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서 ‘카톡’…사회적 고립감 덜 느낀다”

 
 
선장·해기사 등 4명, 최신 무선인터넷 ‘유코’ 승선 경험담 소개
선장 “선내 분위기 많이 좋아져”, 영상통화로 출산 기쁨 나눈 1항사
가족·친구 SNS 교류, 선박안전·업무효율성 개선, 보완점 ‘속도개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던 선원들에게 ‘외로움’이란 그림자처럼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친구들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고독한 승선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선박에 무선 인터넷이 속속 도입되면서 태평양 한가운데서도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 영상전화 등으로 가족,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는 시대가 열렸다. 고된 하루를 마감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저녁밥을 먹는 평범한 가족의 풍경이 선내에도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선상에서 일과를 마친 선원들은 저녁마다 영상통화로 가족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선원들이 느끼던 고립감이 차츰 해소되었고 선내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다.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운송선사인 유코카캐리어스(주) (이하 ‘유코’)는 자사 선박에 최첨단 해상위성통신을 구축하고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선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유코의 선박관리를 맡고 있는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WSM Korea)’ 소속 해기사들과 육상 관계자들을 부산에서 만나 각자의 선내 인터넷 경험담과 소감,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과거에는 선내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경험 중이며 이 같은 환경변화에 매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3월 24일 부산 마린센터에 위치한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해기사들과 육상팀이 선내 인터넷 경험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월 24일 부산 마린센터에 위치한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해기사들과 육상팀이 선내 인터넷 경험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코 선대 ‘GX’ 확장설치, 통신환경 매우 개선
▶유코가 도입한 ‘GX’서비스와 해상위성통신 도입 추세에 대해
이대우 안품실장=올해가 선내 인터넷 도입 3년차이다. 그 전까지는 인터넷이라기 보다는 일반 위성전화시스템을 가지고 사용했다고 보면 된다. 작년 5월부터 12월말까지 유코의 전 선박은 기존 VSAT 시스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해상위성통신 시스템 ‘GX(Global Express)’가 구축돼 통신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실제 배에서 사용하다 내려오신 분(우근섭 선장, 김성민 일등 항해사)들이 좀 더 리얼하게 답을 주실 것 같다.

김병희 해무팀장=요즘 다른 회사들도 인터넷이 가능한 해상위성통신을 선박에 탑재하고 있는 추세인데 시스템은 각 회사마다 다르다. 다만 통신비 등으로 데이터 용량 제한, 특히 업무 및 개인 용량의 제한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는 그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이대우=VSAT의 최종 단계인 GX가 현존 최상의 단계라고 본다. 작년 1분기 유코의 선박 3척에 대해 GX 테스트를 완료했다. 해상근무 선원들이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쓰는 툴인 스카이프, 카카오톡 등 SNS 테스트를 전부 진행했다. 또 사무실과 배를 커뮤니케이션하는 오피스용툴까지 테스트를 진행해 합격점수를 받았으며 작년 말까지 우리가 관리하는 유코의 전 선대에 GX를 확장해 설치했다.

김병희=일반적으로 해운이 발전된 유럽권 선사들은 아시아 보다 상당히 앞서 선내 인터넷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코가 유럽회사 계열이다 보니 무선 인터넷 통신을 빠르게 도입한 데는 그 영향도 분명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대우=해상위성통신 장비의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든다. 선박 수가 많으면 설치장비의 할인이 있다 하더라도 척당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선사들도 다 설치하지는 않고 일부 선원복지에 상당히 신경 쓰는 회사들이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 무료통화, 젊은 선원 승선 선호도 높아
▶젊은 선원의 장기승선 요건 중 하나가 ‘인터넷 활성화’인데
우근섭 선장
=물론이다. 인터넷이 잘 구축된 선박에 대한 승선 선호도가 높아진다. 대학생들도 회사에 입사지원할 때 인터넷 구축환경에 신경 쓴다고 들었다.

김병희=처음에 선내 인터넷이 없을 때는 불편함도 모르고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으로 가족과 육상의 통신이 상당히 자유롭게 되었다. 우리 회사가 인터넷이 도입되지 않은 타 회사에 비해서 인지도가 상당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이대우=특히 연애하는 젊은 친구들의 경우, 연인을 육상에 남겨두고 선원업무에 종사하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면 할수록 좋은데 기존 인말새트 위성전화로 하면 한달에 수십만원의 통신비가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 비용측면에서 자주 연락을 못했다면, 지금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통화도 무료로 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선호도가 있다.

선원 1인당 2GB 할당, 추후 5GB 확대 검토
▶현재 승선 선원에 할당된 데이터 양은
우근섭
=개인용은 2GB이고 업무용은 무제한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어 선장에게 요구하면 데이터를 더 줄 수 있다. 시스템을 차단한 게 아니고 재량권이 있다.

이대우=최근 선주사인 유코와 미팅을 했는데 선원들의 2GB 용량이 적다는 얘기가 나와서 추후에 5GB까지 늘릴 계획으로 현재 제반조사 중이다.

김병희=물론 타 선사의 데이터 양에 비해 많은 편이다. 130-200MB는 카카오톡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선원들도 처음에는 타사에 비해 데이터 용량이 상당히 많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통신시설이 발달되다보니 2GB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영상통화를 하게 되면 용량이 확 떨어진다고 하더라.

김성민 일등 항해사=영상통화하면 데이터량이 많이 소진된다. 페이스북도 여러 애플리케이션 중에 데이터 소비량이 많다.

김병희=통신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기 전에는 문자만 주고받았다. 그러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통신이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로 통화를 하고, 그러다 보면 개인별로 사용하는 양이 엄청 늘어난다. 그래서 지금 2GB도 적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멜론까지 실행, 선원 동시 접속시 트래픽 증가로 느려져
▶선내 인터넷 속도에 대해
우근섭
=태평양 한 가운데도 카톡이 된다. 웹서핑도 잘 된다. 다만 저녁시간 선원들이 동시에 접속할 때는 트래픽이 증가해 느려진다. 물론 많이 접속하지 않을 때는 원활히 된다. 3G 수준의 속도다.

김병희=처음 테스트했을 때 네이버Naver와 다음Daum 포털이 오픈되는데 6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김성민=멜론(음악앱)까지 실행된다. 실시간 대화가 된다. 예전에는 이메일 보내고 답장 올 때까지 기다리고 했으나 지금은 바로 카톡을 한다.

우리 선원들, 주로 카카오톡 많이 사용해
▶선원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우근섭
=우리 선원들은 주로 카톡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웹서핑을 한다. 대부분 포털뉴스로 신문을 보기에 종이 신문을 따로 보지 않는다.

김성민=외국선원들은 페이스북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인터넷 사용시 시간이나 장소 제한이 있는지
우근섭
=근무시간에는 일을 해야 하니까 인터넷을 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적으로 접속을 끊지는 않는다.

김병희=근무시간에 통신시스템을 오프시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항해당직자들에게는 항해에 집중하도록 휴대폰을 휴대하지 않게끔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가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보지 못하게 하듯 선원들에게도 승선 자체가 근무이므로 인터넷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인터넷 도입 후 현재 승선생활의 변화는
우근섭=
과거와 비교 시 환경 변화가 아주 크다. 말 그대로 가족들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할 수 있게 됐다. 전에는 이메일 또는 전화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면에서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다들 굉장히 좋아하고 만족하고 있다. 속도가 느린 점은 앞으로 기술적인 부분이니 더 좋아질 것이라 본다. 또 예전에 비해 위성전화의 사용량은 많이 줄었다. 이제 인터넷으로 무료 통화하니 개인 통신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김성민=보통 육상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를 마감할 때 집에 가서 가족들과 밥 먹고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않나. 그런 일들이 이제는 선상에서도 가능해졌다. 영상통화로 직접 가족들을 보면서 이야기 한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김병희=김성민 1항사는 지난 3월 3일 승선 중에 첫 아기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는 사진 한 장을 이메일로 보낼 때도 용량 제한이 있었다. 회사에서 사진을 받아 다시 배로 전달하면 배에서 태어난 아기 사진을 출력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다. 요즘은 그게 아니다. 김성민 1항사의 태어난 아기를 휴대폰 영상통화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이 많이 바뀌었다.

김성민=예전에는 승선 전에 미리 웹사이트에 가서 스크랩하고 워드파일로 옮겨서 잔뜩 배로 가져왔는데 지금은 배에서 웹페이지를 그대로 접속해서 바로 본다. 이 역시 좋다. 인터넷을 통해 일반 선원들의 복지가 상당히 향상되었고 메리트가 상당히 크다. 유럽 가면 와인이 좋은 게 많은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사러 가기도 한다.

우근섭=인터넷 도입 전에 선원들의 여가시간에는 비디오시청이나 TV시청이 많았다. 지금은 휴대폰을 다 들고 다닌다. 그냥, 운동을 해도, 식사를 해도 뭘 해도 그냥 들고 다닌다.

김병희=과거 연세 든 선장님들 경우는 2G 휴대폰을 썼다. 승선 시 6개월이든 8개월이든 휴대폰을 중지시켜놓고 휴가 때에 맞춰 휴대폰을 살리고 했던 분들이 요즘은 전화기를 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추세다. 그분들이 스마트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근섭=각종 뉴스나 경기 결과 소식도 과거에는 이메일로 뒤늦게 받아봤으나 지금은 실시간으로 배에서 알 수 있다.

▶선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우근섭=
그렇다.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선원들이 고립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가족 뿐 아니라 친구들과도 SNS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물리적인 거리는 있으나 실제 친구들을 매일 만나는 것은 아니니 육상과 환경이 상당히 비슷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해양원격의료나 원격교육시스템 도입 대해
김병희
=해양원격의료는 육상의 진료기관과도 연계된 문제이고 정부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는 선박에서는 항상 ‘오케이’다.

우근섭=선원들은 해양원격의료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대우=실시간 온라인은 아니나 데이터를 업데이트를 하면서 진행하는 교육시스템이 있다. 컴퓨터 베이스 트레이닝이라는 선원직무교육 프로그램이다. 여러 카테고리의 교육프로그램을 자기 수준과 직무에 맞게끔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결과를 체크할 수 있으며 관련 써트가 발급된다.

선박 문제, 실시간 육상 공유 빠른 솔루션 찾아
▶선박안전운항과 관리 측면의 인터넷 도입 효과는
이대우=카고 데미지 등 선박에서 일어난 일들을 실시간으로 육상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본선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실시간으로 그룹채팅을 만들어서 진행상황을 얘기하며 각기 솔루션을 찾고 가이드를 해서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육상은 메이커, 비상팀, 육상 공무 및 해무감독 외에 전문가를 초빙해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 긴급상황 대응 면에서 상당히 좋다.

김병희=선박에 비정상적인 상황이나 사고가 났을 때 육상의 기술자문이 바로 제자리에서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고 그 기기를 가장 잘 아는 메이커가 잘못된 점을 어드바이스 해줄 수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우근섭=예전에는 육상과 해상간 데이터 전송에서 대규모 사이즈 파일교환이 어려웠다. 시간도 많이 걸렸다. 과거 텍스트만이었다면 이제는 대용량 파일 전송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선박 내 사고나 화물상태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 가능하다. 예전에는 2-3시간 전송하던 것을 지금은 1분이면 전송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업무적 효율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김성민=화물창에 자동차를 싣는 구역에도 중계기를 설치해 업무용 통신이 가능하다. 화물사고가 났을 때 예전에는 페이퍼를 작성하고 이메일로 보냈는데 지금은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화물창에서 태블릿으로 연결해서 와이파이로 바로 전송한다.

김병희=과거 선박 파일전송 용량이 1MB 등으로 제한이 있었으나 지금은 새 장비 탑재 이후 다 풀었다.

이대우=선내 애로사항이 있을 때 카톡으로 모든 하소연이 직접 날아온다. 불만사항을 빠르게 접수해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

김병희=전보를 주고 받던 시절에 비하면 획기적인 통신 수단임에는 확실하다. 다만 통신이 ‘관리’되던 예전에 비해 개인의 의사 표출이 실시간 자유롭다 보니 지나칠 때는 많은 장점 중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체감속도는 3G 수준, 좀 더 개선 필요
▶선내 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보완점은
우근섭
=선원들이 바라는 것은 ‘인터넷 속도’이다. 위성이다 보니 속도가 아무래도 육상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속도가 좀 더 향상되면 좋겠고 배에서도 LTE급 속도를 쓰면 좋겠다. 사실 이런 것은 개인적인 것이고, 인터넷 환경이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좋아져 승무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속도 자체도 예전보다는 굉장히 좋아졌다. 체감속도는 3G랑 비슷하다.

이대우=선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면 열이면 아홉이 속도가 빠르면 좋겠다고 하더라.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하니 향후에는 이를 목표로 해야겠다.

김병희=자동차선은 다른 선박에 비해 전 세계 가는 지역이 상당히 많으나 위성 시스템 상 문제로 커버되지 않는 지역도 가끔 있다. 이는 기술적 부분으로 당장 어찌할 수 있는 점은 아니다. 향후에 2GB 제한을 풀어 가족들과 연락도 더 많이 하게 하면 좋겠다.

김성민=배에서 여가시간 보내는 것 자체가 상당히 바뀌었다. 통신과 관련해서 우리는 다른 선사에 비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인터넷이 되지 않는 선박에는 타기 힘들 것 같다.

김병희=일단 선내 인터넷을 사용하는 분들은 ‘많이 좋다’고들 한다. 그러나 선원이 10만명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배에서 이용해 본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비단 우리 뿐 아니라 타 선사들이 선내 통신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다. 원격의료서비스도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처럼, 통신환경에 있어서도 선사들과 선원들이 체감할만한 해운정책을 정부나 해양수산관련 분야에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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