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국내 해운 산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5월 한달동안 국내 경제계를 뜨겁게 달궜던 양사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봤다.

본격적인 해운사 구조조정 이슈가 떠오르기 전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누적된 적자 해소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핵심·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몸집 줄이기를 계속해 왔다. 한진해운은 2013년 12월 2.5조원 규모의 선제적 자구안을 마련하며 본격적으로 자산매각을 시작했다. 2013년 벌크 전용선 사업부 등을 정리해 2조 3,500억원을 마련했고, 지금까지 런던사옥, 국내외 항만터미널 지분을 정리해왔다. 이외에도 한진해운은 4월 25일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하며, 터미널 유동화, 부산 및 아틀란타 사옥 유동화, H-Line 지분, 벌크선, 상표권 유동화 등을 통해 총 4,11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대상선도 3월 31일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공개 매각했고, 벌크선전용사업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현대아산 보유주식 매각, 현정은 회장 사재출연 등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3/29 현대상선, 5/4 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양사는 올 3월과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상황으로 들어가게 된다. 현대상선은 3월 29일 KDB산업은행 및 우리은행을 비롯한 9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채권단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현대상선 자율협약을 개시했다고 공시했다.

한진해운은 4월 25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최은영 한진해운 前 회장의 주식매각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한 당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회의에서는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신용보증기금이 채권단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었다. 4월 25일 제출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서는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세부계획 보완을 요구해 4월 29일 다시 제출됐다. 한진해운은 4월 25일 최초 자율협약 신청서에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와 함께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반려됐고, 보완 신청서에는 구체적인 용선료 협상 시한 등이 담긴 계획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5월 4일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통과시켰다.

4/26 정부 “용선료 재협상하라”
5/27 까지 용선료 재협상 진전 無
국적선사 구조조정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하고 나서다. 4월 13일 총선 이후, 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됐고 정부는 4월 26일 금융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제3차 산업경쟁력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를 개최했다. 동 회의에서 정부는 해운업과 조선업을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 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기업구조조정 추진체계’의 트랙1에 제시된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체계는 ‘구조조정협의체’와 ‘채권단’, ‘기업’이 관련법령 및 자율협약을 통해 실현해나가는 것이 골자이다. 협의체가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 채권단이 채무조정 및 엄정한 사후관리를 맡고, 기업체는 자구계획을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추진된 구조조정의 내용은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을 조정하는 것이 전체적인 밑그림이다.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 압박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 개시되면서 수면위에 떠오른 것은 선주들과의 ‘용선료 재협상’ 이었다. 정부 금융위원회는 구조조정 대상 해운기업들에게 5월 중으로 용선료를 재협상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채권단도 구체적은 용선료 재협상 시한을 요구하고 나섰다.

3월 자율협약을 개시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에 비해 용선료 협상을 비교적 일찍 진행해왔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의 관건은 전체 용선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컨테이너 선주들이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일부 컨테이너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아직까지 재협상에 성공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한진해운의 경우, 자율협약 개시일이 늦은 상황에서 용선료 재협상에서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13일 한진 ‘THE 얼라이언스’ 결성
5/31~6/1 현대 사채권자 집회, 6/17 한진 사채권자 집회 예정
용선료 협상과 관련한 낙관·비관론이 엇갈리던 5월 중순에는 한진해운의 新 해운동맹 가입이 성사돼 주목받았다. 5월 13일 한진해운은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일본 NYK, MOL, K-LINE, 대만 양밍라인과 함께 ‘THE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동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글로벌 해운업계는 Maersk, MSC의 ‘2M’, CMA CGM, China Cosco, 에버그린, OOCL의 ‘OCEAN’과 함께 3대 해운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한편 ‘THE 얼라이언스’ 결성 발표 다음날 현대상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3해운동맹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며, 6월 초 ‘THE 얼라이언스’ 편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5월 24일 공시를 통해 “5월 31일, 6월 1일 양일간 개최되는 전체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성립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사채권자 집회가 성립하려면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하며, 안건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지 4일 전인 5월 27일 현재까지 용선료 협상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이다.

한진해운은 5월 27일 공시를 통해 6월 17일 여의도 본사 23층 대회의실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는 6월 27일 상환일인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일 3개월 유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해운은 5월 말 한진해운 인천지점과 광양지점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선주와의 용선료 재협상과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5월 22일에는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벌크선 ‘한진 패러딥(Hanjin Paradip)'호가 남아공에서 용선료 체납 문제로 억류된 것이다. 동 선박은 4만 3,000gt급 벌크선으로 선장 등 총 20명의 선원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해운 측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용선료 지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진해운 소유 선박이 용선료 문제로 해외에 억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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