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해운조선정책포럼’ 창립 세미나 70여명 참석
“임기응변식 구조조정 아닌 ‘체질개선’ 장기정책 시급”

해운과 조선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여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월 28일 KMI 주최로 열린 ‘해운조선정책포럼 창립 및 제 1회 세미나’에서는 해운, 조선 및 기자재, 금융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 구조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상생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해운·조선·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고 상생협력하여 현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공감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조찬포럼에는 해양수산부 및 산업자원부, 정부정책자문위원, 협회, 기업CEO, 학계, 연구소, KR 등 7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동 포럼은 우리나라 해운·조선의 취약점을 분야별로 진단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요자-공급자 중심의 연구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분과 모임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KMI 김성귀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의 위기 극복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내수확충과 미래대비 기술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된다”면서 “늦은 감이 있으나 다시 결집하여 해운과 조선과 금융의 상생의 길을 모색해 현 난국을 타개하자”고 말했다.

“中·日, 자국 신조발주로 위기 대처”
이날 포럼의 주제발표는 KMI 해운해사연구본부 김우호 본부장과 해양금융종합센터 조규열 센터장이 맡았다. 김 본부장은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의 영향과 대응’을 주제로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른 지역별 수요 및 서비스 변화, 캐스케이딩 효과, 해운시황 전망과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북미항로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주력선대(8,000-1만 3,000teu)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며,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원양 및 근해 선사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조선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임대형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박투자 리스크를 운항선사가 아닌 투자자가 관리하여 해운시황 변동 대응력을 강화하고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조규열 센터장은 ‘국내 해운-조선-금융 상생발전 방안’의 주제발표를 통해 “해운·조선·금융 동반 위기의 악순환은 상생협력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여 위기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자국 내 신조발주로 위기를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현재 선가 저점의 시점에서 정책금융지원으로 신조발주하여 선순환 고리의 단추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내용에 따르면, 현재 일본 조선소의 경우 물량의 70%를 일본선사가 발주하는 반면 국내 조선소의 국적선사 발주는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적선사 한국조선소 발주물량 늘어야”
주제발표 후에는 서강대학교 전준수 교수의 사회로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해운과 조선산업의 선순환 구조 활성화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으며, 국적 선사의 국내 조선소 발주물량이 일정부분 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의 해운·조선 구조조정은 임시방편 처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성결대 한종길 교수는 “일본이 해운산업합리화 시절 20년 뒤를 내다본 것처럼 우리도 이번 위기에서는 큰 그림을 갖고 정책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만 3,000teu급의 초고속·초효율 친환경선을 발주하는 아이디어도 공감대를 얻었으며 미래 손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해운, 조선 뿐 아니라 화주도 함께 참여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강대 전준수 교수는 “1만 3,000teu급 20척을 일시에 건조해 우리 자체적으로 동서항로를 서비스하면 나름의 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상무는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해운·조선이 당장 무너질 것처럼 온통 보도되고 있으나 구조조정 방안이 의심스럽다”고 말한 후 “주무부처를 염두에 두지 않은 기획재정부의 일방적인 발표가 많고 해운과 조선이 실과 바늘의 관계가 아니라 ‘따로국밥’처럼 되었다”면서 “해운조선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이끄는 장기적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소 “현재 선가 중국과 경쟁 안돼”
이날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선가가 중국 조선소와는 경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정말 어렵다. 중국 선가는 국내 조선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예를 들어 선가 4,900만달러의 배가 있으면 중국은 여기에서 1,000만달러를 내린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주를 못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의 실력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선가를 뛰어넘는 방법이 있으면 조선업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초고속, 초효율의 1만 3,000teu급을 발주하는 마중물 아이디어에 굉장히 공감한다”면서 “몇 년 전 해외선사인 머스크와 협력해서 트리플 E 에코십을 최고기술로 개발했으나 자랑스러운 한편 안타까움도 있다. 국내 해운과 조선의 상생발전 모델과 더불어 기술개발을 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선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카페리협회 전작 전무는 “한중항로에 16척의 카페리선이 도입돼있으나 고선령으로 현재 선박교체 시점”이라며 “이미 5척은 중국 등에서 발주해 인도시점이 다가왔고 나머지 11척은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발주하도록 금융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해운조합 한홍교 경영본부장은 “연안여객선은 국내에서 신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중국의 가격인하에 선사는 유혹되지 않을 수 없다. 생존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안과 범산업의 융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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