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내 ‘초고속 인터넷’ 시대 열리나

 
 
육상-선박 실시간 소통, 선박관리 및 선원복지 향상
선사 “통신비·초기 설치비 부담”, 선원 “속도 개선해야”

바다 위에서 고독과 싸우는 선원들의 삶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선박에 초고속 인터넷이 하나둘씩 도입되면서부터다. 가족과 친구, 사회와의 접근성이 차단된 해상이라는 특수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선원직종은 그동안 기피대상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태평양 한가운데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화상전화, 보이스톡, 이메일, SNS 등을 통해 24시간 가족과 사회와 소통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선사들도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해상위성통신을 선박에 구축하거나 검토하는 추세이다. 이는 선원복지 차원 뿐 아니라 육상과 선박간 실시간 소통을 강화하며 선박운항 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해상위성통신기술의 혁신으로 인터넷이 선박에 구축되면서 선원들의 근무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선내 인터넷 서비스 도입 이전에 선원들은 주로 위성전화를 이용해 가족과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선불카드로 선박 내 비치된 인말새트Inmarsat 위성전화를 이용해야 했으며 자주 쓰기에는 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위성전화를 뛰어넘어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선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선원들은 화상전화, 보이스톡, 이메일, 채팅, SNS 등을 이용하여 가족, 친구들과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주요 뉴스와 경기결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상 몇 개월 지난 신문이나 잡지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 여가시간에는 웹서핑을 즐길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한 저렴한 인터넷 전화는 기존 회사와 개인의 위성전화 통신비가 대폭 절감되는 효과를 얻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선박운항의 안전성도 제고된다. 카카오톡 등을 통한 실시간 업무지시가 하달되고 육상과 선박의 실시간 통신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육상직원들과 선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으며 전체 조직의 업무성과를 높이고 있다. 선박 CCTV 육상관제, 선원대상 원격교육 등 다양한 솔루션이 가능해지고 운항차트 및 업데이트, 항해 루트, 날씨 예보, 화물추적, 연료 모니터링, 디지털 매뉴얼, 엔지니어링 및 유지보수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며 최신식 선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젊은 선원 장기승선에 ‘인터넷 접근성’ 중요
초고속 인터넷의 도입은 우수한 젊은 선원들의 장기승선 여건 조성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선원의 장기 승선에 선내 인터넷 접근성은 중요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5년 한국해기사협회의 상선선원 직업생활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젊은 선원(20~30대)들은 장기 승선을 위해서는 ‘선상에서의 원활한 인터넷 사용’(8.6%)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같은 해 9월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도 선내 인터넷 사용은 선원의 고용과 승선에 있어서 핵심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젊은 세대의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 습관화됨에 따라 이들이 좁은 밴드 기술이 장착된 선박에 승선하는 것은 꺼려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선원노조 관계자는 “젊은 선원들은 아무래도 장기승선할 경우 인터넷이 중요한 고려 요소”라면서 “국내 선박들은 인터넷이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으나 일부 선박은 24시간 인터넷이 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해기사협회 관계자는 “젊은 층들은 중간에 기항할 때를 기다려 카카오톡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 선내 생활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선박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선원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바뀌는 추세다. 기존 장기승선할 경우 사용하던 2G폰을 일시정지시켰다면 이제는 3G/LTE 스마트폰으로 변경하여 배에 타는 선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선사들, 최신식 해상위성통신 확대 및 검토
해운업계에 따르면,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최신식 해상위성통신을 선박에 확대하거나 검토하는 선사들도 늘고 있다. 유코카캐리어스,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팬스타라인 등 국내 주요 선사들은 인말새트의 ‘Fleet Broad Band’ 시스템을 대부분 구축하고 있으며,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VSAT, GX 서비스 등을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또한 LNG선, 카캐리어, 오프쇼어선 등 특수선들의 경우 화주의 비용부담 등으로 최신장비 투자가 용이하고 인터넷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 선사들은 선박 인터넷 환경 구축에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환경이 구축된 선박에서는 선박마다 사용가능한 데이터 용량이 있으며 업무용, 개인용으로 나뉘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기존에 선박 이메일 주소로 텍스트 위주의 소통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사진과 동영상 등 대용량 파일 공유도 가능해졌다. 무선 인터넷이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은 선박의 경우 선원들은 항만에 기항했을 때 혹은 연안 인접 시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편이다. 일부 선사들은 선원들에게 와이파이 포켓을 제공하거나 통신비용을 일부 보조하고 있다.

통신료, 장비설치비 고가로 부담 커
그러나 선내 인터넷 활성화에는 초기 장비설치비와 데이터 통신비용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초기 설치비가 억단위에 달하는 것은 선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육상에 비해 통신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도 기술적 보완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선내 인터넷 사용과 관련한 찬반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업무시간 내 과다한 인터넷 사용은 근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이버 공격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의 ‘Crewtoo'의 경우 소셜미디어로 선내 환경 노출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선박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선내 오프라인 활동의 위축 우려와 함께 당직근무자의 스마트폰 제한 등 선내 인터넷 사용 가이드라인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코, 초고속 최신 통신 GX 27척 도입
유코카캐리어스는 3년 전부터 인터넷 환경을 전 선대에 구축해왔으며, 특히 2015년 10월 선원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27척의 선박에 최대 50mbps까지 지원가능한 차세대 위성통신 ‘Global Xpress’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통신 보다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통신환경으로 선원 1인당 2GB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K해운 역시 LNG선, VLCC 등 28척을 대상으로 첨단해상위성통신 서비스인 MVSAT을 도입했다. 선원 거주구역 내에서는 24시간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선원의 정보 접근성 강화, 가족·사회와의 고립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한 기존의 위성전화 대비 획기적으로 비용이 낮은 국내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수 있어 선원의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에이치라인해운도 벌크선 31척과 LNG선 4척에 MVSAT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MVSAT 도입을 통해 선원복지 향상 뿐 아니라 선박 에너지 관리 솔루션과 위치정보 모니터링을 적용한 스마트 선대(Smart Fleet)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폴라리스쉬핑, 전 선대 27척 인터넷 가능
폴라리스쉬핑은 전 선대 27척에 데이터통신을 포함한 해상위성통신 서비스 FBB(Fleet Broad Band)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을 활용한 빠른 업무 처리가 가능하며, 개인과 회사의 의사소통을 위한 위성 전화비 감소로 전체적인 통신비용이 절감되고 있다. 폴라리스 전 선박에서는 24시간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돼 있다. 공유기를 이용해 전 DECK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1인당 한달에 130MB 정도의 인터넷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으며 선원복지 측면에서도 가족간의 연락이 편리해졌으며 각종 궁금한 정보나 뉴스, 자료를 육상과 동일한 환경에서 수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폴라리스쉬핑은 향후 화상원격 진료와 의료자문서비스 가능성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위동항운의 경우 카페리선 뉴골든브릿지호 2척에 인말새트 해상위성통신 서비스가 구축돼 공해상에서 전화와 팩스를 사용할 수 있다. 선박 각 부서 및 선장·기관장·사무장에게는 한국·중국 핸드폰을 제공하여 선원들이 양국에서 통화 및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팬스타라인닷컴, “전 선박 선내 무선인터넷”
팬스타라인닷컴은 여객선 1척과 화물선 3척 등 총 4척의 선박에 해상위성통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여객선 ‘팬스타드림(PANSTAR DREAM)’호는 위성인터넷 설치를 통한 선내 카드 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운용이 가능하며, 여객에게 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선원들에게도 복지를 위한 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물선 ‘산스타드림(SANSTAR DREAM)’, ‘스타링크원(STARINK ONE)’, ‘스타링크 호프(STARLINK HOPE)’호 3척은 선원복지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터넷을 이용한 실시간 업무지시 하달과 육상과의 통신 원활로 인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선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 도입비 및 월 사용료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나, 선원 복지 및 여객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감안해 유지 및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팬스타의 선박은 모두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비교적 짧은 운항 스케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의 선내 인터넷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자체 위성 인터넷 안테나 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24시간 선내 무선인터넷이 가동되고 있으며 선원들은 이를 통해 여가시간에 웹서핑을 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보는 등 보다 다양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족들과도 카카오톡을 비롯한 기타 SNS서비스를 활용하여 24시간 연락이 가능하므로 가족과 선원 모두 안심하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선원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가족, 사회간 소통 부족이라고 생각되며 비교적 국내에 자주 입항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속 재선해 있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자주 소식이라도 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팬스타드림’호의 경우 선원복지와 여객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위성 인터넷 안테나를 추가 증설한 바 있다. 동사는 화물선 또한 선원들의 통신에 불편함이 없고 선원들의 복지에 도움이 되도록 차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흥아·고려 “포켓 와이파이 지급”
근해 선사인 흥아해운은 선박통신비 절감대책과 선원복지 향상 차원의 일환으로 대일선 선박(컨선 6척, 케미컬선 9척)에 일본 포켓와이파이 기기를 보급하여 제한적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향후 4세대 통신 VSAT이 상용화되어 통신비용이 현실화되면 선박운항 안전측면과 선원복지 향상 차원에서 VSAT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고려해운의 경우 선내 해상위성통신을 통해 선박-육상간 이메일을 수발신하고 있으며, 선기장과 일항기사의 경우 개인메일 주소가 존재하여 간단한 이메일 수발신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주니어 사관(삼항기사, 이항기사)도 공용메일을 통해 이메일 수발신이 가능하다. 한국 기항시에는 와이브로를 통한 선내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며, 일본 기항 선박 대상으로 포켓와이파이를 지급하고 있다. 일본 외 타 지역으로 기항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통신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필요시 현지 SIM 카드를 구입하여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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