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내 7개 선사 베트남 등 노선 확대 잇달아
운임폭락·선복과잉 위기감…향후 전망 엇갈려
“동남아 잠재력 여전” vs “포화상태, 새 시장 찾아야”

최근 몇 년 간 원양항로 보다 인트라 아시아항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 4월 한 달간도 동남아 노선을 신규 개설하거나 공동운항을 확대하는 국내 선사들이 줄을 이었다. 글로벌 해운불황에도 인트라 아시아항로는 동남아시아 역내 무역성장세가 지속되고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함에 따라 선사들에게 더 이상 틈새가 아니라 주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선사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선복량 과잉과 운임폭락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인트라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트라 아시아 컨테이너 항로의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동북아시아 경제성장은 포화상태에 달한 반면 동남아시아(아세안)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중국을 대체할 차세대 생산거점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신발, 의류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공장을 인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공급망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선사들의 동남아 항로 신규 개설도 확대됐다. 아세안 역내에 최종 소비재, 반제품과 원자재의 운송이 활발해지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은 급증하는 추세이다.

인트라 아시아, 여전히 맑음?
MCC “올해 3-5% 성장 기대”
특히 글로벌 경제불황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는 가운데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은 매년 수출물량이 늘고 있어 해운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에도 흥아해운, 장금상선 등 근해선사 뿐 아니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원양선사들도 전략적 노선 재편에 따라 동남아 서비스를 추가 개설한 상황이다. 또한 아세안의 중산층 급증으로 가전, 자동차,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는 등 향후에도 역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스크라인의 아시아 역내 자회사인 MCC트랜스포트는 인트라 아시아 시장은 올해도 ‘긍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MCC트랜스포트 측은 “2016년에는 인트라 아시아의 3-5%의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중국, 특히 북부지역이 전체 물동량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빔코BIMCO는 인트라 아시아 물동량은 최근 매년 4-5%의 긍정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의 경제둔화 등으로 인해 성장세의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의 연구결과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인트라 아시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8,040만teu로 나타났다. 아시아-유럽은 9.4% 증가한 4,380만teu, 환태평양은 7.2% 증가한 4,340만teu, 기타 북남 항로는 6.9% 증가한 3,880만teu로 집계됐다. 동 항로의 2005-2015년 연간 성장률은 10.4%로 추정됐다. 그러나 중소형 선박 위주의 단거리 항로인 인트라 아시아는 지역 피더운송과 결합된 복잡한 네트워크로 물동량 통계 수치는 조사기관마다 각기 다른 상황이다. 클락슨은 2014년 인트라 아시아 컨테이너 물동량이 4,800만teu였으며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에서 25%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집계했다.

인트라 아시아를 주력으로 하는 선사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와 해운불황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완하이라인은 지난해 머스크를 제치고 가장 높은 마진율을 보였다. 동사는 지난해 매출액 20억달러에 세전이익EBIT 1억 2,700만달러로 6.3%의 마진율을 기록했다. SITC는 지난해 순이익이 19% 증가한 1억 4,420만달러를 거두었고 매출액은 6.7% 하락한 13억달러를 기록했다. 동사의 인트라 아시아 물동량은 전년대비 4% 증가한 210만teu이다. SITC는 현재 아시아 58개 항만에 기항하고 있으며 총 71척(8만 6,948teu)의 컨테이너 가운데 44척은 보유, 27척은 용선 중이다.

고려해운은 2015년 매출액 1조 3,369억원, 영업이익 491억원, 당기순이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고려해운은 동남아 항로의 시장점유율을 2009년 18%에서 2014년 23%까지 늘렸으며, 지난해 4월 SITC, MCC와 공동으로 인천-베트남-태국을 연결하는 신규 노선 VTX4를 개설한 바 있다. 고려해운은 2015년 11월 기준 10만 7,000teu의 선복량과 56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인트라 아시아 항로 주요 항만
인트라 아시아 항로 주요 항만
작년 최저 운임 폭락 ‘포화상태’ 위기감
6월 파나마운하 개장, 선대 변화에 촉각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인트라 아시아 항로는 선복과잉 현상과 운임폭락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시장 포화상태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동 항로의 운임은 중국의 수요 둔화와 신규 선사 진입으로 인한 선대 대형화 및 노선 확대 등 선사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운임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는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운임 상태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들은 동 항로의 선대 변화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6월 파나마운하 확장 이후 대형선들이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전배cascading되면서 시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이 시장에 투입된 이후 유럽항로→북미항로→인트라 아시아 항로 및 북남항로로 선박대형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머스크, MOL, OOCL 등은 최근 4,000teu급 선박을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투입한 바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2015년 7월 기준 인트라 아시아 항로 컨 선복량은 170만teu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초와 비교시 110만teu가 증가한 수치이며 중국 선사들이 전체 선복량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유럽-북미항로는 238척의 파나막스선(4,000teu급), 아시아-북미항로는 160척의 파나막스선이 파나마운하를 경유해 운항 중이며 운하확장 개장 이후에는 대부분이 8,000-1만teu급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북미, 아시아-북미에 투입되던 파나막스선은 대거 인트라 아시아 항로로 투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근해 선사는 “작년 상반기에 인트라 아시아 항로의 선복량은 20% 증가한 반면 수요는 겨우 5% 성장에 그쳤다”면서 “선복량 과잉현상에 따른 선대 재편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지역의 열악한 항만 인프라도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인트라 아시아는 2,500teu 이하의 소형선들이 주로 투입돼 왔으나 최근 급증하는 무역수요에 따라 4,000teu급 이상 시리즈선들도 배선돼 항만의 혼잡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부터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주력해왔던 중소형 선사들은 양질의 운임확보를 위한 노력 뿐 아니라 로컬과 피더를 통합시키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에서 철수하고 신규 항로를 찾아나서는 등 서비스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예상되는 선복량 급증과 수요감소를 예상하고 선대구조 재편과 신규 서비스 개설 및 공동운항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MCC 트랜스포트의 경우 선대 합리화 일환으로 동 지역 2개의 서비스와 6척의 선박을 철수한 바 있다. 동사는 현재 1,100teu-5,000teu급 74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원양선사들은 불황 타개를 위한 합병에 나서고 있으나 인트라 아시아 시장의 경우 통합이나 합병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트라 아시아 항로는 70여개 이상의 국내외 선사들이 수천개의 ‘하위연결망’을 이루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통합 보다는 선복공유가 더욱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선사들은 인트라 아시아 주력시장을 뛰어넘어 새롭게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중동, 인도 등지로 서비스 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흥아·장금, 인천-동남아 노선 확대
천경해운, 캄보디아 시장 본격 진출
국내 근해선사들은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증가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4월 한달간 신규 노선을 개설하거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기존 HPS2(Haiphong-Pusan Service 2)항로에 인천을 신규 편입해 인천-하이퐁 서비스를 4월 신규 개설했다. 2척의 2,000teu급 선박이 투입되는 동 서비스는 인천항을 기점으로 부산-홍콩-베트남 하이퐁을 거쳐 중국 세코우를 경유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흥아해운은 그간 HPS1(Haiphong-Pusan Service 1), HPS2(Haiphong-Pusan Service 2) 등 2개 항로에 4척의 선박을 투입해 부산-하이퐁 직기항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2015년 말 기준 물동량 23만teu로 베트남 시장점유율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흥아해운은 지난해 매출액 8,015억원, 영업이익 162억원, 당기순이익은 88억원을 기록했다.

장금상선과 한진해운은 4월 1일부터 인천과 홍콩, 베트남, 남중국을 연결하는 신규 인트라 아시아 서비스를 공동개설했다. 각각 1,000teu급 선박 2척을 공동배선하며 기항지는 인천-평택-부산-홍콩-하이퐁-연태-인천 순이다. 주 1항차 서비스로, 항차당 예상 처리 물동량은 약 650teu가 예상된다. 동 서비스를 한진해운은 KH1(Korea-Haiphong Service 1)으로, 장금상선은 IHP(Incheon Haipong Pyeontaek)로 명명했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매출 9,164억원, 영업이익 403억원, 순이익 185억원을 거둔 바 있다.

천경해운은 캄보디아 해운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등 동남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동사는 4월 16일부터 현대상선이 운항하는 CTX(China Thailand Express) 서비스를 선복교환으로 운영한다. 2,200teu급 4척이 투입되는 주 1항차 서비스로 기항지는 천진-울산·부산·광양-시아누크빌(캄보디아)-마닐라-부산-인천 순이다. 현대상선은 천경해운이 운항하는 일본서비스와 선복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경해운은 이번 직기항 개설로 꾸준히 증가하는 캄보디아 수출입 수요에 적극 부응한다는 전략이다.

범주해운, 베트남 직항서비스 도입
남성해운, 일본-동남아 직항로 개설
범주해운은 지난 3월 19일부터 자체 선박을 투입해 한국-베트남-태국 항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남성해운, 천경해운과 공동운항 형태의 KVT(Korea-Vietnam-Thailand Service) 서비스는 각 회사들이 1,800teu급 컨선 1척씩을 배선한다. 범주해운은 과거 선복임대로 동남아 항로를 서비스했으나 이번에는 남성해운으로부터 용선한 1,800teu급 ‘스타쉽 우루사’호를 직접 투입했다. 기항지는 광양-부산-홍콩-호치민-람차방-방콕-람차방-호치민-광양으로 주 1항차 서비스이다.

현재 범주해운은 인천과 베트남 호치민·태국, 인천·부산과 베트남 하이퐁을 오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대선조선에 1,800teu급 일명 ‘방콕막스’를 신조발주했다. 동 선박은 2017년 5월 인도받을 예정이며, 동남아 항로에 투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남성해운은 4월부터 일본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시작했다. MCC트랜스포트의 선복을 임대해 이뤄지는 동 서비스는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한신(고베) 지역과 베트남 호치민, 태국 람차방을 연결하게 된다.

한진해운, 미주·유럽 축소·동남아 강화
현대상선, 베트남·러시아 서비스 신설
국내 원양선사들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미주와 유럽항로에서 탈피해 인트라 아시아 시장으로 노선을 재편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진해운은 4월부터 전략적인 노선 재편에 나섰다. 북구 주력 노선인 NE6(Asia-North Europe 6)의 운항일수와 투입선대를 단축해 아시아-북유럽 구간의 신속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운항했던 미주서안-아시아-지중해 서안 팬듈럼 서비스 PM1(Pacific-Med Pendulum 1 Service)는 단독운항 서비스 HPM(Hanjin Pacific Mediterranean Pendulum Service)으로 전환한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기항지를 재구성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올 2분기에는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 모디노믹스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인도로 향하는 노선인 FMX와 FIX의 선대 개편과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4월부터는 장금상선과 협력해 하이퐁과 중국을 거치는 노선인 KH1·KH2를 신설, 운영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중에는 전자제품, 의류, 신발 등 남베트남에서 생산되는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남베트남 노선도 강화할 계획이다. 장금상선이 운영하고 한진해운이 공간을 빌려 쓰는 KH2노선은 지난 3월 30일부터 광양-부산-울산-홍콩-중국 황푸-베트남 하이퐁-중국 츠완-광양순으로 운항하고 있다. 또한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역내 노선을 개설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10일 2,200teu급을 투입해 베트남과 태국을 연결하는 CTX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권역 신규 정기 항로인 CTX(China Thailand Express)는 울산, 부산, 인천을 연결해 중국,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을 경유한다. 톈진-부산-울산-부산-광양-상하이-호치민-람차방-시아누크빌-마닐라-부산-인천-톈진을 기항하며 2,200teu급 선박 4척이 주 1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상선은 4월초 러시아 FESCO, 프랑스 CMA CGM 등과 중국-부산-러시아를 잇는 북쪽 항로인 CRS(China Russia South Service) 운영을 시작했다. 3사가 공동운항하는 동 서비스는 남중국과 부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운항하며 4,600teu급 컨선 3척을 각 업체가 1척씩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FESCO와 부산-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운영해왔으나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이래 러시아-중국간 교역량이 확대되면서 운항지역을 중국까지 넓혔다. 기항지는 홍콩-치완-샤먼-닝보-상해-부산신항-블라디보스톡-보스토치니-부산-홍콩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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