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그는 과연 선원 출신 인가

-차례-
[1] The Tempest(폭풍)
[2] 셰익스피어의 생애生涯
[3] 로마국이 무대인 희곡들
-해양 강국 베네치아가 무대인 「베니스의 상인商人」 
-줄리어스 시저

-로미오와 줄리엣
[4] 바이킹 강대국, 덴마크가 무대인 「햄릿」
[5] 셰익스피어의 바다
[6] 영원히 살아 있는 My Gentle Shakespeare 
 

OCEAN 얼라이언스 결성 MOU 체결식
OCEAN 얼라이언스 결성 MOU 체결식
영국의 평론가·역사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그의 저서 「영웅과 영웅 숭배(Heroes, Hero-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 (1841)」에 유명한 한 구절을 남기고 있다. 「인도 제국은 언젠가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존속한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셰익스피어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비교하고 있는 이 한 구절 때문에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대문호 셰익스피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영국인이 자랑하는 셰익스피어는 1616년에 서거했으니 2016년 올해는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여러 희곡 작품에서 해사海事에 관한 상세한 지식 없이는 도저히 구사할 수 없는 해상 묘사海上描寫의 적확的確함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Shakespeare and the sea」의 저자인 옥스퍼드대학 교수 A.F. Falconer 등 셰익스피어의 <선원 출신설>을 역설하고 있는 구미의 연구가들이 있으나, 젊은 날의 그의 경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과연 그는 선원 출신이며, 해상 생활의 경험이 있는가, 바다와의 관련을 작품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1] The Tempest(폭풍)
「템페스트」는 그의 최후의 4개의 작품(Last Plays) 중의 하나인데, 그 제목이 말해 주듯이 태풍으로 배가 해상에서 난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1장場 바다의 선상船上
번개, 천둥소리, 폭풍우 소리
선장과 갑판장甲板長 등장
 

선장 갑판장!
갑판장 네, 선장님, 여기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장 이봐, 선원들에게 이르게. 열심히 하라고. 멍하니 있으면 암초에 부딪힌단 말야, 서두르게. (퇴장)
갑판장 씩씩한 동지 여러분! 힘내자. 힘을 내! 톱슬(topsail, 주: 중간 돛대의 돛)을 내려라. 선장 호각소리를 잘 들어라. (폭풍을 향해서) 바람아, 멋대로 불어라, 불어, 불어댈 넓게 트인 바다가 있거든!
 

그런데 그 태풍은 실은 마법魔法의 힘을 지닌 노인이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 노인 프로스페로Prospero는 미라노의 영주領主였는데, 마법학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아우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지금 딸과 함께 있는 지중해의 외딴섬에 유배되었던 것이다.
무대는 고도孤島, 1611년경에 초연初演. 미라노 대공大公, 프로스페로는 12년 전에 나폴리 왕과 결탁한 아우 안토니오Antonio에게 자리를 찬탈 당하고, 어린 딸 미란다Miranda와 함께 섬에 표착漂着, 마녀로부터 섬의 지배권을 빼앗고, 숙달한 마술로 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원수들이 탄 배를 침몰시키고, 섬에 기어올라온 사람들을 그의 부하인 요정妖精 에어리얼(Ariel, 아리엘)을 시켜 괴롭히고 복수를 시도한다.
승선하고 있는 나폴리 왕자 퍼디난드Ferdinand와 딸 미란다가 사랑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그들의 결혼 성사를 궁리한다. 공기의 요정인 에어리얼이 프로스페로의 명령에 따라 「바다의 만가輓歌(A Sea Dirge)」를 부르는데, 그의 노래는 태풍과는 대조적으로 조화調和를 보여준다.
엘리자베즈 왕조 시대의 서정 소시抒情小詩 중에서도 굴지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한다.
 

바다의 만가
(에어리얼이 노래한다)
 

다섯 길 바다 깊이 그대 아버지 누워 계시나니
귀하신 몸 산호되고
두 눈은 진주眞珠로 변하셨네
그의 육체 썩지 않고
바다로 인한 변화를 받아
귀하신 딴 세상 분 되셨네
바다의 요정들 쉬지 않고
조종弔鐘을 울리나니
  딩동                (1막 2장)

 

ARIEL [sings]
Full fathom five thy father lies,
Of his bones are coral made;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
But doth suffer a sea-change
Into something rich and strange.
Sea-nymphs hourly ring his knell.
Hark, now I hear them, ding-dong bell.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부왕父王이 전사한 것이라 생각하고 탄식 중인 퍼디난드의 귀에 요정 에어리얼이 부르는 노래는 「죽음에서 재생再生, 증오에서 사랑으로」라는 이 극의 테마가 집약되고 있다.
사람의 몸이 산호나 진주로 승화昇華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상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야릇한 느낌, 어쩐지 기분이 나쁘면서 까닭 모를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상無常함이 늘 가시지 않는다. 「템페스트」에서 악인들이 바다에 접하게 되면서 초자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sea-change」라는 말은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인의 두 눈이 진주가 되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눈眼」 즉 「자기自己」(eye=I)는 「바다」라는 「인간」을 초월한 큰 존재 속에서 진리를 상징하는 「진주pearl」로 태어난다. 「sea-change」는 「바다의 조화造化, 바다의 변용變容」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어떨지. 멜빌(H. Melville)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에서도 바다의 가혹함과 인간악人間惡의 초극超克, 인간의 심연深淵의 자각이라는 것이 중대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는데, 템페스트에서 볼 수 있는 sea-change라는 사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엇(T.S. Eliot, 1888~1965)도 그의 시 「황무지, The Waste Land」 중에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그대 두 눈은 진주로 변하셨네)」라는 시구 한 줄을 넣었을 것이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최후의 작품으로 표류기漂流記에서 착상한 것이다. 영국 함대가 서인도 군도 부근에서 태풍을 만나 버뮤다Bermuda 섬에 표착했는데, 이 섬은 요정과 마귀들의 소굴이었다. 「템페스트」는 그 표류 기담漂流奇談이다.
 

「바다는 잔잔하다. 순풍에 돛을 달고 힘껏 달려라. 앞질러 달리고 있는(전하殿下의) 배는 반드시 추월하자」
 

I’ll deliver all,
And promise you calm seas, auspicious gales
And sail so expeditious that shall catch
Your royal fleet far off.
 

이 한 구절이 셰익스피어의 모든 저작물 중에서 최후의 말이 되었다.
 

Falconer교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의 저서 「Shakespeare and the sea(1964)」에서 「The Seamanship of Act1, Scene 1, 제1막 제1장의 선박 조종술」에 대하여 상세한 분석을 하면서 셰익스피어의 범선 조종술帆船操縱術에 대한 해박該博한 지식을 열거하고 해상 경험이 풍부한 점을 지적하며 선원 출신설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너무 전문 기술적인 것이어서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한다.
 

[2] 셰익스피어의 생애生涯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1564년에 태어나서 1616년에 52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그는 극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37편의 극본 이외에도 시인으로서 154편의 시를 집대성한 「The Sonnets 소네트 시집」이 있다. 그의 탄생지는 영국 중부지방의 스트렛포드 온 에이본(Stratford- on-Avon), 당시에는 인구 2000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이름난, 문인들의 성지聖地가 되었다. 보통 스트렛포드로 불리는 이곳은 셰익스피어의 생가, 그의 모친 Mary Arden의 집, 안해인 Anna Hathaway가 보낸 유년기의 집, 큰딸 Susanna의 시댁인 Hall's Croft 등의 건물들이 보존되고 있고, 런던에서 성공한 후에 고향에 새로 구입하여, 1612년경 인퇴引退한 후 1616년 서거할 때까지 지낸 집 New Place는 스트렛포드에서 두 번째로 큰 대건물이었으나 현존하지 않고 그 자리에는 엘리자베즈 왕조 시대의 양식인 낫트 정원(Knott Garden)이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에이본 강가에 있는 성 트리니티교회(The Holy Trinity Church)에 안장되었고 묘지의 슬라이드를 10달러로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는 Shakespeare School이 있어 그의 극작품에 대하여 공부를 할 수 있다. Swan, The Other Place 두 곳의 극장에서 그의 작품 중심의 연극 활동이 이루어진다.

1564년 4월 26일에 수세受洗한 기록이 교회의 기록부에 남아 있는데, 그의 탄생일은 수세하기 전 2, 3일일 것으로 추정하여 명일命日과 같은 날자 4월 23일을 생일로 정해졌다.
부친은 양모羊毛 거래상, 유피가죽 판매상으로 지방의 유력자였고, 스트렛포드의 촌장村長을 지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고전문법학교古典文法學校(Grammar School)를 다니면서 래틴어 중심의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1582년 18세에 8년 연상의 Anne Hathaway와 결혼, 큰딸 Susanna, 쌍둥이 아들 딸, Hamnet와 Judith, 3남매를 두었다. 21세부터 28세까지 7년간 무슨 일을 하고, 지냈는지 전혀 자료가 없는데, 이 기간을 「잃어버린 해」(Lost Years)라고 부르고 있다. 1585년경에 런던에 진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벤 존슨(Ben Jonson, 1572~1637)은 독자적인 셰익스피어 관觀을 남긴 극작가인데, 「에이본 강의 아름다운 백조」라고 칭찬했다. 「백조白鳥」를 노래하지 않은 채 그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처럼 살다 떠난 대문호였다.
 

[3] 로마국이 무대인 희곡들
<해양 강국 베네치아가 무대인 「베니스의 상인」>

「신은 세상을 창조하고, 베네치아(베니스)인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처럼 베니스인들이 건설한 베니스는 물의 도시요, 지중해의 무역 중심인 해양 강국이었다. 이 도시를 무대로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商人(The Merchant of Venice)」을 썼다. 베니스의 청년 밧사니오Bassanio는 벨몬트에서 살고 있는 아리따운 포샤Portia에게 구혼하기 위한 비용을 친구인 베니스의 무역상, 안토니오Antonio에게 부탁했는데,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이록Shylock으로부터 빌리게 된다. 샤이록은 차금증서에 차금을 갚지 못하면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준다는 약조를 해 둔다. 포샤의 아버지는 금, 은, 납 3개의 상자 중에서 포샤의 그림이 들어 있는 것을 고르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데, 밧사니오는 상자 선택에 성공하여 포샤와 결혼했지만, 안토니오의 재산을 실은 배는 모두 태풍을 만나 조난하여 귀항을 못하게 되고, 안토니오는 기한내에 차금을 변제하지 못한다. 그리스도교도인 안토니오로부터 차별을 받아온 유태인 샤이록은 약조 이행을 위한 재판을 하게 되는데, 남편 친구의 위기를 알게 된 포샤는 젊은 재판관으로 변장, 기발한 기지 機智를 발휘하여 그의 목숨을 건져준다. 「살은 주되 피를 흘리면 사형死刑」이라고 언도하고 약조를 이행하지 못하는 샤이록의 재산을 몰수하고, 안토니오의 목숨을 겨눈 죄로 유태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改宗하게 한다.

「베니스의 상인」은 인육 재판人肉裁判이라는 별칭이 붙은 흥미진진한 희곡이지만, 포샤는 샤이록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권했으나 듣지 않았다. 약조를 강행하게 하면 샤이록은 사형에 처해지게 되기 때문에 「관용」을 베푼 것이다. 자비는 신의 속성이요, 왕이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은연 중에 시사하고 있다. 유태인은 모든 국가들이 배척하고 있었지만 해양 강국 베니스는 이들을 수용하고 리알토(The Rialto)라는 곳에 집단으로 거주케 하여 관용을 베풀고, 유태인의 특장점인 금융에 관한 재능을 활용하였다. 베니스가 해양 강국이 된 내재된 비밀은 바로 관용에 있었고, 관용이야말로 강대국의 중심 사상임을 보여주고 있는 연극이다. 영국도 해양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베니스처럼 관용이라는 강대국의 중심 사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희곡 중에서 해양 발전과 관련성이 깊은 이 작품을 고려해 보았다.

37편의 희곡 중에서 13편이 로마(이탈리아)를 무대로 하고 있다. 당시의 영국민들은 자국이 고대 로마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르네상스 정신 구조의 일부임과 동시에 낙성落城한 트로이Troy의 영웅들이 로마를 건국하고 그 일부로 영국도 건국되었다고 하는 옛 건국 신화가 영국민들의 심정心情의 저변에 살아 있기 때문에 로마국을 무대로 한 많은 희곡들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
이 희곡은 로마 극의 대표작으로 영미의 학교에서는 맨 먼저 읽히는 작품이다.
 

「인생에는 물때라는 것이 있다. 만조滿潮에 잘 편승하면 행운을 잡을 수 있으나, 놓치게 되면 인간 일생의 항해는 모래톱에 얹히고 재앙을 당한다……」
 

There is a tide in the affairs of men,
Which, taken at the flood, leads on to fortune:
Omitted, all the voyage of their lives,
Is bound in shallows and in miseries.
 

이 유명한 대사는 「우리는 지금 만조의 바다에떠 있다. 그러므로 기회가 좋은 때에 이에 편승하여 흐름을 잘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모험적인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로 이어지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사랑과 낭만과 정열의 도시, 베로나Verona가 무대인 이 희곡은 젊고 탄력적이며 부드러운 연애비극으로 셰익스피어라는 천재天才의 개화開花라고 말하는 만큼 가장 빼어난 대표적인 작품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로미오라고 부르고, 줄리엣이라고 부르면 풋풋한 젊은 연인들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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