처럼 글로벌 조선 경기가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정부는 조선산업 사업성 평가 전담기구인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는 부산 해양금융종합센터내에 설립될 예정으로, 별도 법인이 아닌 센터내 기구로 만들어진다. 현재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과 평가 위원들을 접촉 중으로 설립단계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동 정보센터는 지난해 11월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진행된 ‘해외건설·조선업 부실 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의 후속조치로 설립되는 것으로, 조선사가 5억불 이상의 수주사업에 대해 정책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을 받고자 하는 경우 동 센터에서 사업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또한 수주규모가 5억불 미만인 경우에도 정책금융기관에서 사업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평가를 받게되며 평가결과는 금융지원 심사시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수익성 평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가가 아닌 금융기관이 수익성을 평가하는 전문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 혹은 국책금융기관이 개입하는 사업성 평가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과거 우리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 실책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이러한 대책이 나온 점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면서도,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가들이 나서서 수주금액 평가에 실패했는데 과연 금융기관서 뽑은 심사단들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시추 지역의 환경과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사양이 천차만별이고, 계약 내용이 수시로 바뀔 수 있어 제대로 된 평가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사업성 평가로 인한 수주지연과 수주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주처와 조선사가 계약된 내용에 대해 국책금융기관의 불허로 수주가 취소될 경우, 국제 소송으로 번질 위험이 있고 이는 곧 국내 조선사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발주처인 오일 메이저의 투자계획이 입수되면 이른바 수주전쟁이라고 할만큼 발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계약 환경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만 국가 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오일 메이저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만약 발주-수주처 사이에 합의된 사항에 대해 평가기간의 허가가 나지 않아 계약 취소사태가 나타나게 된다면 국내 조선산업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발주처들은 과거 계약 실적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 단 한건의 계약 취소가 아닌 한국 조선업계의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해양금융종합센터 관계자는 “현재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업계의 우려가 있는 점은 알지만, 업계 의견과 협회 의견을 충분히 감안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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